Mùa Đông Không Có Tuyết Rơi (눈 내리지 않는 겨울)

HỒI 1 – PHẦN 1

새벽 4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늙은이의 잠이란 게 늘 그렇다.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고, 온몸의 관절이 날씨를 예보하듯 쑤셔온다. 나는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이불을 걷어찼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새벽 공기가 칼날처럼 차갑다. 겨울이다.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 또 왔다. 나는 주섬주섬 솜바지를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거실은 어두웠지만 나는 불을 켜지 않았다. 익숙했다. 12년 동안 매일 반복해 온 이 좁은 집의 동선은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부엌으로 향하다가 민재 방문 앞을 지났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발소리를 죽이고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녀석은 없었다. 침대는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이불은 각이 잡혀 있었다. 벌써 가게에 나간 모양이었다. 기특한 놈. 아니, 미련한 놈. 잠이나 좀 더 잘 것이지. 나는 혀를 차며 현관을 나섰다.

가게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골목 어귀를 돌자마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골 끓이는 냄새였다. 낡은 간판에는 ‘한솔 갈비탕’이라는 글자가 비스듬하게 걸려 있었다. 가게 안은 벌써 후끈했다. 주방 쪽에서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민재는 그 김 서린 주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녀석은 자기 몸통만 한 큰 국자를 들고 핏물을 뺀 사골을 건져내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등판이 보였다. 스무 살 청년의 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야위었고, 동시에 너무 단단해 보였다. 나는 일부러 문을 쾅 닫으며 인기척을 냈다.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엄마, 오셨어요? 녀석의 목소리는 변성기가 갓 지난 소년처럼 낮고 거칠었다. 나는 대답 대신 앞치마를 둘렀다. 야, 넌 잠도 없냐? 젊은 놈이 새벽부터 설치면 키 안 큰다. 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민재는 그저 씩 웃었다. 녀석은 늘 저런 식이었다. 내가 무슨 잔소리를 해도, 욕을 해도 그저 사람 좋게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이 때로는 짠했고, 때로는 화가 났다.

나는 녀석이 건져낸 사골을 찬물에 헹구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이 손끝에 닿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재가 내 옆으로 다가와 무거운 솥단지를 번쩍 들어 옮겼다. 팔뚝에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10년 전, 눈 내리는 골목길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 꼬마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그때 녀석은 뼈만 앙상한 강아지 같았다. 밥 한 그릇을 주면 눈치만 보다가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내 힘으로는 꿈쩍도 안 하는 솥단지를 가볍게 옮긴다. 세월 참 빠르다. 나는 녀석의 낡은 운동화를 곁눈질로 훔쳐봤다. 뒤축이 다 닳아서 밑창이 보일 지경이었다.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강민재. 너 이리 와봐. 내 목소리가 높아지자 녀석이 흠칫하며 동작을 멈췄다. 왜요, 엄마? 너 발 좀 보자. 녀석은 당황한 듯 발을 뒤로 감췄다. 나는 젖은 고무장갑을 낀 채로 녀석의 등짝을 후려쳤다. 내가 지난달에 신발 사라고 돈 줬어, 안 줬어? 어? 그 돈 다 어디다 쓰고 그 거지 같은 신발을 또 신고 있어? 민재는 아프지도 않은지 몸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샀어요, 샀는데 아까워서… 아끼다 똥 된다고 했지 내가! 손님들이 보면 내가 널 학대하는 줄 알 거 아니야! 나는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퍼부었다.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거짓말이다. 녀석은 신발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돈을 또 통장에 넣었거나, 어디 구석에 숨겨뒀겠지. 이 놈은 자기한테 돈 쓰는 법을 모른다. 마치 자기는 좋은 걸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돌아섰다. 오늘 장사 끝나고 당장 가서 사 와. 검사할 거야. 알았어? 네, 알겠어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나는 다시 국물을 휘저으며 녀석 몰래 눈물을 훔쳤다. 속상했다. 남의 자식들은 메이커 신발 안 사준다고 부모한테 대든다는데, 이 놈은 줘도 안 신는다. 그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아침 7시가 되자 첫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었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이모, 여기 국밥 세 그릇! 깍두기 좀 많이 줘요! 주문이 쏟아졌다. 나와 민재는 말 한마디 없이 기계처럼 움직였다. 내가 뚝배기에 밥을 토렴하면, 민재는 국물을 붓고 파를 얹었다. 내가 쟁반에 담으면, 민재는 번개처럼 홀로 나가 서빙을 했다. 녀석의 움직임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좁은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뜨거운 뚝배기를 나르는 솜씨는 예술에 가까웠다. 손님들도 민재를 좋아했다. 아따, 우리 총각 오늘도 훤하네. 장가 가야겠어. 짓궂은 농담에도 민재는 묵묵히 깍두기 접시를 채워줄 뿐이었다. 나는 주방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남몰래 흐뭇해했다. 내 아들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내 냄새가 나고, 내 손길이 묻어있는 내 자식이다.

점심 장사가 전쟁처럼 지나가고 오후 3시가 되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었다. 가게 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손님들의 흔적으로 어수선했다. 우리는 구석 테이블에 마주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은 밥에 남은 국물, 그리고 깍두기. 늘 먹는 메뉴였지만 꿀맛이었다. 민재는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잘 먹네. 내 새끼. 나는 내 국그릇에 있던 고기 두 점을 녀석의 밥공기에 얹어주었다. 엄마 드세요. 저 배불러요. 시끄러, 늙으면 고기 소화 안 돼. 너나 많이 먹고 힘써. 녀석은 못 이기는 척 고기를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는 볼이 다람쥐 같았다. 그때였다. 녀석이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 응? 왜. 엄마는… 그 사람 용서했어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 사람 있잖아요. 아빠랑… 누나 그렇게 만든 사람.

가게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멈췄다. 12년 전 그날의 기억이, 그 끔찍한 스키드 마크 소리와 비명 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민재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내가 술에 취해 넋두리를 할 때도 그저 묵묵히 등을 두드려주기만 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는 애써 태연한 척 국물을 들이켰다. 밥 먹다 말고 재수 없는 소리는 왜 해. 용서는 무슨. 잡히면 내 손으로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인데.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나는 더 거칠게 말했다. 민재는 고개를 숙인 채 식탁보 무늬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겠죠… 역시 그렇겠죠. 녀석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너 무슨 일 있냐? 밖에 나가서 누가 뭐라 그래? 아니요. 그냥… 요즘 뉴스에 그런 사고가 많이 나오길래. 녀석은 서둘러 숟가락을 다시 들었지만, 밥을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나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녀석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불안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날 오후 내내 민재는 평소보다 더 말이 없었다. 설거지할 때도 그릇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했고, 파를 다듬을 때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손을 베일 뻔했다. 야, 정신 안 차려?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녀석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 피가 방울져 나왔다. 나는 혀를 차며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이리 내놔. 밴드 붙여줄게. 녀석의 거칠고 투박한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박이고 여기저기 흉터가 남은 손이었다. 20살 대학생들이라면 펜을 잡거나 여자 친구 손을 잡을 나이에, 이 놈은 기름때 묻은 수세미와 칼자루만 잡고 살았다. 미안함이 밀려왔다.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내가 그 사고만 안 당했더라면. 너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나는 밴드를 꼼꼼하게 붙여주며 녀석의 손등을 문질렀다. 아프지 마라. 네가 아프면 엄마는 더 아파. 낯간지러운 말이라 속으로만 삼켰다. 대신 툭 던졌다. 일찍 들어가서 쉬어. 저녁 장사는 나 혼자 할 테니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들어가라면 좀 들어가! 말 좀 들어! 나는 억지로 녀석의 등 떠밀어 가게 밖으로 내보냈다.

민재를 보낸 뒤, 가게는 적막에 휩싸였다. 저녁 손님들이 오기 전까지의 짧은 고요. 나는 주방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 민재의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용서했어요?’ 그 말이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용서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내 남편과 내 딸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죽게 만들고 도망친 놈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놈을 평생 저주하며 살았다. 그 증오심 하나로 버틴 세월이었다. 그런데 민재는 왜 그런 걸 물었을까. 혹시 사춘기가 늦게 온 건가? 아니면 여자 친구라도 생겼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론은 늘 하나였다. 녀석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 고아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자기를 버릴까 봐 늘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오늘 매출의 일부였다. 내일은 시장에 가서 녀석이 좋아하는 소불고기 감이라도 좀 사야겠다. 그리고 진짜로 신발 가게에 끌고 가서 비싼 운동화 하나 신겨야지. 싫다고 버둥거려도 이번엔 절대 안 봐줄 거다.

저녁 장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서인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 유리창 너머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봤다. 10년 전 그날도 이렇게 눈이 왔다. 쓰레기 더미 옆에 웅크리고 있던 까만 머리통. 처음엔 버려진 강아지인 줄 알았다. 다가가 보니 웬 꼬마가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너 집이 어디니?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배고프니? 그 한마디에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 세상 모든 슬픔을 다 담은 듯한 그 깊고 어두운 눈빛에 내 심장이 덜컥했었다. 나는 녀석의 손을 잡고 가게로 데려와 국밥 한 그릇을 말아주었다. 뜨거운 국물을 넘기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 그날부터 녀석은 강민재가 되었고, 나는 녀석의 엄마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핏줄보다 진한 국물로 이어진 사이. 그게 우리였다.

밤 10시. 가게 문을 닫고 정리를 시작했다. 평소라면 민재가 와서 마감을 도왔을 텐데, 오늘은 내가 일찍 보냈으니 혼자였다. 셔터를 내리고 자물쇠를 채우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세요? 뒤를 돌아보니 웬 사내 하나가 전봇대 뒤에 서 있다가 사라졌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였다. 기분이 묘했다. 며칠 전부터 가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놈이 있는 것 같았다. 민재가 쫓아냈다고 했는데, 또 온 건가? 도둑인가? 아니면 재개발 업자인가? 별일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향했다. 눈발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가서 민재가 자는 얼굴을 보면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따뜻한 아랫목에 녀석이 좋아하는 귤이나 까놓고 기다려야지. 내일 아침엔 녀석이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을 수 있을까. 내일은 민재 생일이니까. 녀석이 우리 집에 온 날이자, 녀석이 태어난 날로 정한 날. 나는 케이크를 살까 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사내놈이 무슨 케이크냐, 그냥 고기나 실컷 먹이면 되지.

집 앞 골목에 들어섰을 때, 우리 집 창문이 어두컴컴한 것을 보았다. 민재가 아직 자나 보네. 불도 안 켜고. 나는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민재야, 엄마 왔다. 대답이 없었다. 너무 조용했다. 시계 초침 소리만 크게 들렸다. 민재야? 나는 방문을 열었다. 텅 빈 방. 침대 위에는 이불이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화장실도, 부엌도, 어디에도 녀석은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 시간에 어딜 간 거지? 친구를 만나러 갔나? 아니, 민재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신호음만 길게 이어질 뿐, 녀석은 받지 않았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식탁 위에 올려진 쪽지 같은 건 없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냥 공기 중에 증발해버린 것처럼. 나는 거실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윙윙거렸다. 마치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렸다. 설마, 아니겠지. 그냥 잠깐 나간 거겠지. 편의점에 갔거나, 목욕탕에 갔거나.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낮에 녀석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엄마는… 그 사람 용서했어요?’ 그 슬픈 눈빛. 체념한 듯한 표정. 왜 그 표정이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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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1 – PHẦN 2

시계바늘이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째깍, 째깍. 벽시계 소리가 마치 망치로 내 머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무릎을 감싸 안은 채 현관문만 노려보고 있었다. 전화기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수십 번을 걸어도 돌아오는 건 기계적인 안내 음성뿐이었다. 민재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늦으면 늦는다, 친구 집에서 자면 잔다, 꼬박꼬박 연락하던 아이였다. 녀석은 내가 걱정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 엄마, 나 다 컸어. 걱정 좀 그만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녀석은 늘 귀가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 녀석이 연락 두절이라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 그것은 12년 전,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느꼈던 그 차갑고 끈적한 공포와 닮아 있었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갔다. 가만히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냉장고를 열어 불려놓은 미역을 꺼냈다. 오늘은 민재의 생일이다. 녀석이 집에 오면 따뜻한 미역국부터 먹여야 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볶았다. 고소한 냄새가 퍼지자 눈물이 핑 돌았다. 치이익, 고기 익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별일 아닐 거야. 휴대폰 배터리가 나갔겠지. 눈길에 미끄러져서 병원에 갔나? 아니야, 병원이라면 연락이 왔을 거야. 그럼 유치장? 설마 싸움질이라도 했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사고만 아니면 된다. 제발 사고만 아니면.

미역국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동안,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지난 며칠간 민재의 행동을 되짚어보았다. 이상한 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일주일 전이었다. 녀석이 밤늦게 들어왔는데, 입가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내가 기겁을 하며 물었을 때 녀석은 그냥 빙긋 웃으며 공사장에서 자재를 나르다 부딪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녀석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녀석은 화장실에서 한참이나 나오지 않았다. 문 밖에서 녀석이 끙끙 앓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모른 척 방문을 닫아주었다. 사내놈 자존심 상할까 봐. 그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물어봤어야 했다. 너 무슨 일 있냐고. 누구한테 맞았냐고.

그리고 3일 전, 가게 앞을 서성이던 그 검은 모자의 남자. 나는 그 남자의 눈빛을 기억해냈다. 뱀처럼 차갑고 끈적한 눈빛. 가게 유리창 너머로 민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민재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 두 사람은 골목 어귀에서 마주쳤다. 나는 주방 창문으로 그 장면을 목격했다. 민재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사색이 되었다. 남자는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고, 민재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민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는 것을 보았다. 두툼한 봉투였다. 돈봉투가 확실했다. 남자는 그 봉투를 낚아채듯 가져가며 민재의 어깨를 툭툭 치고 사라졌다. 민재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가게로 들어온 녀석에게 내가 물었다. 아까 그 사람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민재는 짐짓 밝은 척하며 대답했다. 아, 그냥 길 물어보시는 분이에요. 길을 물어보는데 돈을 줘? 아니에요, 돈 아니에요. 그냥… 메모지 준 거예요. 녀석은 황급히 주방으로 도망쳤다. 그때 나는 왜 더 캐묻지 않았을까. 녀석이 곤란해할까 봐, 혹은 녀석의 과거와 관련된 일일까 봐 두려워서 덮어두었던 내 비겁함이 뼈저리게 후회되었다.

국이 다 끓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을 식탁 가운데 놓았다. 갓 지은 하얀 쌀밥과 녀석이 좋아하는 계란말이, 그리고 시금치무침까지. 조촐하지만 정성껏 차린 생일상이었다. 하지만 숟가락을 들 사람은 없었다. 새벽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창밖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코트를 걸쳐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은 그쳐 있었지만 길은 꽁꽁 얼어 있었다. 나는 미끄러운 골목길을 달렸다. 편의점, PC방, 24시간 사우나. 동네에 불 켜진 곳은 모조리 뒤졌다. 편의점 알바생은 고개를 저었고, PC방 주인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민재를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어젯밤 민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녀석이 가끔 일당벌이를 하던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셔터가 반쯤 올라가 있었다. 소장인 김 씨가 난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어이쿠, 한솔 엄마. 이 새벽에 웬일이요? 김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소장님, 혹시 우리 민재… 민재 못 봤어요? 어제 여기 안 왔어요? 김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재? 걔 요새 통 안 보이던데? 안 나온 지 한 보름 됐나?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걔 매일 새벽에 나갔는데… 김 씨는 담배를 물며 혀를 찼다. 아니야, 안 왔어. 내가 걔 성실해서 다른 데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 근데 한솔 엄마, 걔 무슨 빚 있어? 빚이라니요? 아니, 얼마 전에 험상궂은 놈들이 와서 강민재 찾길래 모른다고 했지. 사채 쓴 거 아니야? 잘 알아봐. 요즘 애들 무서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주저앉을 뻔한 것을 간신히 문틀을 잡고 버텼다. 빚? 사채? 민재가? 그럴 리가 없다. 녀석은 십 원 한 장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아이였다. 내게 용돈을 받아도 쓰지 않고 모아두는 놈이었다. 그런데 사채라니. 녀석이 매일 새벽에 나간 곳은 인력사무소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럼 그동안 어디서 뭘 했던 거지? 녀석이 가져다준 생활비, 내 약값, 가게 수리비… 그 돈들은 다 어디서 난 거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인력사무소를 나왔다. 찬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춥지 않았다.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배신감?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불안감이었다. 민재가 내가 모르는 거대한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나 몰래.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옥 같았다. 해가 완전히 떠올라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다들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 앞에 놓인 우유가 보였다. 매일 아침 민재가 가지고 들어와서 내 컵에 따라주던 우유였다. 나는 우유를 집어 들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민재야. 어디 있니. 제발 살아만 있어라.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 돈이 필요하면 가게를 팔아서라도 갚아줄게. 제발 나쁜 생각만 하지 마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게 식은 미역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역했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했다. 위액만 넘어왔다. 거울 속의 나는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산발한 머리에 퀭한 눈. 귀신 꼴이었다. 정신 차리자. 김한솔. 정신 차려.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24시간이 지나야 받아준다고 했던가? 아니, 당장 파출소에 가서 난동이라도 부려야 한다. 사람을 찾아달라고. 내 아들을 찾아달라고. 나는 옷을 갈아입으려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멈칫했다.

민재의 방. 새벽에 봤을 때와 똑같이 정돈된 방. 하지만 어딘가 달랐다. 너무 깨끗했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모델하우스처럼. 책상 위에는 늘 널려 있던 책들도, 충전기 선도 없었다. 벽에 붙어 있던 녀석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 포스터도 사라져 있었다. 나는 홀린 듯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옷장을 열었다. 텅 비어 있었다. 녀석의 옷가지들이 몽땅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사준 패딩, 내가 사준 티셔츠들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아르바이트해서 산 낡은 청바지들, 녀석이 10년 전 처음 왔을 때 입고 있던 그 헤진 겉옷… 녀석의 ‘진짜’ 물건들만 사라져 있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건 가출이 아니다. 이건 증발이 아니다. 이건 ‘정리’였다.

민재는 떠난 것이다. 나를 떠날 준비를 아주 오랫동안, 치밀하게 해왔던 것이다. 왜? 도대체 왜?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배신감에 몸이 떨렸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녀석의 침대에 주저앉아 베개를 내리쳤다. 나쁜 놈. 독한 놈. 엄마를 버리고 가? 네가 어떻게 나를 버려!

그때였다. 베개 밑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묵직한 소리였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붉은색 도장이 찍힌 통장 하나. 그리고 하얀색 편지 봉투. 편지 봉투 겉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단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엄마]

숨이 턱 막혔다. 손이 덜덜 떨려서 봉투를 집어 들 수가 없었다. 이것을 읽으면, 정말로 끝일 것 같았다. 민재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확인해야 했다. 녀석이 왜 떠났는지. 그 빌어먹을 이유라도 알아야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는 두툼했다. 안에는 편지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꼬깃꼬깃 접힌 편지지가 나왔고,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빛바랜 옛날 사진이었다. 젊은 남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웃고 있는 사진.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 심장은 멈추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얼굴을 안다. 꿈에서도, 지옥에서도 잊을 수 없는 얼굴. 12년 전, 법정에서 나를 비웃으며 “증거 있어? 재수 없게 걸려서 진짜.”라고 내뱉던 그 놈. 내 남편과 딸을 죽이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그 살인자. 강. 성. 훈.

왜 이 놈의 사진이 여기서 나와? 왜 민재가 이 사진을 가지고 있어? 나는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편지지의 첫 줄을 읽어 내려갔다.

“엄마. 아니… 아주머니.”

엄마가 아니었다. 녀석은 나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호칭. 그 낯선 호칭이 내 가슴을 날카로운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이 핑 돌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바닥이 꺼지고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녀석이 남긴 진실이, 그 판도라의 상자가 지금 내 손 안에서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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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1 – PHẦN 3

손이 너무 떨려서 글씨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지만, 심장은 이미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찢어질 듯한 가슴 통증을 참으며 다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민재의 글씨였다. 늘 반듯하고 정갈했던 녀석의 평소 글씨체와 달리, 이 편지는 급하게 쓴 듯 획이 뭉개지고 번져 있었다. 녀석도 떨었으리라. 이 글을 쓰며, 녀석도 울었으리라.

“아주머니.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주머니의 남편과 딸을 죽인 강성훈의 아들입니다.”

활자가 내 눈을 찔렀다.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려왔다. 강민재. 내 아들 민재가. 그 살인마의 핏줄이라고? 10년 동안 내 품에서 자고, 내가 해준 밥을 먹고,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웃던 그 아이가? 내 가족을 몰살시킨 원수의 새끼라고?

“거짓말이야…”

입 밖으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신이 나에게 이럴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그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민재 하나 보고 버텼는데. 그 아이가 원수의 아들이라니. 이건 너무 잔인한 농담이었다. 나는 편지를 구겨버리려다 다시 펴서 읽었다. 다음 문장들이 비수처럼 내 심장에 꽂혔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10년 전 눈 오는 날, 아주머니가 저를 거둬주셨을 때 저는 고아원에서 도망친 짐승에 불과했습니다. 따뜻한 밥이 좋았고, 저를 걱정해 주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염치없이 눌러앉았습니다. 감히 행복을 꿈꿨습니다.”

기억이 났다. 처음 가게에 데려와 국밥을 먹이던 날. 허겁지겁 먹다가 사레가 들려 켁켁대던 녀석의 등을 두드려주었지. 그때 녀석이 나를 올려다보던 그 눈빛.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간절하게 온기를 갈구하던 그 눈빛. 그게 연기가 아니었음을 나는 안다.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아버지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아주머니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주머니가 누구 때문에 가족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며 사셨는지. 제 아버지가 아주머니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2년 전. 민재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밤늦게 들어오기 시작했던 그 시기. 나는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녀석이 방황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홀로 지옥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엄마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일 밤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도망쳤어야 했습니다. 당장 아주머니 눈앞에서 사라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겁했습니다.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이, 저를 보며 웃어주는 그 얼굴이 너무 좋아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살인자의 자식 주제에, 감히 피해자의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저 같은 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편지 곳곳에 물방울 자국이 번져 있었다. 민재의 눈물자국이었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말을 했어야지!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소리쳐도 대답 없는 방 안에 내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왜 혼자 감당했어. 왜 혼자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 앓았어. 네가 강성훈의 아들이면 뭐. 그게 네 죄야? 네가 죽였어?

하지만 내 마음속 다른 한구석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속삭였다. ‘정말 괜찮아? 놈의 핏줄이야. 네 남편과 딸을 죽인 놈이랑 똑같은 피가 흐른다고. 놈의 얼굴을 봐. 저 사진 속 남자의 눈매가 민재랑 닮았잖아.’ 나는 소름이 끼쳐 사진을 바닥에 내던졌다.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그 혐오감을 느끼는 내 자신이 더 혐오스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새끼였는데.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이었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니 더러운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남이 되어버리는 건가? 이게 가족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펼쳤다. 잔액 8천만 원. 20살짜리 아이가 2년 만에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입금 내역을 훑어보았다. 건설 현장, 야간 택배, 임상 시험 아르바이트… 그리고 최근 몇 달간 찍힌 이름 모를 수산 회사들.

“이 돈은 제 목숨값입니다. 아버지가 저를 협박해서 뜯어가려던 돈, 제가 몸 부서져라 일해서 지켰습니다. 아주머니 노후 자금으로 써주세요. 제발… 이 더러운 돈이라도 받아서 편하게 사세요. 저는 이제 사라지겠습니다. 다시는 아주머니 눈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엄마… 사랑했습니다.”

편지는 거기서 끝났다. 통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목숨값. 녀석은 정말로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어 이 돈을 만든 것이다. 나에게 빚을 갚기 위해. 살인자 아버지의 죄를 대신 씻기 위해. 녀석의 닳고 닳은 운동화가 떠올랐다. 밴드 투성이인 손이 떠올랐다. 내가 잠들면 몰래 내 허리에 파스를 붙여주던 그 따뜻한 손길이 떠올랐다.

“아아아아악!”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민재야. 민재야! 네가 강성훈 아들이면 어때. 네가 내 아들인데. 10년 동안 내 아들이었는데! 누가 너더러 갚으래. 누가 너더러 사라지래! 나는 편지를 가슴에 품고 바닥을 뒹굴었다. 통곡이 멈추지 않았다. 억울해서, 분해서, 그리고 녀석이 너무 불쌍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때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세요? 김한솔 씨 계십니까?”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 경찰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현관으로 기어갔다. 문을 열자 제복 입은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세요?” 내 목소리는 갈라져서 쇳소리가 났다. “강민재 씨 보호자 되시죠?” “네… 네, 제가 엄마예요. 우리 민재 왜요? 찾았나요?” 경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모자를 고쳐 썼다. “해양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새벽, 동해항에서 출항한 오징어잡이 배가 풍랑을 만나 전복되었습니다.”

세상이 멈췄다. 바람 소리도, 경찰의 입 모양도, 시계 초침 소리도 모든 것이 정지했다. “네…?” “탑승자 명단에 강민재 씨가 있습니다. 현재 실종 상태입니다. 수색 중이나 기상 악화로…”

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그대로 현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편지가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안 돼. 안 돼, 민재야. 도망친다며. 사라진다며. 죽는다고는 안 했잖아. 아직 미역국도 못 먹었잖아. 아직 엄마가 너한테 새 신발도 못 사줬잖아.

“아악! 민재야! 안 돼! 가지 마! 내 아들 살려내! 내 아들 내놔!”

나는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부짖었다. 목구멍에서 피 맛이 났다. 12년 전, 남편과 딸을 잃었던 그날처럼. 하늘은 또다시 나의 모든 것을 뺏어가려 하고 있었다. 이번엔 뺏길 수 없다. 절대로. 설령 지옥 끝까지 쫓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살인자의 자식이든 뭐든 상관없다. 놈은 내 아들이다.

의식이 흐려졌다. 차가운 현관 바닥의 냉기가 뺨에 닿았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닥에 떨어진 민재의 편지. [엄마… 사랑했습니다.] 그 글자가 눈물에 번져 검게 얼룩지고 있었다. 나는 어둠 속으로,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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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1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얀 천장, 하얀 이불, 그리고 내 팔에 꽂힌 투명한 수액 줄.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꿈인가? 그래,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 분명하다. 민재가 사라지고, 편지를 남기고, 배가 뒤집혔다는 그 끔찍한 이야기들.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 민재가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안도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어이구,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옆집에 사는 슈퍼 아줌마였다. 그녀의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한솔 엄마, 기억나? 경찰들이 왔었잖아. 쓰러져서 내가 119 불렀어. 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꿈이 아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현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민재. 내 아들. 실종. 사고. 그리고… 살인자의 아들.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나 나를 덮쳤다. 나는 거칠게 링거 바늘을 뽑아버렸다. 핏방울이 튀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솔 엄마! 왜 이래! 누워 있어!” “비켜. 비켜요. 가야 돼. 우리 민재한테 가야 돼.” “지금 어딜 가!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경찰들이 연락 준다고 했어. 기다려 봐.” “기다리긴 뭘 기다려! 내 새끼가 물속에 있다는데! 그 차가운 물속에서 엄마 찾고 있을 텐데 내가 어떻게 누워 있어!”

나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병실을 뛰쳐나갔다. 복도를 달리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람들이 미친 여자 보듯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동해. 바다로 가야 한다.

집에 들러 짐을 챙길 새도 없었다. 아니, 짐 따위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가게로 향했다. 가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텅 빈 주방. 민재가 늘 서 있던 그 자리. 나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 한 장을 꺼내 가게 문에 붙였다.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쉽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했다. 12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열었던 가게였다. 남편과 딸을 보내고 나서도, 죽지 못해 살기 위해 문을 열었던 가게였다. 그런데 오늘, 나는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민재를 위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눈발이 거세게 날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왜 오늘인가. 왜 하필 민재 생일날, 하늘은 이렇게 잔인하게 눈을 뿌리는가. 터미널 매표소 앞에 섰다. “동해… 동해항 가는 표 주세요. 제일 빠른 걸로요.” 내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지금 눈이 많이 와서 고속도로 상황이 안 좋은데요. 5시간은 걸릴 겁니다.” “상관없어요. 주세요. 제발 빨리요.”

표를 받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은 히터 열기로 후끈했지만, 나는 뼛속까지 시려왔다. 맨 뒷좌석에 처박혀 창밖을 내다봤다. 버스가 출발하자, 참았던 오열이 터져 나왔다. 입을 틀어막아도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해진 편지를 다시 꺼냈다. 민재의 편지. 그리고 그놈의 사진.

사진 속 강성훈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12년 전, 그날 밤. 음주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들이받았던 놈. 피투성이가 된 남편과 뒷좌석에서 울던 내 딸을 내버려 두고 뺑소니를 쳤던 짐승만도 못한 놈.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던 그 얼굴. 죽이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다면 물어뜯어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 놈의 아들이라고? 민재가?

사진 속 남자의 눈매와 민재의 눈매가 겹쳐 보였다. 소름이 끼쳤다. 부정하고 싶어도,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듯 너무나 닮아 있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지난 10년, 내가 놈의 자식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사랑을 줬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내 남편과 딸의 원수를 갚기는커녕, 그 원수의 핏줄을 키워냈다니. 하늘에 있는 남편과 딸이 나를 보고 얼마나 원망할까. ‘미쳤어. 김한솔, 너 미친 거야.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자책감이 칼날이 되어 가슴을 후벼 팠다. 민재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증오스러웠다. 왜 하필 너냐고. 세상에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왜 하필 네가 내 앞에 나타났냐고. 나를 속인 거야. 10년 동안 나를 감쪽같이 속이고, 내 동정심을 이용한 거야.

하지만. 그 증오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버스 차창에 비친 내 얼굴 위로, 민재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엄마, 힘들지? 내가 할게. 엄마는 들어가서 쉬어.” “엄마, 이거 드세요. 고기 맛있다.” “엄마, 아프지 마.” 민재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했다. 녀석의 손은 언제나 거칠었지만 따뜻했다. 녀석의 등은 언제나 넓고 듬직했다. 놈의 핏줄이라고? 살인자의 유전자라고? 웃기지 마라. 유전자가 뭐 대수인가. 피가 뭐 그리 대단한가. 민재를 만든 건 강성훈의 정자가 아니다. 민재를 키운 건 내가 끓인 곰탕 국물이고, 내가 퍼준 밥이고, 내가 잔소리하며 입혀준 옷이다. 녀석의 뼈와 살은 내가 만든 것이다. 그러니 녀석은 내 자식이다.

“나쁜 놈…” 나는 사진을 북북 찢어버렸다. 강성훈의 얼굴이 조각조각 나 바닥에 흩어졌다. 하지만 편지는 찢지 못했다. 가슴에 꼭 껴안았다. “누가 너더러 갚으래… 바보 같은 놈아. 죄는 지은 놈이 받는 거지, 왜 네가 받아. 왜 네가 그 어린 나이에 십자가를 져.” 가슴이 미어졌다. 2년 동안 녀석이 겪었을 지옥을 생각하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자기 아버지가 엄마의 원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녀석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가 자기를 버릴까 봐, 경멸할까 봐 얼마나 떨었을까. 그래서 도망친 거다. 그래서 죽으러 간 거다. 나를 위해서.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내가 허락 안 했어.” 나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버스는 눈보라를 뚫고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마치 내 인생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5시간이 50년처럼 느껴졌다. 동해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바닷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살을 에는 추위였지만 나는 택시 승강장으로 뛰었다. “항구로 가주세요. 사고 난 배… 가족 대기소로요.”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나를 힐끔 보더니 말없이 차를 몰았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새벽 동해상에서 전복된 오징어잡이 배의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인해 해경 경비함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며…] “꺼요! 끄라고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기사가 놀라서 라디오를 껐다. 정적이 흘렀다. 죄송하다는 말을 할 힘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밖을 내다봤다. 검은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 차가운 물속에 민재가 있다.

항구에 도착하자,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천막이 쳐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울부짖는 소리, 고함을 치는 소리,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유가족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인파를 헤치고 상황실 천막으로 들어갔다. “생존자 명단! 생존자 명단 어디 있어요!” 해경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막어섰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신원 확인 먼저 하겠습니다. 탑승자 누구 가족이십니까?” “강민재. 강민재요! 스무 살 남자애!” 직원이 명단을 훑어내려 갔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제발. 제발.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내 목숨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강민재 씨…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실종이 뭐? 못 찾았다는 거야? 배 안에 있다는 거야? 네?” “현재 구조된 분들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나머지 분들은 수색 중입니다. 파도가 너무 높아서 잠수부 투입이…” “거짓말! 다 거짓말이야! 빨리 들어가서 건져내! 내 아들 추위 많이 탄단 말이야! 물 차갑다고!” 나는 직원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힘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직원 두 명이 달려들어 나를 떼어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아악! 민재야! 엄마 왔다! 민재야!” 나는 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목소리가 찢어져 피가 나올 것 같았다. 주변에 있던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나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에도 똑같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주머니, 정신 차리세요. 이러다 쓰러져요.” 고개를 들어보니 앳된 얼굴의 여순경이었다. 그녀가 따뜻한 캔커피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손이 덜덜 떨려 커피를 다 쏟을 뻔했다. “구조될 거예요. 아직 희망 있어요. 배 안에 에어포켓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고…” 희망. 그 단어가 이렇게 잔인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희망 고문. 차라리 시신이라도 찾았다고 해라. 이 막막한 기다림보다는 낫겠다. 아니, 아니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팔다리 하나 없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라.

나는 비틀거리며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었고, 경찰들이 막고 있었다. 나는 통제선 앞에 서서 칠흑 같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집채만 하게 일렁이며 방파제를 때리고 있었다. 콰아앙! 콰아앙! 마치 바다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네 아들은 내가 삼켰다. 절대 돌려주지 않겠다.’ “야 이 나쁜 놈들아! 돌려내! 내 아들 돌려내!”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바람 소리에 내 목소리는 금세 묻혀버렸다.

그때,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방파제 구석, 파도에 밀려와 바위 틈에 끼어 있는 무언가. 검은색 물체였다. 나는 홀린 듯 통제선 밑으로 몸을 숙여 들어갔다. “어머니! 거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경찰의 고함 소리가 들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나는 미친 듯이 바위 쪽으로 기어갔다. 파도가 내 몸을 덮쳤다.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적셨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물에 퉁퉁 불어버린, 한 짝의 운동화였다. 낡고 뒤축이 다 닳아버린, 시장통 싸구려 운동화. 어제 아침, 내가 가게에서 “갖다 버려!”라고 소리쳤던 바로 그 신발이었다. 신발 안쪽에는 유성 매직으로 희미하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강민재]

“아…”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민재다. 민재 신발이다. 이게 왜 여기 있어. 넌 어디 가고 신발만 여기 있어. 나는 젖은 운동화를 가슴에 품고 주저앉았다. 신발에서 바다 냄새와 함께 녀석의 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꼬질꼬질하고 땀에 쩐 냄새.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냄새. “민재야… 추웠지? 신발도 없이 얼마나 추웠어.” 나는 운동화에 볼을 비비며 울었다. 눈물이 바닷물과 섞여 짠맛이 났다. “엄마가 미안해. 신발 사준다고 해놓고… 결국 이거 하나 못 사주고…”

파도가 나를 집어삼킬 듯이 들이닥쳤다. 누군가 내 허리를 낚아채 뒤로 끌어당겼다. “위험하다니까요! 정신 좀 차리세요!” 경찰들이 나를 강제로 끌어냈다. 나는 발버둥 쳤다. “놔! 놓으라고! 우리 민재 저기 있단 말이야! 신발 찾으러 올 거란 말이야!” 끌려나가는 내 손에는 낡은 운동화 한 짝이 생명줄처럼 들려 있었다. 그 밤, 나는 대기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젖은 운동화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또 말렸다. 녀석이 돌아오면 신겨줘야 했다. 발이 시리지 않게, 따뜻하게 데워놔야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희망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구조 소식은 없었다. 대신 시신 인양 소식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때마다 천막 안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귀를 막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차례가 올까 봐 무서웠다. 그때,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 시간에 누구지? 혹시 병원인가? 생존자 소식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김한솔 씨 되십니까?” 걸걸하고 탁한 목소리. 술에 쩐 듯한 목소리. 하지만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2년 전 법정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강성훈. 민재의 친부. 내 남편과 딸을 죽인 살인마.

“누구세요.” “나야. 애 아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놈이 왜 나한테 전화를? “내 아들… 민재, 죽었습니까?” 놈의 목소리에는 슬픔이라곤 한 톨도 묻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과 탐욕이 섞여 있었다. “뉴스를 봤는데 말이야. 그놈이 내 앞으로 보험을 들어놨거든? 사망 보험금 말이야. 혹시 시신 찾으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 당신이 보호자 행세하지 말고.”

뚜둑.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험금을 논해? 그것도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했던 주제에? 나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났다. 슬픔은 순식간에 살의로 바뀌었다. 그래. 잘 걸렸다. 민재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젖은 몸을 일으켰다.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기다려라. 강성훈. 내 아들이 너 때문에 죽으러 갔다면, 나는 너를 죽여서라도 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다. 나는 대기소를 나섰다. 어둠 속에서 나는 더 이상 힘없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새끼 잃은 어미 짐승의 분노가 밤바다보다 더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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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2

택시가 멈춘 곳은 항구 뒷골목의 허름한 여인숙 앞이었다. 간판 불은 반쯤 나가 있었고, 입구에는 쓰레기봉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썩은 냄새가 났다. 강성훈, 그 작자는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 숨어 있었다. 아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이 순간에도, 제 목숨값을 챙기기 위해. 나는 택시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허둥지둥 내렸다. 손에 쥐어진 젖은 운동화가 내 유일한 무기였다. 이 신발로 그 놈의 낯짝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여인숙 카운터에는 늙은 주인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다짜고짜 장부를 뒤졌다. “강성훈. 203호.” 주인이 놀라서 깼지만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복도. 203호 앞. 안에서 TV 소리와 남자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웃음소리? 아들이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웃어?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나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쾅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 풍경은 가관이었다. 바닥에는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고, 런닝셔츠 차림의 사내가 침대에 누워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야! 누구야 당신!”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그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살이 찌고 머리가 벗겨졌지만, 그 비열한 눈매는 그대로였다. 내 남편과 딸을 죽이고 도망쳤던 그 눈. 법정에서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던 그 눈. 강성훈이었다.

나는 말없이 다가가 녀석의 뺨을 올려붙였다. 짝! 날카로운 파열음이 방 안에 울렸다. 손바닥이 얼얼했다. “이 미친 여자가! 돌았나!” 강성훈이 욕설을 퍼부으며 내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놈이 멈칫했다. 나는 놈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나야. 김한솔.” “김… 한솔?” 놈이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그러다 입을 딱 벌렸다. “설마… 12년 전 그…?” “그래. 네놈이 차로 밀어 죽인 남자의 아내. 네놈이 짓밟은 아이의 엄마.”

강성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가 싶더니, 이내 뻔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씨… 재수 없게 여기서 마주치네. 아니, 근데 아줌마가 왜 여기 있어? 민재 보호자라면서?” “닥쳐. 그 더러운 입에 민재 이름 올리지 마.” 나는 젖은 운동화를 놈의 면상에 던졌다. 젖은 신발이 퍽 소리를 내며 놈의 가슴팍을 때리고 떨어졌다. “이게 뭐야. 냄새나게.” “네 아들 신발이다. 차가운 바다에서 이것만 남기고 사라졌어. 그런데 넌 여기서 술 처먹고 웃고 있어? 네가 사람이냐? 짐승도 제 새끼 죽으면 울어.”

강성훈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운동화를 발로 툭 찼다. “누가 죽으래? 지가 돈 벌겠다고 기어 나간 걸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아줌마, 말은 똑바로 합시다. 걔 내 아들 아니야. 나 감옥 갔을 때 지 엄마 죽었다고 고아원 기어들어간 놈이야. 내가 키워준 적도 없는데 무슨 아비 노릇을 바라?” “그럼 보험금은 왜 탐내! 키워준 적도 없으면서 보험금은 왜 네 놈 앞으로 해놨어!” 내 고함소리에 강성훈이 귀를 후비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소주병을 들어 병나발을 불었다. 꼴깍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역겨웠다.

“그거야 걔가 지 발로 찾아와서 해준 거야. 2년 전에 내가 좀 찾아갔지. 돈 좀 내놓으라고. 안 그러면 너 키워준 그 국밥집 여자한테 다 불어버린다고 했지. 네 애비가 살인자라고. 네가 그 여자 원수 새끼라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뭐라고…?” “그랬더니 놈이 사색이 돼서 빌더라. 제발 엄마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자기가 돈 벌어서 다 갚겠다고. 그래서 내가 각서 썼지. 1억. 1억 가져오면 영원히 사라져 주겠다. 그리고 혹시 뒤지면 사망 보험금 나한테 오게 해놔라. 그게 조건이었어.”

강성훈이 킬킬거렸다. 악마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근데 이 새끼가 진짜로 배를 탈 줄은 몰랐네. 독한 놈. 역시 내 피를 받아서 독해. 사람 죽이는 피가 어디 가겠어?” “그만해…” “왜? 아줌마도 걔가 무섭지 않아? 살인자 자식이랑 10년을 살았는데 안 끔찍해? 내가 아줌마였으면 걔 밥에 독이라도 탔을 텐데.”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 들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빈 소주병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병으로 저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리면 끝난다. 내 원수도 갚고, 민재의 원수도 갚는 거다. 세상에 저런 쓰레기는 살려둘 필요가 없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만 한다. 나는 병을 높이 치켜들었다. “죽어. 너 같은 건 살 가치도 없어. 죽어!”

강성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뒷걸음질 쳤다. “어, 어? 아줌마 왜 이래! 살인 나! 이거 놔!” 나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 구석으로 처박혔다. 나는 병을 내리꽂으려 했다. 놈의 정수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12년의 한이, 민재의 고통이 내 손끝에 모였다. 그런데. 멈췄다.

허공에서 내 손이 멈췄다. 눈앞에 민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엄마, 사람 미워하면 안 돼. 미워하면 마음이 지옥이래.’ 녀석이 언젠가 내게 했던 말. 술에 취해 세상을 저주하던 내 등을 두드리며 해주던 말. 그리고 아까 본 편지의 내용. ‘제가 사라지겠습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지금 이 놈을 죽이면, 나는 살인자가 된다. 민재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평범한 엄마’가 아니라, ‘살인자 엄마’가 되는 것이다. 민재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서 나를 지옥에서 꺼내주려 했다. 원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려 했다. 그런데 내가 내 손으로 다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다면? 민재의 희생은 물거품이 된다. 녀석의 사랑을 내 손으로 더럽히는 꼴이 된다.

“으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소주병을 벽에 던졌다. 와장창!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성훈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비겁한 놈. 저런 놈을 무서워해서 민재가 그 고생을 했다니. 저런 놈 때문에 내 아들이…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때릴 가치도 없었다. 죽일 가치도 없었다.

“잘 들어. 강성훈.” 내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옥 밑바닥에서 긁어 올린 듯한 목소리였다. “민재는 네 아들이 아니야. 살인자의 피? 웃기지 마. 그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착한 아이야. 너 같은 쓰레기랑은 차원이 달라.” 강성훈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헐떡거렸다. “그리고 돈? 1억? 꿈 깨. 민재가 죽으면 보험금은 한 푼도 네 놈한테 안 가.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법정 소송을 하든, 내가 이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든, 너한테는 십 원 한 장 안 가게 할 거야.” “그, 그게 무슨…” “대신 빌어. 지금부터 매일매일 빌어. 민재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만약 내 아들이 잘못되면… 그때는 내가 널 죽이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 죽고 싶게 만들어줄 테니까. 12년 전엔 내가 힘이 없어서 당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 잃을 거 없는 늙은이야. 명심해.”

나는 놈을 쓰레기처럼 내팽개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민재의 운동화를 다시 집어 들었다. 흙탕물이 묻어 있었다. 나는 옷소매로 신발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기다려, 민재야. 엄마가 갈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등 뒤에서 강성훈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 짖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무서울 게 없었다. 나는 이제 민재의 엄마니까. 엄마는 강하니까.

여인숙을 나오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때렸다. 머리가 맑아졌다. 분노가 빠져나간 자리에 더 단단한 결의가 채워졌다. 항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눈보라가 잦아들고 있었다. 하늘 저편에서 희미하게 동이 트고 있었다. 항구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웅성거림이 더 커졌고, 무전기 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상황실로 달렸다. “무슨 일이에요? 찾았나요?” 아까 그 여순경이 나를 보고 달려왔다. 표정이 묘했다. 기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 “어머니! 오셨군요. 방금 해경 경비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살았어요? 우리 민재 살았어요?” “그게… 사고 해역 근처 무인도에서 생존자 신호가 잡혔대요. 연기를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무인도. 연기. 민재다. 녀석은 어릴 때부터 캠핑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 생존 지식이 풍부했다. 분명 민재일 것이다. 아니, 민재여야만 한다. “지금 헬기가 떴습니다. 30분이면 도착할 거예요.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살아있다. 살아있을 수 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절을 했다. 누구에게인지도 모를 감사의 절을 올렸다.

30분이 30년 같았다. 드드드드드.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검은 점이 점점 커지더니 헬기의 형체가 드러났다. 하얀색 해양 경찰 헬기. 헬기가 착륙장에 내려앉았다. 프로펠러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고, 들것이 내려졌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나도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달렸다. 들것 위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담요를 덮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민재야!” 나는 들것으로 달려들었다. 구급 대원이 나를 제지했다. “보호자분, 지금 환자 상태가 위독합니다. 비켜주세요!” 위독하다. 그 말이 내 귀를 때렸다. 담요 사이로 삐져나온 손이 보였다. 하얗게 질려 퉁퉁 부은 손. 손가락 마디마디에 박힌 굳은살. 그리고 손등에 붙어 있는, 며칠 전 내가 붙여준 밴드. 물에 불어 너덜너덜해졌지만, 분명 내가 붙여준 그 밴드였다.

“민재야!”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맥박이 뛰고 있었다. 살아있다. 내 새끼가 살아있다.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찰나, 녀석의 감은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의식은 없어도 엄마 목소리를 들은 걸까. “엄마 여기 있어. 민재야, 엄마 안 떠나. 엄마 여기 있어.” 나는 구급차에 올라탔다. 녀석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바위에 긁힌 듯한 열상들이 참혹했다. 이 몸으로 그 차가운 바다를 견뎌냈다니. 살아서 엄마에게 돌아오려고 그 고통을 참아냈다니.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했다. 나는 민재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입김을 불어넣었다. “따뜻해져라. 따뜻해져라. 우리 아들 춥지 않게.” 문득, 주머니 속의 편지가 바스락거렸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자백이 담긴 편지. 나는 민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민재야. 엄마는 편지 같은 거 못 봤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우리 민재가 돈 벌러 갔다가 사고 난 거야. 그러니까… 깨어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밥 먹자. 엄마가 갈비탕 끓여줄게. 깍두기 많이 줄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녀석의 뺨 위로 떨어졌다. 그때였다. 민재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을 살짝 긁었다. 아주 미약한 움직임이었지만 분명했다. 녀석이 대답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손을 얼굴에 비비며 소리 죽여 울었다. 강성훈의 협박도, 세상의 시선도, 그 어떤 비극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우리는 피보다 더 진한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내 아들. 다시는 놓지 않으리라.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신은 우리에게 시련을 다 주지 않으셨던 걸까. 구급차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저체온증이 심각합니다!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어요! 제세동기 준비해!” 민재의 몸이 펄쩍 튀어 올랐다. 심전도 모니터에서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안 돼… 안 돼!” 내 외침은 분주한 의료진들의 고함소리에 묻혔다. 응급실 문이 닫히고, 나는 또다시 차가운 복도에 남겨졌다. 손에 남은 민재의 냉기가 내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죽음과의 싸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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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3

수술실 앞의 빨간 불. 그것은 멈춰버린 신호등 같았다. 내 인생이 저 불빛 하나에 묶여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복도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기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바닥 타일의 무늬만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상상들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식물인간, 뇌사, 그리고 죽음. 고개를 저어 그 생각들을 떨쳐내려 했지만, 끈적한 공포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보호자분.”

수술실 문이 열리고 초록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왔다. 마스크를 내리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지쳐 보였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다리가 휘청거려 의자를 짚어야 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요? 살았나요?” 의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짧은 침묵이 내 목을 졸랐다. “수술은 끝났습니다. 다행히 고비는 넘겼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다음 말에 내 심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 심각합니다. 무엇보다 뇌 쪽으로 산소 공급이 잠시 중단되었던 터라, 의식이 언제 돌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오늘 밤이 중요합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말은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자격이 없었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내가 평생 업고 다니고, 밥을 씹어서 먹여주면 된다. 녀석이 10년 동안 나를 지켰으니, 남은 평생은 내가 녀석을 지키면 된다.

중환자실 면회 시간은 하루에 딱 두 번, 30분씩이었다. 나는 무균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녀석의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온갖 기계 장치들이 녀석의 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삐- 삐- 삐-.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녀석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민재의 얼굴은 처참했다.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이, 찢어진 입술, 산소 호흡기에 가려진 코.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얼굴이 아니었다.

이불 밖으로 나온 녀석의 팔과 어깨였다.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배에서 긁힌 상처들뿐만이 아니었다. 오래된 흉터들. 담배빵 자국 같은 화상 흔적, 날카로운 것에 베인 자국, 무거운 것에 눌려 멍들었다가 색소침착이 된 자국들. 지난 2년. 녀석이 ‘친구 집에서 잔다’, ‘도서관에서 밤샘한다’고 했던 그 시간들 동안, 녀석의 몸에는 하나둘씩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새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팔뚝에 있는 긴 흉터를 쓰다듬었다. “이 미련한 놈아… 이게 다 뭐니.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다 긁힌 걸까. 아니면 강성훈 그 인간한테 맞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험한 뱃일을 하다가 다친 걸까. 이 모든 상처가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건 흉터가 아니었다. 이건 영수증이었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내 행복을 사기 위해 녀석이 온몸으로 지불한 피의 영수증이었다.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 엄마가 눈이 멀었었나 봐. 네가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맨날 돈 아끼라고 잔소리만 하고…” 눈물이 마스크를 적셨다. 녀석의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박인 투박한 손. 나는 녀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민재야. 일어나. 일어나서 엄마한테 화내. 왜 몰라줬냐고, 왜 나 혼자 힘들게 했냐고 대들기라도 해. 제발… 이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그때, 중환자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내 아들이라니까! 보호자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해!” 익숙한 목소리. 끔찍한 목소리. 강성훈이었다. 이 인간이 기어이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나는 민재의 손을 이불 속으로 곱게 넣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을 닦았다. 내 아들이 누워 있는 이 신성한 곳에 저 더러운 인간을 들이게 할 순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중환자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는 강성훈이 간호사의 멱살을 잡고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술 냄새가 진동했다. “환자 안정 취해야 한다고요! 나가세요!” “야, 내가 쟤 애비야! 애비가 자식새끼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겠다는데 니들이 뭔데 막아!” “그 손 놔.” 내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강성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어? 여기 있었네? 아줌마. 쟤 살았어? 죽었어?” 그의 눈은 걱정이 아니라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민재의 생사보다, 보험금이 날아갔는지 아닌지가 더 궁금한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살았어. 그러니까 넌 땡전 한 푼 못 받아.” 강성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칫. 명질도 기네. 독한 놈.” 그는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야, 그럼 병원비는 어쩔 거야? 쟤 무보험일 텐데. 나한테 청구하지 마라. 난 돈 없다.” “걱정 마. 내 집을 팔아서라도 낼 테니까. 대신, 네 놈은 지금 당장 꺼져. 다시는 민재 앞에 나타나지 마.”

“허, 참나. 아줌마, 웃기지 마. 내가 법적 친권자야. 쟤 깨어나면 내가 데려갈 거야. 가서 뱃일을 시키든 콩팥을 팔든 내 마음이야. 키워준 값은 뽑아야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악마의 배설물이었다. 주변에 있던 환자 가족들이 경악하며 쳐다봤지만, 강성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나는 강성훈의 뺨을 있는 힘껏 올려붙였다. 아까 여인숙에서보다 더 세게. 짝 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야! 이 미친!” 강성훈이 손을 들어 나를 때리려 했다.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놈을 노려봤다. “쳐 봐. 쳐! 치는 순간 넌 바로 경찰서행이야. 그리고 내가 다 불어버릴 거야. 네가 2년 동안 민재 협박해서 돈 뜯어낸 거. 공갈 협박, 갈취. 싹 다 집어넣어서 다시는 감옥 밖으로 못 나오게 해줄 거야.” 강성훈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증… 증거 있어?” “증거? 민재 통장 내역, 네가 보낸 문자 메시지, 그리고 네가 쓴 각서. 민재 짐 속에 다 있더라. 경찰에 넘길까? 아니면 지금 여기서 죽여줄까?”

물론 거짓말이었다. 각서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놈은 겁을 먹었다. 죄지은 자의 본능적인 공포. 내가 잃을 게 없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지금 민재 외에는 잃을 게 없었다. 강성훈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두고 봐. 쟤 깨어나면 내가 가만 안 둬.” “다시 오면 그땐 내가 너 죽여. 농담 아니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과도(과일 깎으려고 가져온)를 꽉 쥐었다. 주머니 겉으로 날카로운 날이 느껴졌다. 강성훈은 내 살기를 감지했는지 욕설을 중얼거리며 황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졌다. 나는 벽에 기대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무서웠다. 놈이 무서운 게 아니라, 민재가 깨어난 후 겪어야 할 세상이 무서웠다. 저런 아버지를 둔 운명. 살인자의 핏줄이라는 꼬리표. 민재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세상은 녀석을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막을 것이다. 내 온몸으로 막을 것이다. 나는 다시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민재를 바라보았다. “걱정 마, 민재야. 저런 놈은 아빠도 아니야. 네 가족은 나야. 엄마가 다 막아줄게.”

밤이 깊었다. 병원 복도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적막이 찾아왔다.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쪽잠을 청했다. 잠이 올 리 없었다. 눈을 감으면 차가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민재의 모습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 깨기를 반복했다. 새벽 3시쯤 되었을까. 간호사가 급하게 대기실로 뛰어왔다. “강민재 환자 보호자분! 지금 빨리 중환자실로 오세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신발도 짝짝이로 신은 채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잘못됐나요?” “환자가… 의식이 돌아오려고 해요. 발작을 일으키고 있어서 진정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보호자분을 찾고 있어요.”

중환자실로 들어가니 민재가 침대 위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눈은 감은 채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고 있었다. 기계들이 요란하게 경고음을 울렸다. “안 돼… 안 돼… 으으으…” 녀석이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잡지 마세요. 움직이지 못하게만 하세요.” 의사의 지시에 간호사들이 녀석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나는 녀석의 머리맡으로 가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민재야! 엄마야! 괜찮아, 여기 병원이야!”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민재의 몸부림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곧이어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은,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오지 마세요…” 녀석은 감은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엄마… 오지 마세요… 저한테 오면 안 돼요… 저 더러워요… 살인자 아들이에요…” 무의식 속에서도 녀석은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마… 나 때문에 엄마 불행해져… 제발 도망가세요…”

그것은 녀석이 10년 동안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진심이었다. 나를 사랑해서,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나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 처절한 고백. 나는 녀석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아니야! 아니라고! 넌 내 아들이라고! 누가 더럽대! 넌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내 새끼야!” 내 눈물이 녀석의 얼굴 위로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 민재야. 엄마가 미안해. 그런 생각 하게 해서 미안해. 제발… 제발 그만해…”

진정제가 투여되고, 민재의 몸부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녀석은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가에는 여전히 물기가 맺혀 있었고, 미간은 고통스럽게 찌푸려져 있었다. 나는 녀석의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맹세했다. 이 아이의 기억을 바꿔놓으리라.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이 아이의 머릿속을, 내가 주는 사랑으로 다시 채우으리라. ‘살인자 아들 강민재’가 아니라, ‘국밥집 아들 강민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리라.

창밖으로 어스름하게 동이 트고 있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우리 모자의 폭풍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과거와의 전쟁. 운명과의 전쟁. 나는 민재의 손을 꽉 잡았다.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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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4

일주일이 지났다. 민재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기적 같은 회복력이라고 의사들은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녀석의 끈질긴 생명력이 아니라, 죽지 못한 자의 형벌처럼 느껴졌다. 녀석은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고, 밥을 떠먹여 주려 하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살아있지만 죽어 있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만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병실 창밖으로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유난히 처량했다. 나는 깎아놓은 사과가 갈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민재야. 한 입만 먹자. 응? 너 좋아하는 사과잖아.” 민재는 대답 대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제발… 엄마 좀 봐줘. 엄마가 뭐 잘못했니? 살았으면 산 사람답게 굴어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답답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했으면 좋겠는데, 저렇게 시위하듯 침묵하는 것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그때,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세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입을 뗀 것이었다. 목소리는 거칠고 갈라져 있었다. “뭐…?” 민재가 이불을 확 걷어냈다. 퀭한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서려 있었다. “가시라고요. 왜 여기 계세요? 편지 읽으셨잖아요. 다 아시잖아요!”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목에 핏대가 섰다. “제가 누군지 알면서… 제 아비가 누군지 알면서… 어떻게 제 옆에서 사과를 깎아요? 소름 끼치지도 않으세요? 징그럽지도 않으세요?”

“강민재!” “제 이름 부르지 마세요! 전 강민재가 아니에요. 전 살인자 아들 강도윤이에요! 10년 동안… 10년 동안 제가 아주머니 속이고 연기한 거라고요!” 민재는 링거 바늘이 꽂힌 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혈관이 터져 피가 역류했지만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그 돈, 보험금… 그거 아주머니 드리고 죽으려고 했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니까! 근데 왜 살렸어요? 왜 살려서 저를 또 지옥에 가둬요?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두지!”

녀석이 울부짖었다.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2년 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고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요! 나 같은 건 죽어야 돼… 우리 아빠가 아주머니 가족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내가 뻔뻔하게 어떻게 살아…” 녀석은 발버둥 치며 내 품을 벗어나려 했다. 나는 녀석을 침대로 밀어붙이고 꽉 껴안았다. 녀석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듣기 싫어! 닥쳐! 누가 죽어! 네가 왜 죽어!” “놓으세요… 제발 가세요… 아주머니 얼굴 못 보겠어요… 죄송해서… 너무 죄송해서 숨을 못 쉬겠어요…” 민재의 저항이 약해졌다. 녀석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뜨거운 눈물이 내 옷을 적셨다.

나는 녀석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퍽, 퍽 소리가 나도록. “나쁜 놈. 독한 놈. 미련한 놈.” 때리는 내 손이 더 아팠다. “죄송하면 살아서 갚아. 죽어서 돈 몇 푼 던져주지 말고, 살아서 내 옆에서 평생 갚아. 매일 아침 가게 문 열고, 매일 밤 내 어깨 주무르면서 그렇게 갚아. 그게 벌이야. 도망가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게 네 벌이라고.” 민재는 대답 없이 꺼이꺼이 울기만 했다.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20살 청년이 아니라, 10년 전 그 눈 오는 골목길에서 떨던 10살 꼬마로 돌아가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고 꼬깃꼬깃해진 편지를 꺼냈다. “잘 봐.” 치익. 불꽃이 일었다. 나는 편지 귀퉁이에 불을 붙였다. 종이가 검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민재가 놀라서 끄려 했지만 내가 막았다. 편지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 병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건 이제 없는 거야. 네가 쓴 편지, 네가 가진 비밀, 네 아비라는 작자… 다 불타서 없어진 거야. 내 기억 속에도 없고, 네 기억 속에도 없는 거야.”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났다. 나는 바닥에 남은 재를 발로 문대버렸다. “지금부터 너는 그냥 강민재야. 한솔 갈비탕집 아들. 내 아들. 알았어?”

민재는 멍하니 바닥의 검은 자국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병실 밖이 시끄러워졌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찰 무전기 소리가 들려왔다. “강성훈 씨! 당신을 협박 및 갈취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거 놔!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아들 병문안 온 게 죄야?” 익숙한 목소리. 강성훈이었다. 녀석이 또다시 병원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당신 아들이 제출한 증거가 확보됐어요. 통장 거래 내역이랑 협박 문자 다 나왔으니까 가서 조사받으시죠.” “아, 아니 그건 쟤가 효도한다고 준 용돈이라니까! 야! 강민재! 너 나와 봐! 아들놈이 애비를 고소해? 천하에 패륜아 같은 놈!”

강성훈의 고함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민재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공포. 그것은 조건반사적인 공포였다. 나는 민재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듣지 마. 안 들어도 돼.” 나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엄마가 신고했어. 경찰에 네 통장이랑 문자 다 넘겼어. 저 인간, 이제 못 나와. 아주 오랫동안 감옥에서 썩을 거야.” 민재의 눈이 커졌다. “엄마가…?” “그래. 내가 했어. 내 아들 괴롭히는 놈은, 그게 누구든 내가 가만 안 둬. 신이라도 용서 안 해.”

밖에서 강성훈이 끌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놔! 억울해! 두고 봐!”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긴 악몽이 끝나는 소리였다. 민재의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녀석은 털썩 베개 위로 쓰러졌다. 나는 다시 녀석의 귀에서 손을 뗐다. “끝났어, 민재야. 이제 진짜 끝났어.”

민재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귀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아까와 달랐다. 절망의 눈물이 아니라, 안도의 눈물, 해방의 눈물이었다. “엄마…” 한참 만에 녀석이 나를 불렀다. 아주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불렀다. “응. 엄마 여기 있어.” “배고파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 그래. 밥 먹자. 엄마가 죽 쑤어 올게. 따뜻한 걸로.”

나는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왔다. 녀석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복도 자판기 옆에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살았다. 내 아들이 살았다. 몸만 산 게 아니라, 마음이 살아서 돌아왔다. 강성훈이 끌려가면서 남긴 저주는 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귀에는 오직 “배고파요”라는 민재의 그 한마디만 맴돌았다. 그것은 살고 싶다는 뜻이었다. 다시 나와 밥을 먹고, 일상을 살아가겠다는 뜻이었다.

창밖의 비가 그치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희미한 햇살이 병원 복도를 비췄다. 나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편의점에 가서 죽을 사야 한다. 아니, 집에 가서 끓여 와야겠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버섯죽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다. 녀석의 텅 빈 속을, 그리고 텅 빈 마음을 내가 만든 따뜻한 음식으로 채워줄 시간이다. 우리는 다시 가족이 될 것이다. 아니, 우리는 한 번도 남이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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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3 – PHẦN 1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병원 문을 나서자 불어오는 바람에서 미세하게 흙냄새가 났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민재를 곁눈질로 살폈다. 녀석은 한 달 전보다 더 말라 있었다. 턱 선은 날카로워졌고, 환자복 위로 드러난 손목은 앙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눈빛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깊은 우물처럼 고요하고, 어딘가 체념한 듯한 눈빛. 녀석은 살아 돌아왔지만, 예전의 명랑했던 민재는 아니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혼자 살아남은 노병처럼, 녀석의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짐이 얹혀 있는 것 같았다.

“집에 다 왔어. 내려야지.” 내 말에 민재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목발을 짚고 힘겹게 차에서 내렸다. 오른쪽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의사는 재활을 잘하면 걷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절뚝거리는 녀석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저 다리로 그 차가운 바다를 헤엄쳤을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혔다.

가게 셔터를 올렸다. 드르륵, 쇳소리가 골목의 정적을 깼다. 한 달 동안 닫혀 있던 가게 안은 냉기로 가득했다. 테이블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고, 공기는 텁텁했다. 늘 구수한 육수 냄새로 가득 찼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민재는 멍하니 주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자신의 목숨값으로라도 지키려 했던 그 주방이었다. “들어가서 좀 누워 있어. 보일러부터 틀어야겠다.” 나는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깔았다. 민재는 주춤거리며 신발을 벗었다. 녀석이 신고 있는 것은 병원 슬리퍼였다. 그 낡은 운동화는 내가 버렸다. 바닷물에 절고 찢어진 그 신발은 더 이상 신길 수 없었다.

“엄마.” 녀석이 나를 불렀다. “어, 왜? 어디 불편해?” “아니요… 그냥… 죄송해서요.” 또 그 소리다. 퇴원하는 날부터 지금까지, 녀석은 입만 열면 죄송하다고 했다.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죄송하고, 나를 고생시켜서 죄송하고, 그냥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송한 사람처럼 굴었다. “야, 강민재. 너 한 번만 더 죄송하다고 하면 다시 병원에 집어넣는다. 엄마 협박하는 거 봤지?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일부러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민재는 힘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옅어서 금방이라도 지워질 것 같았다.

방에 민재를 눕히고 가게로 나왔다.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를 털고 바닥을 닦았다. 몸을 움직여야 잡생각이 사라질 것 같았다. 걸레질을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가게 앞을 기웃거렸다. “어이구, 한솔 엄마! 드디어 문 열었네? 아들은 좀 어때?” 세탁소 김 씨 아저씨였다. 소문이 빠른 동네였다. 민재가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건 이미 다 퍼져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민재의 친부가 누구인지, 녀석이 왜 배를 탔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나는 그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네, 다행히 목숨은 건졌어요. 당분간은 요양 좀 해야 해요.” “아이고, 천만다행이네. 젊은 놈이 고생이 많았어. 쯧쯧. 나중에 몸보신이라도 좀 시켜줘.” 사람들의 걱정 섞인 위로가 고마우면서도 불편했다. 혹시라도 민재가 들을까 봐 나는 서둘러 대화를 끊고 문을 닫았다. 민재는 세상의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자신이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끔찍할 것이다. 나는 가게 유리창에 블라인드를 내렸다. 당분간은 세상과 단절된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저녁이 되었다. 나는 시장에서 사 온 최상급 한우로 미역국을 끓였다. 한 달 늦은 생일상이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집에 퍼지자 그제야 사람 사는 집 같았다. 쟁반에 밥과 국을 담아 방으로 들어갔다. 민재는 잠들지 못하고 천장만 보고 있었다. “일어나. 밥 먹자.” 민재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상을 펴고 밥그릇을 놓아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 녀석은 숟가락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안 먹고 뭐 해? 식는다.” “엄마… 저 진짜 먹어도 돼요?” “뭐?” “저… 이렇게 따뜻한 밥 먹어도 되는 놈이에요? 엄마한테 그런 상처 주고… 엄마 인생 망친 놈 핏줄인데…”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숟가락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밥그릇을 녀석 쪽으로 확 밀었다. 국물이 조금 넘쳤다.

“먹어. 살인자 자식이든, 옥황상제 아들이든, 내 집에 들어왔으면 밥은 먹어야 될 거 아니야. 밥 먹는 데 자격증 필요해? 배고프면 먹는 거지.” 나는 녀석의 밥 위에 큼지막한 고기 한 점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너 내 인생 안 망쳤어. 네가 없었으면 난 10년 전에 이미 죽었을 거야. 네가 와서 내가 살았어. 너 밥 해 먹이느라 살았고, 너 학교 보내느라 살았어. 그러니까 빚진 건 너가 아니라 나야. 알았어?” 민재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져 국그릇에 빠졌다.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국을 떠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을 텐데도 녀석은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었다. 마치 살기 위해, 내가 살라고 했으니 살기 위해 먹는 것 같았다. 나는 묵묵히 깍두기를 녀석의 숟가락 위에 얹어주었다. 많이 먹어라. 먹고 살아서, 이 지독한 운명을 이겨내자.

다음 날 아침, 나는 민재를 깨웠다. “일어나. 갈 데가 있어.” 민재는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났다. 목발을 짚으려는 녀석에게 나는 쇼핑백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거 신어.” 녀석이 쇼핑백을 열었다. 하얀색 브랜드 운동화였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신발. 녀석이 사고 싶어 했지만 돈 아깝다고 참았던 그 모델이었다. “엄마, 이거 비싼 건데…” “비싸니까 사주는 거야. 싸구려 신으니까 자꾸 험한 데로 도망가잖아. 좋은 신발 신으면 좋은 데로만 간다더라. 얼른 신어.”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운동화 끈을 묶었다. 발에 꼭 맞았다.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새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하얀색이 눈부셨다. “가자.”

우리가 향한 곳은 납골당이었다. 내 남편과 딸이 잠들어 있는 곳. 민재는 입구에서부터 걸음을 떼지 못했다.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엄마… 저… 저 못 들어가요. 제가 어떻게 거기를…” “들어와. 인사드려야지.” “안 돼요! 제가 가면 아저씨랑 누나가 싫어할 거예요! 저 같은 놈이 감히…” 민재가 뒷걸음질 쳤다. 공포에 질린 눈이었다. 피해자들 앞에 서는 가해자의 자식. 그 죄책감이 녀석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손을 꽉 잡았다. 차갑고 축축한 손이었다. “나 봐. 민재야, 나 봐.” 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아저씨랑 누나는 너 미워 안 해. 내가 장담해. 내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마음 넓은 사람이었고, 내 딸은 길가에 핀 꽃 하나도 함부로 못 꺾는 착한 애였어. 네가 10년 동안 나 지켜준 거 알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사람들이야.” “하지만…” “그리고, 이제 숨지 마. 숨으면 괴물이 되는 거야. 당당하게 마주 봐. 넌 죄인 아니야. 넌 그냥 강민재야. 알겠지?”

나는 녀석을 끌다시피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창 너머로 남편과 딸의 사진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 나는 사진 앞에 섰다. 민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어깨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여보, 지수야. 나 왔어. 그리고… 우리 아들 데려왔어.” ‘우리 아들’이라는 말에 민재가 흠칫했다. “인사해. 10년 동안 나랑 밥 먹고 산 놈이야. 이 놈 덕분에 내가 안 죽고 버텼어. 덩치는 산만한데 겁이 많아서 인사를 못 하겠대. 당신들이 좀 이해해 줘.”

나는 민재의 등을 떠밀었다. “인사해.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그냥 잘 부탁한다고 해. 엄마 잘 지키겠다고.” 민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진 속의 두 얼굴과 마주했다. 녀석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녀석은 목발을 옆에 놓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쿵 소리가 났다. 그리고 오열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대신 갚겠습니다… 평생 갚겠습니다… 엄마… 제가 엄마 꼭 지키겠습니다…” 그것은 사죄이자 맹세였다. 녀석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통곡했다. 나는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울어라. 다 울어버려라. 네 속에 있는 죄책감, 두려움, 미안함 다 쏟아내 버려라. 그래야 산다. 그래야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된다.

납골당을 나오니 햇살이 한층 따뜻해져 있었다. 민재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지만,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마치 묵은 체증이 내려간 사람처럼. “배 안 고프냐?” 내가 묻자 녀석이 쑥스러운 듯 배를 문질렀다. “고파요. 냉면 먹고 싶어요.” “추워 죽겠는데 무슨 냉면이야. 뜨끈한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엄마 국밥 지겨워요. 딴 거 먹어요.” 녀석이 처음으로 반찬 투정을 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제 좀 사람 같네. 이제 좀 내 아들 같네. 우리는 근처 냉면집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비빔냉면을 시켜 게걸스럽게 먹었다. 입가에 벌건 양념을 묻히며 먹는 모습이 영락없는 스무 살 청년이었다. 나는 녀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다. 강성훈, 그 빌어먹을 인간은 감옥에 갔고, 민재는 내 옆에 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었다. 민재의 미래. 녀석은 대학을 포기하고 내 가게에 묶여 있었다. 나를 위해, 빚을 갚기 위해. 하지만 이제는 녀석을 놓아주어야 할 때였다.

“민재야.” “네? 우물우물.” “가게 다시 열면, 너 나오지 마.” 민재가 먹던 젓가락을 멈췄다.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왜요? 저 다리 다 나으면 일할 수 있어요. 서빙은 좀 힘들어도 주방 일은 앉아서…” “누가 너더러 일 못 한대? 하지 말라는 거야. 너 공부 다시 해.” “공부요?” “그래. 너 검정고시 봐서 대학 가고 싶어 했잖아. 건축가 되고 싶다며. 집 짓고 싶다며.” 민재가 고개를 숙였다. “그건… 옛날 얘기죠. 지금 돈도 없고…” “돈은 내가 벌어. 너 하나 대학 보낼 돈은 있어. 그리고 1억? 그 돈 네가 번 거, 그거 네 학비로 써. 내가 안 뺏어.” “엄마, 그 돈은 엄마 노후 자금으로…” “시끄러. 자식 돈 뺏어 쓰는 부모가 제일 못난 부모야. 난 그렇게 안 살아. 그러니까 넌 네 인생 살아. 내 주방에서 썩지 말고, 나가서 네가 짓고 싶은 집 지으면서 살아.”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요?” “성공해서 나중에 내 집 멋있게 지어줘. 엘리베이터 있는 집으로. 무릎 아프니까.” 내 농담에 민재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웃는 얼굴. 비 온 뒤에 뜨는 무지개처럼 예뻤다. “알았어요. 진짜 멋있게 지어드릴게요. 대궐처럼.” “그래. 약속했다.”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녀석의 손가락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그 온기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식당을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재는 새 운동화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었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였지만, 더 이상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힘찬 발돋움처럼 느껴졌다. 겨울바람 사이로 봄기운이 완연했다. 이제 정말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눈 내리지 않는, 따뜻한 봄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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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3 – PHẦN 2

계절은 정직하게 흘렀다. 앙상했던 가지에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더니, 어느새 매미 소리가 요란한 여름이 찾아왔다. 가게 주방은 찜통 같았다. 에어컨을 틀어도 육수 끓이는 가마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나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연신 땀을 훔쳐냈다. 민재가 있을 때는 몰랐는데, 혼자서 재료 손질부터 서빙, 설거지까지 다 하려니 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힘들다는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아니, 내서는 안 됐다.

새벽 5시.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면 민재는 이미 책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아침 거르지 말고. 우유 챙겨.” 녀석의 뒷모습은 언제나 든든하면서도 안쓰러웠다. 22살. 남들은 대학 생활을 즐기거나 군대에 갈 나이에, 녀석은 독서실 구석에 박혀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공부하고 있었다. 검정고시. 그리고 수능. 잃어버린 10년을 따라잡기 위해 녀석은 잠을 줄이고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책과 씨름했다. 녀석의 방 불은 새벽 2시가 넘도록 꺼지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점심 장사가 끝나고 잠시 의자에 앉아 조는데 전화가 울렸다. 민재였다. “엄마, 저 이번 모의고사 성적 나왔어요.” “어, 그래? 잘 봤어?” “네… 학원 선생님이 이 정도면 서울에 있는 대학 건축과도 노려볼 만하대요.” 녀석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 오늘 일찍 와. 엄마가 삼계탕 끓여놓을게.” “아니에요, 오늘은 더 늦게까지 공부하다 갈게요. 필받았거든요.” 전화가 끊어지고, 나는 휴대폰을 쥐고 한참이나 멍하니 웃었다. 건축과. 녀석이 직접 설계한 집.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이런 낙이 있으니 사는 거지.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된 7월의 어느 날이었다.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가게 바닥이 빗물에 젖어 미끄러웠다. 무거운 뚝배기 쟁반을 들고나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쨍그랑! 뚝배기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뜨거운 국물이 다리에 튀었고, 깨진 파편이 손바닥을 찔렀다. 손님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이모! 괜찮아요? 아이고, 피 나네!” 나는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발목이 욱신거려 주저앉고 말았다. 쪽팔림보다 걱정이 앞섰다. 이거 다치면 장사 못 하는데. 민재 학원비 내야 하는데. “괜찮아요,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나는 억지로 웃으며 절뚝거리며 일어났다. 손바닥에서 피가 철철 흘렀지만 대수롭지 않게 휴지로 감쌌다. 병원에 갈 시간도, 돈도 아까웠다. 대충 약 바르고 붕대 감으면 낫겠지.

그날 밤, 나는 민재 몰래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끙끙 앓았다. 발목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올랐다. 민재가 돌아왔을 때, 나는 자는 척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엄마, 주무세요?” 녀석이 방문을 살짝 열었다. 나는 숨죽이고 있었다. 녀석이 내 머리맡에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다리를 주무르려 이불을 들추는 순간, 녀석의 손이 멈췄다. 붕대 감긴 내 발목을 본 것이다. “…엄마.” 낮게 깔린 목소리. 화가 난 목소리였다. 나는 더 이상 자는 척할 수 없어 눈을 떴다. “어, 왔니? 피곤할 텐데 얼른 가서 자.” “이게 뭐예요? 발목 왜 이래요?” “별거 아니야. 그냥 살짝 삐끗했어. 며칠 지나면 나아.” “살짝 삐끗한 게 아닌데? 이렇게 부었는데? 병원은요? 병원 안 갔죠?” 녀석이 언성을 높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야, 조용히 해. 이웃 다 듣겠다. 병원 가면 돈만 깨지고 깁스하라고 난리 칠 텐데, 그럼 장사는 누가 해? 너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엄마가 누워 있을 순 없잖아.”

그 말이 화근이었다. 민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문제예요? 지금 엄마 다리가 부러지게 생겼는데 장사가 문제예요?”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공부 안 해요.” “뭐?” “공부 때려치운다고요. 내일부터 가게 나갈 거예요. 엄마 혼자 고생시켜놓고 나 혼자 도서관 에어컨 바람 쐬면서 공부 못 해요. 내가 미친놈이지, 어떻게 엄마 등골 빼먹으면서…” “강민재!” 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발목의 통증도 잊은 채 벌떡 일어섰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때려치워? 네 인생이 장난이야?” “엄마가 아픈데 인생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에요! 나 때문에 엄마가 골병드는데!” “이 바보 천치 같은 놈아!”

나는 절뚝거리며 다가가 녀석의 등짝을 후려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너 그거 알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면서도 웃는지 알아? 네가 잘되는 꼴 보려고 그러는 거야. 네가 그 기름때 묻은 앞치마 벗어던지고, 번듯한 양복 입고, 남들한테 ‘김한솔 아들 건축가 됐다’ 소리 듣게 해주는 거. 그게 내 꿈이야. 내 유일한 복수고, 내 유일한 자랑이라고!”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뭐? 때려치워? 그럼 나는? 나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 너 다시 주방에서 파 다듬고 설거지하는 꼴 보면서,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한탄하면서 살라고? 그게 효도야? 그건 불효야! 세상에서 제일 나쁜 불효라고!”

민재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녀석의 어깨가 들썩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엄마… 그냥…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나 안 불쌍해. 네가 포기하면 그때 내가 진짜 불쌍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공부해. 엄마 다리는 엄마가 알아서 해.” 나는 녀석을 방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문을 닫고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서러워서가 아니었다. 녀석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또 너무 아파서였다.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이런 아들이 있으니 내가 살지 싶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식탁 위에 쪽지와 약봉지가 놓여 있었다. [약국 가서 제일 좋은 파스랑 진통제 사 왔어요. 그리고 가게 문 앞에 계단, 제가 손봤어요. 이제 안 미끄러울 거예요. 죄송해요. 공부 열심히 할게요. 사랑해요.] 나는 지팡이를 짚고 가게로 나갔다. 가게 입구의 낡고 미끄러웠던 시멘트 계단. 그 위에 까끌까끌한 미끄럼 방지 테이프가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흔들리던 난간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이걸 고쳐놓고 간 것이다. 녀석의 첫 번째 ‘건축’이었다. 비록 화려한 빌딩은 아니지만, 엄마를 위해 고친 낡은 계단. 나는 그 계단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우리 아들, 진짜 건축가 다 됐네.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렀다.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돌아왔다. 수능 시험 당일.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소화 잘 되라고 죽을 끓이고, 녀석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예쁘게 말았다. 1년 전, 민재가 집을 나가고 사고를 당했던 그 계절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달랐다. 춥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난로가 있었으니까.

고사장 앞은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로 붐볐다. 민재는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었다. 내가 사준 그 하얀 운동화는 이제 제법 때가 타 있었다. 그 떼 묻은 흔적이 녀석이 얼마나 치열하게 1년을 보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떨지 말고. 모르는 건 과감하게 찍어. 알았지?” 내가 옷깃을 여며주며 말했다. “네. 엄마도 추운데 빨리 들어가세요. 가게 문 너무 일찍 열지 마시고요.” “잔소리는. 얼른 들어가.”

민재가 교문 쪽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수험생들 사이로 녀석의 뒷모습이 보였다. 10년 전,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내 가게에 들어왔던 그 아이. 내 돈을 훔쳐 달아날까 봐 감시했던 그 아이. 사고 소식을 듣고 바다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그 아이. 그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민재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 나를 찾았다. 인파 속에서 우리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다녀올게요, 엄마.’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녀석의 등 뒤에 겹쳐 있던 어두운 그림자,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이제 녀석은 그냥 강민재였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러 가는 평범하고 당당한 청년.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눈물을 삼켰다. 잘하고 와라.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 너는 이미 나에게 100점짜리 아들이니까.

시험이 끝나고 민재가 성적표를 받아온 날, 우리는 가게 문을 닫고 조촐한 파티를 했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 건축학과에 장학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다. “엄마! 저 진짜 합격할 것 같아요!” 민재가 성적표를 흔들며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아이고, 세상에! 우리 민재가 천재였네! 이 머리를 썩히고 있었어!”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좁은 방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기쁨 뒤에는 늘 현실적인 고민이 따라오는 법이다. 합격 발표가 나고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나는 통장을 열어보았다. 그동안 모아둔 돈과 민재가 벌어놨던 1억 중 일부를 쓰면 학비는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방값이며 생활비며 돈이 밑 빠진 독처럼 들어갈 게 뻔했다. 내가 가게에서 버는 돈으로는 빠듯했다.

며칠 뒤, 민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엄마, 저 그냥 집 근처 국립대 갈까 봐요.” “뭐? 너 서울 가고 싶다며. 너 가고 싶은 교수님 있다며.” “아니, 거기는 등록금도 비싸고 생활비도… 그냥 여기서 다니면 엄마도 돕고 돈도 아끼고…” 녀석의 버릇이 또 나왔다. 자기 꿈보다 내 사정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 나는 숟가락을 딱 내려놓았다. “강민재. 너 내 말 까먹었어? 돈 걱정은 부모가 하는 거야. 자식은 그냥 공부만 하면 돼.” “하지만…” “그리고, 엄마가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어.” “비장의 무기요?”

나는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야?” 민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게 권리금 계약서다.” “네? 가… 가게를 판다고요?” “그래. 오늘 부동산에 내놨어. 안 그래도 요즘 무릎도 아프고, 좀 쉴까 했는데 잘됐지 뭐.”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가게는 내 목숨줄이었다. 하지만 민재를 위해서라면 목숨줄이라도 끊어서 팔 수 있었다. 가게를 팔고 작은 전세방으로 옮기면, 남은 돈으로 민재가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할 수 있었다. “엄마, 안 돼요! 그 가게가 엄마한테 어떤 곳인데! 저 때문에 가게를 팔아요? 절대 안 돼요!” 민재가 펄쩍 뛰었다.

“앉아. 내 말 들어.” 나는 차분하게 녀석을 앉혔다. “가게는 다시 차리면 돼. 하지만 네 공부할 때 놓치면 다시 못 해. 그리고 나, 이제 갈비탕 냄새 좀 지겹다. 나도 좀 쉬면서 네가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거 구경도 가고, 맛집도 다니고 그러고 싶어. 엄마 소원이라는데 그것도 못 들어주냐?” “엄마…” “가서 최고가 돼. 그래서 나중에 엄마한테 진짜 큰 갈비탕집 하나 지어줘. 내 이름 딱 박아서. ‘김한솔 여사 빌딩’. 어때? 그게 남는 장사 아니냐?” 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민재는 입술을 깨물며 울먹였다. 녀석은 알 것이다. 내가 지금 녀석에게 내 인생의 전부를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이 투자는 실패할 리가 없다. 내 아들은 강민재니까.

봄. 민재가 서울로 떠나는 날이 왔다. 터미널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민재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내 앞에 섰다. 녀석은 이제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 보였다. 듬직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가서 밥 잘 챙겨 먹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여자 친구 생기면 엄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알았어요. 엄마도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 제가 매일 전화할게요.” 버스 시동 소리가 들렸다. 이제 보내야 할 시간이었다. 민재가 갑자기 와락 나를 껴안았다. 사람들 보는 눈도 있는데, 이 무뚝뚝한 녀석이 웬일인가 싶었다. 녀석의 심장 소리가 쿵쿵 내 가슴에 전해졌다. “엄마. 고마워요.”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떨렸다. “나 살려줘서 고마워요. 내 엄마 되어줘서 고마워요. 나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요. 엄마 호강시켜 줄게요.”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어서 가.” 민재가 버스에 올랐다. 녀석은 창가 자리에 앉아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녀석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텅 빈 것 같았지만, 가득 차 있었다. 내 품을 떠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내가 고쳐준 날개를 달고.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뒤를 돌았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제 나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했다. 민재가 지어줄 그 멋진 집에서 살려면, 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하니까.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겨울은 끝났다. 진짜 봄이 왔다.

[Word Count: 2780]

HỒI 3 – PHẦN 3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에는 못 미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머리에는 흰 눈이 내려앉았고, 무릎 관절은 비가 오면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하게 쑤셔왔다. 가게를 판 돈으로 얻은 작은 전세방에서 나는 소일거리를 하며 지냈다. 동네 복지관에서 급식 봉사를 하거나, 공원에 나가 비둘기 구경을 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심심하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내 휴대폰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울려댔다. “엄마, 밥 드셨어요?” “엄마, 영양제 보냈으니까 꼭 챙겨 드세요.” “엄마, 이번 주말에 서울 올라오실래요? 맛집 알아놨는데.” 서울로 간 민재는 지독한 ‘엄마 바라기’가 되어 있었다. 녀석은 약속대로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와 공모전을 휩쓸며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했다. 내가 보내주는 돈은 한사코 거절하다가, 내가 화를 내면 그제야 “나중에 이자 쳐서 갚을게요” 하며 받곤 했다.

TV 뉴스에서 ‘주목받는 신예 건축가’로 민재의 얼굴이 잠깐 나왔을 때, 나는 동네방네 전화를 돌려 자랑을 했다. “봤어? 저기 저 훤칠한 청년이 우리 아들이야! 내 아들이라고!” 화면 속의 민재는 더 이상 주눅 든 고아가 아니었다. 단단하고 자신감 넘치는 눈빛.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나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녀석은 자신의 과거를, 그 지독했던 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건축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엄마, 이번 주말에 시간 비워두세요.” “왜? 또 서울 오라고? 나 다리 아파서 서울 구경 못 해.” “아니요. 제가 내려갈게요. 엄마한테 꼭 보여드릴 게 있어요.” “보여줄 거? 여자 친구라도 생겼냐?” “오시면 알아요. 토요일 아침에 모시러 갈게요.”

토요일 아침. 골목길에 매끈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들어왔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민재였다. 녀석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의 태가 났다. “엄마, 타세요.” “야, 차 좋다. 렌트했냐?” “비밀이에요. 일단 가보죠.” 녀석은 빙긋 웃으며 나를 조수석에 태웠다. 차는 시내를 빠져나가 익숙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창밖을 보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 이 길은 예전 우리 가게 있던 동네 가는 길인데.” “기억하시네요. 맞아요. 거기 가는 거예요.” “거긴 왜? 재개발된다고 다 헐렸다며. 볼 것도 없을 텐데.” “가보면 알아요.”

차는 30분을 달려 옛 동네에 도착했다. 내 기억 속의 그 낡고 지저분한 골목은 온데간데없었다. 낡은 건물들이 헐리고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어수선했다. 민재는 골목 안쪽, 예전 우리 ‘한솔 갈비탕’이 있던 자리 앞에 차를 세웠다. “도착했어요.” 나는 차에서 내려 눈앞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입이 딱 벌어졌다. 주변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들과는 달랐다. 붉은 벽돌과 따뜻한 나무 느낌의 자재가 어우러진, 3층짜리 아담하지만 기품 있는 건물이었다. 햇살을 받으면 건물이 따뜻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이게… 뭐니?” “제가 지은 집이에요. 제 첫 번째 작품.” 민재가 열쇠 꾸러미를 꺼내며 말했다.

“뭐? 네가 지었다고? 여긴 남의 땅이잖아.” “샀어요. 지난 6년 동안 돈 벌고, 대출도 좀 끼고요. 엄마 가게 판 돈, 제가 이자 쳐서 갚는다고 했잖아요. 이게 그 이자예요.” 녀석은 내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이끌었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나무 냄새, 그리고… 은은한 육수 냄새? “여긴 엄마 공간이에요.” 1층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그 좁고 기름때 낀 주방이 아니었다. 최신식 환기 시설과 내 무릎 높이에 딱 맞춘 조리대, 그리고 손님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넓은 홀. 벽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한솔] 녀석이 직접 쓴 글씨였다.

“엄마 심심하다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장사하시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요리하고 싶을 때 동네 친구들 불러서 밥도 해먹고, 가끔 심심하면 하루에 딱 50그릇만 팔아서 용돈벌이하시라고요. 설거지는 기계가 다 해줄 거니까 무릎 아플 일 없어요.”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무릎 아프다고 찡그렸던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진짜는 위층에 있어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세상에, 3층 집에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냐.” “엄마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잖아요. 제가 약속했잖아요. 엘리베이터 있는 집 지어드린다고.”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이 나타났다. 통유리창 너머로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따뜻한 온돌 바닥. 푹신한 소파. 그리고 안방. 안방 문을 열자, 벽 한쪽에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선반. 그 위에는 내 남편과 딸의 사진, 그리고 위패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아저씨랑 누나도… 이제 춥지 않은 새집에서 지내셔야죠.” 민재가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는 햇볕이 제일 잘 드는 곳으로 설계했어요. 엄마가 언제든 와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건물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었다. 집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이 건물의 구석구석, 벽돌 하나, 타일 한 조각마다 민재의 마음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 내 아픈 무릎을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내 가슴속에 묻어둔 남편과 딸까지 챙기는 그 깊은 배려심. 그것은 단순히 ‘건축’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고맙다… 고마워, 민재야. 내 새끼… 이렇게 훌륭하게 커줘서 정말 고마워…” 민재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녀석의 품은 이제 나를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넓고 따뜻했다. “제가 더 고마워요, 엄마. 저 사람 만들어주셔서.”

그날 저녁. 우리는 1층 주방에서 개업식 아닌 개업식을 했다. 손님은 우리 둘뿐이었다. 민재가 앞치마를 둘렀다. “오늘은 제가 요리사예요. 엄마는 앉아 계세요.” 녀석은 능숙한 솜씨로 뚝배기를 끓여냈다. 갈비탕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가 내 앞에 놓였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진하고 구수했다. 내가 끓이던 맛과 똑같았다. 아니, 더 깊은 맛이 났다. “어때요? 엄마 레시피 그대로 흉내 내봤는데.” “야, 나보다 낫다. 이제 내가 은퇴해도 되겠다.” 우리는 마주 보고 웃으며 밥을 먹었다. 10년 전, 눈치 보며 국밥을 먹던 꼬마는 이제 없었다. 내 앞에 앉은 건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가장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자, 창밖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의 첫눈이었다. “와, 눈 온다.” 민재가 창가로 다가갔다. 나도 따라가 녀석의 옆에 섰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12년 전, 남편과 딸을 앗아갔던 그 차가운 눈. 10년 전, 민재를 내게 데려다주었던 그 운명의 눈. 그리고 오늘, 우리 모자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 주는 따뜻한 눈. 눈은 변한 게 없는데, 내 마음이 변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더 이상 겨울이 춥지 않았다.

민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봉투였다. “엄마,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데?” “열어보세요.” 봉투 안에는 통장이 들어 있었다. 8천만 원이 찍혀 있던 그 통장. 6년 전, 녀석이 목숨값이라며 남기고 떠났던 그 통장이었다. 하지만 잔액이 달라져 있었다. [0원] “이게… 무슨…” 내가 놀라서 쳐다보자 민재가 말했다. “그 돈, 다 썼어요. 이 집 짓는 데 보탰고, 나머지는 기부했어요.” “기부?” “네.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 돕는 재단에요. 아저씨랑 누나 이름으로요. 그리고… 제 아버지 이름으로도 조금 했어요. 속죄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녀석은 정말로 과거를 청산했구나. 그 더러운 돈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씻어냈구나. “그리고 이건 덤이에요.” 녀석이 쇼핑백을 하나 더 내밀었다. 열어보니 털신이었다. 안감에 털이 복슬복슬한, 시장표 털신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파는 고급 방한화였다. “엄마 발 시리다고 했잖아요. 이제 예쁜 운동화 말고 이거 신으세요. 이게 훨씬 따뜻해요.” 나는 신발을 신어보았다. 발이 포근하게 감싸이는 느낌이 좋았다. “딱 맞네. 우리 아들 안목 있네.”

우리는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나란히 섰다. 유리창에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주름진 얼굴의 나와, 젊고 훤칠한 아들.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닮아 있는 두 사람. 문득, 10년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녀석이 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던 그 순간. 만약 그때 내가 녀석을 내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여전히 증오 속에서 말라죽어 가고 있었을 것이고, 녀석은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낙인 속에서 시들어갔을 것이다. 우리가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이 내린 기적이었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라는 계시였다.

“민재야.” “네, 엄마.” “나, 행복하다.”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내가 놀랐다. 행복하다니. 남편과 딸을 보내고 평생 입에 담지 못할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저도요. 저도 행복해요.” 민재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있지, 사람들은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더라.” 나는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근데 살아보니까 아니더라. 피보다 진한 게 있어. 그게 뭔지 아냐?” “뭔데요?” “밥이야, 밥. 같이 밥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 보낸 시간. 그 뜨끈한 국물 같은 정(情). 그게 피보다 훨씬 진해.” 민재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맞아요. 우리는 국물로 맺어진 사이니까. 절대 안 끊어지죠.” “그래. 징글징글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내가 너 장가가서 손주 낳을 때까지 뼈 빠지게 이 집 지킬 테니까.” “에이, 손주는 무슨. 전 엄마랑 평생 살 건데요.” “말이라도 못 하면.”

우리는 소리 내어 웃었다. 가게 안의 온기가 창밖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더 이상 춥지 않은 겨울이었다. 눈 내리지 않는 겨울은 없다. 하지만 따뜻한 집과 가족이 있다면, 그 눈은 시련이 아니라 풍경이 된다. 나에게 가족은, 가슴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 이 아이 하나로 충분했다.

[한솔 갈비탕]의 간판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 불빛은 골목을 비추고, 내 남은 인생을 비추는 등대처럼 따뜻하게 타올랐다. 나는 민재의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고맙다, 아들. 내게 와줘서.”

(끝)

[Tổng số từ Hồi 3: 2550] [Tổng số từ toàn bộ kịch bản: ~29,720 words]

📋 DÀN Ý KỊCH BẢN CHI TIẾT

Tên tạm đặt: Mùa Đông Không Có Tuyết Rơi (눈 내리지 않는 겨울) Tổng độ dài dự kiến: 28.000 – 30.000 từ Ngôi kể: Ngôi thứ nhất (Nhân vật người mẹ: Kim Han-sol)

👤 Hồ Sơ Nhân Vật

  1. Kim Han-sol (52 tuổi):
    • Nghề nghiệp: Chủ một quán canh sườn bò (Galbi-tang) nhỏ, cũ kỹ trong hẻm nghèo.
    • Tính cách: Bề ngoài cộc cằn, hay la mắng, lam lũ, nhưng bên trong là trái tim đầy thương tổn và ấm áp.
    • Quá khứ: Từng mất chồng và con gái ruột trong một vụ tai nạn giao thông 12 năm trước. Kẻ gây tai nạn đã bỏ trốn. Bà sống như cái xác không hồn cho đến khi gặp Min-jae.
    • Điểm yếu: Sợ sự bỏ rơi, luôn giấu cảm xúc thật bằng những lời càm ràm.
  2. Kang Min-jae (20 tuổi):
    • Hoàn cảnh: Đứa trẻ lang thang được Han-sol nhặt về 10 năm trước vào một đêm tuyết rơi. Không giấy tờ, không quá khứ.
    • Tính cách: Lầm lì, ít nói, đôi mắt buồn nhưng làm việc cực kỳ chăm chỉ. Cậu luôn cư xử như thể mình đang “mắc nợ” Han-sol.
    • Bí mật: Cậu đã tình cờ phát hiện ra thân thế thực sự của mình và mối liên hệ nghiệt ngã với quá khứ của mẹ nuôi.

🏗️ Cấu Trúc Kịch Bản (3 Hồi)

🟢 HỒI 1: Hạnh Phúc Vay Mượn (Khoảng 8.000 từ)

Mục tiêu: Thiết lập mối quan hệ mẹ con “khắc khẩu” nhưng sâu nặng, và cú twist đầu tiên khi Min-jae biến mất.

  • Warm Open: Cảnh buổi sáng bận rộn tại quán canh. Han-sol mắng Min-jae vì cậu đi giày rách, dù bà đã đưa tiền mua giày mới. Không khí đời thường, nghèo khó nhưng có hơi ấm gia đình.
  • Thiết lập mối quan hệ: Khán giả thấy Min-jae chăm sóc Han-sol âm thầm (dán cao vào lưng bà khi bà ngủ, lén làm thêm việc nặng). Han-sol tuy miệng nói “nuôi mày tốn cơm” nhưng luôn gắp miếng thịt ngon nhất cho cậu.
  • Tín hiệu bất ổn (Seed):
    • Gần đây Min-jae thường hỏi về vụ tai nạn năm xưa của chồng con bà.
    • Cậu làm việc điên cuồng, kiếm tiền từ nhiều nguồn lạ.
    • Một người lạ mặt (trông giống xã hội đen hoặc kẻ tống tiền) lảng vảng quanh quán, Min-jae đuổi hắn đi với vẻ mặt sợ hãi.
  • Sự kiện bước ngoặt (Inciting Incident): Vào sinh nhật lần thứ 20 của Min-jae (cũng là ngày giỗ thứ 10 ngày bà nhặt được cậu), bà nấu một bữa thịnh soạn. Nhưng Min-jae không về.
  • Cao trào Hồi 1 (The Collapse):
    • Sáng hôm sau, bà vào phòng cậu. Căn phòng trống trơn, sạch sẽ đến lạnh người.
    • Trên gối đặt một cuốn sổ tiết kiệm (đứng tên bà) với số tiền rất lớn và một mảnh giấy gấp tư.
    • Nội dung mảnh giấy: “Mẹ ơi, con xin lỗi. Con là con trai của kẻ đã giết chồng và con gái mẹ. 10 năm qua là con đã đánh cắp hạnh phúc của mẹ. Xin mẹ hãy dùng số tiền này để sống tốt. Đừng tìm con.”
    • Han-sol đọc xong, thế giới sụp đổ. Bà gục ngã ngay tại chỗ.

🔵 HỒI 2: Hành Trình Của Tội Lỗi (Khoảng 12.000 – 13.000 từ)

Mục tiêu: Hành trình tìm kiếm trong tuyệt vọng và bóc tách sự thật đau lòng về sự hy sinh của Min-jae.

  • Sự phủ nhận & Đau đớn: Han-sol trải qua cú sốc tâm lý. Bà vừa hận (vì cậu là con kẻ thù), vừa thương (vì cậu là con bà nuôi 10 năm). Bà đập phá đồ đạc, rồi lại ôm chiếc áo cũ của cậu mà khóc.
  • Truy tìm dấu vết: Bà quyết định đi tìm cậu, không phải để tha thứ, mà để hỏi cho ra lẽ. Bà lần theo manh mối từ những người bạn của Min-jae.
  • Sự thật về 10 năm:
    • Bà phát hiện ra Min-jae đã biết sự thật từ 2 năm trước khi kẻ bố ruột (mới ra tù) tìm đến tống tiền cậu.
    • Để bảo vệ bà khỏi sự quấy rầy của gã bố ruột nát rượu, Min-jae đã âm thầm làm việc tại các công trường nguy hiểm, bán cả máu, thậm chí vay nặng lãi để “bịt miệng” bố ruột, giữ bình yên cho quán canh của mẹ.
  • Moment of Doubt (Khoảnh khắc nghi ngờ): Bà tìm đến gã bố ruột của Min-jae. Hắn cười cợt và nói rằng: “Nó giống tao, dòng máu giết người thì không đổi được đâu.” Han-sol suýt nữa đã tin lời hắn, nhưng ký ức về đôi bàn tay nứt nẻ của Min-jae khi rửa bát cho bà đã thức tỉnh bà.
  • Bi kịch leo thang: Bà tìm thấy manh mối Min-jae đang ở một cảng cá xa xôi, làm công việc nguy hiểm nhất trên tàu đánh cá viễn dương (loại tàu mà đi là khó về) để kiếm món tiền cuối cùng trả nợ dứt điểm cho gã bố ruột, nhằm cắt đứt hoàn toàn mối họa cho mẹ.
  • Twist giữa hồi: Bà đến bến cảng nhưng tàu đã ra khơi. Bà nhận được tin con tàu gặp bão. Người mẹ đứng trước biển gào thét tên con. Ranh giới hận thù biến mất, chỉ còn nỗi sợ mất con tột cùng.

🔴 HỒI 3: Mùa Xuân Đến Muộn (Khoảng 8.000 từ)

Mục tiêu: Cuộc hội ngộ, sự tha thứ (Catharsis) và định nghĩa lại gia đình.

  • Sự sống sót: Tin tức báo về tàu được cứu, nhưng có người bị thương nặng. Han-sol lao đến bệnh viện vùng biển.
  • Cuộc gặp gỡ: Min-jae nằm trên giường bệnh, gầy rộc, hôn mê. Bà nhìn thấy trên người cậu đầy sẹo – những vết sẹo của sự hy sinh âm thầm mà bà vô tâm không biết.
  • Thức tỉnh & Giải tỏa: Min-jae tỉnh lại. Cậu hoảng sợ khi thấy bà, cố gắng co người lại như một tội nhân.
    • Cậu khóc: “Con không xứng đáng. Dòng máu trong người con là dơ bẩn.”
    • Han-sol tát cậu một cái (cái tát của yêu thương) rồi ôm chặt lấy cậu.
    • Lời thoại chốt (Key Dialogue): “Máu mủ không làm nên gia đình. Cơm mẹ nấu, áo mẹ vá, 10 năm mẹ con mình nương tựa nhau mới là gia đình. Con không phải con của hắn. Con là con của mẹ.”
  • Cái kết (Resolution):
    • Họ trở về quán canh cũ. Gã bố ruột bị bắt vì một tội danh khác (công lý thực thi).
    • Cảnh kết: Mùa đông năm nay tuyết lại rơi. Hai mẹ con ngồi ăn cơm, Min-jae vẫn gắp thịt cho mẹ, nhưng lần này cậu đã dám nhìn thẳng vào mắt bà và cười.
    • Thông điệp: Tình yêu thương có khả năng gột rửa mọi định mệnh nghiệt ngã.

📺 1. TIÊU ĐỀ YOUTUBE (Tiếng Hàn)

Bạn có thể chọn 1 trong 3 phương án dưới đây tùy theo chiến lược kênh:

  • Phương án 1 (Gây tò mò & Cảm động – Khuyên dùng): “10년 키운 아들이 사라졌습니다… 놈이 남긴 편지를 읽고 저는 그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Đứa con trai tôi nuôi 10 năm đã biến mất… Đọc lá thư nó để lại, tôi gục ngã ngay tại chỗ)
  • Phương án 2 (Tập trung vào Twist/Sốc): “내 가족을 죽인 살인마의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Tôi đã nhận nuôi con trai của kẻ sát nhân giết gia đình mình. Sự việc chấn động xảy ra vào ngày sự thật bị phơi bày)
  • Phương án 3 (Ngắn gọn & Kịch tính): “엄마, 죄송해요…” 사라진 아들의 방에서 발견된 1억 통장의 소름돋는 진실 (“Mẹ ơi, con xin lỗi…” Sự thật nổi da gà về cuốn sổ tiết kiệm 100 triệu won tìm thấy trong phòng đứa con đã mất tích)

📝 2. MÔ TẢ VIDEO (Tiếng Hàn)

Nội dung:

눈 오는 밤, 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와 10년 동안 친자식처럼 키웠습니다. 가난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했던 우리 모자. 하지만 아들 민재의 20번째 생일날, 녀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텅 빈 방에 남겨진 것은 낡은 통장 하나와 꼬깃꼬깃한 편지 한 장. 그리고 그 편지 속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엄마… 저는 엄마의 남편과 딸을 죽인 남자의 아들입니다.”

피보다 진한 사랑과 가혹한 운명 앞에 선 어머니의 선택. 당신의 가슴을 울릴 충격적인 감동 실화 드라마. 휴지 꼭 챙겨서 시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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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ROMPT ẢNH THUMBNAIL (Tiếng Anh)

Hướng dẫn: Sử dụng prompt này cho Midjourney, DALL-E 3 hoặc Leonardo.Ai để tạo hình ảnh thu hút, đậm chất điện ảnh.

Prompt:

Hyper-realistic cinematic close-up shot of a middle-aged Korean mother, aged 50s, crying in despair, holding a crumpled handwritten letter and an old bankbook in her trembling hands. Her expression is a mix of shock, grief, and disbelief. In the background, a blurry, snowy winter street seen through a window, and a silhouette of a young man (20 years old) walking away into the snow with a backpack, looking back with a sad face. Split composition or double exposure style. The lighting is dramatic, with cold blue tones for the background and warm but dim indoor lighting for the mother. High contrast, 8k resolution, emotional atmosphere, Korean movie poster style.

Mô tả chi tiết các yếu tố trong Thumbnail để bạn ghép chữ (Text Overlay):

  • Hình ảnh: Người mẹ khóc cầm lá thư (bên trái/trung tâm) + Bóng dáng người con trai quay lưng đi trong tuyết (bên phải/mờ ảo).
  • Text trên Thumbnail (Tiếng Hàn – Gợi ý):
    • Text chính: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Là con trai của kẻ sát nhân)
    • Text phụ: “10년 만에 밝혀진 정체” (Thân phận bại lộ sau 10 năm)

Dưới đây là 50 prompt ảnh điện ảnh được viết bằng Tiếng Anh, sẵn sàng để copy:

  1. A wide, cinematic shot of a real, middle-aged Korean couple (Man, 50s, suit; Woman, 50s, elegant dress) sitting opposite each other at a large, pristine wooden dining table in a modern, minimalist Hanok-style Korean house. The atmosphere is tense and quiet. Soft, cold winter light streams through the tall window, casting long shadows. Extreme detail, hyper-realistic photo.
  2. Close-up on the man’s real Korean face, his eyes fixed on an empty space, jaw clenched slightly, reflecting deep unspoken exhaustion. A single drop of moisture (condensation or tear) on the smooth wine glass in the foreground. Shallow depth of field, natural studio lighting, ultra-detailed photo.
  3. A medium shot of the woman’s real Korean hands, meticulously arranging the ceramic side dishes (Banchan) on the table, avoiding eye contact with the man. The movement is precise but mechanical. The reflection of the warm food on the polished table surface. Cinematic grading, high fidelity, 8K photo.
  4. A low-angle shot looking up at a child’s (real Korean boy, 10s) empty swing set in a misty, heavily forested park in Seoul (e.g., Namsan Park). The air is thick with cold fog. Cinematic lens flare catches the weak morning sun piercing the trees. Hyper-detailed photo, no logos.
  5. A close-up of a ringing Korean smartphone screen lying on a luxurious silk bedsheet. The incoming call is labeled ‘WIFE’. The screen light is the only illumination in the dark bedroom. Ultra-detailed photo, shallow focus on the text, dramatic lighting.
  6. A silhouette of the man standing by a large window overlooking the busy Gangnam district at night. He is holding a glass. The neon city lights are blurred and reflect slightly off the glass. Deep blue and orange color grading. Cinematic photo, hyper-detailed.
  7. A tight shot focusing on the woman’s real Korean face. She is wearing a thin silver wedding ring, slightly loose on her finger. A single tear tracks a path down her cheek. Extreme emotional depth, soft box lighting, 8k photo.
  8. The man and woman are walking separately down a long, deserted hallway of a Korean hospital. The fluorescent lights overhead cast harsh, parallel shadows. The sterile environment contrasts with the hidden emotional turmoil. Cinematic perspective, wide shot, high detail.
  9. An intimate moment captured: the man (Korean) leaning against the wooden railing of a traditional Korean roof terrace (Jeongja), looking down at the heavy rain. His reflection is visible on the wet stone floor. Mood is pensive. Highly detailed photo, natural color grading.
  10. The woman (Korean) sitting alone in a darkened living room, illuminated only by the faint blue light of a fish tank. Her reflection appears distorted on the glass. The color contrast is striking: deep blue and muted yellow. Cinematic photo, ultra-realistic.
  11. A wide shot of a scenic Korean coastal road (e.g., Busan area). The man is driving an expensive car, hands gripping the steering wheel too tightly. The deep ocean expanse is visible outside the window under a gray sky. Sense of escape. Hyper-detailed photo.
  12. Close-up on a broken ceramic plate (Korean design) lying on a traditional wood floor. A few drops of sauce stain the wood. The focus is sharp on the broken edges. Symbolic of shattered peace. 8k resolution, realistic lighting.
  13. The woman and man are captured in an intense, wordless confrontation in the kitchen. She is backed against the marble countertop. He is leaning slightly toward her. The steam from a simmering pot rises dramatically between them. Cinematic tension, high fidelity.
  14. A shallow depth of field shot focusing on the woman’s real Korean eye, which reflects a flickering candlelight. The rest of her face is in soft shadow. The light source is warm orange, signifying fragile intimacy. Extreme detail, 8k photo.
  15. A real Korean detective (Man, 40s, trench coat) standing near the entrance of the house, holding a small document. The main couple watches him from the doorway, fear and confusion on their faces. High contrast, film grain effect. Cinematic drama.
  16. The man (Korean) sitting alone on a stone bench in a beautiful, snow-covered traditional Korean garden (Secret Garden style). He is looking at his hands, which are bare in the cold. The atmosphere is silent and contemplative. Ultra-detailed photo.
  17. The woman (Korean) is seen through a narrow gap of a partially closed door, packing a small, worn leather suitcase. Her movements are determined. Soft light from the hallway illuminates the dust motes in the air. Highly realistic, no text.
  18. A dramatic overhead shot (drone perspective) of the man and woman standing far apart on a vast, empty rooftop parking lot in a Seoul suburb. Their figures look small against the concrete expanse. Deep shadows and cool tones. Cinematic color grading.
  19. Close-up on the man’s real Korean finger hovering hesitantly over the ‘Send’ button on his phone. The screen displays a long, unsent text message filled with regrets. The phone light is harsh white. Ultra-detailed photo, sharp focus.
  20. The woman (Korean) is looking out from a ferry on a calm Korean sea (e.g., Jeju Island). The wind whips her dark hair around her face. Her expression is a mixture of freedom and profound sadness. Strong natural sunlight, deep blues and whites.
  21. The man (Korean) is sitting in the driver’s seat of his car, pulled over to the side of a dimly lit street. He has his forehead resting against the steering wheel. The yellow sodium streetlights cast harsh, lonely colors. Noir cinematic feel.
  22. An intimate shot of a small, faded photograph of the couple (much younger, smiling) tucked into the corner of an old wooden frame. The photo is partially obscured by dust. Focus is sharp on the worn edges. Symbolism of lost time.
  23. The man and woman are unexpectedly crossing paths in a crowded, brightly lit traditional Korean market (Jae-rae Si-jang). They stop, frozen, amidst the movement and color of the market. High energy, then sudden stillness. Hyper-detailed photo.
  24. A medium shot of the woman (Korean) placing a single, vibrant yellow flower on a simple, weathered stone grave marker. The surrounding nature (Korean mountains) is lush and green. Soft sunlight, profound emotional mood.
  25. The man (Korean) is standing in a brightly lit subway station (Seoul Metro), head down, while the train speeds past him in a blur. The movement contrasts with his stillness. Strong graphic lines and cool industrial colors.
  26. A close-up on the woman’s real Korean eye, reflecting a distant, flickering neon sign. The color palette is dark, focusing on the texture of her skin and the moisture in her eye. Extreme detail, cinematic photo.
  27. The couple’s apartment living room is viewed from a distance, through the pouring rain on the windowpane. The shapes inside are blurred and distorted. The atmosphere is muffled and isolated. High-fidelity photo, detailed raindrops.
  28. The man and woman are sitting back-to-back on a wide, empty stretch of a wooden pier in the late evening. The sunset casts deep orange and purple hues across the water. They are physically close but emotionally distant. Cinematic wide shot.
  29. Focus on a single hand (the woman’s) reaching out tentatively to touch a sleeping figure (the man’s) on the bed. The bedroom is mostly dark, illuminated by a pale moonlight. Intimate and fragile moment. Ultra-detailed photo.
  30. A reflection of the man’s real Korean face in the polished surface of a grand piano. His expression is troubled. The lines of the piano strings are visible in the reflection. Noir style, deep blacks and sharp highlights.
  31. The woman (Korean) running through a dense field of tall, dry grass in the countryside, looking back over her shoulder. The scene feels desperate and urgent. Warm, dusty light of late afternoon. Cinematic action shot.
  32. The man (Korean) is meticulously cleaning a stain off the wooden floor in their home. His posture is bowed and humble. The effort is intense. A single shaft of light illuminates the dust motes above the spot. Symbolism of atonement.
  33. A low-angle view of the couple’s apartment building from the street during a foggy morning. Only one window on the top floor is lit, signifying loneliness. The fog diffuses the light dramatically. High-fidelity photo, no logos.
  34. Close-up on two sets of real Korean feet, separated by a thin strip of sunlight cutting across the bedroom floor. One foot is bare, one is wearing a sock. Tense stillness. Extremely detailed textures (wood grain, fabric).
  35. The woman (Korean) is captured standing alone under the bright, artificial light of a convenience store at 3 AM. She is holding a single bottle of water, her face expressionless. Cold, hard white and blue lighting. Ultra-realistic photo.
  36. The man and woman are sitting in a small, traditional Korean restaurant (Gukbap-jip). The woman is looking at the man, a fragile smile on her face. The man avoids her gaze. Warm, intimate lighting, shallow focus on the food.
  37. A dramatic, high-contrast shot of the man (Korean) standing under a torrential downpour, his face uplifted, letting the rain wash over him. His suit is soaked. Raw emotion, deep color saturation (blue/gray). Cinematic photo.
  38. The woman (Korean) is reading an old, worn paperback book by the light of a single bedside lamp. Her face is etched with worry lines, illuminated by the warm, directional light. Intimate detail, no text on the book cover.
  39. The couple is seen from behind, sitting shoulder to shoulder on a cliff overlooking a massive valley (e.g., Seoraksan National Park). The scale of nature emphasizes their smallness and shared destiny. Wide, cinematic landscape shot.
  40. Focus on the man’s real Korean hand holding a wilted bouquet of colorful flowers. The flowers are slightly crushed. He looks defeated. The background is blurred street pavement. Ultra-detailed photo, natural lighting.
  41. The woman (Korean) is standing inside a traditional Korean gate (Iljumun), looking out into a bustling modern street. The ancient architecture contrasts with the fast-paced modern world. Symbolism of transition. High dynamic range.
  42. A close-up on the woman’s wedding photo, now dusty and placed casually behind other objects on a shelf. The focus is sharp on the layer of dust. Symbolism of neglect. Muted colors.
  43. The man and woman are sitting silently in a passenger boat, crossing the Han River in the early morning mist. They are facing forward, their profiles sharp against the diffused sunlight. Sense of shared, silent journey. Cinematic atmosphere.
  44. A wide-angle interior shot of a psychiatrist’s office in Seoul. The woman is sitting stiffly on the leather couch, looking away from the camera. The space is elegantly sterile. Cool, professional lighting.
  45. The man (Korean) is seen walking through an alleyway lit by a single, old-fashioned yellow lantern. The shadows are deep and fragmented. He looks haunted. Noir cinematic style, strong color contrast.
  46. The woman (Korean) is carefully laying out an expensive, newly purchased pair of men’s shoes near the front door. She is hoping for his return. The atmosphere is one of patient anticipation. Warm, domestic lighting.
  47. The man and woman are having a tense conversation reflected in the polished surface of a dark wooden coffee table. Only their mirrored, distorted faces are visible. The colors are deep and reflective. Artistic cinematic photo.
  48. A shallow depth of field shot focusing on the child’s (Korean boy) small, lonely figure playing with marbles on a cold marble floor, completely oblivious to the silent argument happening behind him (blurred in the background). High emotional tension.
  49. A triumphant, high-angle shot of the man and woman finally holding hands as they walk together up a long, winding stone staircase leading to a Korean temple (Beopjusa Temple). Sunlight breaks through the clouds, signifying hope and reconciliation. Cinematic photo.
  50. A final wide, establishing shot of the modern Hanok house at dusk. Warm light spills from the interior windows, illuminating the snow-covered courtyard. The man and woman are subtly visible inside, standing close together, finally at peace. Hyper-detailed, deeply emotional cinematic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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