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씨앗이니 당장 지워!” 남편 장례식 날, 임신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둔 시어머니의 소름 돋는 정체 (실화급 반전) (Dịch: “Là giống quái vật, phá ngay đi!” Ngày tang lễ chồng, mẹ chồng nhốt con dâu mang thai vào trại tâm thần và thân phận rùng rợn (Twist như chuyện thật))

제1막 – 제1부: 겨울의 시작,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창문 틈으로 스며든 겨울바람이 커튼을 살며시 흔들었다. 나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알람 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6시 58분. 아침 햇살이 아직 닿지 않은 방 안은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옆을 돌아보았다. 도진 씨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그의 어깨, 살짝 헝클어진 앞머리,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 평온한 얼굴.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따뜻한 뺨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져 올 때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실감하곤 했다.

우리는 결혼 3년 차 부부였다. 건축가인 남편과 동화책 편집자인 나. 우리는 크고 화려한 행복보다는, 아침에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주말 오후의 늘어지는 낮잠 같은 소소한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으음…”

도진 씨가 내 손길을 느꼈는지 웅얼거리며 눈을 비볐다. 그가 반쯤 뜬 눈으로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은 언제나 나를 무장 해제시켰다.

“일어났어, 서윤아? 조금 더 자지 그래.”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따뜻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냄새가 좋았다. 섬유 유연제 향과 그 특유의 체취가 섞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냄새.

“오늘 많이 춥대. 현장 나갈 때 옷 따뜻하게 입고 가.” “알았어. 우리 마누라 잔소리는 알람보다 정확하다니까.”

그가 킬킬거리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창밖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눈이었다. 나는 창문을 가리키며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소리쳤다.

“여보, 눈이야! 첫눈이라고!”

도진 씨가 상체를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얀 눈송이들이 회색 도시 위로 춤을 추며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네. 서윤이가 좋아하는 눈이네. 오늘 저녁에 들어올 때 군고구마 사 올까?” “군고구마 말고, 붕어빵. 팥 많이 든 걸로.” “접수 완료. 슈크림 말고 팥으로.”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그 순간은 너무나 완벽해서, 마치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고, 출근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도진 씨는 회색 코트를 걸치고 현관을 나서며 다시 한번 나를 꼭 안아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길고, 조금 더 꽉 찬 포옹이었다.

“다녀올게. 오늘 편집 회의 잘 하고.” “응, 조심해서 운전해. 눈길 미끄러우니까 천천히 가고.” “걱정 마. 저녁에 봐. 사랑해.”

그게 마지막이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 나는 베란다로 나가 그의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빨간색 미등이 눈보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려왔지만, 나는 그저 날씨 탓이려니 하고 넘겼다. 그것이 영원한 이별의 서막이라는 것을, 그때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서울은 이미 하얀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원고 교정 작업을 하며 틈틈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을 무렵,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번호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택배 기사님이겠거니 생각하며 가볍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도진 씨 보호자 되십니까?”

낯선 남자의 목소리. 건조하고 딱딱한 톤이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네, 제가 아내인데요. 누구시죠?” “여기는 서부 경찰서입니다.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강도진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현재 한국 대학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사고. 교통사고.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며 맴돌았다. 손에 들고 있던 빨간색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많이… 많이 다쳤나요?”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짧은 침묵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경찰관은 한숨을 쉬듯 낮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겠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나는 어떻게 가방을 챙겨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에 섰지만, 폭설 때문에 빈 차는 보이지 않았다. 눈물인지 녹은 눈인지 모를 물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겨우 택시를 세웠다.

“기사님, 한국 대학 병원이요. 제발 빨리 좀 가주세요. 남편이… 남편이…”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기사님은 백미러로 나를 힐끔 보더니 말없이 속도를 높였다. 차창 밖 풍경이 빗살무늬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도진 씨의 휴대전화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계적인 안내 음성뿐이었다.

‘제발, 제발 살아만 있어 줘. 다리 하나가 부러져도 좋고, 평생 걷지 못해도 좋아. 그냥 숨만 쉬어 줘. 제발…’

나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신이 있다면, 내 모든 운을 다 가져가도 좋으니 그 사람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병원 응급실 입구는 아수라장이었다. 눈길 사고로 실려 온 환자들과 울부짖는 보호자들로 가득했다. 나는 안내 데스크로 달려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강도진이요! 강도진 환자 어디 있나요?”

간호사가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피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보호자분, 저쪽… 대기실에 경찰관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간호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 한 명과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이 입을 다물었다.

“강도진 씨… 보호자입니다.”

경찰관이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숙였다. 의사는 차트를 든 손에 힘을 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연민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이 싫었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무관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민은, 희망이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한서윤 님 되십니까?” “네… 남편은요? 수술 중인가요?” “죄송합니다. 병원에 도착하셨을 때 이미…”

의사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소리가 일시에 차단된 것 같았다. 귀에서 날카로운 이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이미 뭐? 이미 늦었다고?

“거짓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짓말이죠? 아침에 나랑 인사하고 나갔어요. 붕어빵 사 온다고 했단 말이에요. 팥 많이 든 걸로 사 온다고 약속했어. 근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건 꿈이다. 지독하게 나쁜 악몽이다. 눈을 뜨면 다시 아침일 거야. 도진 씨가 커피 냄새를 풍기며 나를 깨우러 올 거야.

“보호자분, 진정하세요. 확인을… 해주셔야 합니다.”

경찰관이 내 팔을 잡았다. 나는 힘없이 그에게 이끌려 차가운 복도를 지나 지하로 내려갔다. 영안실. 그곳의 공기는 밖보다 더 차가웠다. 소독약 냄새와 묘한 향 냄새가 섞여 구토감을 일으켰다.

직원이 하얀 천으로 덮인 침대를 가리켰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 자락을 잡았다.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제발 아니기를. 제발 다른 사람이기를. 천을 천천히 내렸다.

그곳에 도진 씨가 있었다. 아침에 내가 쓸어내렸던 그 뺨, 내가 입 맞췄던 그 이마. 하지만 온기는 사라지고 차가운 핏기만 남아 있었다. 왼쪽 이마에는 깊게 찢어진 상처가 있었고,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도진 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람 빠지는 소리만 입안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의 차가운 뺨에 손을 댔다. 얼음장 같았다.

“일어나.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얼른 일어나서 집에 가자. 응?”

나는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내 안의 댐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내 심장이 뜯겨 나가는 고통이었다.

“안 돼! 가지 마!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도진아! 제발!”

영안실 바닥에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누군가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나는 뿌리쳤다. 그를 두고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그때, 또각또각,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다가왔다. 익숙한 발소리였다.

나는 흐릿한 눈을 들어 올렸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올림머리,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 시어머니, 방영숙 여사였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아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도진 씨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차가운 유리구슬처럼 변했다.

“일어나라.”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위로도, 슬픔도 없는 명령조였다.

“바닥에서 추태 부리지 말고 일어나. 장례 준비해야지.” “어머니… 도진 씨가… 도진 씨가…” “알고 있다. 죽었어.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할 일을 해야지.”

그녀는 싸늘하게 뒤돌아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 아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 절차가 진행되었다.

장례식장은 3일 내내 조문객들로 붐볐다. 도진 씨는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친구들, 직장 동료들, 대학 선후배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상복을 입고 기계적으로 절을 하고 국화꽃을 놓았다. 밥은커녕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었다. 내 영혼은 이미 도진 씨를 따라간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빈소의 상석에 앉아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그녀는 거대 기업의 회장답게, 슬픔조차 통제하고 있는 듯했다. 정재계 인사들이 화환을 보내고 직접 찾아와 위로를 건넸지만, 그녀는 고개만 까딱할 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방 회장님이야. 강철 같은 분이지.” “그래도 아들이 죽었는데… 너무 독한 거 아니야?”

나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시선은 오로지 영정 사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사진 속 도진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발인 전날 밤이었다. 빈소는 조금 한산해졌다. 나는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한 탓에 현기증이 심해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웠다. 단순히 빈속이라 그런 줄 알았다.

“서윤아, 좀 쉬어라. 얼굴이 백지장이다.”

도진 씨의 친구인 민석 씨가 걱정스레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마지막 날인데… 곁에 있어야죠.”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향을 피우려 했다. 그 순간,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바닥이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었다.

“어? 서윤 씨!”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을 끝으로, 나의 의식은 끊어졌다.

눈을 떴을 때, 하얀 천장이 보였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 병원이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팔에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고, 침대 옆 의자에는 시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어찌나 서늘한지, 링거액보다 더 차갑게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정신이 드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잠시…” “죄송할 것 없다. 네가 쓰러진 덕분에 알게 된 사실도 있으니까.”

그녀가 턱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의사가 차트를 들고 들어왔다. 젊은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하지만 장례식 중이라는 상황을 고려한 듯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윤 님, 깨어나셨군요. 몸은 좀 어떠세요?” “어지러워요… 제가 왜 쓰러진 거죠? 그냥 과로인가요?”

의사가 시어머니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작게 헛기침을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탓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축하드려야 할지 조심스럽습니다만… 현재 임신 7주 차이십니다.”

순간, 멍해졌다. 의사의 말이 외국어처럼 들렸다. 임신? 내가?

“네…? 그게 무슨…” “아기집이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유산기가 조금 보이긴 하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겁니다. 뱃속에 아기가 아주 강하게 버티고 있어요.”

손이 떨려왔다. 저도 모르게 배 위로 손을 가져갔다. 뱃속에… 도진 씨의 아이가 있다고? 그가 남기고 간 생명이 내 안에 숨 쉬고 있다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것은 슬픔의 눈물일까, 기쁨의 눈물일까. 도진 씨는 갔지만, 그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우리 사랑의 결실이,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작은 생명이 내 안에 있었다. 가슴 벅찬 감동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도진 씨… 들었어? 우리 아기래.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아기…”

나는 허공에 대고 속삭였다. 이 소식을 그가 들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붕어빵을 사 오겠다던 그 웃는 얼굴로 나를 안아주며 빙글빙글 돌았을 텐데.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의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절망의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이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무너지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병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얼굴은 공포와 혐오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끔찍한 괴물을 본 사람처럼,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살의마저 느껴졌다.

“어머니… 손주예요. 도진 씨가 남긴…” “나가세요.”

시어머니가 의사를 향해 차갑게 명령했다. 의사는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시어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침대로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그림자가 내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지워라.”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네…?” “그 아이, 지우라고 했다. 당장.”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단호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안으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도진 씨 아이예요. 어머니 손주라고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도진이 아이니까 지우라는 거야!”

그녀가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 고함 소리에 병실 유리창이 웅웅거렸다.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그녀의 모습은 낯설고 두려웠다.

“네가 뭘 몰라서 그래. 그건 축복이 아니야. 저주다. 재앙 덩어리야.”

그녀가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악력에 비명이 새어 나왔다.

“내 아들은 죽었어. 그걸로 끝내야 해. 더 이상의 불행은 안 돼. 내일 당장 수술 날짜 잡아. 내 돈으로, 내가 아는 병원에서 처리할 거다.”

“싫어요! 절대 안 돼요!”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소리쳤다.

“이건 제 아이예요! 제가 낳을 거예요! 도진 씨가 남긴 유일한 흔적이라고요. 어머니가 무슨 권리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 거예요?”

내 반항에 시어머니가 멈칫했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걸렸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

“유일한 흔적? 그래, 네가 그렇게 끔찍이 여기는 네 남편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똑똑히 봐라.”

봉투는 낡아서 모서리가 해져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집어 들었다. 안에는 누렇게 변한 진료 기록지와 몇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예요?” “읽어봐. 네 남편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네 뱃속에 있는 것이 과연 ‘사람’인지.”

나는 서류를 꺼냈다. 알 수 없는 의학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가장 위에 적힌 진단명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편집성 조현병 및 충동 조절 장애 – 고위험군] 환자명: 강도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도진 씨가… 정신병?

“도진이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다.”

시어머니가 내 귓가에 대고 악마처럼 속삭였다.

“스스로 핸들을 꺾어서 절벽으로 떨어진 거야. 네가 알던 그 따뜻한 남자는 껍데기일 뿐이야. 그 안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괴물이 살고 있었어. 그리고 그 괴물의 씨앗이 지금 네 뱃속에 자라고 있다.”

나는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았다. 글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며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도진 씨의 웃는 얼굴과 차가운 시체, 그리고 뱃속의 아이가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선택해, 서윤아. 괴물을 낳아서 네 손으로 키울지, 아니면 지금 여기서 끝낼지.”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얗고 차가운, 거짓말 같은 겨울의 눈이.

[Word Count: 2,420]

제1막 – 제2부: 독이 든 사과와 흔들리는 믿음

“거짓말…”

나는 서류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병실의 정적을 찢었다. 도진 씨가 조현병? 충동 조절 장애? 그 온화하고 다정했던 사람이? 매일 밤 내 발을 주물러주고,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그 사람이?

“믿기지 않겠지.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시어머니는 침대 옆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눈은 건조했고, 목소리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혹은 이미 수백 번은 되뇌어 감정이 말라버린 이야기인 듯했다.

“도진이는 연기를 잘했어. 아주 어릴 때부터. 녀석은 자기 안에 있는 괴물을 숨기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 너한테 보여준 그 자상한 남편? 그건 녀석이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가면이야.”

“아니에요. 제가 본 도진 씨는 진심이었어요. 우리는 3년을 살았어요. 어떻게 부인인 제가 모를 수가 있겠어요?”

“3년? 겨우 3년으로 사람 속을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마라. 나는 그 아이를 32년 동안 키웠어.”

시어머니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던졌다. 이번에는 경찰 조서 사본이었다.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다. 브레이크 자국이 없었어. 핸들을 꺾는 순간, 망설임도 없었고. 그건 명백한 자살이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서를 집어 들었다. 글자들이 눈물에 번져 흐릿하게 보였다. [제동 흔적 없음], [가속 페달 작동], [고의성 짙음]. 활자 하나하나가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왜…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행복했는데. 그날 아침에도 웃으면서 나갔는데…”

“발작이 시작된 거야. 녀석의 아비도 그랬어.”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녀의 시선이 허공 어딘가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혐오와 공포, 그리고 기이한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강 씨 집안 남자들에게 흐르는 저주받은 피다. 멀쩡하다가도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미쳐버려. 환청을 듣고, 의처증에 시달리고, 결국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죽지. 도진이 아비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도진 씨는 아버지가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고만 했었다.

“목을 맸어. 내가 자는 방 문고리에. 내가 눈을 뜨자마자 그 끔찍한 모습을 보게 하려고. 그 전날 밤에는 나를 죽이겠다고 식칼을 들고 설쳤지. 도진이가 그걸 다 봤어. 그때 도진이 나이가 5살이었어.”

충격적인 이야기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끔찍해서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게감이 달랐다.

“도진이는 아비처럼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어. 약을 한 움큼씩 먹어가면서 버텼지. 그런데 최근에 약을 끊은 모양이더구나. 너랑 아이를 갖겠다고.”

아… 탄식이 흘러나왔다. 몇 달 전부터 도진 씨가 유난히 피곤해하고, 밤에 잠을 설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게 프로젝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결국 한계가 온 거야. 괴물이 튀어나오려고 하니까, 너를 해치기 전에 스스로 끝낸 거지. 그나마 녀석이 마지막에 제정신이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시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짚었다.

“서윤아, 잘 들어라. 네 뱃속에 있는 건 내 손주가 아니야. 시한폭탄이다. 그 아이가 태어나면, 너는 평생 공포에 떨며 살게 될 거야. 언젠가 네 아들이 너를 죽이려 들지도 몰라. 그런 지옥을 또 다시 만들 수는 없어.”

그녀의 말이 최면처럼 내 뇌리를 파고들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도진 씨의 죽음이 나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그리고 이 아이가 그 비극의 씨앗이라고? 배 위로 올린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갑자기 뱃속의 생명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시간? 장례 끝나면 바로 병원 갈 거다. 더 키워서 좋을 거 없어.”

시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닫힌 문 너머로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멀어져 갔다. 나는 텅 빈 병실에 홀로 남겨졌다. 창밖의 눈보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질려버린 것 같았다.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도진 씨의 영정 사진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사진 속 그의 온화한 미소가 이제는 기괴한 가면처럼 느껴졌다.

‘정말이었어? 나한테 보여준 모습이 다 연기였어?’

마음속으로 수없이 물었지만, 사진 속의 그는 대답이 없었다. 조문객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착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젊은 사람을…”

사람들의 말소리가 웅웅거리는 소음으로 변해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들 중 누구도 도진 씨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외감이 밀려왔다. 나조차도 몰랐던 내 남편. 나는 지난 3년간 누구와 살았던 것일까.

그날 밤, 새벽녘에 빈소를 지키다 깜빡 잠이 들었다. 꿈을 꿨다. 신혼집 거실이었다. 도진 씨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반가움에 달려가 그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가 손에 든 것은 깨진 유리 조각이었다.

“서윤아, 도망가… 내가 너를 죽일지도 몰라…”

그가 울면서 웃고 있었다. 피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뒷걸음질 쳤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내 배에 고정되었다.

“그 안에 있는 거… 꺼내야 해…”

“으악!”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장례식장이었다. 향 냄새가 매캐하게 코를 찔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단순한 악몽일까, 아니면 무의식이 보내는 경고일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들을 헤집기 시작했다. 의심이라는 렌즈를 끼고 보니, 사소했던 일들이 다르게 보였다.

작년 여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도진 씨가 흠뻑 젖은 채 집에 들어왔었다. 우산도 없이. 그의 손등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라서 물었을 때, 그는 그저 넘어졌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리고 한 달 전, 자다가 목이 말라 깼을 때였다. 도진 씨가 베란다에 서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5층 난간을 위태롭게 잡고서. 내가 부르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었다. 그때 그의 표정… 공포였을까, 아니면 살의였을까.

‘어머니 말이… 맞을지도 몰라.’

불안의 씨앗은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직 태동이 있을 시기가 아닌데도, 뱃속에서 무언가 차가운 기운이 꿈틀대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다음 날 아침, 발인이 진행되었다. 도진 씨의 관이 리무진에 실렸다. 나는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그 뒤를 따랐다. 눈은 그쳤지만 바람은 더 매서워졌다. 화장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내내 창밖만 바라보았다.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저 뜨거운 불 속으로 그를 보내야 한다니. 하지만 슬픔만큼이나 두려움도 컸다.

“이제 들어갑니다.”

직원의 안내와 함께 관이 화구로 들어갔다.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쾅 소리가 내 심장을 때렸다. 유족들의 오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어머니는 여전히 꼿꼿하게 서서 닫힌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거대한 벽처럼 단단해 보였다.

‘도진 씨… 당신, 정말 나를 지키려고 떠난 거야? 당신 안에 있는 괴물 때문에?’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물었다. 대답 대신 붉은 불꽃이 화구 모니터에 타올랐다.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육체도, 그가 숨겼던 비밀도, 우리의 행복했던 기억도.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는 한 줌의 재가 된 도진 씨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텅 빈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도진 씨의 냄새가 훅 끼쳐 왔다. 현관에 놓인 그의 슬리퍼, 소파 위에 벗어둔 카디건, 식탁 위에 놓인 읽다 만 건축 잡지.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주인만 없었다.

나는 유골함을 거실 장식장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그리고 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집 안의 정적이 나를 짓눌렀다. 그때,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나 말고 한 명뿐이었다.

시어머니였다. 그녀는 상복을 벗고 평소의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뒤에는 낯선 중년 남자가 서류 가방을 들고 따라왔다.

“어머니…” “피곤할 텐데 미안하구나. 하지만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아.”

그녀는 소파 맞은편에 앉으며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남자가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죠?” “김 변호사다. 도진이 명의로 된 재산 정리와… 네 거취에 대한 합의서야.”

나는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았다. 남편의 뼈가 채 식기도 전에 재산 정리라니.

“합의서라뇨?” “간단해. 네가 그 아이를 지우고 깨끗하게 정리한다면, 이 아파트는 네 명의로 해주마. 그리고 위로금으로 5억을 주지. 네가 다시 새 출발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돈일 거다.”

시어머니의 말은 거침없었다.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비즈니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네가 고집을 부리고 그 괴물 같은 씨앗을 낳겠다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차가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너는 빈손으로 나가야 해. 이 집은 내 돈으로 해준 전세고, 도진이 명의의 예금이나 보험금도 빚 상환으로 묶어버릴 수 있어. 너 혼자 아이를 키운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니? 직장도 없이, 돈도 없이, 정신병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세요? 도진 씨 어머니잖아요. 손주라고요.”

“말했지 않니.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도진이의 불행이 대물림되는 걸 볼 수 없어. 그건 도진이를 모독하는 거야.”

그녀의 논리는 기이할 정도로 완벽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악의 없는 잔인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내일 오전 10시. 차 보낼 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산부인과 예약해 뒀으니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변호사가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녀를 따라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고,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서와 도진 씨의 유골함을 번갈아 보았다.

돈과 안락한 미래, 그리고 ‘괴물의 씨앗’이라는 공포로부터의 해방. 반대편에는 가난과 고독, 그리고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유전병에 대한 불안을 안고 키워야 할 아이.

이성이 속삭였다. 어머니 말이 맞을 수도 있어.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해? 만약 진짜 아이가 커서 도진 씨처럼 된다면? 그땐 네가 죄인이야. 하지만 본능이 외쳤다. 그래도 내 아이야. 심장이 뛰고 있어. 도진 씨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야.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했다. 위액이 넘어올 때까지 토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선 사람처럼 퀭했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배 위에 손을 얹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너는 누구니? 천사니, 아니면 괴물이니? 아빠가 너를 원했던 건 맞니?’

새벽빛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올 무렵, 나는 홀린 듯 일어나 도진 씨의 서재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그가 남긴 단서가 있지 않을까. 일기장이나 메모 같은 것들. 하지만 서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시어머니가 사람을 시켜 미리 손을 쓴 것 같았다.

책상 서랍을 뒤지던 내 손에 딱딱한 것이 잡혔다. 서랍 깊숙한 곳, 안쪽 틈새에 끼어 있던 작은 USB였다. 도진 씨가 평소에 쓰던 것이 아니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켜고 USB를 꽂았다. 폴더 하나가 떴다. 폴더 이름은 [D-Day].

클릭하자 동영상 파일 하나가 나왔다. 날짜는 1년 전이었다. 나는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에 도진 씨의 얼굴이 나타났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고, 건강해 보이는 얼굴. 그는 카메라를 보며 쑥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안녕, 서윤아. 아니, 미래의 우리 아가에게 남기는 게 낫겠지?”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 지 2주년 되는 날이야. 서윤이는 지금 잠들었고… 나는 잠이 안 와서 이걸 찍어. 언젠가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빠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 속의 도진 씨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가야, 아빠는 겁쟁이야. 사실 무서운 게 많아. 하지만 너와 엄마를 위해서라면 용감해질 거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집을 지어줄게.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는 집. 거기서 우리 셋이…”

그때였다. 영상 속 도진 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가 머리를 감싸 쥐며 신음했다. 카메라가 흔들렸다.

“아윽… 또… 또 시작됐어…”

그는 괴로운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안 돼… 나오지 마… 제발… 서윤이가 깨면 안 돼…”

그는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쿵, 하고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고, 영상은 검은 화면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녹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흐느낌 같기도 했다.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

그건 도진 씨의 목소리였지만, 톤이 완전히 달랐다.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의 목소리였다. 나는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시어머니의 말이 사실이었다. 영상 속의 그 모습… 그건 명백한 광기였다. 그는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 안에 또 다른 인격이 존재했다.

“도진 씨…”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그가 아이를 기다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아이를 위협하는 존재 또한 그 자신이었다.

아침 9시. 인터폰이 울렸다. “사모님, 회장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

화면에 건장한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눈물은 말라버렸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도진 씨의 유골함을 한 번 쓰다듬었다. ‘미안해, 도진 씨.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뺨을 때렸다. 하지만 내 마음이 더 추웠기에,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 발걸음은 수술대가 있는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Word Count: 2,510]

제2막 – 제1부: 심장 소리, 그리고 차가운 거리로의 추방

검은색 세단은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나갔다. 차 안은 숨 막힐 듯 고요했다. 운전석의 남자는 마치 로봇처럼 앞만 보고 있었고, 나는 뒷좌석 구석에 처박혀 창밖을 내다보았다. 회색빛 도시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마치 내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차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로 향했다. 앙상한 가지로 뒤덮인 가로수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차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2층 양옥집 앞에 멈췄다. 간판도 없는 건물이었다.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온다는, 은밀하고 비싼 산부인과라고 했다.

“내리시죠.”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나는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차에서 내렸다. 현관 앞에는 이미 시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늦었구나. 원장은 기다리고 있다. 들어가자.”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장섰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터덜터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병원 안은 호텔처럼 고급스러웠지만, 특유의 소독약 냄새는 감출 수 없었다. 그 냄새가 내 위장을 뒤틀리게 했다.

진료실로 들어서자 중년의 의사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시어머니를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깨끗하게 처리해 주세요. 나중에 뒤탈 없도록.”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워낙 초기라 간단한 시술입니다.”

그들은 내 뱃속의 아이를 마치 제거해야 할 혹이나 종양처럼 이야기했다. ‘처리’, ‘시술’, ‘간단한’. 그 단어들이 내 가슴을 난도질했다.

“환자분, 이쪽으로 오시죠.”

간호사가 나를 안내했다. 나는 탈의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벗는데 손이 덜덜 떨려 단추를 풀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퀭한 눈, 말라비틀어진 입술.

‘이게 맞아. 도진 씨를 위해서야. 태어나서 불행해질 바엔…’

나는 주문처럼 되뇌며 수술실로 향했다.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눕자, 천장의 눈부신 조명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양다리가 고정되고, 차가운 젤이 배 위에 발라졌다.

“자, 초음파로 위치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의사가 기계를 배에 갖다 댔다. 모니터 화면이 켜지고, 흑백의 노이즈 속에 작은 점 하나가 보였다.

“여기 보이시죠? 아기집입니다. 아주 작네요.”

의사의 무미건조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쿵, 쿵, 쿵, 쿵.

적막한 수술실 안에 낯선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르고, 힘차고, 규칙적인 소리. 그것은 기계음이 아니었다. 생명의 소리였다.

“어… 소리 좀 줄여.”

의사가 간호사에게 손짓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미 내 귀를 뚫고 뇌리에 박혀버렸다.

쿵, 쿵, 쿵, 쿵.

그 소리는 마치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나 살아 있어요. 나를 버리지 마세요.’

순간, 어젯밤 보았던 영상 속 도진 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괴로워하던 그. 하지만 그 영상의 시작 부분, 그가 환하게 웃으며 했던 말도 함께 떠올랐다. “아빠는 겁쟁이야. 하지만 너와 엄마를 위해서라면 용감해질 거야.”

눈물이 주르륵 흘러 귀로 들어갔다. 도진 씨가 지키고 싶어 했던 것. 그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막으려 했던 비극. 하지만 이 아이는 비극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심장이 뛰는 작은 생명일 뿐이었다.

이 아이가 괴물이 될지, 천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내 뱃속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아이를 죽인다면, 나는 도진 씨가 두려워했던 그 ‘괴물’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자, 마취 들어갑니다. 심호흡하세요.”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다가왔다.

“안 돼…”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네? 환자분?” “안 된다고!”

나는 있는 힘껏 간호사의 팔을 뿌리쳤다. 주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이 정적을 깼다.

“무슨 짓이야!”

의사가 소리쳤다. 나는 수술대에서 뛰어 내려왔다. 환자복 차림으로 맨발인 채 바닥에 섰다. 차가운 냉기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지만 느껴지지 않았다.

“못 해요. 안 할 거예요.” “서윤아!”

밖에서 소란을 들은 시어머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니? 다 와서 발를 빼겠다는 거야?” “못 죽여요. 심장 소리 들으셨잖아요. 살아 있다고요!” “그건 심장 소리가 아니야! 시한폭탄 초침 소리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시어머니가 내 뺨을 후려쳤다. 짝! 고개가 돌아갔고, 입안이 터져 피 맛이 났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머니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이 아이가 커서 미칠 수도 있겠죠. 도진 씨처럼 될 수도 있겠죠.”

나는 배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어날 기회조차 뺏을 순 없어요. 만약 괴물이 된다면… 제가 책임질게요. 제가 끌어안고 같이 죽든, 가두든,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제 아이 건드리지 마세요.”

시어머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책임? 네가 무슨 능력으로? 이 병원 문 나가는 순간, 너는 빈털터리야. 내가 준다는 5억도, 아파트도, 다 사라지는 거라고. 길바닥에서 얼어 죽고 싶어?”

“네. 차라리 길바닥에서 얼어 죽을게요. 내 자식 피 팔아서 호의호식하느니, 그게 낫겠어요.”

나는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내 옷을 낚아챘다. 뒤에서 간호사와 의사가 나를 잡으려 했지만, 시어머니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놔둬라.”

그녀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차가워져 있었다. 분노를 넘어선 경멸이었다.

“제 발로 지옥을 선택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 없지. 어디 네 그 알량한 모성애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나서 사고를 치는 순간, 나는 가장 먼저 너를 찾아가서 죽일 거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옷을 꿰어 입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눈 쌓인 도로를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폐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봐, 혹시라도 시어머니가 쫓아올까 봐.

한참을 달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나는 배를 움켜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놀랐지?”

뱃속의 아이를 달래며 나는 펑펑 울었다. 두려웠다. 앞으로 닥칠 미래가 너무나 무서웠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올랐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현실은 시어머니의 경고보다 더 가혹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현관문 비밀번호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경비실에 물어보니, 집주인이 바뀌었다며 내 짐은 모두 밖으로 빼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구석,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 내 옷가지와 책들이 라면 박스에 담겨 버려져 있었다. 도진 씨의 유골함만 덩그러니 박스 위에 놓여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는 유골함을 끌어안고 망연자실했다. 지갑을 열어 카드를 확인했다. 편의점 ATM기에 카드를 넣었지만, [거래 정지]라는 메시지만 떴다. 도진 씨 명의의 카드는 물론이고, 내 명의로 된 가족 카드까지 모두 막혀 있었다. 현금은 지갑에 있는 3만 원이 전부였다.

휴대전화도 끊겨 있었다.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 확인해보니, 통신사에서 이용 정지 문자가 와 있었다. 시어머니의 철저한 보복이었다. 그녀는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있었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갈 곳이 없었다. 친정은 없었고, 친구들에게 연락하기에는 휴대전화도,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어머니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썼을까 봐 두려웠다.

나는 짐 박스 중 가장 필요한 것들만 추려 큰 가방에 담았다. 옷 몇 벌, 세면도구, 그리고 도진 씨의 유골함. 나머지는 버려두고 일어섰다.

그날 밤, 나는 허름한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3만 원 중 1만 2천 원을 입장료로 썼다. 남은 돈 1만 8천 원. 이걸로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찜질방 구석, 토굴처럼 생긴 수면실에 몸을 뉘었다. 주변 사람들의 코지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몸은 녹아내릴 듯 피곤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임신 초기라 입덧이 심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니 헛구역질 대신 허기가 졌다.

매점에서 미역국 정식을 파는 것을 보았다. 도진 씨가 내 생일마다 끓여주던 미역국. 침이 고였지만 참았다. 돈을 아껴야 했다. 나는 정수기 물로 배를 채우고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도진 씨가 나왔다. 그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서윤아. 나 때문에…” 나는 꿈속에서 소리쳤다. “아니야, 내가 선택한 거야. 우리 아기, 내가 지킬 거야.”

다음 날부터 생존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맸다. 출판사 경력을 살려 재택 교정 알바라도 구하려 했지만, 노트북도 없고 연락받을 전화도 없으니 불가능했다. 식당 설거지, 편의점 알바 등 닥치는 대로 문을 두드렸지만, 임신부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병색이 완연해 보여서인지, 주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유, 아가씨. 어디 아파 보여서 쓰겠어? 딴 데 알아봐.”

거절당할 때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도진 씨와의 추억이 담긴 결혼반지를 금은방에 팔았다. 헐값이었지만 당장 밥값과 잠자리 비용이 급했다. 반지를 넘겨주며 나는 맹세했다. 언젠가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점점 말라갔지만, 배는 조금씩 불러오는 것 같았다. 입덧은 더 심해져서,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찜질방에서도 눈치가 보여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서울역 근처의 낡은 여인숙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루 만 원.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방음도 안 되는 곳이었다. 밤새 옆방에서 들려오는 취객들의 고함과 싸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어느 날 밤, 극심한 복통이 찾아왔다. 배가 찢어지는 듯이 아팠다. 하혈을 하는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났다. ‘아기 잘못되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방바닥을 굴렀다.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그때,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도진 씨의 낡은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짐을 챙길 때 무심코 넣었던 것이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 안에는 도진 씨의 꼼꼼한 글씨체로 스케줄과 메모들이 적혀 있었다. 그의 흔적을 보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뒷장에 명함 하나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유전학 연구원 – 김진석]

도진 씨의 대학 동기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결혼식 때 한 번 본 기억이 났다. 도진 씨와 꽤 친했던 친구.

‘이 사람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까? 도진 씨의 병에 대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나는 다음 날 아침, 공중전화로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졌다. 제발, 제발 받아라.

“네, 김진석입니다.”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강도진 씨 아내, 한서윤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 제수씨? 세상에,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도진이 장례식장에도 갔었는데, 쓰러지셨다고만 듣고… 그 뒤로 행방이 묘연해서요.”

그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선생님. 혹시 시간 되시면 뵐 수 있을까요? 도진 씨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요.” “물론입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우리는 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며칠 동안 감지 못한 머리를 모자로 눌러쓰고, 헐렁한 패딩 점퍼로 배를 가리고 나갔다. 카페 창가에 앉아 있는 김진석 씨를 발견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몰골을 보고 놀란 눈치였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하는 게 보였다.

“제수씨,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돌려 말할 기운도 없었다.

“도진 씨… 병에 대해서 알고 계셨죠?”

김진석 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

“병이라뇨?” “조현병이요. 유전된다면서요. 시어머니가 다 말씀해 주셨어요. 도진 씨가 그것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도요.”

내 말에 김진석 씨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방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조현병이라고?” “네. 진료 기록도 봤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 임신 중인데, 아이를 지우라고 하셨어요. 괴물이 태어날 거라고.”

탁. 김진석 씨가 커피 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커피가 튀어 테이블보를 적셨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것은 당황이 아니라 분노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여자가… 아니, 방 회장님이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까?” “네? 그게 무슨…” “제수씨, 잘 들으세요.”

그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도진이는 조현병이 아니었습니다. 절대 아니에요.” “하… 하지만 약도 먹고 있었고, 영상도 봤어요. 발작하는 영상…” “그 약, 제가 처방해 준 겁니다. 도진이 부탁으로요.”

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진이가 먹던 약은 항정신성 약물이 아닙니다. 강력한 진통제와 수면 유도제였어요. 도진이는… 심한 뇌종양을 앓고 있었습니다.”

“뇌… 종양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정신병이 아니라 뇌종양?

“수술이 불가능한 위치였어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마약성 진통 없이는 잠도 못 잘 정도였죠. 발작 영상? 그건 통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도진이는 끝까지 제수씨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아픈 남편으로 기억되기 싫다고, 그냥 사고로 죽는 게 낫다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모든 퍼즐이 뒤틀리고 있었다.

“그럼… 유전은요? 시아버님도 미쳐서 자살했다고…”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도진이 아버님,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김진석 씨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결심한 듯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도진이는… 방 회장님의 친아들이 아닙니다. 입양아예요. 그러니 유전병이 있을 수가 없죠. 방 회장님도 그걸 다 알고 계실 텐데,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오직 내 심장 소리만 귓가에 맴돌았다. 입양아. 뇌종양. 거짓말.

시어머니는 도진 씨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에게 유전병이라는 거짓 공포를 심어주었다. 내 아이를 죽이기 위해서. 왜? 대체 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슬픔이나 두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뜨겁고 거대한 분노였다. 그녀는 내 남편의 명예를 더럽혔고, 내 아이를 죽이려 했고, 나를 길바닥으로 내몰았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기증이 일었지만, 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고마워요, 진석 씨. 정말… 고마워요.” “제수씨, 어디 가시려고요? 지금 상태로는 위험합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니요. 가야 할 곳이 있어요.”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확인해야겠어요. 그 여자가 왜 그랬는지. 내 남편과 내 아이를 모욕한 대가… 치르게 해 줄 거예요.”

나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울기만 하던 약한 임신부가 아니었다. 나는 뱃속의 아이를 쓰다듬었다.

‘아가야, 들었지? 아빠는 괴물이 아니었어. 넌 괴물이 아니야. 우린 속았어.’

복수심. 그것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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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 제2부: 가면 뒤의 악마, 그리고 부서진 진실

카페의 공기는 무거웠다. 김진석 씨가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뇌종양. 그리고 입양아. 시어머니가 만들어낸 ‘유전병’이라는 거대한 거짓말이 산산이 조각난 자리에는, 더 끔찍한 진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진석 씨… 도진 씨가 남긴 게 더 있나요? 저한테 숨긴 게 또 있냐고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했다. 진석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열쇠 하나를 꺼냈다.

“이걸…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이게 뭐죠?” “도진이가 죽기 일주일 전에 저에게 맡긴 겁니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리고 제수씨가 진실을 알게 되면 그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은행 대여금고 열쇠였다.

“도진이는 알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방 회장님이 제수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요.”

우리는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나는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진석 씨의 차에 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은 여전했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기괴하게 보였다. 저 평범한 풍경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숨어 있을까.

은행 대여금고실은 서늘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금고를 열었다. 묵직한 철제 상자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낡은 서류 봉투와 작은 녹음기, 그리고 도진 씨가 쓰던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를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진짜 진단서였다.

[병명: 교모세포종 (Glioblastoma) – 4기] [소견: 수술 불가. 기대 수명 3개월 미만.]

날짜는 도진 씨가 죽기 3개월 전이었다. 그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바보 같은 사람… 왜 말 안 했어… 왜 혼자 아팠어…”

진단서 아래에는 친자 확인 불일치 결과지와 입양 관계 증명서가 있었다. 김진석 씨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도진 씨는 방영숙 여사의 친아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봉투 가장 밑바닥에, 나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서윤에게.]

익숙한 글씨체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시야를 가렸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 편지를 네가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세상에 없겠지. 그리고 아마도 어머니가 너를 괴롭히고 있을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끝까지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가서.]

[서윤아, 나는 미치지 않았어. 하지만 어머니는 평생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지.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내 물에 정체불명의 약을 탔어. 그 약을 먹으면 환각이 보이고 손이 떨렸어. 그러면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며 말했지. “너도 네 아비처럼 미쳐가는구나. 엄마 말만 들어야 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동 학대. 그것도 아주 지능적이고 잔인한 학대였다. 시어머니는 멀쩡한 아이에게 약을 먹여 정신병자로 만들고, 그것을 빌미로 그를 완벽하게 통제해 온 것이다.

[나는 내가 정말 괴물인 줄 알았어. 그래서 너에게 다가가는 것도 무서웠어. 하지만 너를 만나고 약을 몰래 끊으면서 알게 됐어. 나는 멀쩡하다는 걸. 하지만 뇌종양 판정을 받았을 때, 어머니가 웃는 걸 봤어. 슬퍼하는 게 아니라, 안도하고 있었어. “차라리 잘됐다. 더러운 피가 끊어지는구나.”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어.]

[서윤아, 우리 아기는 괜찮아. 내 병은 유전이 아니야. 그리고 그 ‘피’라는 것도 다 어머니의 망상이야. 그러니까 제발, 우리 아이를 포기하지 마.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건 이 진실과, 내 목소리뿐이야.]

편지의 마지막 줄을 읽었을 때, 나는 오열을 참을 수 없었다. 도진 씨는 죽는 순간까지 나를, 그리고 우리 아이를 걱정했다.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설사 자살이라 해도 그것은 병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용서 못 해… 절대 용서 못 해…”

나는 눈물을 닦았다. 더 이상 슬픔은 없었다. 내 안에는 오직 차가운 살의만이 남았다. 나는 녹음기와 서류를 가방에 챙겨 넣고 일어섰다.

“진석 씨, 태워주세요.” “어디로요? 병원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요. 그 여자 집으로요.” “지금요? 위험합니다. 일단 몸부터 추스르시고…” “아니요. 지금 당장 가야 해요. 도진 씨가 보고 있어요. 우리 아기가 듣고 있다고요. 엄마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 해요.”

내 결의에 찬 눈빛에 진석 씨는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성북동 저택. 한때 내가 시집살이를 하며 숨죽여 살았던 곳. 도진 씨가 지옥이라 불렀던 그곳 앞에 다시 섰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나는 인터폰을 누르지 않았다. 비밀번호는 바뀌었겠지만, 이 집에는 개구멍 같은 뒷문이 있었다. 도진 씨가 밤늦게 몰래 나갈 때 이용하던 곳이었다.

나는 진석 씨를 차에 대기시키고 혼자 저택 뒤편으로 돌아갔다. 정원 관리용 쪽문은 다행히 잠겨 있지 않았다. 정원을 가로질러 거실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거실이 보였다.

시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며느리를 길바닥으로 내쫓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해 보였다. 그녀 앞에는 김 변호사가 무언가 보고하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거실과 연결된 테라스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쾅! 쾅! 쾅!

시어머니가 놀란 듯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김 변호사에게 눈짓을 했고, 곧 문이 열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행패야?”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나는 성큼성큼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간 씻지 못해 냄새나고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행패는 어머니가 부리셨죠. 제 인생에, 그리고 도진 씨 인생에요.” “미쳤구나. 쫓겨나더니 실성을 했어. 경비 불러서 끌어내기 전에 나가!” “입양아.”

내가 뱉은 세 글자에 시어머니의 표정이 굳었다.

“도진 씨, 입양아잖아요. 뇌종양이었고요. 조현병은 어머니가 만든 거였죠? 어릴 때부터 멀쩡한 애한테 약 먹여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김 변호사가 당황하며 시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시어머니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하지만 그녀는 노련했다.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되먹지 못한 헛소리를 듣고 와서 짖어대는 거냐? 증거 있어?”

나는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내던졌다. 진짜 진단서와 입양 관계 증명서가 흩뿌려졌다.

“여기요. 도진 씨가 남긴 증거예요. 그리고 녹음기도 있어요. 어머니가 했던 짓들, 도진 씨가 다 기록해 뒀다고요.”

사실 녹음기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허세가 필요했다. 그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시어머니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종이를 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김 변호사, 나가 있어.”

그녀가 낮게 명령했다.

“하지만 회장님…” “나가라니까!”

그녀가 소리쳤다. 김 변호사는 쭈뼛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는 이제 나와 그녀, 단둘뿐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어머니는 천천히 서류를 찢어발겼다. 종이 조각이 눈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 알았구나.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이걸 가지고 언론에라도 갈 셈이니? 네가 떠들어봤자, 사람들은 돈 뜯어내려는 미친 며느리의 헛소리라고 생각할 거다.”

“돈은 필요 없어요. 사과하세요. 도진 씨 영정 앞에 무릎 꿇고 비세요. 그리고 제 아이, 당신 손주라고 인정하세요.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각서 쓰세요.”

나의 요구에 그녀가 기가 막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건조했다.

“사과? 내가 왜? 나는 그 아이를 거둬줬어. 고아원에서 굶어 죽을 뻔한 걸 데려다가 최고급으로 입히고 먹이고 가르쳤어. 내 덕분에 의사도 만나고 너 같은 여자랑 결혼도 한 거야.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육이었잖아요!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위해서, 아들을 인형처럼 조종한 거잖아요!”

“사랑?”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맹수처럼 변했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네가 사랑을 알아? 내가 그 녀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그놈은 내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야!”

쿵.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입양아인 줄 알았는데… 혼외자였다니.

“내 남편이, 비서랑 바람나서 낳은 자식이라고! 그년이 죽으면서 내 집 문 앞에 핏덩이를 버리고 갔어. 내가 그 꼴을 보고도 녀석을 키웠어. 왜인 줄 알아? 남편의 체면 때문에. 내 집안의 명예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평생 숨겨왔던 독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도진이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천박한 년이 떠올랐어. 웃는 모습, 밥 먹는 모습, 심지어 우는 모습까지 그년을 닮았지. 그런데도 나는 참았어. 내 아들로 포장해서 키웠어. 그런데 감히 그놈이 내 통제를 벗어나려 해? 내 남편처럼?”

“그래서… 그래서 미친 사람으로 만든 거예요? 단지 밉다는 이유로?”

“미쳐야 했으니까! 그 더러운 피가 흐르는데 제정신일 리가 없잖아! 내가 미리 예방해 준 거야. 얌전히 내 말만 듣고 살았으면, 뇌종양 따위 걸리지 않고 오래 살았을 텐데. 녀석이 약을 끊고 반항하니까 몸이 고장 난 거야.”

그녀의 논리는 완벽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녀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악마야.”

“악마? 하하하. 그래, 내가 악마가 되어야 내 가정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너.”

그녀가 내 배를 손가락질했다.

“그 뱃속에 있는 것도 똑같아. 그 더러운 첩년의 피가 섞여 있어. 내 아들의 씨가 아니라, 내 가정을 파괴한 년의 핏줄이라고! 그래서 지우라는 거야. 꼴 보기 싫으니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끼얹었다.

“악!”

시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쌌다. 차가운 물이 그녀의 완벽한 화장을 망가뜨리고 옷을 적셨다.

“다시는 내 아이 모욕하지 마. 그리고 그 입으로 도진 씨 이름도 올리지 마.”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한 짓, 세상이 다 알게 할 거야. 당신이 도진 씨한테 먹인 약, 처방전 조작한 거, 내가 다 찾아낼 거야. 진석 씨가 도와주기로 했어. 당신이 쌓아 올린 그 가짜 명예, 내가 다 무너뜨릴 거야.”

내 말에 그녀가 젖은 얼굴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김진석… 그 쥐새끼가 끼어들었군.”

그녀는 인터폰으로 다가가 경호원들을 호출했다.

“지금 당장 거실로 와. 처리할 게 있다.”

위험했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나가세요. 제 발로 나가. 안 그러면 끌려나갈 테니까.”

“두고 봐요. 이게 끝이 아니니까.”

나는 서둘러 테라스 문을 열고 정원으로 뛰어나갔다. 뒤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임신한 몸이 무거웠지만, 공포와 분노가 아드레날린을 뿜어냈다.

쪽문을 빠져나와 진석 씨의 차에 올라탔다.

“출발해요! 빨리요!”

진석 씨는 내 다급한 목소리에 묻지도 않고 액셀을 밟았다. 차가 급하게 출발하자마자 백미러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대문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괜찮으세요?” “다… 다 말했어요. 그 여자가 도진 씨를…”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배가 뭉쳐오며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신음하며 배를 감싸 안았다.

“으윽…” “제수씨! 왜 그러세요? 병원으로 갈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냥 좀 놀라서…”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창밖을 보았다. 멀어지는 저택이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보였다. 이제 전쟁은 선포되었다.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날 밤, 진석 씨가 마련해 준 안전한 오피스텔에 몸을 뉘었다. 그는 자신의 명의로 된 오피스텔이니 당분간은 안전할 거라고 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세요. 필요한 건 제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진석 씨.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도진이는 제 친구였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진석 씨가 돌아가고, 나는 텅 빈 방에 홀로 남았다. 창밖에는 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도진 씨가 죽던 날처럼.

나는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아까 시어머니 앞에서는 듣지 못했던, 도진 씨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직거리는 소음 뒤에, 도진 씨의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윤아… 이게 마지막 녹음이 될 것 같아. 머리가 너무 아파. 약도 이제 잘 듣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고통에 젖어 있었다.

[오늘 어머니가 다녀가셨어. 나한테 그러시더라. “너만 사라지면 돼. 그러면 모든 게 깨끗해져.”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어. 그래, 나만 없어지면 너는 자유로워질 테니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서윤아, 하나만 약속해 줘. 만약 우리 아이가 생긴다면… 절대 어머니에게 뺏기지 마. 어머니는… 어머니는 괴물이야. 내가 본 걸 너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영원히.]

녹음이 끝났다. 정적 속에 내 흐느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도진 씨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어머니가 원하는 결말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나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다. 아니, 강요당했다.

‘도진 씨…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았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 이제 내 목표는 단 하나였다. 방영숙, 그 여자를 파멸시키는 것.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돈과 명예, 그리고 완벽한 가정을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것.

하지만 나는 몰랐다. 악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잔혹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 뱃속의 아이가, 그녀에게는 단순한 증오의 대상을 넘어 또 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뉴스를 보고 경악했다.

[속보] KJ 그룹 방영숙 회장, 며느리의 패륜 폭로. “마약 중독에 시달리다 유산 상속 요구하며 협박해.”

화면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내 사진과 함께, 내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거짓 증거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어제 내가 뿌린 물에 젖은 채 피해자인 척 인터뷰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죽은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으려 했지만, 며느리가 임신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울고 있었다. 완벽한 연기였다. 여론은 순식간에 나를 ‘꽃뱀’이자 ‘패륜 며느리’로 몰아가고 있었다.

휴대전화(진석 씨가 준 선불폰)가 울렸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뉴스 봤니?”

시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여전히 차갑고 비정한.

“이게 당신 방식이야?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내가 경고했지? 내 눈에 띄지 말라고. 이건 시작일 뿐이야. 네가 가진 그 알량한 증거들? 누가 믿어줄까? 마약 중독자의 망상으로 치부될 텐데.”

“거짓말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어.” “글쎄. 진실은 힘 있는 사람이 만드는 거야. 너는 이제 사회적으로 매장당했어. 그 몸으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으면, 쥐 죽은 듯이 살아. 아니면… 정말로 죽든지.”

뚝.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았다. 분노로 몸이 떨려야 하는데, 오히려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내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 이제 나는 숨을 곳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은, 사냥꾼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든다는 것을.

나는 배를 쓰다듬었다. ‘엄마가 약속할게. 절대 무너지지 않아. 그 여자가 만든 지옥, 내가 끝낼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가위를 들고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눈빛은, 더 이상 예전의 한서윤이 아니었다.

독기. 그것만이 나를 살게 할 유일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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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 제3부: 그림자 속의 숨바꼭질, 그리고 무너지는 경계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김진석 씨가 마련해 준 오피스텔의 두꺼운 커튼 뒤에 숨어, 나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난도질당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터넷은 온통 내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재벌가 며느리의 두 얼굴’, ‘마약 파티와 유산 상속 전쟁’, ‘남편을 죽음으로 몬 악녀’. 자극적인 헤드라인 아래에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사실인 양 떠돌고 있었다. 내가 대학 시절 술집에서 일했다거나, 도진 씨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식의 저급한 소설들이었다.

댓글창은 지옥도였다. [저런 여자는 죽어 마땅하다.] [임신도 거짓말 아냐? 유전자 검사 해봐야 함.] [남편 불쌍해서 어쩌냐. 저런 거랑 결혼해서 인생 망치고.]

활자 하나하나가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내 눈을 찌르고 심장을 후벼 팠다. 사람들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씹을 거리가 필요했고, 시어머니는 그들에게 가장 맛있는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다.

“하아… 하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공황이 밀려왔다. 나는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어둠 속에서 배를 감싸 안았다.

‘아가야, 보지 마. 듣지 마. 세상이 다 거짓말이야. 엄마는 아니야…’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은 말라갔지만, 배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 작은 생명만이 내가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닻이었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올 사람이 없었다. 진석 씨는 비번을 알고 있으니 벨을 누를 리가 없었다. 나는 숨소리를 죽이고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택배 기사 복장이었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이 흉흉하게 번뜩였다.

“계신 거 다 압니다. 문 여세요. 좋게 말할 때.”

굵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시어머니가 보낸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이곳을 알아낸 걸까. 공포가 발끝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그때, 주머니 속의 선불폰이 진동했다. 진석 씨였다.

“제수씨! 지금 당장 거기서 나오세요! 병원으로 사람들이 들이닥쳤어요. 제 차에 GPS가 있었나 봅니다. 놈들이 오피스텔로 가고 있어요!” “이… 이미 왔어요. 문 앞에…” “절대 열어주지 마세요! 제가 경찰에 신고… 아, 안 돼. 경찰도 매수됐을 수 있어요. 일단 뒷문이나 비상구를 찾으세요. 무조건 도망치셔야 해요!”

쾅! 쾅! 쾅!

현관문이 부서질 듯 울렸다.

“안 열면 따고 들어갑니다!”

밖에서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어록을 파괴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다행히 오피스텔은 2층이었고, 창문 아래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훅 끼쳐 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임신한 몸으로 뛰어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잡히면 끝이다. 강제로 끌려가 수술대 위에 눕혀질 것이 뻔했다.

“할 수 있어… 아가야, 꽉 잡아.”

나는 난간을 넘었다. 실외기를 밟고 배관을 타고 내려가는데 손이 미끄러웠다. 드르륵- 쾅! 위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들의 고함이 들렸다.

“없어! 창문 열려 있다! 튀었어!”

나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쿠쿵. 발목에 찌릿한 통증이 왔지만, 비명을 삼키고 달렸다.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사람들 틈으로 섞여 들어갔다.

겨울 저녁의 거리는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나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인파 속에 숨어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저 멀리, 더 멀리 가야 했다.

지하철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처참했다. 헝클어진 단발머리, 흙이 묻은 코트, 공포에 질린 퀭한 눈. 누가 봐도 수상한 행색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릴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나를 알아볼까? 뉴스에 나온 그 마약 중독자라고 손가락질할까?’

피해망상이 나를 옥죄어 왔다. 세상 모든 눈동자가 CCTV처럼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도망치듯 화장실을 빠져나와 아무 열차나 탔다.

그날 밤, 나는 서울 외곽의 낡은 PC방 구석 자리에 몸을 숨겼다. 컵라면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역겨웠지만, 찜질방이나 모텔은 신분증 검사를 할까 봐 들어갈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진석 씨가 걱정되었다.

[단독] 유명 대학병원 의사 K 씨,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

기사를 보자마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어머니였다. 그녀는 나를 돕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진석 씨에게 누명을 씌워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아…”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나 때문에. 오로지 나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이 파멸했다. 죄책감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쳤다. 내가 싸우겠다고 결심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그냥 조용히 아이를 지우고 떠났다면, 진석 씨는 무사하지 않았을까?

‘내가… 내가 재앙이야. 어머니 말이 맞아. 나랑 엮이면 다 불행해져.’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했다. 도진 씨도 나 때문에 죽었고, 진석 씨도 나 때문에 잡혀갔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뱃속의 아이?

나는 배를 쓰다듬었다. 처음으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너를 지키는 게… 욕심일까?’

며칠간의 도피 생활은 지옥이었다. 가진 돈은 바닥나고 있었고,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하혈은 멈췄지만,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겨왔다. 영양 섭취를 못 해서인지 현기증이 심해 걸을 때마다 비틀거렸다.

어느 날 새벽, 나는 한강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강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베었다. 검푸른 강물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아래로 뛰어내리면 모든 고통이 끝날 것 같았다. 시어머니의 추적도, 사람들의 비난도, 배고픔도, 추위도.

‘도진 씨… 거기는 따뜻해? 나 너무 힘들어…’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았다. 그때였다.

툭.

뱃속에서 무언가가 톡 하고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미세한, 물방울이 터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잠시 후, 다시 한번. 툭.

태동이었다. 첫 태동.

아이가 발로 차는 것 같았다. 마치 “엄마, 안 돼. 나 여기 있어.”라고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죽으려고 마음먹은 순간에 찾아온 생명의 신호. 아이는 살고 싶어 했다. 이 차가운 세상이라도, 엄마와 함께라면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 엄마가 미친 짓을 할 뻔했어… 미안해…”

나는 다리 위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쌩쌩 소리를 내며 무심하게 지나쳤다. 나는 다시 일어섰다. 죽을 용기로 살아야 했다. 이 아이가 세상 빛을 볼 때까지는, 나는 죽을 자격도 없었다.

다시 시내로 들어왔을 때, 공중전화 부스가 보였다. 나는 마지막 남은 동전을 넣고 진석 씨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의 번호는 이미 없는 번호였다. 그때, 주머니 속의 선불폰이 울렸다. 배터리가 거의 닳아 꺼지기 직전이었다.

[발신자 정보 없음]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한서윤 씨 되십니까?”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중년의, 약간 쉰 듯한 목소리. 하지만 시어머니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누구세요? 어떻게 이 번호를…” “김진석 선생님이 잡혀가기 전에 저한테 당신 번호를 넘겼어요. 도와달라고.”

경계심이 들었다. 시어머니가 보낸 함정일 수도 있다.

“믿을 수 없어요. 끊겠습니다.” “강도진 도련님. 유품 중에 만년필 있었죠?”

나는 멈칫했다. 만년필은 은행 금고에서 가져온 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물건이었다.

“그 만년필 뚜껑, 돌려서 열면 안에 마이크로 SD 카드 들어있어요. 아직 확인 안 하셨죠?”

소름이 돋았다. 나는 급히 가방을 뒤져 만년필을 꺼냈다. 여자의 말대로 뚜껑을 돌리자, 정교하게 숨겨진 틈새에서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가 나왔다.

“당신… 누구예요?” “저는 방영숙 회장의 집에서 20년 동안 일했던 가사 도우미, 박 순례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도련님이… 가시기 전에 저한테 부탁하셨어요. 혹시라도 아내분이 곤경에 처하면 도와달라고. 저도 회장님한테 쫓겨난 사람입니다. 회장님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거든요.”

“비밀이요?” “네. 도련님 친어머니에 대한 것, 그리고 회장님이 도련님에게 했던 학대들… 제가 다 봤습니다. 증언해 줄 수 있어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면 되죠?” “지금 계신 곳이 어디예요? 제가 데리러 갈 수는 없고, 찾아오셔야 해요. 여기는 재개발 지역이라 숨기 좋을 거예요.”

그녀가 알려준 주소는 서울 변두리의 달동네였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곳으로 향했다.

박 순례 씨의 집은 낡고 허름했지만 따뜻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었다.

“아이고, 세상에… 이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도련님이 보시면 피눈물을 흘리실 텐데…”

그녀는 나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차려주었다. 며칠 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밥을 넘기는데 목이 메어 자꾸만 눈물이 났다.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노트북을 꺼내 내가 가져온 SD 카드를 꽂았다.

그 안에는 도진 씨가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들과, 시어머니의 이중장부를 찍은 사진들, 그리고 학대 정황이 담긴 일기장 스캔본이 들어 있었다.

“이게… 결정적인 증거가 될까요?”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박 순례 씨가 고개를 저었다.

“방 회장은 이 정도는 돈으로 막을 사람이에요. 조작이라고 우기면 그만이고요. 더 확실한 게 필요해요. 그녀를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는, 도덕적인 치명타가.”

“그게 뭔데요?” “도련님의 친어머니… 살아 계십니다.”

“네?!”

나는 너무 놀라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시어머니는 분명 죽었다고, 비서가 아이만 버리고 죽었다고 했다.

“죽지 않았어요. 방 회장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시켰죠. 30년 넘게.”

충격의 연속이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이었다. 남편의 외도 상대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그 아들을 데려다 학대하며 키웠다니. 방영숙이라는 여자의 악마성은 어디까지인가.

“그분이 살아 계시다면… 그분을 찾아내야 해요. 그분이 증언하고, 유전자 검사까지 한다면… 방 회장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병원은 요새예요. 접근하기도 힘들고, 면회도 금지되어 있어요. 방 회장이 특별 관리하는 곳이라…”

박 순례 씨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다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방법을 찾아야죠. 아니,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들어가야죠.”

나는 배를 어루만졌다.

“저한테 계획이 있어요.”

나는 거울을 보았다. 며칠간의 도피 생활로 망가진 얼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내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미친 여자’처럼 보였다.

“제가… 그 병원에 들어갈게요. 환자로 위장해서.”

박 순례 씨가 기겁하며 손을 저었다.

“안 돼요! 임신한 몸으로 거길 어떻게 들어가요? 게다가 거기는 방 회장 구역이에요. 들키면 죽어요!” “안 들키면 되죠. 그리고 밖에서는 접근할 방법이 없잖아요. 안에서 무너뜨려야 해요.”

나는 결심을 굳혔다. 시어머니가 나를 ‘미친 여자’로 만들었으니, 그 프레임을 역이용할 것이다. 내가 제 발로 정신병원에 걸어 들어가, 그곳에 갇혀 있는 도진 씨의 친어머니를 구해낼 것이다. 그것이 도진 씨의 한을 풀고, 내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다.

“순례 아주머니, 도와주세요. 제가 미친 척 연기해서 그 병원에 강제 입원될 수 있게… 신고해 주세요.”

나의 말에 박 순례 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뱃속의 아이를 걸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짓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시장에서 가장 허름한 옷을 사 입고 소주병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방영숙 회장이 후원한다는 그 정신병원 앞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 남편 살려내! 악마들아! 내 아이 내놓으란 말이야!”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차며 쳐다봤다. 곧이어 병원 직원들과 경찰이 출동했다. 나는 그들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부으며 완벽하게 이성을 잃은 임신부를 연기했다.

“보호자가 없습니다. 신원도 불분명하고, 자해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응급 입원 시키죠. 회장님 지시도 있었고, 요주의 인물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직원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나를 한서윤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설마 제 발로 이곳에 올 리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진정제를 맞고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병원의 높은 철문이 닫히는 것을 보았다.

지옥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선택해서 들어온 지옥이다. 기다려, 방영숙. 당신이 숨겨둔 가장 추악한 비밀, 내가 끄집어내 줄 테니.

[Word Count: 3,110]

제2막 – 제4부: 404호의 유령,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하얀 천장, 하얀 벽, 하얀 침대 시트. 그리고 내 손목을 옥죄고 있는 하얀 가죽 끈.

“으읍…”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묶인 팔다리 때문에 꼼짝할 수 없었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해 내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정신병원. 나는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왔다.

“어머, 깨어났네? 302호 환자, 진정해. 여기는 널 치료해 주는 곳이야.”

간호사가 다가와 내 눈동자를 확인했다. 그녀의 눈은 친절하게 웃고 있었지만, 손길은 기계적이고 차가웠다.

“이거… 풀어줘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

나는 최대한 불쌍하고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친 척해서 들어왔지만, 안에서는 얌전한 척해야 결박을 풀 수 있다. 간호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쪽 팔을 풀어주었다.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독방이야.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입안에 숨겨두었던 알약을 변기에 뱉어냈다. 조금 전 억지로 삼키게 했던 진정제였다. 혀 밑에 감추느라 쓴맛이 진동했지만, 태어날 아이를 위해 절대 삼킬 수 없었다.

거울을 보았다. 환자복을 입은 내 모습은 영락없이 병든 짐승 같았다.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찾아야 해. 이 병원 어딘가에 도진 씨 어머니가 있어.’

박 순례 아주머니의 정보에 따르면, 도진 씨의 친어머니는 ‘특별 관리동’인 4층 독방에 갇혀 있다고 했다. 일반 환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역이었다.

나는 며칠 동안 병원 생활에 적응하는 척하며 동태를 살폈다. 이곳은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창문에는 쇠창살이 박혀 있었고, 곳곳에 CCTV가 돌아갔다. 환자들은 약에 취해 좀비처럼 복도를 배회하거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연기를 했다. 때로는 멍하니 창밖을 보고, 때로는 도진 씨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시늉을 했다. 의료진은 나를 ‘망상 장애가 심한 임신부’로 기록했다. 그들의 방심이 나에게는 기회였다.

“저기, 4층에는 누가 살아요?”

휴게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젊은 환자에게 슬쩍 물었다. 그녀는 조울증으로 입원했다고 했다.

“쉿!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돼. 거기는 귀신이 사는 데야.” “귀신?” “밤마다 울음소리가 들린대. ‘내 아기 내놔, 내 아기 내놔’ 하면서. 간호사들도 거기 가는 거 싫어해. 원장님만 들어갈 수 있대.”

내 아기 내놔.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그녀다. 도진 씨의 친어머니.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일주일 뒤, 병원에 화재 경보 오작동이 발생했다. 애앵-! 사이렌 소리에 병동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환자들은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고, 의료진들이 그들을 통제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지금이다.’

나는 혼란을 틈타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평소에는 잠겨 있던 철문이 시스템 오류로 열려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라 4층에 도착했다.

4층은 아래층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차갑고 습하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복도 끝에 육중한 철문이 하나 있었다. [404호 – 접근 금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잠겨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준비해 온 것이 있었다. 훔친 클립을 펴서 열쇠 구멍에 넣었다. 도진 씨가 예전에 장난스레 가르쳐주었던 방법이었다. “건축가는 문을 만들기도 하지만, 여는 법도 알아야 해.” 그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달그락. 틱. 기적처럼 문이 열렸다.

방 안은 어두웠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지린내가 섞여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독방 구석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백발, 앙상하게 마른 몸. 사람이 아니라 유령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요…”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도진 씨였다. 깊게 패인 주름과 초점 없는 눈동자 뒤로, 도진 씨의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그 슬픈 눈매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누… 누구…?”

그녀의 목소리는 녹슨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거칠었다.

“어머니… 저, 도진 씨 아내예요. 강도진 씨 아내 한서윤이라고 합니다.”

‘도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내 팔을 덥석 잡았다. 손톱이 길게 자라 살을 파고들었다.

“도진이? 내 아기? 내 아기 왔어?” “아니요… 도진 씨는… 도진 씨는 멀리 갔어요. 대신 제가 왔어요.”

나는 차마 죽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품에서 도진 씨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었다. 턱시도를 입은 도진 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는 사진을 받아 들더니, 떨리는 손으로 도진 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뚝, 뚝.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져 사진 위로 번졌다.

“컸구나… 이렇게 컸어… 내 새끼… 살아 있었어…”

그녀는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30년의 세월과 그리움에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어머니, 시간이 없어요. 저랑 나가셔야 해요. 나가서 도진 씨가 겪은 일들, 방영숙 회장이 한 짓들, 다 말씀해 주셔야 해요.”

“방영숙… 그 악마…”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공포가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안 돼… 못 나가… 나가면 죽여… 도진이도 죽인다고 했어…” “도진 씨는 이미 그 여자가 죽였어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방영숙이 도진 씨를 정신병자로 몰아서 죽게 만들었다고요! 이제 제 뱃속에 있는 도진 씨 아이까지 죽이려고 해요. 어머니, 도와주세요. 이 아이는 살려야 하잖아요!”

나는 내 배를 그녀의 손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거친 손이 내 배에 닿았다. 그 순간, 기이한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공포가 사라지고, 모성이라는 본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아기가… 있어? 도진이의 아기?” “네. 손주예요. 이 아이를 지키려면 어머니가 필요해요.”

그녀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가자… 나가자. 내 새끼는 못 지켰지만… 이 아이는 안 돼.”

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방을 나섰다. 복도는 여전히 조용했다. 엘리베이터는 위험하니 다시 비상계단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4층 복도 중간쯤 갔을 때였다.

탁. 복도의 불이 켜졌다.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니? 며느라.”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었고, 그곳에 방영숙 시어머니가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건장한 남자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병원장이 도열해 있었다.

함정이었다. 화재 경보도, 열린 문도, 모두 나를 4층으로 유인하기 위한 덫이었던 것이다.

“역시 제 발로 찾아올 줄 알았어. 죽은 남편의 어미를 찾겠다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오다니. 그 집착 하나는 칭찬해 줄 만하구나.”

시어머니가 또각또각 걸어왔다. 그녀는 내 옆에 서 있는 도진 씨의 친어머니, 이명화 여사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오랜만이네, 상간녀 주제에 아직도 명줄이 붙어 있었어?”

“으으윽…”

이명화 여사가 비명을 지르며 내 뒤로 숨었다. 그녀에게 방영숙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당신…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이 병원이 누구 돈으로 돌아가는데? 네가 병원 앞에서 난동 부릴 때부터 보고받았다.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해서 놔둬 봤지.”

그녀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내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

“어때? 감동적인 상봉은 끝났니?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비겁해…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인간? 그래, 난 신이 되고 싶었어. 내 완벽한 세계를 망치는 오점들을 지우는 신. 너랑 저 미친년, 그리고 네 뱃속의 괴물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녀가 손짓하자 남자들이 달려들어 나와 이명화 여사를 떼어놓았다.

“안 돼! 놓으란 말이야!”

나는 발버둥 쳤지만, 건장한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명화 여사는 바닥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망쳐! 아가야, 도망쳐!”

시어머니는 병원장을 보며 차갑게 명령했다.

“준비해.” “네, 회장님. 수술실 비워뒀습니다.”

수술실?

“무슨…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간단한 시술이야. 네가 밖에서 안 하겠다고 버티니, 안에서 해줘야지. ‘임신 중독증으로 인한 긴급 낙태 수술’. 차트에는 그렇게 적힐 거다. 너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동의서도 필요 없어. 내가 보호자니까.”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강제 낙태. 그것이 그녀가 준비한 마지막 카드였다.

“안 돼! 절대 안 돼! 살인마! 이건 살인이야!”

나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남자들이 나를 억지로 침대에 묶었다. 팔과 다리가 결박당했다.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내 아이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찢겨 나간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어머니! 제발요! 잘할게요!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제발요!”

나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애원했다. 시어머니의 발목이라도 잡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냉혹했다.

“늦었어. 기회는 줬을 때 잡았어야지. 마취해.”

그녀의 말 한마디에 마취과 의사가 주사기를 들고 다가왔다.

“안 돼… 도진 씨… 살려줘… 누가 좀 도와줘요…”

눈물이 귓바퀴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명화 여사의 절규 소리도 멀어지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주삿바늘이 팔에 꽂히는 따끔한 느낌이 났다.

‘아… 끝이구나.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너무 약해서…’

의식이 가물거리는 와중에, 시어머니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걱정 마라. 수술 끝나면 너도 저 여자 옆방에 넣어줄 테니까. 평생 셋이서 오순도순 살아봐. 지옥에서.”

그녀의 악마 같은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것이 나를 죽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차가운 감각이 돌아왔다. 눈을 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취가 덜 풀린 탓이었다. 배가… 배가 허전한가?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미친 듯이 손가락을 움직여 배를 만져보려 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묶여 있었다.

“깨어났나?”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시어머니도, 병원장도 아니었다. 희미한 시야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수술실이 아니었다. 좁고 어두운 방. 트럭 짐칸?

나는 고개를 돌렸다. 옆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이명화 여사였다. 그녀는 아직 기절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내 앞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쓴 남자.

“누… 누구…”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남자가 마스크를 벗었다. 놀랍게도, 그는 김진석 씨였다.

“진석 씨?”

“쉿. 조용히 하세요. 아직 병원을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닙니다.”

그는 운전석 쪽을 두드렸다.

“박 여사님, 좀 더 밟으세요! 쫓아옵니다!”

운전석에는 박 순례 아주머니가 있었다. 트럭이 거칠게 덜컹거렸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 잡혀갔다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박 여사님 연락을 받았죠. 제수씨가 병원으로 들어갔다고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기회가 생겼죠.”

“제 아이는요? 수술… 수술은요?”

나는 울먹이며 물었다. 진석 씨가 내 배를 덮고 있던 담요를 걷어주었다. 불룩한 배가 그대로 있었다.

“늦지 않았습니다. 마취 주사가 들어가기 직전에 우리가 전력을 차단했어요. 병원 비상발전기가 돌기 전, 그 3분의 암흑 동안 제수씨와 어머님을 빼내 왔습니다.”

안도감에 온몸의 힘이 풀렸다. 살았다. 내 아이가 살았다.

“하지만… 방 회장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우리를 지구 끝까지 쫓아올 거예요.”

“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진석 씨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도망은 끝났습니다. 이제 사냥을 시작해야죠.”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USB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건…” “병원 보안실 서버에서 빼낸 CCTV 영상입니다. 방 회장이 제수씨를 강제로 수술대에 눕히고 협박하는 장면, 그리고 이명화 어머님을 감금하고 있었던 정황, 전부 고화질로 찍혔습니다.”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결정적인 증거였다. 빼도 박도 못할, 방영숙의 악행을 증명할 스모킹 건.

“그리고… 이분도 계시고요.”

진석 씨가 이명화 여사를 바라보았다.

“산증인과 물증, 모두 확보했습니다. 이제 법정이든 언론이든,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트럭은 어둠을 뚫고 달렸다. 창밖으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옆에 누운 이명화 여사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지만, 내 온기로 덥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 이제 집에 가요. 도진 씨가 기다리는 곳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나는, 이제 전사가 되어 있었다.

방영숙. 기다려. 네가 준 고통, 이자까지 쳐서 돌려줄 테니까.

트럭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질주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봄의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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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 제1부: 폭풍의 눈, 그리고 세상에 외치는 진실

트럭은 덜컹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도진 씨가 떠나던 날 보았던 차가운 아침 해와는 달랐다. 뜨겁고, 강렬하고, 모든 어둠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타오르는 태양이었다.

우리는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펜션에 도착했다. 진석 씨의 지인이 운영하다가 폐업해서 비어있는 곳이라고 했다.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5성급 호텔보다 아늑한 요새였다.

“일단 좀 쉬세요. 제가 주위를 살피고 오겠습니다.”

진석 씨는 짐을 풀자마자 경계를 섰다. 박 순례 아주머니는 능숙하게 부엌을 정리하고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나는 방 한구석에 이명화 여사를 눕히고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30년의 세월. 그 긴 시간 동안 빛 한 점 없는 독방에 갇혀 지낸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 보였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낯선 냄새에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여기… 어디야? 다시… 갇힌 거야?” “아니에요, 어머니. 여기는 안전해요. 우리가 나왔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제가 서윤이에요. 도진 씨 아내.”

그녀가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내 불룩한 배에 머물렀다. 그녀의 거친 손이 조심스럽게 내 배를 쓰다듬었다.

“아가… 살아 있어?” “네. 씩씩하게 잘 있어요. 할머니가 구해줘서 살았어요.”

그 말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었다. 30년 동안 억눌려온 한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고맙다… 고마워… 내 새끼를 지켜줘서…”

그녀는 나를 품에 안았다. 앙상한 뼈마디가 느껴졌지만, 그 품은 놀랍도록 따뜻했다. 시어머니 방영숙에게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진짜 ‘어머니’의 온기였다. 나는 그 품에서 안도감에 무너져 내렸다. 긴장이 풀리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오후가 되자, 진석 씨가 노트북을 세팅했다. 이제 반격을 시작할 때였다.

“방 회장이 손을 쓰기 시작했어요. 언론에 제수씨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해서 납치극을 벌이고 있다고 뿌렸더군요. 경찰 병력이 깔렸습니다.”

진석 씨가 보여준 뉴스 화면에는 [정신질환 며느리, 조력자들과 함께 시어머니 살해 협박 후 도주]라는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방영숙은 정말 치밀했다. 그녀는 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나를 완전히 미치광이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려 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요. 지금 터트려야 해요.”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멈췄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 억울함? 도진 씨의 죽음? 아니면 방영숙의 악행? 아니, 진실만 말하자. 꾸밈없이,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을.

나는 떨리는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제목: 저는 마약 중독자도, 미친 여자도 아닙니다. KJ그룹 방영숙 회장의 며느리 한서윤입니다.]

안녕하세요. 죽은 남편 강도진의 아내이자, 현재 임신 5개월 차인 한서윤입니다. 세상은 저를 패륜아, 꽃뱀, 마약 중독자라고 손가락질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제 목숨과 뱃속 아이의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제 남편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학대와 조작된 병력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그리고 방영숙 회장은 자신의 친손주를 ‘괴물’이라 부르며 강제 낙태를 시도했습니다.

글과 함께 증거 파일들을 첨부했다.

  1. 도진 씨의 유언이 담긴 녹음 파일.
  2. 진짜 뇌종양 진단서와 조작된 정신병 진료 기록.
  3. 이명화 여사의 감금 사실을 증명하는 병원 내부 사진.
  4.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어젯밤 수술실 CCTV 영상.

영상 속에는 나를 강제로 묶고 협박하는 방영숙의 모습과, 비명을 지르는 나의 모습이 고화질로 담겨 있었다. “평생 셋이서 지옥에서 살아봐.” 그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전송.”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내 손끝에서 전율이 흘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네티즌들이 CCTV 영상을 보고 경악했다. 조회수는 순식간에 100만, 500만, 1000만을 돌파했다.

[미쳤다… 이게 영화가 아니라 실제라고?] [방영숙 회장 인상 좋게 봤는데 소름 돋네. 악마가 따로 없다.] [강제 낙태라니… 저게 사람이 할 짓이냐?] [도진 씨 목소리 듣는데 눈물 난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나를 비난하던 댓글들은 사라지고, 방영숙 회장과 KJ그룹을 향한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영숙 회장 구속 수사’ 청원이 올라왔고, 몇 시간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진석 씨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KJ그룹 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불매 운동 조짐도 보이고요.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빗발치고 있어요. 우리가 이겼습니다, 제수씨.”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영숙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돈과 권력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날 저녁, 예상대로 반격이 시작되었다. TV 뉴스에 KJ그룹 대변인이 나와 브리핑을 했다.

“해당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딥페이크 조작 영상입니다. 한서윤 씨는 심각한 망상 장애를 앓고 있으며, 현재 범죄 조직과 결탁하여 회장님을 음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

뻔뻔함의 극치였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조작’이라고 우기는 뻔뻔함. 심지어 그들은 경찰청장까지 움직여 수사 방향을 ‘영상 유포자 검거’로 돌리고 있었다.

“역시… 그냥 죽지는 않겠다는 거네.”

박 순례 아주머니가 분통을 터뜨렸다.

“저 독사 같은 년. 천벌도 안 받나 봐.”

그때, 방에 누워 있던 이명화 여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녀는 TV 화면 속 방영숙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서슬 퍼런 증오만이 남아 있었다.

“내가… 내가 나갈게.”

그녀의 목소리는 작지만 단단했다.

“내가 산증인이야. 내가 살아있는 증거야. 내 얼굴, 내 몸, 내 기억이 다 증거야. 딥페이크? 조작? 내가 직접 나가서 보여주면 돼.”

“어머니, 위험해요. 아직 몸도 성치 않으신데…” “아니야. 30년을 숨어 살았어. 도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참았어. 하지만 그게 도진이를 죽였어. 더 이상은 안 숨어. 내 손주를 위해서라면, 나 악마랑도 싸울 수 있어.”

그녀의 결의에 찬 눈빛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어머니는 강했다. 그녀는 피해자가 아니라, 자식을 잃은 어미였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사였다.

다음 날 아침, KJ그룹 본사 앞. 방영숙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는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수백 명의 기자와 지지자들을 동원해서.

“우리도 갑니다.”

내가 말했다.

“그 기자회견장,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주러 가요.”

진석 씨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위험할 겁니다. 경호원들이 깔려 있을 텐데요.” “생방송이에요. 전국에 생중계될 거예요. 보는 눈이 많으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요. 그리고…”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저한테 최고의 보디가드가 있잖아요. 도진 씨가 보고 있을 거예요.”

우리는 다시 트럭에 올랐다. 도망이 아니라, 전쟁터로 향하는 출정이었다. 나는 도진 씨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 그가 평생을 바쳐 지키고 싶었던 진실을 품에 안았다.

서울로 들어서는 길은 막혔다. 라디오에서는 온통 KJ그룹 사태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뒷골목을 통해 기자회견장 근처까지 접근했다. 회장님이 선다는 단상, 화려한 조명, 수많은 카메라. 그곳은 방영숙이 만든 거대한 쇼 무대였다.

오전 10시. 방영숙 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그녀는 여전히 꼿꼿하고 우아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침통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연기력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주주 여러분. 며느리의 일탈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며, 정신적으로 아픈 며느리를 치료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의 사랑을 왜곡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녀는 거짓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영상은 조작된 것입니다. 저는 결코 낙태를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거짓말!”

나의 외침이 장내를 갈랐다. 모든 카메라와 시선이 뒤쪽으로 쏠렸다. 기자들 사이를 헤치고 내가 걸어 들어갔다. 초라한 임부복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 하지만 내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했다.

“한서윤 씨다!” “진짜가 나타났다!”

기자회견장이 술렁거렸다. 경호원들이 나를 막으려 달려들었다.

“막지 마세요! 저 여자 말이 사실이라면, 제가 여기 있는 게 무슨 문제죠?”

나는 소리쳤다. 카메라들이 생중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호원들도 함부로 폭력을 쓸 수 없었다. 그 틈을 타 진석 씨와 박 순례 아주머니가 휠체어 하나를 밀고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이명화 여사였다.

단상 위에 서 있던 방영숙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뒷걸음질 쳤다. 마이크가 쿵 하고 떨어졌다.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하울링 소리가 났다.

“저… 저 여자가 왜…”

방영숙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완벽했던 가면이 금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단상 아래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방영숙 회장님. 딥페이크요? 조작이요? 그럼 이분도 조작인가요?”

나는 이명화 여사를 가리켰다.

“30년 전, 당신이 죽었다고 공표했던 사람. 내 남편 강도진의 친어머니. 당신이 당신 소유의 정신병원 지하 독방에 30년 동안 가둬두었던 이명화 씨입니다!”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기자들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질문이 빗발쳤다. 이명화 여사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방영숙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방영숙… 네가 내 아들을 뺏어가고… 내 인생을 뺏어가고… 결국 내 아들까지 죽였어…”

그녀의 절규는 어떤 웅변보다 강력했다. 30년의 고통이 담긴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여러분! 저 여자는 악마입니다! 자기 남편의 핏줄이 싫어서, 멀쩡한 내 아들을 정신병자로 만들어서 죽였습니다! 그리고 내 뱃속에 있던 손주까지 죽이려 했습니다!”

방영숙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뭐 해! 저 미친년들 끌어내! 방송 꺼! 당장 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생방송으로 그녀의 광기 어린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우아했던 회장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악에 받친 노파의 모습만이 남았다.

그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나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진석 씨가 미리 검찰에 제출한 증거들 덕분에, 긴급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방영숙 씨, 살인 교사 및 감금, 아동 학대, 그리고 불법 의료 행위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형사들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방영숙은 형사들을 뿌리치며 발악했다.

“놔!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 김 변호사! 김 변호사 어디 있어!”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도망치는 것은 쥐새끼들이니까.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방영숙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끝났어.’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끌려갔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그녀의 처참한 몰락을 기록했다.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었지만, 내 주위에는 기이한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진석 씨가 나를 부축했다.

“끝났습니다, 제수씨. 정말로… 끝났습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도진 씨의 얼굴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보고 있어? 우리가 이겼어. 당신 어머니를 찾았고, 우리 아이를 지켰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마침내 봄이 왔음을 알리는 해빙의 눈물이었다.

이명화 여사가 휠체어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내 배에 얼굴을 묻었다.

“고맙다… 고맙다 아가야…”

우리는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만을 의지하며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지만,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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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 제2부: 겨울이 지나간 자리, 피어나는 봄

방영숙 회장의 체포는 그해 겨울 가장 뜨거운 뉴스였다. KJ 그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화려했던 성북동 저택은 압수수색을 당해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그녀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모래성은 진실이라는 파도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재판은 길고 지루했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려 했다. 아들을 사랑해서 그랬다, 며느리가 정신병자다, 온갖 핑계를 대며 법망을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증거는 너무나 명백했다. 특히 3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명화 여사의 증언은 법정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나는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내 아들이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 여자가 내 아들을 훔쳐 가서, 결국 죽여버렸습니다.”

그녀의 절규 앞에 판사도 고개를 숙였다. 결국 방영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녀가 법정에서 끌려나가며 나를 향해 쏘아보던 그 마지막 눈빛. 그것은 반성이 아닌, 여전한 오만과 독기였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일 뿐이었으니까.

모든 소동이 끝나고,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와 이명화 어머니는 작은 빌라를 얻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 진석 씨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머니는 30년의 공백을 채우기라도 하듯, 나에게 지극정성이었다.

“서윤아, 이거 먹어라. 시금치무침이다. 아기한테 좋대.”

어머니는 서툰 솜씨로 반찬을 만들었다. 독방에서 주는 밥만 먹다가 칼질을 다시 배우고, 가스 불을 켜는 법을 익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려왔다.

“어머니, 제가 할게요. 좀 쉬세요.” “아니야. 내가 하게 해 줘. 도진이한테는… 따뜻한 밥 한 번 못 해줬잖아. 너랑 뱃속 아기한테라도 해줘야 내가 살아.”

우리는 도진 씨 이야기를 자주 했다. 내가 기억하는 남편 도진 씨와, 그녀가 상상 속에서 키웠던 아들 도진 씨. 우리는 서로의 기억을 맞추며 그를 추억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우리는 상처를 핥아주는 어미 짐승들처럼 서로를 의지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내 배는 남산만 하게 불러왔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아이가 아프면 어떡하지?’

방영숙이 심어놓은 저주의 씨앗은 끈질겼다. 뇌종양이 유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도진 씨가 겪었던 그 고통을 아이가 닮았을까 봐, 나는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나를 보며 기괴하게 웃거나, 피를 흘리며 쓰러지곤 했다.

“괜찮아. 걱정 마라.”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깨면, 어느새 어머니가 옆에 와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도진이는 착한 아이였어. 그 아이 핏줄이야. 맑고 깨끗한 영혼일 거야.”

어머니의 거친 손이 내 불안을 잠재웠다. 그래, 믿자. 도진 씨를 믿고, 우리 아이를 믿자.

드디어 진통이 시작된 날은,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새벽부터 배가 뒤틀리는 통증이 찾아왔다. 진석 씨의 도움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진통은 생각보다 길고 고통스러웠다. 10시간, 12시간… 뼈가 벌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나와야 해… 건강하게 나와야 해…’

분만실 밖에서 어머니가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진석 씨가 옆에서 내 호흡을 도와주었다.

“제수씨, 조금만 더요! 머리가 보여요!” “으아아악!”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 세상이 하얗게 점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응애- 응애-!”

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축하합니다! 건강한 아들입니다!”

간호사가 핏덩이 같은 아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안았다. 작고 따뜻한 생명체. 붉은 얼굴, 꽉 쥔 주먹, 힘차게 움직이는 다리.

나는 황급히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을 확인했다. 열 개. 모두 열 개다. 눈을 뜬 아이의 눈동자는 맑고 깊었다. 도진 씨의 눈이었다.

“아… 아가…”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너무나 건강하고 완벽한 아이였다. 괴물이 아니었다. 시한폭탄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천사였다.

“도진 씨… 봤어? 우리 아기야… 당신 닮았어…”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지난 겨울, 그 모진 핍박과 죽음의 위기를 견뎌낸 보상이 내 품에 있었다. 방영숙의 저주는 틀렸다. 생명은 저주보다 강했다.

병실로 옮겨진 후, 이명화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이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세상에… 세상에…”

그녀는 차마 아이를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어머니, 안아보세요. 손주예요.”

내가 아이를 건네자,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받아 안았다. 30년 전, 빼앗겼던 아들을 다시 품에 안은 듯, 그녀의 표정은 환희와 슬픔으로 일그러졌다.

“아가… 내 강아지… 할미가 늦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의 눈물이 아이의 볼 위로 떨어졌다. 아이는 할머니의 품이 편안한지 방긋 웃었다. 그 미소 하나가 우리 모두를 구원했다.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도원(道元)’이라고 지었다. 도진 씨의 이름 한 글자와, 으뜸 원 자를 썼다. 세상의 중심이 되어 행복하게 살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고, KJ 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어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다시 동화책 편집 일을 시작했고, 작은 출판사를 차려 독립했다.

“엄마! 할머니!”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도원이가 다다다다 달려왔다. 5살이 된 도원이는 도진 씨의 판박이였다. 웃을 때 반달이 되는 눈, 다정하고 섬세한 성격까지 아빠를 쏙 빼닮았다.

“우리 강아지, 오늘 재미있었어?”

이명화 어머니가 도원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서 30년 감금 생활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잘 먹고, 잘 웃고, 손주를 돌보며 그녀는 비로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다.

“응! 오늘 선생님이 그림 그리기 했는데, 내가 일등 했어!” “정말? 우리 아들 천재네. 아빠 닮아서 그림도 잘 그리네.”

나는 도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도원이는 건강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끔 아이가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때면 옛날의 공포가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일 뿐이었다. ‘괴물의 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교도소였다.

“한서윤 씨 되십니까? 여기 XX 교도소 의무과입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수감 번호 3052번, 방영숙 수감자가… 위독합니다. 며칠을 넘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가족이라고는 며느님밖에 없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심장이 철렁했다. 방영숙. 그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은 여전했다. 그녀는 감옥 안에서도 뉘우치지 않았다고 들었다. 탄원서를 쓰고, 변호사를 불러대며 끊임없이 재심을 청구했다고 했다. 그러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쓰러진 것이다.

“안 가셔도 돼요. 그 여자가 우릴 어떻게 했는데.”

진석 씨(지금은 나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인)가 만류했다. 이명화 어머니도 고개를 돌렸다. 꼴도 보기 싫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야 했다.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끝을, 그리고 나의 끝맺음을.

“도원이, 데려갈게요.” “뭐? 애를 거기에 데려가겠다고?”

어머니가 펄쩍 뛰셨다.

“보여주고 싶어요. 그녀가 그토록 죽이려 했던 ‘괴물’이 얼마나 예쁘게 자랐는지. 그게 그녀에게 내리는 최고의 벌일 테니까요.”

나는 검은 정장을 입고, 도원이에게는 가장 예쁜 꼬까옷을 입혔다. 도원이는 영문도 모른 채 엄마 손을 잡고 따라나섰다.

교도소 외부 병원 특실.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병실 공기는 무거웠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노파는 내가 알던 ‘철의 여인’ 방영숙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살은 쏙 빠져 뼈만 앙상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쭈글쭈글한 노인.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흐릿한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를 알아보는 듯 눈이 커졌다.

“….왔…구나…”

목소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 같았다. 나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네, 왔어요. 위독하시다길래.” “…..”

그녀는 대답 대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내 뒤에 숨어 있는 도원이를 발견했다.

“….누구…” “도원이에요. 도진 씨 아들. 당신 손주.”

나는 도원이를 앞으로 내세웠다. 도원이는 낯선 할머니의 모습이 무서운지 내 다리를 꼭 잡았다.

“안녕하세요… 해.”

도원이가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방영숙의 눈이 도원이에게 고정되었다. 5살의 도원이. 도진 씨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얼굴. 그녀가 평생을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집착하며 키웠던 그 아이의 얼굴.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눈물이 고이더니 주름진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혐오일까, 회한일까, 아니면 뒤늦은 사랑일까.

그녀가 앙상한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아이를 만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원이는 뒷걸음질 쳤다. 아이의 본능은 알고 있었다. 저 손이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손은 허공을 휘젓다 힘없이 툭 떨어졌다.

“….똑….같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도진이랑…. 똑같아….”

그것이 그녀의 유언이었다. 그녀는 평생 아들을 사랑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남편의 외도에 대한 증오를 아들에게 투영하며 살았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본 손주의 얼굴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죽인 아들의 순수했던 시절을 마주한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 끝까지.”

나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요. 도진 씨도, 어머니도, 저도. 당신이 한 짓은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꼬리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기계음이 불규칙하게 울렸다.

“하지만… 편히 가세요. 지옥에서라도 도진 씨 만나면, 괴롭히지 말고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보세요. 그 사람은 이제 자유니까.”

나는 도원이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가자, 도원아.”

병실을 나서는 순간, 뒤에서 삐- 하는 긴 기계음이 들려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갔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의 겨울은 그렇게, 완전히 끝이 났다.

며칠 후, 우리는 도진 씨의 수목장이 있는 추모 공원을 찾았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고, 햇살은 따스했다. 도진 씨의 나무 아래에는 우리가 심어놓은 튤립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빠! 나 왔어!”

도원이가 꽃다발을 들고 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아이는 나무를 안고 조잘조잘 떠들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할머니가 해준 맛있는 반찬 이야기, 그리고 꿈에서 아빠랑 놀았던 이야기.

이명화 어머니는 나무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도진아, 엄마 왔다. 네 아들 좀 봐라. 얼마나 씩씩한지 모른다.”

나는 돗자리를 펴고 앉아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30년의 비극, 3대의 걸친 악연. 그 모든 고통의 사슬이 끊어졌다. 대가는 혹독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도진 씨가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도진 씨가 남겼던 편지를 꺼냈다. 이제는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진 편지.

‘서윤아, 우리 아기는 괜찮아. 내 병은 유전이 아니야… 제발, 우리 아이를 포기하지 마.’

나는 편지를 접어 나무 밑둥에 묻었다. 이제 이 편지는 필요 없다. 내 눈앞에 살아있는 증거가 뛰어놀고 있으니까.

“여보.”

나는 허공에 대고 불렀다.

“나 약속 지켰어. 당신 아들, 괴물 아니야.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리고 나도, 어머니도 행복해.”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도원이의 어깨에 앉았다. 도원이가 “우와, 나비다!” 하며 까르르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공원에 메아리쳤다.

인생은 때로 잔인한 겨울바람처럼 우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가고, 진실을 가리고, 희망을 짓밟는다. 하지만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결코 봄을 이길 수는 없다. 눈 속에 파묻혀 있던 씨앗은 언젠가 반드시 싹을 틔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원이에게 손을 뻗었다. “도원아, 이제 집에 가자. 맛있는 거 해줄게.” “응! 아빠 안녕! 또 올게!”

도원이가 내 손을 잡았다. 작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손.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우리 앞에는 길고 긴 봄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총 단어 수: 29,850]

📋 DÀN Ý KỊCH BẢN: LỜI NÓI DỐI CỦA MÙA ĐÔNG (겨울의 거짓말)

Thể loại: Melodrama, Psychology, Family Tổng độ dài dự kiến: 28.000 – 30.000 từ Ngôi kể: Ngôi thứ nhất (Nhân vật chính: Han Seo-yoon)

1. THIẾT LẬP NHÂN VẬT (CHARACTER PROFILES)

  • Han Seo-yoon (29 tuổi):
    • Nghề nghiệp: Biên tập viên sách thiếu nhi.
    • Tính cách: Nhạy cảm, giàu lòng trắc ẩn nhưng có sức chịu đựng bền bỉ bên trong. Cô mồ côi cha mẹ từ nhỏ nên khao khát một gia đình trọn vẹn.
    • Điểm yếu: Dễ bị tổn thương bởi sự lạnh lùng của người thân, sợ bị bỏ rơi.
  • Kang Do-jin (32 tuổi – Đã mất):
    • Vai trò: Chồng của Seo-yoon. Một kiến trúc sư tài năng, ấm áp nhưng luôn có nét u sầu trong đáy mắt.
    • Cái chết: Tai nạn xe hơi vào một ngày mưa tuyết.
  • Bà Bang Yeong-suk (62 tuổi):
    • Vai trò: Mẹ chồng. Một người phụ nữ quyền lực, sắc sảo, lạnh lùng đến mức tàn nhẫn. Bà quản lý một tập đoàn dệt may.
    • Động cơ: Bà yêu con trai theo một cách chiếm hữu và méo mó. Bà che giấu một bí mật gia tộc kinh hoàng.

2. CẤU TRÚC CỐT TRUYỆN (3 HỒI)

🟢 HỒI 1: TANG LỄ VÀ MẦM SỐNG (Khoảng 8.000 từ)

  • Khởi đầu (Warm Open): Hồi ức hạnh phúc ngắn ngủi của Seo-yoon và Do-jin vào buổi sáng cuối cùng. Sự ấm áp đối lập với tin dữ ập đến: Do-jin tử nạn.
  • Biến cố (Inciting Incident): Tại đám tang, Seo-yoon ngất xỉu vì kiệt sức. Tại bệnh viện, bác sĩ thông báo cô đã mang thai 7 tuần. Đây lẽ ra là tin vui nhất, nhưng lại đến vào lúc bi kịch nhất.
  • Phản ứng của Mẹ chồng: Bà Bang không hề vui mừng. Ánh mắt bà nhìn tấm phim siêu âm chứa đựng sự kinh hoàng và ghê tởm.
  • Vấn đề trung tâm: Bà Bang ra lệnh lạnh lùng: “Phá bỏ nó đi. Ngay lập tức.” Bà dùng tiền bạc, quyền lực và sự đe dọa để ép Seo-yoon.
  • Cao trào Hồi 1 (The Twist/Secret): Seo-yoon kiên quyết giữ con. Bà Bang kéo cô vào phòng thờ, ném ra một hồ sơ bệnh án cũ nát.
    • Bí mật: Do-jin không chết vì tai nạn ngẫu nhiên. Anh ấy đã tự lao xe xuống vực.
    • Lý do: Gia đình họ Kang mang một gen di truyền tâm thần phân liệt thể ác tính và bạo lực (hư cấu hóa). Những người đàn ông trong dòng họ đều phát điên và giết người thân trước khi tự sát ở tuổi 35. Bà Bang nói: “Đứa trẻ đó sinh ra sẽ là một con quái vật, hoặc nó sẽ phải nhìn thấy mẹ nó bị bố nó bóp chết. Cô muốn sinh ra một kẻ sát nhân sao?”

🔵 HỒI 2: ĐỊA NGỤC TRẦN GIAN (Khoảng 12.000 – 13.000 từ)

  • Giai đoạn thử thách: Seo-yoon rơi vào địa ngục tâm lý. Cô bắt đầu nghi ngờ đứa con trong bụng. Những ký ức ngọt ngào về chồng giờ bị bóp méo bởi nỗi sợ: “Có phải những lúc anh ấy trầm tư là lúc ‘con quái vật’ đang trỗi dậy?”
  • Sự tàn nhẫn của Mẹ chồng: Bà Bang cắt hết viện trợ, đuổi Seo-yoon ra khỏi nhà chung, thậm chí thuê người gây áp lực tinh thần để cô sảy thai tự nhiên. Bà đóng vai “ác quỷ” để bảo vệ Seo-yoon khỏi “nghiệp chướng”.
  • Moment of Doubt (Khoảnh khắc nghi ngờ): Seo-yoon đi xét nghiệm gen. Kết quả mập mờ. Cô đứng trước cửa phòng phẫu thuật phá thai, dao động dữ dội.
  • Bước ngoặt giữa (Midpoint Twist): Seo-yoon gặp lại một người bạn cũ của Do-jin. Người này tiết lộ Do-jin rất yêu trẻ con và chưa bao giờ có biểu hiện bạo lực. Anh ấy đã chuẩn bị một cuốn nhật ký cho con (nếu có).
  • Hành trình tìm sự thật: Seo-yoon lén quay lại căn nhà cũ tìm cuốn nhật ký. Cô phát hiện ra thuốc Do-jin uống không phải thuốc tâm thần, mà là thuốc giảm đau liều cao cho một bệnh lý khác.
  • Cú Twist Đảo chiều: Seo-yoon đối mặt với bà Bang. Sự thật dần hé lộ: Gen di truyền đó là CÓ THẬT, nhưng Do-jin là con nuôi (hoặc con của vợ lẽ) nên không mang gen đó.
    • Tại sao bà Bang lại nói dối? Vì bà căm ghét mẹ ruột của Do-jin. Bà muốn xóa sạch mọi dấu vết của người đàn bà kia. Đứa cháu này là “tàn dư” cuối cùng mà bà muốn loại bỏ.

🔴 HỒI 3: SỰ CỨU RỖI VÀ TÌNH MẪU TỬ (Khoảng 8.000 từ)

  • Sự thật trần trụi (Catharsis): Seo-yoon vạch trần bà Bang. Bà Bang sụp đổ. Bà thú nhận sự thật còn đau lòng hơn: Bà không ghét Do-jin. Bà rất yêu anh ta như con ruột. Nhưng chồng bà (bố Do-jin) đã chết vì căn bệnh đó, và bà bị ám ảnh cưỡng chế rằng Do-jin cũng sẽ bị. Bà đã sống cả đời trong sợ hãi và muốn Do-jin chết (theo ý bà nghĩ là giải thoát) trước khi phát bệnh. Cái chết của Do-jin thực sự là tai nạn do anh quá căng thẳng vì sự kiểm soát của mẹ.
  • Quyết định của Seo-yoon: Seo-yoon quyết định giữ đứa bé, không phải để trả thù, mà để chứng minh tình yêu của Do-jin là trong sạch. Cô rời bỏ gia đình giàu có, tự mình nuôi con.
  • Cao trào cảm xúc: Ngày sinh nở. Bà Bang lén đến bệnh viện, đứng từ xa nhìn cháu. Đứa bé sinh ra khỏe mạnh.
  • Kết thúc (Resolution): 5 năm sau. Seo-yoon và con trai sống bình yên. Bà Bang đang hấp hối trong bệnh viện. Seo-yoon đưa con đến thăm. Đứa bé nắm tay bà nội. Bà Bang khóc, lần đầu tiên gọi tên con dâu. Bà ra đi trong sự tha thứ.
  • Thông điệp: Đôi khi người ta trở thành ác quỷ chỉ vì quá sợ hãi nỗi đau. Nhưng sự sống mới chính là liều thuốc chữa lành duy nhất.

1. YOUTUBE TITLE (Tiêu đề – Tiếng Hàn)

Mục tiêu: Gây sốc, tò mò và hứa hẹn một màn trả thù sảng khoái.

Lựa chọn 1 (Tập trung vào xung đột & Twist): “괴물 씨앗이니 당장 지워!” 남편 장례식 날, 임신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둔 시어머니의 소름 돋는 정체 (실화급 반전) (Dịch: “Là giống quái vật, phá ngay đi!” Ngày tang lễ chồng, mẹ chồng nhốt con dâu mang thai vào trại tâm thần và thân phận rùng rợn (Twist như chuyện thật))

Lựa chọn 2 (Tập trung vào sự thật & Báo thù):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의 친모가 지하실에? 30년 만에 밝혀진 재벌가 시어머니의 추악한 두 얼굴 [사이다 참교육] (Dịch: Mẹ ruột của chồng tưởng đã chết lại ở dưới tầng hầm? Hai bộ mặt xấu xa của mẹ chồng tài phiệt bị vạch trần sau 30 năm [Báo thù sảng khoái])

Lựa chọn 3 (Ngắn gọn & Gây tò mò): 남편 유품에서 나온 ‘친자 불일치’ 서류… 나에게 낙태 강요하던 시어머니가 무릎 꿇고 비는 날 (Dịch: Giấy tờ ‘không cùng huyết thống’ trong di vật của chồng… Ngày mẹ chồng ép tôi phá thai phải quỳ gối van xin)


2. YOUTUBE DESCRIPTION (Mô tả – Tiếng Hàn)

Cấu trúc: Hook (Câu dẫn) + Tóm tắt kịch tính + Từ khóa SEO + Hashtag.

[Nội dung mô tả]

남편이 세상을 떠난 날,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 뱃속의 아이, 괴물이니까 지워라.”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시어머니는 유전병을 핑계로 낙태를 강요했습니다. 거부하는 저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제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으려 했던 그녀.

하지만 남편이 남긴 낡은 만년필 속에서 발견된 충격적인 진실! “내 남편은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 아들이 아니었다.”

30년간 감금되었던 진짜 어머니, 조작된 진단서, 그리고 탐욕스러운 계모의 실체. 모든 것을 잃은 임신부 며느리가 펼치는 처절하고도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과 전율의 사이다 결말까지,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Key Keywords – Từ khóa chính] 사연라디오, 썰전, 감동실화, 사이다썰, 막장드라마, 복수극, 시어머니, 고부갈등, 유전병, 출생의비밀, 재벌가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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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UMBNAIL PROMPT (Tiếng Anh)

Dùng cho Midjourney, DALL-E hoặc Stable Diffusion. Tạo ra hình ảnh mang phong cách Poster phim điện ảnh Hàn Quốc (Cinematic K-Drama Poster).

Prompt:

Cinematic movie poster shot, hyper-realistic 8k resolution. Split screen composition.

Left side: A young, beautiful but sorrowful Korean woman in traditional black mourning clothes (Hanbok or Suit), holding an ultrasound photo against her chest, tears streaming down her face, standing in the falling snow. She looks vulnerable but determined.

Right side: An older, wealthy, sharp-looking Korean woman (mother-in-law style) with a cold expression, wearing a luxurious fur coat, holding a torn document that says “ABORTION” (or crumpled papers), looking down with disdain.

Background: A blurry image of a gloomy hospital hallway and a luxurious mansion. Dark and cold color palette (blue, grey, white) with a single warm light on the ultrasound photo. High contrast, dramatic lighting, K-drama thriller atmosphere.


💡 Lời khuyên của Master Story Architect:

  1. Chiến lược Thumbnail: Trên ảnh Thumbnail, bạn nên chèn thêm một dòng Text tiếng Hàn ngắn gọn, phông chữ to, màu đỏ hoặc vàng nổi bật để tăng tỉ lệ click (CTR). Ví dụ:
    • “괴물을 뱄다고?” (Mang thai quái vật sao?)”
    • “남편은 입양아였다” (Chồng tôi là con nuôi)
  2. Ghim bình luận (Pinned Comment): Hãy ghim một bình luận dưới video hỏi khán giả: “Nếu là bạn, bạn có dám một mình bước vào trại tâm thần để cứu mẹ chồng thật sự không?” – Điều này giúp tăng tương tác rất tốt.

Dưới đây là bộ 50 prompt hình ảnh được thiết kế tỉ mỉ để tạo ra một chuỗi visual storytelling liền mạch, đậm chất điện ảnh Hàn Quốc (K-Movie), đi theo cốt truyện “Lời Nói Dối Của Mùa Đông” mà chúng ta đã xây dựng.

Mỗi prompt đều tập trung vào tính chân thực (photorealistic), ánh sáng điện ảnh (cinematic lighting) và chiều sâu cảm xúc.


  1. Cinematic shot, 8k, hyper-realistic. A cozy, sunlit bedroom in a modern Seoul apartment. A young Korean couple, Han Seo-yoon and Kang Do-jin, lying in bed under a white duvet. Morning sunlight filtering through sheer curtains illuminates their smiling faces. Intimate and warm atmosphere, soft focus background, particles of dust dancing in the light.
  2. Medium shot. The couple standing at the apartment entrance. Do-jin in a grey wool coat hugging Seo-yoon. She is fixing his scarf. The background shows a blurred living room. The lighting is soft and natural. A sense of a happy, ordinary morning in Korea. High detail on fabric textures.
  3. Wide shot. A busy office in Seoul with floor-to-ceiling windows showing heavy snow falling outside. Seo-yoon, wearing a knitted cardigan, stands frozen with a phone to her ear, dropping a red pen. Her expression is one of shock and disbelief. Cold, blue-toned lighting from the window contrasts with the warm office interior.
  4. Chaotic street scene in Seoul during a snowstorm. Seo-yoon running desperately on a sidewalk covered in slush, trying to hail a taxi. Her hair is messy from the wind. The city lights are blurred in the background, creating a sense of urgency and disorientation. Motion blur effect.
  5. Low angle shot. The entrance of a sterile hospital emergency room. Seo-yoon arguing with a nurse at the counter, tears streaming down her face. A police officer stands in the background looking solemn. Harsh, artificial fluorescent lighting reflecting on the linoleum floor.
  6. Inside the morgue. A chilling, low-light scene. Seo-yoon collapsing onto the floor beside a metal gurney covered with a white sheet. Her hand is reaching out to touch the sheet. The atmosphere is cold, blue, and suffocating. High contrast shadows.
  7. Medium shot. The hospital corridor. A sharp, elegant older Korean woman (Mother-in-law Bang Yeong-suk) in a black luxury coat stands looking down at Seo-yoon who is on the floor. Her expression is emotionless and cold. The depth of field separates them from the busy hospital background.
  8. A Korean funeral home (Jangryesikjang). Rows of white chrysanthemums on the altar with Do-jin’s smiling portrait in the center. Seo-yoon, wearing a traditional black Hanbok for mourning, looks pale and exhausted, bowing to guests. The air is filled with incense smoke.
  9. Close up. Seo-yoon fainting in the funeral hall. Her eyes rolling back, her body going limp. Guests around her are reacting with shock. The camera focus is sharp on her falling figure, blurring the crowd.
  10. Hospital room, day. Seo-yoon lying in a hospital bed with an IV drip. A doctor is speaking to her, holding a chart. She has a hand on her stomach, looking confused and teary. Soft, white daylight enters from the window.
  11. Over-the-shoulder shot. The mother-in-law sitting on a chair beside the hospital bed. She is handing a worn-out manila envelope to Seo-yoon. Her face is shadowy and menacing. The atmosphere is tense and suffocating.
  12. Close up insert shot. Seo-yoon’s trembling hands holding a medical document. Text is blurry but the medical charts look old and terrifying. The lighting focuses on her hands and the paper texture.
  13. High angle shot. The mother-in-law standing up, leaning over the bed, whispering something into Seo-yoon’s ear. Seo-yoon looks terrified, shrinking back into the pillows. The lighting creates a silhouette of the mother-in-law, making her look like a looming shadow.
  14. Back at the empty apartment. Night. Seo-yoon sitting alone on the sofa in the dark living room, hugging her husband’s urn. The city lights from the window cast long, lonely shadows across the room. The atmosphere is heavy with grief and silence.
  15. Dream sequence. A distorted hallway in the apartment. Do-jin appears at the end of the hall, looking disheveled and scary, holding a shard of glass. The lighting is surreal, with a reddish tint, representing Seo-yoon’s nightmare and fear.
  16. Daytime. Inside a luxurious black sedan. Seo-yoon looking out the window with a hollow expression. The reflection of the passing winter trees is seen on the car window. The interior is leather and expensive, contrasting with her misery.
  17. Exterior of a private, secluded clinic in the suburbs. A brick building surrounded by high walls and bare trees. The sky is overcast and grey. The mood is ominous and secretive.
  18. Inside the surgery room. Seo-yoon lying on the operating table, bright surgical lights shining down. She is pushing away a nurse’s hand holding a syringe. Her face is full of resistance and panic. Tears in her eyes.
  19. The mother-in-law slapping Seo-yoon in the clinic waiting room. A freeze-frame moment of the impact. Seo-yoon’s hair flying, the mother-in-law’s face twisted in anger. The background is a blurred upscale clinic interior.
  20. Seo-yoon running away from the clinic, barefoot in the snow. Her coat is unbuttoned, she looks desperate. The camera tracks her from the side. The white snow contrasts with her dark clothing. Cinematic wide shot.
  21. Night. A small, dirty room in a cheap motel (Yeoin-suk). Peeling wallpaper, dim yellow light bulb. Seo-yoon sitting in the corner, eating a convenience store rice ball, looking at a small ultrasound photo. The scene emphasizes her poverty and isolation.
  22. Seo-yoon at a gold shop, selling her wedding ring. The shop owner looks at the ring through a loupe. Seo-yoon looks down, ashamed and sad. Reflections on the glass counter.
  23. A rainy street in Seoul. Seo-yoon calling from a public phone booth. Raindrops sliding down the glass. She looks desperate, holding a small notebook. Neon lights from signs reflect on the wet pavement.
  24. Inside a quiet cafe. Seo-yoon meeting a man in a suit (Jin-seok). He looks concerned, holding her hands across the table. Steam rising from hot coffee cups. Through the window, the weather is gloomy.
  25. Close up. A laptop screen on the cafe table showing a video file. The reflection of the screen is visible in Seo-yoon’s eyes, which are wide with shock. The ambient light of the cafe is warm, contrasting with the cold truth on the screen.
  26. Flashback scene. Do-jin as a child, cowering in a corner while a younger version of the mother-in-law forces him to drink medicine. The color grading is desaturated, sepia-toned, looking like an old memory.
  27. Exterior of a grand mansion in Seongbuk-dong. High stone walls, iron gates. Seo-yoon standing in front of the gate, looking small but determined. The sky is dramatic with gathering storm clouds.
  28. Living room of the mansion. Seo-yoon throwing a stack of papers into the air. The papers are flying around the mother-in-law, who is sitting on a sofa looking shocked. A dynamic, frozen-in-time shot.
  29. Seo-yoon splashing a glass of water onto the mother-in-law’s face. Water droplets captured in mid-air. The mother-in-law flinching. High shutter speed photography style.
  30. Seo-yoon running out of the mansion’s back garden gate. Bodyguards in suits are chasing her in the background. The garden is withered and wintery. Handheld camera movement feel for tension.
  31. Night. Seo-yoon hiding in a narrow alleyway in a poor neighborhood. She is pressing herself against a brick wall, breathing hard. Shadows of men passing by the alley entrance. Noir style lighting.
  32. Seo-yoon standing on a bridge over the Han River at night. The wind blowing her hair. She looks down at the dark, swirling water. City lights reflect on the water surface. A moment of extreme despair.
  33. Close up on Seo-yoon’s stomach. Her hand resting on it. A subtle smile appears on her tear-streaked face. The background is the blurred night city view from the bridge. The lighting softens, symbolizing hope.
  34. Interior of a humble home. An old woman (Park Sun-rye) serving soup to Seo-yoon. Steam rising from the bowl. The room is cluttered but warm. A sense of safety and kindness.
  35. Seo-yoon disguising herself. Cutting her hair short with scissors in front of a cracked mirror. Her expression is fierce and determined. Her eyes have changed from sad to angry.
  36. Exterior of a psychiatric hospital. Seo-yoon causing a scene at the gate, screaming and acting crazy. Guards are grabbing her arms. It looks like a chaotic struggle.
  37. Inside a white padded isolation room. Seo-yoon in a hospital gown, tied to a bed. She is looking around with sharp, observant eyes, not the eyes of a crazy person. Sterile white lighting.
  38. Night in the hospital corridor. Seo-yoon sneaking through the dark hallway. Emergency red lights are flashing (fire alarm). She is picking a lock on a heavy metal door. Suspenseful atmosphere.
  39. Inside a dark, damp cell. Seo-yoon finding an emaciated old woman (Real Mother) huddled in the corner. A shaft of light from the corridor falls on the old woman’s face, revealing her resemblance to Do-jin.
  40. The confrontation in the hallway. The mother-in-law and the hospital director blocking the elevator. Seo-yoon and the Real Mother standing together. Tension is palpable. High contrast lighting.
  41. Inside the surgery room again. Seo-yoon being forcibly held down by orderlies. The mother-in-law watching with a cruel smile. The Real Mother screaming in the background. A scene of absolute chaos and terror.
  42. Suddenly darkness. The surgery room lights go out. Only the emergency exit sign glows green. Confusion and shadows moving.
  43. A delivery truck speeding away on a dirt road at dawn. Dust kicking up behind the wheels. The sun is just rising over the mountains. A sense of escape and freedom.
  44. Inside a hideout (pension). Seo-yoon typing furiously on a laptop. The Real Mother is sleeping in the background. Morning light streams in. The atmosphere is focused and intense.
  45. A large press conference room. Hundreds of reporters and cameras. The mother-in-law standing at the podium, looking confident and fake. Flashes going off like strobe lights.
  46. Seo-yoon walking into the press conference from the back. She looks ragged but majestic. The crowd parts for her. The Real Mother is being wheeled in a wheelchair beside her.
  47. Close up. The mother-in-law’s face as she sees the Real Mother. Pure horror and shock. Her perfect mask crumbling.
  48. Chaos at the podium. Police officers putting handcuffs on the mother-in-law. Reporters swarming to take photos. Seo-yoon standing calmly in the center of the storm, holding the microphone.
  49. Five years later. A beautiful spring day in a park. Cherry blossoms falling like snow. A 5-year-old boy (Do-won) running towards the camera, laughing. He looks healthy and happy.
  50. Wide shot. Seo-yoon, the Real Mother, and the little boy having a picnic under a tree. They are looking at a photo of Do-jin. The sun is setting, casting a golden, warm glow over the family. A peaceful, cinematic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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