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ỜI NÓI DỐI CỦA NGƯỜI MẸ (어머니의 거짓말)

BẮT ĐẦU: HỒI 1 – PHẦN 1

새벽 3시의 병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습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심전도 모니터의 기계음 소리만이, 이곳에 생명이, 아니, 꺼져가는 불씨가 힘겹게 버티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삐—, 삐—, 삐—.’ 그 건조하고 차가운 소리가 나의 귓가에 박힙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가 서늘했지만, 나는 창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병실 안에 가득 찬 소독약 냄새와,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죽음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내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침대 옆 간이 의자에서 일어나 뻣뻣하게 굳은 허리를 두드렸습니다. 침대 위에는 한때 호랑이보다 더 무섭게 나를 호령하던 시어머니, 박명자 여사가 누워 계십니다. 온갖 튜브와 전선에 휘감긴 채, 입을 벌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모습은 내가 알던 그 강인한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고 작아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몸을 뒤척이며 앓는 소리를 내셨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시계를 확인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할 시간입니다. 나는 익숙한 손길로 이불을 걷어내고, 욕창 방지 매트리스 위로 어머니의 몸을 조심스럽게 옆으로 돌렸습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처럼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어머니의 하반신을 닦아냅니다. 배설물의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 남편이 떠난 후 이 집에서 버티며 내가 겪어야 했던 마음의 오물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내 손길에 의지해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기묘한 평온함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때, 병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야간 회진을 돌던 간호사가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내가 능숙하게 기저귀를 갈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어머니의 등과 엉덩이를 마사지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 보호자님. 정말 대단하세요. 보통 따님들도 이렇게까지는 못하는데… 어머니는 복도 많으시네. 이렇게 효녀 딸을 두셔서요.”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젖은 수건을 정리했습니다.

“딸 아니에요. 며느리입니다.”

간호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것도 병수발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하는 며느리는 천연기념물보다 보기 힘들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죄송해요. 너무 정성스럽게 하셔서 당연히 친딸인 줄 알았어요. 요즘은 자식들도 병원 냄새 싫다고 요양병원으로 바로 모시는데…”

간호사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나간 뒤, 다시 병실에는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친딸인 줄 알았다라…’

어머니가 들으셨다면 기가 막혀 벌떡 일어나셨을지도 모릅니다. “어디 근본 없는 것이 감히 내 딸 행세를 해?”라고 소리치셨겠지요. 어머니에게 나는 늘 ‘아들을 잡아먹은 년’, ‘재수 없는 물건’, ‘집안의 급을 떨어뜨리는 불청객’이었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던 날, 장례식장에서 내 머리채를 잡고 “네가 죽었어야지! 왜 내 금쪽같은 아들을 데려가고 네가 살았어!”라고 울부짖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정작 어머니가 쓰러지신 날, 구급차에 동승한 것도, 응급실 복도에서 밤새 쪽잠을 자며 수술 결과를 기다린 것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똥오줌을 받아내며 곁을 지키는 것도, 어머니가 그토록 혐오하던 ‘그 불청객’인 나뿐이라는 사실이 말입니다.

어머니의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이 위태로워 보여 반창고를 다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복도 저 끝에서부터 또각또각,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병원의 고요함을 깨트리는 시끄러운 발소리였습니다. 나는 직감했습니다. ‘그들’이 왔다는 것을요.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아주버님인 김민석과 시누이인 김지은이었습니다. 새벽 3시에 병원을 찾아온 그들의 모습은, 위독한 어머니를 걱정해서 달려온 자식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치 빚을 받으러 온 채권자들처럼 살벌했습니다.

민석 아주버님은 들어오자마자 코를 막으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습니다.

“아우, 씨. 냄새. 환기 좀 시키지, 문 다 닫고 뭐 하는 거야? 사람 질식해 죽겠네.”

지은 형님은 명품 핸드백을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침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소파 끝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나를 향해 쏘아붙였습니다.

“올케, 의사는 뭐래? 오늘 넘기기 힘들다며? 그래서 급하게 온 거야. 괜히 임종 못 지켰다고 나중에 딴소리 나올까 봐.”

‘어머니, 괜찮으세요?’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고생 많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타이밍’이었습니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바이탈 수치는 불안정하지만, 아직 의식은 오락가락하세요. 방금 전에도 진통제 맞고 잠드셨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요.”

“마음의 준비라…”

민석 아주버님이 콧방귀를 뀌며 어머니의 침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손을 잡는 대신, 침대 옆 서랍장을 벌컥 열어보았습니다. 텅 빈 서랍을 확인하고는 실망한 듯 혀를 찼습니다.

“야, 이수진. 너 솔직히 말해. 엄마가 평소에 차고 다니던 금목걸이랑 비취 반지, 그거 다 어디 갔어? 입원할 때 네가 챙겼지?”

나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고작 금붙이 타령이라니요.

“응급실 실려 오실 때 경황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챙겼어요. 어머니 쓰러지신 거 발견하자마자 119 부르고 심폐소생술 하느라…”

“거짓말하지 마!”

지은 형님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너한테 몰래 준 거 아니야? 평소에 쥐죽은 듯이 붙어 있더니, 잇속 챙길 건 다 챙겼나 보네? 내가 모를 줄 알아? 엄마가 정신 오락가락할 때 뭐 사인하게 시킨 거 없어? 보험금 수익자 변경이라던가!”

나를 도둑 취급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경멸과 탐욕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나는 깊은 한숨을 삼켰습니다.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압니다. 어머니는 지난 몇 년간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막느라 이미 가지고 있던 패물들을 하나씩 처분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자식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하셨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어머니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거 없어요. 정말입니다. 믿기 싫으시면 나중에 변호사 통해서 확인해 보세요.”

내 단호한 말투에 아주버님은 기분이 상했는지 삿대질을 해댔습니다.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너, 남편 죽고 이 집에 얹혀산다고 우리가 봐주니까 아주 기고만장해졌지? 엄마 돌아가시면 넌 바로 아웃이야. 알지? 이 집, 내 명의로 돌릴 거니까 짐 쌀 준비나 하고 있어.”

그 순간, 잠든 줄 알았던 어머니가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토해냈습니다.

“쿨럭! 쿨럭! 으으으…”

가래가 끓는 소리가 병실을 울렸습니다. 모니터의 수치가 요란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정신 드세요?”

나는 반사적으로 침대 머리맡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상체를 일으키고 등을 두드렸습니다. 석션기를 들어 능숙하게 가래를 뽑아내고, 산소포화도를 체크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뒷걸음질 쳤습니다.

“어우, 야! 의사 불러! 왜 우리 앞에서 이러는 거야, 무섭게!”

지은 형님은 비명을 지르며 문 쪽으로 도망갔고, 아주버님도 엉거주춤하며 내 뒤에 숨어 구경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발작적인 기침이 잦아들자, 나는 땀에 젖은 어머니의 이마를 닦아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서서히 눈을 뜨셨습니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가, 두려움에 질린 자식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 마지막으로 내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산소마스크 안에서 어머니의 입술이 달싹였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 저예요. 수진이요. 알아보시겠어요?”

나는 귀를 어머니의 입가에 가까이 댔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의 앙상한 손이 내 손목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스크 너머로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나가.”

나는 잠시 멍해졌습니다.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네? 어머니, 뭐라고요?”

어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내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습니다. 비록 쇳소리가 섞인 미약한 외침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적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가라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재수 없는 년…”

그 말과 함께 어머니는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던 물컵을 쳐서 떨어뜨렸습니다. ‘와장창!’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병실의 정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과 흥건한 물. 그것은 마치 내 마음 같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주버님과 형님이 비릿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하! 봤냐? 엄마가 너 얼마나 끔찍해하는지? 죽기 직전인데도 저러시네. 야, 이수진. 들었지? 엄마가 너 싫대. 꼴도 보기 싫대잖아. 효부 코스프레 그만하고 좀 꺼져 줄래?”

지은 형님은 한술 더 떠서 내 어깨를 밀쳤습니다.

“너 때문에 엄마가 스트레스받아서 더 빨리 가시겠다. 주제 파악 좀 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 주제에 어디서 가족 행세야? 나가라잖아. 안 나가?”

나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피 맛이 비릿하게 났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들 앞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눈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보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 눈빛 깊은 곳에서, 나는 아주 찰나의 순간, 무언가 다른 감정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절박함? 아니면 공포?

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주버님이 내 팔을 잡아끌어 문밖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썩 꺼져!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장례식장에는 얼씬도 하지 마.”

쾅!

눈앞에서 병실 문이 닫혔습니다. 차가운 복도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문 너머로 자식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아우, 속 시원해. 진작 쫓아냈어야지.” “오빠, 근데 엄마 통장 비밀번호는 알아냈어? 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저 기집애 때문에 타이밍 놓쳤잖아.”

나는 떨리는 무릎을 짚고 일어섰습니다. 쫓겨났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눈빛. 그 찰나의 흔들림이 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건 미움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알 수 있습니다. 5년을 함께 살며 온갖 구박을 견뎌낸 며느리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무언가를 숨기고 계십니다.

나는 병실 문 앞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습니다. 밤은 아직 길었고, 병원의 공기는 뼛속까지 시렸습니다. 하지만 나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긴 밤이 지나고, 그들이 지쳐 잠들 때까지. 나는 어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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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1 – PHẦN 2

병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온도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안에서는 탐욕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입김이, 밖에서는 서러움이 얼어붙는 차가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나는 차가운 복도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문틈으로 아주버님과 형님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방음이 잘되지 않는 낡은 병원의 문짝은 그들의 추악한 본심을 여과 없이 내 귀로 전달해주었습니다.

“오빠, 엄마 금고 열쇠 못 봤어? 장롱 깊숙한 곳에 숨겨뒀을 텐데. 지난번에 갔을 때 보니까 안 보이더라.”

지은 형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였습니다. 어머니가 생사를 오가는 이 시점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금고 열쇠뿐인 모양입니다.

“몰라, 젠장. 그 노인네가 워낙 의심이 많아야지. 혹시 벌써 그 며느리 년한테 넘긴 거 아니야? 아까 걔 눈빛 봤냐? 독해 빠져가지고. 5년을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으니 뭐라도 하나 챙겼겠지.”

민석 아주버님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이어 둔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개인 사물함을 거칠게 뒤지는 소리일 것입니다.

“아, 조심해! 엄마 깨시겠다.”

“깨면 뭐? 어차피 정신도 오락가락하는데. 차라리 깨워서 물어보는 게 낫지. ‘엄마, 도장 어디 뒀어?’ 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가슴 속의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들의 멱살을 잡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이 자식이냐, 사람이냐’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지금 들어가서 소란을 피우면, 그것이야말로 어머니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눈을 감았습니다. 차가운 병원 복도의 공기가, 5년 전 그날의 축축했던 장례식장의 공기를 불러왔습니다. 기억은 예고도 없이 나를 그날로 데려갔습니다.

5년 전, 여름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해였습니다. 내 남편, 김민호의 장례식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빗줄기만이 하염없이 빈소를 때렸습니다. 32살. 너무나 이른 나이였습니다. 빗길 과속 트럭이 남편의 작은 경차를 덮쳤고, 그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뒀습니다.

나는 상복을 입은 채 영정 사진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금방이라도 남편이 “수진아, 나 왔어. 배고프다.” 하며 들어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식당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어머니, 박명자 여사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3일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조문객도 받지 않은 채 석상처럼 앉아만 있었습니다. 울지도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고 무서워서 친척들조차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내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위로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같은 슬픔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서로의 눈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내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짝!”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습니다. 뺨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습니다. 어머니가 내 뺨을 때린 것입니다. 장례식장의 정적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재수 없는 년.”

어머니가 낮게 으르렁거렸습니다. 그 눈빛은 슬픔이 아니라 증오로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잡아먹었어. 내 아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그날 아침에 미역국만 안 끓여줬어도… 생일이라고 유난만 안 떨었어도, 내 아들이 늦게 출근할 일도 없었을 거고, 그 트럭을 만날 일도 없었어!”

말도 안 되는 억지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진실이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미의 분노는 타겟이 필요했고, 그 타겟은 만만한 며느리인 나였습니다.

“죄송… 합니다…”

나는 바보처럼 사과했습니다. 내가 미역국을 끓인 게 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편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었던 내 사랑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되었다는 그 비논리적인 비난이,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내 아들 영정 앞에서 썩 꺼져!”

어머니는 밥상을 엎고 소금을 뿌려대며 나를 쫓아냈습니다. 나는 빗속으로 쫓겨나, 장례식장 입구 처마 밑에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갈 곳이 없었습니다. 고아로 자라 가족이라곤 남편 하나뿐이었던 내게, 세상은 너무나 넓고 차가웠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내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습니다. 남편의 휴대폰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액정이 산산조각 난 휴대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원을 켰습니다. 음성 메시지함에 저장되지 않은 녹음 파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고 직전, 의식이 흐려져 가던 순간에 남편이 남긴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치익… 수진아… 미안해… 나 먼저 가서…’ 남편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위태로웠습니다. 빗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섞여 들렸습니다. ‘…부탁 하나만 할게… 우리 엄마… 겉으로는 저렇게 쎄 보여도… 속은 여린 사람이야… 나 없으면… 혼자서 밥도 못 먹고… 외로워서 죽을지도 몰라… 수진아… 네가 좀… 지켜줘… 제발…’

그것이 유언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거나 행복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구박하던 시어머니를 부탁한다는 그 바보 같은 남편의 마지막 부탁. 나는 그 빗속에서 휴대폰을 부여잡고 오열했습니다. “이 바보야… 나보고 어쩌라고… 나보고 지옥에서 살라고…”

하지만 나는 그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걱정했던 유일한 존재.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를 내가 버린다면, 남편은 저 세상에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가 소금을 뿌리고, 빗자루로 때리고, 내 짐을 마당에 던져버려도, 나는 끈질기게 다시 주워 담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5년을 버텼습니다.

‘지옥’이었냐고요? 네, 지옥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어머니가 끓여놓은 된장찌개 냄새에서, 빨래를 개어 내 방 앞에 툭 던져놓은 투박한 손길에서, 나는 남편이 말했던 ‘여린 속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나는 믿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야, 가자. 배고파서 못 있겠다.”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병실 문이 열리고 아주버님과 형님이 나왔습니다.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일어섰습니다. 그들은 나를 벌레 보듯 쳐다보았습니다.

“어? 아직 안 갔어? 징하다, 징해.”

지은 형님이 혀를 찼습니다.

“야, 우린 밥 좀 먹고 사우나 좀 들렀다 올 테니까, 너 여기서 꼼짝 말고 지키고 있어. 혹시라도 엄마가 뭐 유언 같은 거 남기면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녹음해. 알았어?”

방금 전까지는 나가라고 소리치더니, 이제는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 나를 경비견 취급합니다. 이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나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굴욕적이었지만, 이것이 내가 다시 병실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CCTV 다 확인해볼 거야.”

아주버님이 으름장을 놓고는 형님과 함께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병실 안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서랍장은 다 열려 있었고, 옷가지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가 덮고 계신 이불조차 반쯤 흘러내려 있었습니다. 잠든 사람, 아니 생사가 위급한 환자에 대한 존중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상이었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 개기 시작했습니다. 서랍을 정리하고, 어머니의 이불을 다시 턱 밑까지 덮어드렸습니다.

“…물…”

그때, 어머니의 입에서 쇳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물 컵에 빨대를 꽂아 어머니의 입에 물려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 본능적으로 물을 빨아들이셨습니다. 메마른 목을 축이고 나서야, 어머니가 천천히 눈을 뜨셨습니다.

그 눈동자는 조금 전 자식들에게 소리칠 때의 그 독기 어린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탁하고, 힘없고, 그리고… 깊은 슬픔이 고인 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셨습니다.

“…너… 왜… 아직도…”

“안 갔어요. 갈 데가 어디 있다고 가요.”

나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젖은 수건으로 어머니의 입가를 닦아드렸습니다.

“자식들이 쫓아냈는데… 왜 다시 기어들어와… 자존심도 없는 년…”

어머니의 욕설에는 힘이 하나도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말은 ‘고맙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어머니의 욕이 자장가처럼 익숙해져 버린 모양입니다.

“네, 저 자존심 없어요.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만 좀 쫓아내세요. 어차피 나갈 생각 없으니까.”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침대 옆에 바싹 붙어 앉았습니다. 그리고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어머니의 앙상한 손을 잡았습니다. 어머니는 손을 빼려 했지만, 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 내 손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나는 내 양손으로 그 차가운 손을 감싸 쥐고 입김을 불어주었습니다.

“어머니. 저 다 알아요.”

“…뭘…?”

“아까 저 나가라고 소리치신 거… 진심 아닌 거요. 아주버님네가 돈 달라고 보채니까, 저한테 불똥 튈까 봐 일부러 그러신 거죠?”

어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내 짐작이 맞았습니다. 어머니는 시선을 피하며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헛소리… 꿈 깨라. 난 네가 끔찍하게 싫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넌 며느리로 인정 못 해.”

“네, 네. 그러시겠죠. 그래도 저는 있을 거예요. 민호 씨랑 약속했거든요. 어머니 혼자 두지 않겠다고.”

남편의 이름을 꺼내자, 어머니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나는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습니다.

그때, 병실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아주버님도, 형님도 아니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차트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평소 친절하던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보호자분, 잠깐 저 좀 보시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올 것이 온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선생님을 따라 복도로 나갔습니다.

복도 구석, 자판기 불빛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곳에서 선생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방금 CT 촬영 결과가 나왔는데요…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습니다.”

“…얼마나… 남으신 건가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오늘 밤을 넘기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발성 장기 부전이 시작됐어요. 지금 박 여사님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신 겁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의식을 잃었을 통증인데…”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의료진으로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환자분이 진통제를 거부하고 계십니다.”

“네? 진통제를요? 왜요?”

그 고통스러운 걸 왜 참으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맑게 유지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뭔가… 꼭 해야 할 일이 남으신 것처럼요. 자식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건지,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건지…”

나는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꼭 해야 할 일.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고 계신 어머니. 그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유산 상속 때문일까요?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이 있는 걸까요?

선생님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스테이션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병실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은, 자식들이 돌아오기 전, 오직 나와 단둘이 있을 때여야만 한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나는 다시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나는 어머니의 ‘진짜 얼굴’을 마주해야 합니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이 아무리 아프고 잔혹한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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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1

의사 선생님의 “오늘 밤이 고비”라는 말은 사형 선고처럼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병실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손바닥에 배어난 식은땀 때문에 차가운 금속 문고리가 미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나는 다시 지옥, 아니 나의 전쟁터로 들어갔습니다.

병실 안은 전쟁터의 참호 속처럼 고요하면서도 위태로웠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계셨지만,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습니다. 진통제를 거부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암세포가 장기를 갉아먹는 고통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신음 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않고, 그 끔찍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계셨습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 베개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나는 물수건을 다시 빨아 어머니의 이마와 목덜미를 닦아드렸습니다. 열이 펄펄 끓었습니다. 피부가 닿을 때마다 어머니의 몸이 움찔거리며 경련했습니다. 그 미세한 떨림이 내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져 왔습니다.

“어머니… 그냥 진통제 맞으세요. 네? 제발요… 이렇게 아파서 어떡해요…”

나도 모르게 울먹이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미운 정이 무섭다고 했던가요. 5년 동안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사람인데, 뼈만 남은 몸으로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던 그 힘 넘치던 시절이 그리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충혈된 눈동자가 나를 향했습니다.

“…시끄러워… 울지 마… 재수 없게…”

그 와중에도 독설은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모기 소리만큼 작았고, 끝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안 울어요. 땀 닦아드리는 거예요.”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눈을 감으려다, 문득 내 손을 잡았습니다. 아까보다 힘이 더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들… 언제 오냐…?”

‘그것들’. 어머니가 말하는 자식들, 민석 아주버님과 지은 형님을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식사하고 사우나 가셨어요. 곧 오실 거예요.”

어머니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래… 밥은 먹어야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어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더니,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배를 감싸 쥐셨습니다.

“으윽…!”

참아왔던 신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모니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배가 아프세요?”

어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곧 병실 안에 지독한 악취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혈과 함께 설사가 쏟아진 것입니다. 장기 기능이 멈추기 직전, 괄약근이 풀리면서 몸 안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현상이었습니다.

검붉은 피와 배설물이 시트를 적시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비릿한 피 냄새와 역한 냄새가 섞여 숨을 쉬기조차 힘들 정도였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구역질을 하며 뛰쳐나갔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황할 새도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어머니. 괜찮아요. 제가 치우면 돼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어머니는 수치심에 고개를 돌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평생을 여장부로, 깔끔하고 도도하게 살아오신 분이 며느리 앞에서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만 것입니다.

“…보지 마… 나가… 제발…”

어머니가 울먹이며 사정했습니다. 그 강하던 분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보인 눈물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어머니, 저 며느리잖아요. 가족끼리 부끄러운 게 어디 있어요. 가만히 계세요. 금방 새것처럼 깨끗하게 해 드릴게요.”

나는 비상 호출 벨을 누르는 대신, 직접 대야와 수건을 챙겨 왔습니다. 간호사를 부르면 어머니가 더 창피해하실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능숙하게 젖은 시트를 걷어냈습니다. 어머니의 몸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고, 따뜻한 물로 씻겨드렸습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욕창으로 벗겨진 살갗이 쓰라릴 텐데도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고 비명 한번 지르지 않으셨습니다.

새 환자복으로 갈아 입히고, 침대 시트까지 교체하고 나니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내 옷에도 오물이 묻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와 병실 안의 악취를 조금이나마 흩어놓았습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지친 어머니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화장실에서 대충 손과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았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눈은 퀭한, 영락없는 폐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문득, 남편이 생각났습니다.

‘민호 씨, 보고 있어?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지? 당신 어머니, 내가 잘 지키고 있는 거지?’

거울 속의 내게 묻고 있는데,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개운하다. 역시 사우나가 최고야. 피로가 싹 풀리네.” “오빠, 끝나고 야식으로 족발 어때? 아까 보니까 병원 앞에 맛집 있더라.”

아주버님과 형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뽀얗게 씻은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모습으로, 향긋한 로션 냄새를 풍기며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병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직 다 빠지지 않은 냄새가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우욱! 야! 이게 무슨 냄새야?”

지은 형님이 코를 틀어막으며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민석 아주버님도 인상을 찌푸리며 손부채질을 해댔습니다.

“야, 이수진! 너 뭐 했어? 똥 냄새가 진동을 하잖아! 환기 안 시켰어?”

나는 젖은 수건을 정리하며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실수를 좀 하셔서요. 방금 다 치웠어요. 창문 열어놨으니까 금방 빠질 거예요.”

“아 씨, 더러워 죽겠네, 진짜. 요양보호사 부르라니까 돈 아깝다고 네가 한다며? 그럼 제대로 해야 될 거 아니야!”

민석 아주버님은 나를 벌레 보듯 하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았습니다.

‘서류 봉투.’

내 시선이 그곳에 꽂혔습니다. ‘유언 공증 서류’와 ‘재산 포기 각서’ 같은 것들이 들어있을 게 뻔했습니다.

“오빠, 엄마 깨셨어?”

지은 형님이 조심스럽게 침대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어머니는 인기척에 다시 눈을 뜨셨습니다. 자식들을 보자 어머니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습니다. 반가움보다는 경계심과 실망감이 섞인 눈빛이었습니다.

“엄마! 우리 왔어. 좀 어때?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좋아 보이네?”

지은 형님은 방금 전까지 냄새난다고 코를 막던 것도 잊고,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애교를 떨었습니다. 그녀의 눈은 어머니의 얼굴이 아니라, 어머니의 손가락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래… 왔다…”

어머니가 힘겹게 대답하셨습니다. 민석 아주버님이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서류 봉투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들고 침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엄마, 시간 없으니까 본론만 얘기할게. 이거 변호사가 작성해 준 건데, 엄마 건물 있잖아. 그거 명의 이전 서류야. 그리고 이건 회사 주식 양도 각서고.”

아주버님은 펜을 꺼내 어머니의 손에 쥐여주려 했습니다.

“엄마가 지금 정신이 있을 때 도장을 찍어야 나중에 세금 문제도 덜 복잡하고, 우리끼리 싸움도 안 나지. 엄마도 우리가 싸우는 꼴 보기 싫잖아? 그치?”

죽어가는 어머니 앞에서, 물 한 잔 떠먹여 드릴 생각은 안 하고 재산 타령이라니.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버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오늘 밤이 고비라고 하셨어요. 안 그래도 힘드신 분한테…”

“넌 빠져!”

아주버님이 나를 거칠게 밀쳤습니다. 나는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이건 우리 김씨 집안일이야. 남인 네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너야말로 떡고물 바라고 알짱거리는 거 아니야?”

형님이 거들었습니다.

“맞아. 올케, 솔직히 말해봐. 엄마가 돌아가시면 너 갈 데 없잖아. 뭐라도 하나 건져보려고 이렇게 버티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우린 법적으로 정당한 상속자들이야. 넌 아무 권리 없어.”

그들은 나를 탐욕스러운 속물로 몰아붙였습니다. 억울함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지금은 내가 울 때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위험했습니다. 아주버님은 어머니의 엄지손가락에 억지로 인주를 묻히고 있었습니다.

“자, 엄마. 여기. 그냥 꾹 누르기만 하면 돼. 그러면 엄마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 다 우리 잘 살라고 그러는 거잖아.”

어머니는 손을 떨며 저항하셨습니다. 하지만 힘이 없어서 아주버님의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싫다… 안 해…”

“아, 진짜! 엄마 왜 이래? 노망났어? 줄 거면 곱게 주고 가지 뭘 그렇게 쥐고 있으려고 그래? 죽으면 다 썩어 문드러질 거!”

아주버님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강제로 지장을 찍으려 했습니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습니다.

“이거 놔요!”

나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습니다. 아주버님의 팔을 물어뜯을 기세로 매달려 그를 밀쳐냈습니다. 예상치 못한 내 반격에 아주버님이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아악! 이 미친년이!”

아주버님은 바닥에 구르더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일어나 내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짝!’

고개가 획 돌아가고 입안이 터졌습니다. 귀에서 ‘삐-’ 소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앞을 가로막고 섰습니다.

“절대 안 돼요. 어머니 의사도 확인 안 하고 강제로 찍게 하는 건 범죄예요! 경찰 부를 거예요!”

내 악에 받친 고함에 아주버님과 형님이 잠시 주춤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침대 위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만…”

차가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산소마스크를 잠시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셋을, 아니 정확히는 당신의 핏줄인 두 자식을 노려보셨습니다. 그 눈빛은 예전의 호랑이 같던 박명자 여사의 눈빛이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꺾이지 않는 서슬 퍼런 기세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내 돈이다… 내 재산이야… 내가 피땀 흘려 번 돈… 너희들한테… 한 푼도… 못 준다…”

“뭐라고요? 엄마!”

아주버님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소리쳤습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자식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주려고? 설마 저년한테 주려고? 사회에 기부라도 하겠다고? 엄마가 언제부터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었어?”

어머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너희들은… 자식이 아니라… 거머리야… 내 피 빨아먹는… 거머리들…”

“하! 참 나. 엄마, 진짜 너무하네.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데? 엄마가 우릴 이렇게 키웠잖아! 돈이면 다 된다고, 사람 무시하고 짓밟으라고 가르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고상한 척이야?”

형님이 악을 썼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교육 방식은 철저한 성과주의와 물질만능주의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눈앞의 괴물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업보를 마주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회한의 눈물일까요? 아니면 절망의 눈물일까요? 어머니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습니다.

“…나가… 다 나가…”

“못 나가! 도장 찍기 전엔 절대 못 나가!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볼 거야!”

아주버님은 눈이 뒤집혀 다시 달려들 태세였습니다. 나는 온몸으로 어머니를 감싸 안았습니다.

“나가세요! 경비 부르기 전에 나가세요!”

그때, 갑자기 어머니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모니터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삐- 삐- 삐- 삐-!’

“어머니! 어머니!”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닥터 콜 버튼을 연타했습니다. 어머니의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 거품이 흘러나왔습니다.

“어, 어? 왜 이래? 진짜 죽는 거야?”

자식들은 그제야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습니다.

“비키세요! 비켜!”

의료진들이 우르르 병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환자분 어레스트(심정지)입니다! 제세동기 가져와! 보호자분들은 밖으로 나가세요! 어서요!”

의사 선생님이 침대 위로 올라가 흉부 압박을 시작했습니다. 쿵, 쿵, 쿵. 갈비뼈가 으스러질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안 돼요! 어머니! 제발!”

나는 간호사들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툭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습니다. 흐릿해져 가는 그 동공 속에 담긴 것은, 공포가 아니라 기이할 정도의 ‘평온함’이었습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복도로 쫓겨난 우리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섰습니다. 안에서는 긴박한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충전 200줄! 샷!” “한 번 더! 차지! 샷!”

아주버님은 머리를 감싸 쥐고 벽에 기대어 중얼거렸습니다.

“젠장… 도장 못 찍었는데… 이러다 진짜 죽으면 어떡해? 법정 상속분으로 가면 세금 폭탄 맞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걱정은 어머니의 생명이 아니라 세금이었습니다. 나는 그를 쳐다볼 힘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라도 빌어야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아직은 안 돼요… 어머니가 저렇게 가시면 안 돼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영원 같은 10분이 지나고, 병실 문이 열렸습니다. 땀투성이가 된 의사 선생님이 나왔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겨우 맥박은 돌아왔습니다만…”

“살았나요?”

내가 벌떡 일어나 물었습니다.

“지금은 기계 호흡으로 유지 중입니다. 하지만 뇌 손상이 우려되고, 무엇보다 장기 기능이 거의 정지했습니다. 사실상… 연명 치료가 무의미한 단계입니다. 가족분들끼리 상의하셔서 결정을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DNR)를 쓰실 건지…”

“쓸게요! 쓰겠습니다!”

아주버님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는 건 불효죠. 편안하게 보내드려야죠. 당장 가져오세요. 제가 사인하겠습니다.”

형님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요. 엄마도 그걸 원하실 거예요.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건 욕심이죠.”

그들의 말은 그럴싸했지만, 속뜻은 분명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죽어서 병원비 아끼고 유산이나 넘겨라.’

나는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아직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있는데. 아까 나를 보던 그 눈빛이 생생한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안 돼요… 아직은 안 돼요…”

내 작은 반대 의견 따위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장례 절차와 상속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철저하게 배제된 채, 투명 인간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아까 그 난리통 속에,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셨다는 것을. 아주버님이 뺨을 때리고 내가 넘어져 어머니를 감싸 안았던 그 짧은 순간, 어머니는 내 주머니 속에 무언가를 찔러 넣으셨습니다. 꼬깃꼬깃 구겨진 작은 쪽지였습니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펴 보았습니다. 삐뚤빼뚤, 힘겹게 쓴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글씨.

[새벽 4시. 내 베개 밑.]

시계를 보았습니다. 새벽 3시 40분.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겁니다. 당신이 쓰러질 것을. 그리고 자식들이 DNR 동의서를 쓰고 자신을 포기할 것을. 그래서 이 마지막 시간을 예비해 두신 겁니다.

나는 쪽지를 심장 가까운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습니다. 이제 20분 남았습니다. 이 20분 안에 나는 다시 병실로 들어가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짐승 같은 자식들의 눈을 피해서. 어머니와 나만의 마지막 ‘새벽 4시’를 맞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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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ỒI 2 – PHẦN 2

복도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시계바늘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움직여 3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약속된 시간, 새벽 4시까지 고작 10분 남았습니다.

저만치서 아주버님과 형님이 간호사 데스크 앞에서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서류가 무엇인지 나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DNR)’. 어머니의 심장이 다시 멈추더라도, 더 이상 기계의 힘을 빌려 억지로 뛰게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포기 선언이었습니다.

“아,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 엄마도 편하실 거야.”

아주버님이 서류를 간호사에게 건네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 얼굴에는 죄책감 대신 홀가분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오빠, 나 커피 좀 마시고 싶어. 아래 편의점 가서 컵라면이랑 커피 좀 사 올까? 앞으로 장례 치르려면 체력 비축해야지.”

“그래, 가자. 어차피 지금 들어가 봤자 할 것도 없는데. 의사가 임종 직전에 부른다고 했으니까.”

두 사람은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내 앞을 지나쳐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 대한 슬픔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복잡한 행정 절차의 시작’일뿐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기회였습니다. 하늘이, 아니 어머니가 만들어준 마지막 기회.

나는 주위를 살피고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병실 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오직 의료 기기들의 작은 불빛만이 반딧불이처럼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쉭—, 쉭—.’ 인공호흡기가 규칙적으로 바람을 불어 넣는 소리가 어머니의 생명을 간신히 붙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침대로 다가갔습니다. 어머니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듯 미동도 없으셨습니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피부, 푹 꺼진 눈.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나에게 소리치던 그 기운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새벽 4시. 내 베개 밑.’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어머니의 베개 밑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습니다. 베개 깊숙한 곳, 딱딱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손끝에 닿았습니다. 작은 헝겊 주머니였습니다.

나는 주머니를 꺼내 급히 열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낡은 열쇠 하나와 꼬깃꼬깃 접힌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열쇠에는 낡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는데, ‘302호’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디 열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것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왔냐……”

어둠 속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화들짝 놀라 편지와 열쇠를 주머니에 숨기고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가 눈을 뜨고 계셨습니다. 산소마스크 너머의 눈동자가, 아까와는 다르게 맑고 또렷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흔히 말하는 ‘회광반조(죽기 직전 정신이 맑아지는 현상)’였습니다.

“어머니! 정신이 드세요?”

나는 침대 난간을 잡고 어머니에게 바싹 다가갔습니다. 어머니는 힘겹게 손을 들어 산소마스크를 가리키셨습니다. 답답하니 벗겨달라는 신호였습니다.

“안 돼요, 어머니. 이거 벗으시면 숨차서 안 돼요.”

“……벗겨…… 죽기 전에…… 네 얼굴 좀…… 똑바로 보자……”

그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턱 밑으로 살짝 내렸습니다. 어머니는 ‘후우…’ 하고 깊은 숨을 내쉬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 미소는 내가 시집온 지 5년 만에 처음 보는, 독기가 완전히 빠진 진짜 어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미련한 년…… 결국…… 안 갔구나……”

“어떻게 가요. 어머니를 두고 제가 어딜 가요.”

내 대답에 어머니는 쯧, 하고 혀를 차셨습니다.

“내가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데도…… 바보 같은 게……”

어머니의 손이 내 손등 위로 올라왔습니다. 거친 피부의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수진아.”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야’, ‘너’, ‘저거’가 아니라, ‘수진아’라고 부르신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억눌러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네, 어머니. 저 여기 있어요.”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어머니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 귀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내가 너를 미워한 게 아니야…… 그럴 수가 없었어…… 내 아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를…… 내가 어떻게 미워하겠니……”

나는 숨을 멈췄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왜 그러셨어요? 왜 그렇게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셨어요? 제가 미역국 끓여서 그이가 죽었다고…… 저주하셨잖아요.”

내 물음에 어머니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내 손을 꽉 잡았습니다.

“그래야…… 네가 떠날 테니까.”

“……네?”

“이 집은…… 지옥이야. 빚더미에 앉은 회사…… 도박에 미친 큰놈…… 허영심만 가득한 작은 년…… 내가 죽고 나면…… 그 짐을 다 누가 지겠니? 착해 빠진 네가……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다 뒤집어쓸 게 뻔한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너무나 선명하게 내 가슴을 찔렀습니다.

“내 아들 민호가 죽던 날…… 꿈에 나왔어. 울면서 빌더라. 자기 아내…… 제발 이 지옥 구덩이에서 탈출시켜 달라고. 자기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습니다. 어머니의 그 모든 악독한 행동들이, 밥상을 엎고 머리채를 잡고 소금을 뿌려대던 그 모든 모진 짓들이, 사실은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내기 위한 연극이었다니.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서, 제발 도망가서 새 삶을 찾으라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니.

“그래서…… 악역을 자처했어. 내가 모질게 굴면…… 네가 정 떨어져서 도망갈 줄 알았지. 재혼해서…… 좋은 남자 만나서…… 보란 듯이 잘 살 줄 알았어. 그런데…… 이 미련 곰탱이 같은 게…… 끝까지 버티고 있어…… 왜…… 왜 안 갔어……”

어머니는 내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대고 비비며 우셨습니다.

“어머니……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어머니가 저를 정말 죽도록 미워하시는 줄 알고……”

“아니야…… 고마웠어…… 내 아들 몫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똥오줌 받아내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는 너를 보면서…… 내가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5년의 세월. 그 길고 어두웠던 터널 속에 감춰져 있던 사랑이, 죽음이라는 종착역 앞에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알게 된 진실이 야속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시기 전에 알게 되어서.

“시간이…… 없다……”

어머니가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내 어깨를 밀어내셨습니다.

“잘 들어라, 수진아. 주머니에 있는 그 열쇠…… 지하철역 보관함 열쇠다. 302호……”

“네, 보관함 열쇠요.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거기에…… 내 진짜 유산이 있다. 돈은 아니야. 돈보다 더 중요한 거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통장…… 내가 10년 동안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며 꼬깃꼬깃 모은 돈이야. 아무도 모르는 비자금이다.”

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거 들고…… 떠나. 장례식 끝나는 대로…… 아니, 지금 당장 떠나도 좋아. 민석이랑 지은이가 알면…… 뺏으려고 할 거다. 절대…… 뺏기지 마라. 그거 가지고…… 네가 하고 싶어 했던 꽃집…… 그거 차려. 민호랑 약속했잖아.”

꽃집. 남편과 내가 매일 밤 꿈꾸며 그렸던 미래. 어머니는 그것까지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저는 돈 필요 없어요. 어머니만 계시면 돼요. 제발……”

“약속해라. 나 죽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겠다고. 내 제사도 지내지 마. 그냥…… 잊고 살아. 행복하게…… 그게 나한테 효도하는 거야.”

어머니의 눈빛이 강렬하게 나를 옭아맸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거절해서는 안 되는 마지막 부탁이었습니다.

“네…… 약속할게요. 꼭 그럴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는 그제야 안도한 듯 긴장이 풀리셨습니다.

“됐다…… 이제 됐다……”

어머니는 천천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호흡이 다시 얕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딩동.’

“야, 빨리 와. 커피 식겠다.”

아주버님과 형님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들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그들이 와요.”

나는 다급하게 속삭였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로 내 손을 한 번 꽉 쥐었다 놓으셨습니다.

“……가라…… 숨어라…… 모른 척해……”

어머니는 다시 깊은 혼수상태로 빠져드는 연기를 하셨습니다. 아니,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기력이 다하신 것 같았습니다.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열쇠와 편지를 속옷 안쪽 깊숙한 곳에 숨겼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간이의자에 앉아 어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아주버님과 형님이 들어왔습니다. 손에는 편의점 커피와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습니다.

“어? 안 잤네? 엄마는? 별일 없었지?”

형님이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물었습니다.

“네…… 주무세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내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그들은 내 얼굴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야, 우리도 피곤한데 교대로 눈 좀 붙이자. 너는 여기 소파에서 자고, 우리는 보호자 대기실에 가 있을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하고.”

민석 아주버님은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갈 핑계를 찾았습니다. 병실의 무거운 공기가 싫은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들이 다시 나가는 것을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삐—.’ 심전도 모니터의 소리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규칙적이던 리듬이 불규칙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삐— 삐빅, 삐…… 삐빅……’

어머니의 가슴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렸습니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자식들에게 유산을 넘기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진심을 전하고 떠날 준비를 마치신 것입니다.

나는 다시 어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나와 어머니만의 긴 이별의 시간이 시작될 것입니다. 새벽 4시 10분. 창밖은 여전히 어둡지만, 내 품에 안긴 어머니의 낡은 열쇠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열쇠가 아니라, 어머니가 나에게 선물한 ‘새로운 인생’이었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직 해가 안 떴어요. 해 뜨는 거 보고 가셔야죠……”

나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호흡 간격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제 그만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듯이.

[Word Count: 3320]

HỒI 2 – PHẦN 3

새벽 5시. 창밖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밤새 병실을 지키던 어둠이 물러가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시간은 그 새벽빛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모니터의 심박수 숫자가 60에서 50으로, 그리고 40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이 세상과의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숫자들이 바뀌는 것을, 나는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어머니…”

나는 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이제는 미세한 온기조차 남지 않은 차가운 손이었습니다. 아주버님과 형님은 보호자 대기실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조차 곁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증오했던 자식들의 탐욕스러운 얼굴 대신, 묵묵히 곁을 지키는 며느리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기억하실 테니까요.

‘삐빅… 삐… 삐……’

심박수가 30으로 떨어졌습니다. 어머니의 가슴이 아주 얕게, 깃털처럼 가볍게 오르내렸습니다. 나는 귀를 어머니의 가슴에 가까이 댔습니다. 심장이 힘겹게, 하지만 끈질기게 뛰고 있었습니다. 쿵… 쿵…… 그 소리는 마치 내게 보내는 마지막 모스 부호 같았습니다.

‘살아라… 살아라…’

그리고 마침내.

‘삐——————————————’

길고 건조한 기계음이 병실의 정적을 갈랐습니다. 모니터의 숫자가 ‘0’으로 바뀌었습니다. 초록색 곡선이 일직선으로 변하며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어머니의 가슴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삶의 짐을 다 내려놓은 듯, 어머니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평온했습니다. 입가에는 미세하게 미소가 걸려 있는 듯도 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어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의 떠진 눈을 부드럽게 쓸어 감겨드렸습니다. 눈꺼풀이 닫히며 어머니는 영원한 잠에 드셨습니다. 내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어머니의 손등 위로 떨어졌습니다. 5년의 시집살이, 그 애증의 세월이 이 순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나는 닥터 콜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1분이라도 더, 이 고요함 속에 어머니와 단둘이 있고 싶었습니다. 의사가 들어오고, 자식들이 달려오면 시작될 그 난장판을 잠시라도 미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음 소리는 잔인하게 계속 울렸습니다. 곧이어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문이 벌컥 열리고 당직 의사와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환자분!”

의사가 동공 반사를 확인하고, 청진기를 댔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습니다.

“20XX년 12월 8일, 오전 5시 12분. 박명자 환자분 운명하셨습니다.”

사망 선고. 그 건조한 한 마디가 현실을 자각하게 했습니다.

“뭐야? 무슨 소리야?”

뒤이어 부스스한 얼굴의 아주버님과 형님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어? 소리가 왜 이래? 엄마? 엄마!”

형님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로 달려들었습니다.

“엄마! 눈 좀 떠봐! 어? 엄마!”

지은 형님은 어머니의 몸을 흔들며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통곡 소리에는 슬픔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크게 섞여 있었습니다.

“의사 양반! 이게 뭐야? 아까는 오늘 밤 넘긴다며! 왜 갑자기 죽어?”

민석 아주버님은 의사의 멱살을 잡을 듯이 대들었습니다.

“갑자기가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입니다. 그리고 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 작성하셨기 때문에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냉정함에 아주버님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의 눈은 어머니의 얼굴이 아닌, 탁자 위에 놓인 도장 찍히지 않은 서류 봉투를 향해 있었습니다.

“젠장… 결국 도장 못 받았는데…”

아주버님의 입에서 욕설이 새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내뱉은 첫 마디가 욕설이라니.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떠올렸습니다. ‘모른 척해라. 그리고 떠나라.’

“이제 장례식장으로 모셔야 합니다. 원무과 가서 절차 밟으시죠.”

간호사의 말에 아주버님과 형님은 서로 눈치를 보았습니다.

“오빠가 갔다 와. 난 엄마 짐 챙길게.”

형님이 훌쩍이며 말했습니다. 아주버님은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병실에는 형님과 나, 그리고 어머니의 시신만 남았습니다. 형님은 눈물을 뚝 그치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병실을 훑기 시작했습니다.

“야, 올케. 너 혹시 엄마 숨겨둔 패물 같은 거 진짜 못 봤어? 베개 밑이나 매트리스 밑에 뭐 없었어?”

그녀는 어머니의 시신을 옆으로 거칠게 밀치며 베개 밑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까 내가 열쇠를 꺼낸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형님! 뭐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아직 식지도 않으셨어요!”

나는 형님의 팔을 잡고 말렸습니다.

“이거 놔! 너야말로 수상해. 왜 그렇게 과잉 반응이야? 뭐 숨겼지? 그치?”

형님은 나를 밀쳐내고 이불을 다 걷어냈습니다. 어머니의 앙상한 다리가 흉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베개 밑은 비어 있었습니다. 형님은 실망한 듯 베개를 집어던졌습니다.

“아씨, 진짜 없네. 그 많은 금덩이들 다 어디 간 거야? 설마 오빠가 먼저 빼돌린 거 아니야?”

형님은 짜증을 내며 어머니의 핸드백과 지갑을 뒤져 현금을 챙겼습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먼지를 털고, 어머니의 머리를 다시 받쳐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드렸습니다. 이것이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예우였습니다.


장례식장은 지하 2층, 가장 저렴한 특실이었습니다. 아주버님은 “어차피 조문객도 별로 없을 텐데 비싼 데 쓸 필요 없다”며 가장 작은 빈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영정 사진 주변을 장식하는 꽃은 가장 비싼 ‘특대형’으로 주문했습니다.

“남들 보기에 초라해 보이면 안 되잖아. 엄마 체면도 있고, 내 체면도 있는데.”

그 ‘체면’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나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누울 관은 오동나무가 아닌 값싼 합판 관을 선택해놓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꽃 장식에만 돈을 쏟아붓는 꼴이라니.

나는 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건네준 것은 며느리가 입는 하얀 소복이 아니었습니다. 식당 아줌마들이 입는 검은색 개량 한복 앞치마였습니다.

“저기요, 이거 잘못 주신 것 같은데요. 저는 며느리인데요.”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차트를 확인했습니다.

“아… 상주님께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며느님은 빈소에 서 계실 필요 없으니, 주방에서 음식 나르는 거 도우라고 하셨는데요.”

“…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상주인 아주버님이 나를 ‘가족’이 아닌 ‘일꾼’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조문객들에게 나를 며느리로 소개하기 싫다는 뜻이겠지요. 아니, 어쩌면 내가 상복을 입고 옆에 서 있는 것조차 재수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탈의실 문밖에서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올케, 들었지? 오빠 친구들이랑 사업 파트너들 많이 올 거야. 괜히 나와서 곡한다고 설치지 말고, 주방에서 육개장이랑 수육이나 잘 챙겨. 음식 모자란다는 소리 안 나오게.”

형님은 이미 완장을 차고 머리핀을 꽂은 채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슬픔보다는 ‘상주’라는 역할 놀이에 심취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앞치마를 손에 쥐고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쫓겨나 부엌데기 취급을 받다니. 당장이라도 이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속옷 안주머니에 숨겨둔 열쇠의 차가운 감촉이 가슴에 닿았습니다.

‘참아라. 떠나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래, 이것이 어머니가 바라던 바일지도 모릅니다. 저 가식적인 인간들 틈에 섞여 거짓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차라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어머니 가시는 길을 배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뜨거운 육개장 솥 앞에서 국자를 젓으며, 나는 다짐했습니다. 이 3일만 버티자. 이것이 내가 이 집안사람들에게 해주는 마지막 봉사다.

오후가 되자 조문객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아주버님의 사업 관계자나 형님의 부잣집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대충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식당으로 와서 술판을 벌였습니다.

“야, 김 사장! 이번에 계약 건 말이야~” “어우, 지은아. 너 상복 입으니까 더 날씬해 보인다?”

웃음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떠드는 소리. 장례식장은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 사교의 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주버님은 완장을 찬 팔을 과시하며 여기저기 술을 따르러 다니기 바빴습니다. 아무도 고인을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박명자 여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쟁반에 수육을 담아 나르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야, 김 형. 어머니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그 건물 김 형 명의 되는 거지? 축하한다 야. 그 땅값 엄청 올랐다며?”

아주버님의 친구가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떠들었습니다. 아주버님은 짐짓 슬픈 척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습니다.

“어휴, 말도 마. 상속세 때문에 골치 아파. 뭐, 그래도 어머니가 남겨주신 거니 잘 관리해야지.”

“그나저나 그 며느리는? 아직도 안 나갔어?”

“아, 그 물건? 주방에 처박아 놨어. 장례 끝나면 바로 내보낼 거야. 한 푼도 안 주고.”

“독하다, 독해. 그래도 5년이나 수발들었다며?”

“수발은 무슨. 얹혀산 거지. 밥값은 하고 가야지.”

그들은 킬킬거리며 웃었습니다. 나는 그들 옆 테이블에 깍두기 접시를 내려놓았습니다. 탕! 조금 거칠게 내려놓았는지 국물이 튀었습니다.

“아, 씨! 아줌마! 조심 좀 해요!”

아주버님의 친구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습니다. 아주버님이 흠칫 놀라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의 눈빛이 ‘쥐 죽은 듯이 있으라니까 왜 거슬리게 하냐’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습니다.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여자가 그 며느리야?” “어휴, 인상 봐라. 복 없게 생겼네. 그러니까 남편 잡아먹었지.”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습니다. 주방 구석, 설거지통 앞에 서서 그릇을 닦으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습니다. 하나, 둘, 셋… 천 개의 그릇을 닦으면 이 시간이 지나갈까.

밤이 깊었습니다. 조문객들도 하나둘 돌아가고, 빈소는 조금 한산해졌습니다. 아주버님과 형님은 술에 취해 내실에 들어가 곯아떨어졌습니다. 향이 다 타들어가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젖은 고무장갑을 벗고, 조심스럽게 빈소로 다가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빈소. 영정 사진 속의 어머니가 나를 보고 웃고 계셨습니다. 생전에 본 적 없는, 아주 환하고 인자한 미소였습니다. 사진작가가 포토샵으로 만든 가짜 미소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향을 하나 새로 피워 올렸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습니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던 어머니의 편지.

봉투를 여는 내 손이 가늘게 떨렸습니다. 꼬깃꼬깃한 편지지를 펼치자, 삐뚤빼뚤한 글씨가 내 눈을 찔렀습니다.

[수진아.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건, 내가 죽었다는 뜻이겠지. 미안하다는 말은 아까 다 했으니 안 하마. 그 열쇠… 302호 보관함. 거기 내 일기장이랑, 통장 하나가 더 있다. 그 통장은 내 이름이 아니라, 죽은 네 남편 민호 이름으로 된 거야. 민호가 죽기 전에 몰래 들어놓은 생명보험금이다. 내가 수령인이었는데… 차마 그 돈을 쓸 수가 없어서 그대로 뒀다. 그 돈은 네 거야. 내 아들이 목숨과 바꾼 돈이다. 민석이랑 지은이는 이 보험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그러니 안심하고 가져가라. 그리고… 일기장. 거기에 내가 그동안 너한테 모질게 굴면서 느꼈던 내 속마음… 다 적어놨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내가 조금이라도 용서가 되면… 그때 읽어주렴. 사랑한다, 내 딸아. 부디 나 같은 시어머니는 잊고, 훨훨 날아가거라.]

눈물이 편지지 위로 뚝뚝 떨어져 글씨를 번지게 했습니다. ‘사랑한다, 내 딸아.’ 마지막 줄에 적힌 그 한 마디가, 지난 5년의 모든 상처를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라고 불러주신 어머니.

“어머니… 엄마…”

나는 영정 사진을 붙들고 소리 죽여 오열했습니다. 밖에서 술 취한 아주버님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 어머니가 남긴 진짜 유산은 ‘돈’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돈조차도,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흘러갔다는 것을.

그때, 장례식장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인데, 누군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나는 황급히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깔끔한 인상, 날카로운 눈빛. 변호사 배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는 빈소를 둘러보더니, 구석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왔습니다.

“혹시, 이수진 씨 되십니까?”

“네, 제가 이수진인데요… 누구시죠?”

“박명자 여사님의 법률 대리인, 강 변호사입니다. 고인의 유언 집행을 위해 왔습니다.”

변호사라는 말에, 내실에서 자고 있던 아주버님이 귀신같이 깨어나 뛰쳐나왔습니다.

“변호사? 엄마 변호사야?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제가 장남 김민석입니다!”

아주버님은 맨발로 뛰어나와 변호사의 손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언장 가지고 오셨죠? 건물 명의 이전 서류도 다 준비되셨고요?”

아주버님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습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아주버님의 손을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뿌리쳤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김민석 씨, 유감스럽지만 박명자 여사님께서 남기신 유언장에는 귀하에게 상속될 재산 목록은 없습니다.”

“…네? 뭐, 뭐라고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오히려… 귀하께서 갚으셔야 할 채무 내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인께서 귀하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연대 보증을 서셨더군요. 그 빚이 이제 상속자인 귀하에게 넘어갈 겁니다.”

“뭐, 뭐, 뭐?!”

아주버님은 뒷목을 잡고 휘청거렸습니다. 지은 형님도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습니다.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강 변호사는 그 난리통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수진 씨,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고인께서 이수진 씨에게 남기신 별도의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나는 주머니 속의 열쇠를 꽉 쥐었습니다. 반전은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진짜 복수, 아니 진짜 가르침이 막을 올린 것입니다.

[Word Count: 3350]

HỒI 3 – PHẦN 1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엄숙해야 할 빈소가 빚쟁이들의 독촉장이 날아드는 파산 법정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빚이라니? 엄마 건물이 몇 채인데 빚이라니!”

민석 아주버님은 강 변호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고, 입가에는 허연 거품이 물려 있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강 변호사는 멱살이 잡힌 채로도 흐트러짐 없이 냉정함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내 아주버님 얼굴 앞에 들이밀었습니다.

“보십시오. 등기부등본입니다. 어머님 소유로 알고 계셨던 식당 건물, 3년 전에 이미 은행에 넘어갔습니다. 그 옆에 상가요? 김민석 씨, 본인이 사업한답시고 어머님 보증 세워서 날려 먹은 거 기억 안 나십니까?”

아주버님의 손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 그건… 엄마가 다 해결했다고…”

“해결 못 하셨습니다. 어머님은 빚을 갚기 위해 사채까지 쓰셨습니다. 원금에 이자까지 합치면 지금 남은 빚만 20억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연대 보증인, 바로 상속자인 김민석 씨와 김지은 씨로 되어 있고요.”

“뭐라고요? 나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지은 형님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난 몰라! 난 아니야! 엄마가 오빠 빚 갚아준 거지 나랑은 상관없잖아!”

“상관없지 않습니다. 어머님이 쓰러지시기 직전, 두 분이 어머님 인감도장 훔쳐서 썼던 대출 서류 기억하시죠? 그때 연대 보증란에 본인들 명의로 사인하지 않으셨습니까?”

강 변호사의 말은 결정타였습니다. 과거 그들이 어머니 몰래 저질렀던 탐욕스러운 짓들이,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셨던 것입니다. 자식들이 스스로 판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아아악! 말도 안 돼! 엄마! 엄마 일어나 봐! 이게 뭐야! 우리한테 똥물을 끼얹고 가면 어떡해!”

지은 형님은 영정 사진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악을 썼습니다. 아주버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닥을 치며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유산은커녕 빚더미라니! 이 노망난 노인네가 죽으려면 곱게 죽지!”

그들의 통곡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돈을 잃은 자들의 분노였고, 자기 꾀에 넘어간 자들의 비명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영정 사진 속 미소는 여전히 온화했지만, 지금 보니 그 미소는 마치 이 모든 파국을 예상한 ‘최후의 승자’가 짓는 미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 서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어머니는 빈손으로 가셨습니다. 아니, 마이너스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그 옛말들이 이토록 사무치게 와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때, 강 변호사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내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핏발 선 눈으로 씩씩거리는 자식들과 달리,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은 차분하고 정중했습니다.

“이수진 씨.”

그가 나를 불렀습니다. 아주버님과 형님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혔습니다.

“너… 너 알고 있었지?”

아주버님이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너 이년, 엄마랑 짜고 우리 속였지? 빚더미인 거 알면서 시치미 뚝 떼고 있었지? 너만 쏙 빠져나가려고!”

그가 내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강 변호사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손대지 마십시오. 폭행죄로 추가 고소당하고 싶으십니까?”

변호사의 위압적인 태도에 아주버님은 움찔하며 물러섰습니다. 강 변호사는 서류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넸습니다.

“이수진 씨는 법적으로 이 빚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남편분인 고 김민호 씨가 사망하신 지 5년이 지났고, 자녀도 없으시기 때문에 대습상속(죽은 자식 대신 손주나 며느리가 상속받는 것)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님께서 생전에 이수진 씨를 상속 포기 대상자로 지정해 두셨습니다.”

“상속… 포기요?”

“네. 역설적이지만, 어머님은 이수진 씨를 ‘호적에서 파내버리는’ 형식을 통해, 이 지독한 빚의 굴레에서 당신을 완벽하게 탈출시키신 겁니다. 며느리라는 법적 지위를 이용해 빚이 넘어가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두신 거죠.”

나는 서류를 받아 들고 손을 떨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내치신 게 아니었습니다. 나를 보호막 밖으로 밀어내신 게 아니라, 불구덩이 속에서 나만 밖으로 던져주신 것이었습니다. ‘재수 없는 년’, ‘남’이라고 불렀던 그 모진 말들이, 사실은 ‘너는 우리와 엮이지 말고 살아라’라는 주문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드리는 겁니다.”

강 변호사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명함 한 장을 꺼내 내게 쥐여주었습니다. 명함 뒷면에는 아무런 글씨 없이, 작은 약도 하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심부름입니다. ‘내 며느리가 길을 잃지 않게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이수진 씨가 이미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내 속옷 안주머니에 들어 있는, 차가운 열쇠. 변호사는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이제 이곳에 더 머물 이유가 없었습니다.

나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풀었습니다. 기름때와 국물 자국으로 얼룩진, 며느리의 굴레. 그것을 바닥에 툭, 던졌습니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디 가?”

형님이 소리쳤습니다.

“가요. 제 갈 길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야! 거기 안 서? 장례는 치르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음식은 누가 나르고 손님은 누가 받아? 너 진짜 이대로 가면 가만 안 둬!”

아주버님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만 안 두면요? 어쩔 건데요? 당신들 빚 갚는 데 보태줄 돈, 저한테는 십 원 한 장도 없어요. 알아서들 하세요. 그 잘난 ‘핏줄’끼리.”

나는 장례식장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등 뒤에서 욕설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 소리들은 아득하게 멀어졌습니다.

지하 장례식장의 쿰쿰한 공기를 벗어나 1층 로비로 올라왔습니다. 자동문이 열리고, 새벽의 찬 공기가 훅 끼쳐 들어왔습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 그것은 자유의 냄새였습니다.

나는 병원을 빠져나와 무작정 걸었습니다. 새벽 2시의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가로등 불빛만이 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또각, 또각. 구두 굽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내 발걸음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기사님, XX역으로 가주세요.”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곳. 열쇠가 맞는 그 보관함이 있는 곳. 택시는 어둠을 뚫고 달렸습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야경이 흐릿하게 뭉개졌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슬퍼서가 아니었습니다. 억울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그 깊고 외로운 사랑이 가슴을 짓눌러와서였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그 빚을, 그 비밀을 다 안고 가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택시가 역 앞에 멈췄습니다. 나는 지하철역 셔터가 내려가기 전, 가까스로 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텅 빈 지하철역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가 텅 빈 공간에 크게 울렸습니다.

물품 보관함 C구역. 노란색 보관함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300번… 301번… 302번.

내 눈앞에 ‘302’라는 숫자가 보였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낡은 열쇠를 꺼냈습니다. 손이 덜덜 떨려 열쇠 구멍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진정해, 수진아. 진정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열쇠를 꽂았습니다.

‘딸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렸습니다. 보관함 문을 열자, 그 안에는 낡은 가죽 가방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가방.

나는 가방을 꺼내들고 근처 벤치에 앉았습니다. 지하철역 청소부 아주머니가 저 멀리서 빗질을 하고 계실 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방을 열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낡은 노트 한 권이었습니다. 표지에는 ‘나의 딸, 수진이에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통장 두 개와 도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변호사님이 말했던, 빚쟁이들을 피해 숨겨둔 어머니의 비자금 통장이었습니다. 잔액은 5천만 원. 10년 동안 콩나물 값 깎고, 시장에서 좌판 벌여 번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통장. 그것은 내 남편, 민호 씨의 이름으로 된 통장이었습니다. ‘사망 보험금 수령액 : 3억 원.’

나는 숨을 멈췄습니다. 3억 원. 남편이 목숨과 바꾼 돈. 어머니는 이 돈을 빚 갚는 데 쓰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이 죽어서 남긴 이 피 같은 돈이, 도박에 미친 형이나 사치스러운 여동생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는 자신의 건물이 넘어가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면서도 이 통장만큼은 목숨 걸고 지키셨던 것입니다.

‘이건… 내 아들 목숨이다… 이건… 내 며느리 인생이다…’

어머니가 밤마다 이 통장을 품에 안고 되뇌었을 그 말들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첫 페이지. 날짜는 5년 전, 남편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20XX년 7월 15일. 비. 오늘 며느리를 때렸다. 장례식장에서 미역국 타령을 하며 그 아이 가슴에 못을 박았다. 내 손이 불타는 것 같았다. 그 아이의 뺨을 때린 내 손보다, 그 아이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독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착한 것이 정 떨어져서 도망간다. 이 망해가는 집구석에 발목 잡히면 안 된다. 민호야, 엄마가 잘한 거지? 네 아내, 내가 악역을 해서라도 쫓아낼게. 제발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고… 엄마가 지옥 불에 떨어지더라도, 수진이만큼은 살려낼게.]

“흐윽… 흑…”

참았던 통곡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하철역이 떠나가라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바보 같은 어머니. 미련한 어머니.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해주지. 왜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괴물 같은 가면을 쓰고 사셨나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어머니의 진심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오늘 며느리가 끓인 된장찌개를 싱겁다고 엎어버렸다. 사실은 너무 맛있어서, 민호가 좋아하던 그 맛이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수진이가 아프다. 약을 사주고 싶은데, 그러면 또 마음 약해져서 안 떠날까 봐 모른 척했다.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문밖에서 들으며 나도 같이 앓았다.] [오늘 내 생일이라고 수진이가 꽃을 사 왔다. 꼴 보기 싫다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밤에 몰래 다시 주워와 꽃병에 꽂았다. 꽃이 참 예쁘다. 우리 수진이 마음처럼.]

나는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구박 속에 숨겨져 있던 그 절절한 사랑을, 나는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꽃이 다시 꽃병에 꽂혀 있었다는 것을, 왜 나는 몰랐을까요.

마지막 페이지에는 잉크가 번져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쓴 글인 듯했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수진아. 부디 이 돈으로 꽃집을 차려라. 네가 꽃을 만질 때 가장 행복해 보이더라. 꽃처럼 예쁘게 살아라. 향기롭게 살아라. 나 같은 시어머니는 기억하지 말고, 그저 봄날의 꿈처럼 잊어라. 사랑한다. 내 딸아.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내 며느리로 오지 말고, 내 친딸로 와주렴. 그때는 내가 널 공주처럼 아껴줄게.]

나는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지하철 첫차 안내 방송이 울렸습니다.

“딩동댕동. 잠시 후 첫차가 도착합니다.”

첫차. 새로운 시작.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

나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가방을 굳게 쥐었습니다. 무겁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어서인지, 오히려 날개처럼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역사 안으로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내 가슴속에는 영원히 나를 지켜줄 어머니라는 든든한 등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엄마.”

나는 나직이 속삭이며, 들어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Word Count: 2780]

→ Kết thúc Hồi 3 – Phần 1.

HỒI 3 – PHẦN 2

내가 떠난 뒤의 장례식장 풍경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지옥도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오전 9시. 장례식 이틀째 아침. 숙취로 찌든 민석 아주버님과 지은 형님이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정갈하게 차려진 해장국 밥상이 아니라, 텅 빈 주방과 싸늘하게 식은 육개장 솥뿐이었습니다.

“야! 이수진! 물 가져와! 밥상 안 차리고 뭐 해!”

아주버님이 습관처럼 소리를 질렀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돌아왔습니다.

“이 여자가 미쳤나? 어디 가서 농땡이 피우는 거야?”

형님이 짜증을 내며 주방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는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더러운 앞치마만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허물을 벗고 날아간 나비가 남긴 흔적처럼.

“오, 오빠! 걔 갔어! 진짜 갔나 봐!”

“뭐? 간다더니 진짜 갔어? 미친년 아니야? 장례도 안 끝났는데 감히?”

두 사람이 길길이 날뛰고 있을 때, 강 변호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은행 채권팀 직원들과 사채업자 대리인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상주님들, 장례 중이라 저희도 조용히 넘어가려 했습니다만, 상황이 급박해서 찾아왔습니다.”

채권팀 직원이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박명자 님의 채무 상속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두 분이 연대 보증인으로 되어 있으니, 지금 당장 상환 계획서를 작성해 주셔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현재 거주하고 계신 아파트와 차량에 대해서도 가압류 신청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가, 가압류? 내 아파트에?”

지은 형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시댁에서 쫓겨날 위기였습니다.

“이봐요! 우리 엄마가 남긴 건물이 있잖아! 그걸로 퉁치면 되잖아!”

아주버님이 악을 썼지만, 직원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그 건물 경매로 넘어가도 빚의 절반도 못 갚습니다. 나머지 10억은 두 분이 갚으셔야죠. 아, 며느님은 상속 포기 및 호적 정리로 인해 채무 관계에서 완전히 제외되셨으니, 찾지 마십시오.”

그제야 두 사람은 깨달았습니다. 어머니가 왜 그토록 며느리를 구박하며 ‘남’ 취급을 했는지. 그것은 철저하게 며느리를 이 빚잔치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어머니의 ‘빅 픽처(Big Picture)’였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은 눈앞의 떡고물에 눈이 멀어, 스스로 족쇄를 찼다는 것을.

“엄마! 엄마아아악!”

빈소가 떠나가라 울부짖는 그들의 비명은, 더 이상 어머니를 부르는 그리움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파멸을 마주한 짐승들의 단말마였습니다.

3개월 후. 남쪽 바다가 보이는 작은 소도시, 통영.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골목 어귀에, 달콤한 꽃내음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사다리 위에 올라가 가게 간판을 닦고 있었습니다. 페인트 냄새 대신 싱그러운 프리지어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나는 병원 소독약 냄새에 찌들었던 내 영혼을 이 꽃향기로 씻어냈습니다.

‘엄마의 정원’

이것이 내 꽃집의 이름입니다. 촌스럽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이었습니다.

“사장님! 간판이 너무 예뻐요. 글씨체가 참 따뜻하네.”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제가 직접 썼어요. 잘 부탁드려요. 내일 오픈이에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예전에는 웃을 때마다 눈치를 봤습니다. 내가 웃으면 어머니가 “남편 잡아먹고 좋단다” 하며 비꼬실까 봐. 하지만 이제는 마음껏 웃습니다. 내 웃음이 어머니를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 꽃들을 정리했습니다. 노란 프리지어, 보라색 리시안셔스, 하얀 안개꽃. 그리고 가게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붉은 동백꽃 화분을 두었습니다. 겨울에 피는 꽃. 추위를 견디고 가장 붉게 타오르는 꽃. 우리 어머니를 닮은 꽃입니다.

“딸랑.”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첫 손님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 낯선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우체부 아저씨였습니다.

“이수진 씨 되시죠? 등기 왔습니다.”

나는 장갑을 벗고 도장을 찍어주었습니다. 발신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혹시 빚 문제가 나에게까지 번진 걸까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었습니다. 법원에서 온 판결문이었습니다. [채무자 김민석, 김지은에 대한 파산 선고 및 재산 강제 집행 통지서] 그리고 그 밑에는 강 변호사가 보낸 짧은 메모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수진 씨, 걱정 마십시오. 이 서류는 당신에게 빚을 갚으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완전히 자유로워졌음을 확인시켜 드리는 겁니다. 김민석 씨와 김지은 씨는 결국 파산했습니다. 김민석 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현재 구치소에 있고, 김지은 씨는 이혼 소송 중입니다. 그들은 죗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행복하십시오.]

나는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이 돈 때문에 부모를 버리고, 결국은 서로를 물어뜯다 자멸해 버린 비극. 어머니가 하늘에서 이 꼴을 보고 계신다면 얼마나 가슴을 치실까요.

‘어머니, 죄송해요. 아주버님과 형님을 챙기지 못해서…’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내가 챙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조차 포기하고 마지막 교훈으로 남겨주신 ‘인생의 매’였습니다. 그들이 바닥을 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면, 그것 또한 어머니의 사랑 방식일 것입니다.

나는 서류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꽃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는 서랍 속에, 현재는 이 꽃들 속에 있습니다.

오후가 되자, 가게 안으로 햇살이 길게 들어왔습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타서 창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아껴서 읽고 있었습니다.

오늘 읽을 페이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쓴 글이었습니다.

[20XX년 11월 5일. 맑음.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가 길어야 3개월이라고 한다. 담담했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오니 수진이가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냄새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밥 줘!”라고 소리를 질렀다. 수진이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밥상을 차려왔다. 허겁지겁 먹었다. 사실은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이 아이가 해주는 밥을 한 번이라도 더 먹고 싶어서였다. 수진아, 네가 끓인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다. 내가 죽으면… 네 김치찌개 맛이 제일 그리울 것 같다. 맛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짜다! 소금을 들이부었냐!”라고 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수진이가 풀이 죽어 그릇을 치우는데, 등 뒤에 대고 “미안하다”라고 속으로 백 번을 외쳤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 먹었을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바보 엄마…”

나는 일기장 위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날이 기억납니다. 어머니가 밥그릇을 비우시는 걸 보고, 부엌에서 몰래 기뻐했던 그날. 어머니가 “짜다”고 타박하셨지만, 사실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드셨던 그 빈 그릇을 보며 묘한 뿌듯함을 느꼈던 그날.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밥 한 끼로, 빈 그릇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랑.”

다시 풍경 소리가 울렸습니다. 눈물을 닦고 일어났습니다.

“어서 오세요! 엄마의 정원입니다.”

들어온 손님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였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우리 어머니를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고, 꽃 냄새가 좋아서 들어와 봤어요. 젊은 색시가 주인인가?”

“네, 어르신. 구경하고 가세요.”

할머니는 꽃들을 찬찬히 둘러보시더니, 동백꽃 화분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이 동백이 참 곱네. 우리 며느리가 동백을 참 좋아했는데…”

“며느님께 선물하시게요?”

“아니, 죽었어. 작년에… 암으로 먼저 갔어.”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내가 참 못되게 굴었거든. 시집살이 호되게 시키고… 그런데도 그 착한 것이 나 밉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갔어. 이 꽃을 보니까 그 아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찌릿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어머니와 며느리가 있고, 수많은 오해와 후회가 얽혀 있나 봅니다.

“어르신, 이 화분 가져가세요.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아니, 파는 걸 왜 공짜로 줘?”

“저희 시어머니 생각나서 그래요. 저희 어머니도 동백꽃처럼 겉은 차가워 보여도 속은 참 따뜻한 분이셨거든요. 며느님도 분명 어르신 마음 아실 거예요.”

나는 정성스럽게 화분을 포장해서 할머니 손에 들려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그 거칠고 따뜻한 손의 감촉. 어머니의 손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나가시고, 나는 빈 동백꽃 자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비어 있지만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어머니의 사랑이 채워진 것 같았습니다.

이제 나는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이 꽃집을 연 이유는, 단순히 꽃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 못한 사랑을 전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꽃을 통해 마음을 전할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어머니가 내게 남긴 진짜 유산은 돈도, 건물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눈’과 ‘용서할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바다 위로 부서지는 윤슬이 마치 어머니가 뿌려주는 금가루처럼 반짝거렸습니다.

“어머니, 보고 계시죠? 저 잘하고 있어요.”

나는 혼잣말을 하며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나의, 그리고 어머니의 두 번째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Word Count: 3050]

HỒI 3 – PHẦN 3 (PHẦN CUỐI)

시간은 공평하게 흐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게 지난 1년은 상처 난 살이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느새 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첫 기일(忌日)입니다.

통영의 겨울바다는 서울보다 따뜻했습니다. 나는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었지만, ‘금일 휴업’ 팻말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온전히 어머니와 나, 단둘만을 위한 날로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작업대에 섰습니다. 손님에게 팔 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바칠 꽃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기일에는 흰 국화를 쓰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머니의 인생은 너무나 춥고 외로웠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그리고 지금 머무시는 그곳에서만큼은 화려하고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붉은 장미와 노란 튤립,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보라색 리시안셔스를 한데 모았습니다.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어머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 마음을 대변하는 꽃입니다.

“어머니, 이 색깔 어때요? 너무 화려하다고 또 뭐라 하실 거죠?”

허공에 대고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향긋한 꽃내음뿐입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포장지를 감쌌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의 침묵이 무서웠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침묵 속에 얼마나 깊은 긍정이 숨어 있었는지를.

꽃다발을 들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신 곳은 차가운 납골당이 아니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수목장(樹木葬)입니다. “죽어서는 좁은 곳에 갇히기 싫다. 탁 트인 곳에서 바람이나 쐬고 싶다”던 어머니의 유언을 따랐습니다.

해안 도로를 달리는 동안 라디오에서 옛날 가요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마다 흥얼거리시던 그 노래. 그때는 시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으니 가사 하나하나가 사무치게 다가옵니다.

수목장에 도착하자, 차가운 바닷바람이 코트 깃을 파고들었습니다. 하지만 춥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곳이라 생각해서일까요. 언덕 중턱, 튼튼하게 뿌리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그 나무 아래, 작은 명패가 놓여 있었습니다.

[박명자 (19XX – 20XX)]

이름 석 자.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누군가의 시어머니였으며, 한때는 꿈 많던 소녀였을 이름.

나는 꽃다발을 나무 아래 내려놓고, 챙겨 온 따뜻한 커피와 떡을 올렸습니다. 제사상이라기보다는 소풍 나온 점심상 같았습니다.

“어머니, 저 왔어요. 많이 늦었죠?”

나는 명패를 쓰다듬었습니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습니다.

“거긴 어때요? 빚쟁이도 없고, 돈 달라고 보채는 자식들도 없고… 편안하세요?”

대답 대신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며 ‘쏴아-‘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래, 편안하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잘 지내요. 가게도 꽤 잘 돼요. 동네 사람들이 꽃이 싱싱하다고 칭찬이 자자해요. 저보고 손재주 좋다고 하는데… 다 어머니한테 배운 거예요. 어머니가 예전에 꽂꽂이하실 때, 어깨너머로 본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나는 주머니에서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일기장. 지난 1년 동안 수백 번도 넘게 읽어서 이제는 내용을 다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그거 아세요? 민석 아주버님… 면회 다녀왔어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먼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한 달 전, 교도소에서 편지가 왔었습니다. 수신인 불명의 참회록 같은 편지. 아주버님이었습니다.

“많이 늙으셨더라고요. 처음엔 저를 보고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울기만 했어요.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어머니한테도, 저한테도. 지은 형님 소식도 들었어요. 이혼하고 작은 식당에서 설거지하며 지낸대요. 힘들어서 죽고 싶었는데, 엄마가 꿈에 나와서 뺨을 때리며 ‘살아라, 이년아’ 하고 호통을 치셨다나 봐요. 그래서 죽지 않고 악착같이 살고 있대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어머니, 자식들 걱정은 이제 그만하세요. 그들도 이제야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요. 어머니가 남겨주신 ‘가난’이라는 유산 덕분에, 그들은 처음으로 제 힘으로 밥 벌어 먹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어쩌면… 그게 어머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었겠죠.”

나는 눈을 감고, 차가운 바람 속에 섞인 바다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문득, 1년 전 오늘이 떠올랐습니다. 새벽 4시, 그 긴박했던 순간. 어머니가 내 손에 쥐여주셨던 열쇠의 온기. 그때 어머니의 눈빛.

“어머니… 저, 사실은 아직도 가끔은 어머니가 미워요.”

나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왜 좀 더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왜 우리에게 화해할 시간을 주지 않으셨어요? 맛있는 거 같이 먹고, 팔짱 끼고 시장도 가고, ‘사랑한다, 고맙다’ 말하며 서로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왜 꼭… 죽음 앞에서야 진심을 꺼내 보이셨어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그리움과 아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래도… 이해해요. 그게 박명자 여사 스타일이니까. 멋지게,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거. 그래서 더 사무치게 기억에 남는 거.”

나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나는 품속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냈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오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어머니의 낡은 코트 주머니에서 발견한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5년 전, 장례식장에서 쫓겨나 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 몰래 찍은 듯한 흔들린 사진. 그 뒷면에는 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가 있었습니다.

[내 아가. 울지 마라.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어머니는 나를 쫓아내고도, 먼발치에서 내가 걱정되어 지켜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내가 비를 맞고 쓰러지지는 않을까, 밥은 굶지 않을까… 그 모진 말들을 쏟아내고 돌아서서, 어머니는 저 골목 어귀에 숨어 나를 보며 얼마나 가슴을 치셨을까요.

나는 그 사진을 명패 옆에 살며시 기대어 놓았습니다.

“어머니, 이제 이 사진은 가져가세요. 저 이제 안 울어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 맞았어요. 저, 아주 단단해졌거든요.”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한겨울에 나비라니. 나비는 내 머리 위를 두어 번 빙글빙글 돌더니, 꽃다발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머니일까요? 아니면 남편 민호 씨일까요? 누구든 상관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엄마.”

처음으로 소리 내어 불러보는 ‘엄마’.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내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소나무를 한 번 안아주었습니다. 거친 나무껍질의 감촉이 마치 어머니의 주름진 손등 같았습니다.

“자주 올게요. 다음에는 남자 친구 생기면 데리고 올게요.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가 ‘재혼해라’라고 유언장에 백 번도 넘게 쓰셨잖아요. 이제 그 소원도 들어드려야죠.”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윙크를 보냈습니다. 나비가 날개를 파닥였습니다. ‘그래, 그래라. 좋은 놈 골라라.’라고 잔소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바다는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살아있습니다.

가게로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정원’ 간판에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따뜻한 주황색 불빛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두고 간 걸까요?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사장님, 지난번에 주신 꽃 덕분에 아내가 정말 좋아했습니다. 오늘 딸아이가 태어났어요. 이 작은 선인장은 감사의 표시입니다. 사장님 가게 이름처럼, 우리 딸도 엄마의 정원에서 사랑받으며 키우겠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나의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되고, 그 행복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사랑은 돌고 도는 것.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마지막 진리였습니다.

나는 선인장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 가득한 꽃향기 속에, 이제는 선인장의 강인함까지 더해졌습니다.

나는 라디오 볼륨을 높였습니다. 경쾌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다시 가위를 들었습니다.

“딸랑.”

문이 열리고 젊은 커플이 들어왔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꿀이 떨어지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꽃을 찾으세요?”

“여자 친구 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가는데… 어떤 꽃이 좋을까요? 좀 무서운 분들이라고 하셔서…”

남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요, 꽃 싫어하는 사람 없어요. 진심은… 언젠가 반드시 통하거든요. 비록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죠.”

나는 가장 싱싱하고 예쁜 프리지어를 한 아름 꺼냈습니다. 프리지어의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이 꽃을 받을 누군가의 어머니도, 그리고 이 청년도, 언젠가는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우리 어머니와 나처럼.

나는 정성스럽게 꽃을 다듬었습니다. 가위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창밖으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눈송이가 세상을 덮어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픔과, 슬픔과, 후회를 하얗게 덮어주는 축복처럼.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더 이상 5년 전의 쭈그려 앉아 울던 며느리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타인의 행복을 빌어줄 줄 아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한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 들리시나요? 저,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고마워요, 엄마. 안녕.

[총 단어 수: 28,500] (Ước tính tích lũy) [Hồi 3 – Phần 3 Word Count: 2,150]

TÊN KỊCH BẢN (DỰ KIẾN): LỜI NÓI DỐI CỦA NGƯỜI MẸ (어머니의 거짓말)

1. HỒ SƠ NHÂN VẬT

  • Nhân vật chính (Ngôi kể thứ nhất – “Tôi”):
    • Tên: Lee Soo-jin (34 tuổi).
    • Hoàn cảnh: Chồng mất sớm do tai nạn 5 năm trước. Không con cái. Xuất thân trẻ mồ côi, khao khát tình thân gia đình.
    • Tính cách: Kiên nhẫn, ít nói, có nội lực mạnh mẽ ẩn sau vẻ ngoài cam chịu. Cô ở lại nhà chồng không phải vì tài sản, mà vì lời hứa với người chồng quá cố là sẽ chăm sóc mẹ.
  • Mẹ chồng:
    • Tên: Bà Park Myung-ja (72 tuổi).
    • Vị trí: Cựu chủ tịch một chuỗi nhà hàng truyền thống.
    • Tính cách bên ngoài: Độc đoán, cay nghiệt, luôn chê bai Soo-jin là “sao chổi”, “đứa thấp hèn”.
    • Nội tâm (Twist): Bà dùng sự cay nghiệt để đuổi Soo-jin đi, mong cô tái giá tìm hạnh phúc thay vì chôn vùi thanh xuân ở cái nhà lạnh lẽo này.
  • Các con ruột:
    • Kim Min-suk (Con trai cả): Nợ nần cờ bạc, chỉ chực chờ mẹ chết để bán đất.
    • Kim Ji-eun (Con gái út): Lấy chồng giàu nhưng vô tâm, coi mẹ là gánh nặng, sợ bẩn tay khi chăm sóc.

2. CẤU TRÚC KỊCH BẢN (3 HỒI)

🟢 HỒI 1: NGƯỜI NGOÀI TRONG CĂN PHÒNG BỆNH (Khởi đầu & Thiết lập)

  • Mở đầu (Warm open): Cảnh bệnh viện lúc 3 giờ sáng. Tiếng máy thở đều đều. Soo-jin đang thay tã cho mẹ chồng một cách thành thục. Y tá trực ca đêm lầm tưởng cô là con gái ruột vì sự ân cần quá mức.
  • Sự kiện kích hoạt: Bà Park nhập viện vì đột quỵ nặng, tiên lượng xấu. Bác sĩ thông báo thời gian không còn nhiều.
  • Thiết lập mâu thuẫn:
    • Các con ruột (Min-suk và Ji-eun) xuất hiện chớp nhoáng, ăn mặc sang trọng nhưng đeo khẩu trang, đứng xa giường bệnh vì sợ “mùi người già”.
    • Họ cãi nhau về việc ai sẽ giữ sổ tiết kiệm và giấy tờ nhà đất thay vì hỏi bác sĩ về tình trạng của mẹ.
    • Soo-jin bị gạt ra rìa, bị mắng là “người dưng” nhưng lại là người duy nhất nắm rõ lịch uống thuốc, thói quen vệ sinh của bà.
  • Hồi ức (Flashback cài cắm): Ký ức về ngày chồng Soo-jin mất. Bà Park không khóc, chỉ lạnh lùng bảo Soo-jin: “Cô cũng đi chết đi cho rảnh nợ, ở lại ám cái nhà này làm gì?”. Câu nói đó ám ảnh Soo-jin suốt 5 năm qua.
  • Kết Hồi 1 (Cliffhanger): Bà Park tỉnh lại trong cơn mê sảng, hất đổ bát cháo Soo-jin bón, gào lên đuổi cô đi. Các con ruột cười khẩy: “Thấy chưa, mẹ ghét cô đến tận lúc chết. Cô về đi để bọn tôi lo (thực ra là để lục lọi đồ đạc)”. Soo-jin nén nước mắt, quyết định ở lại.

🔵 HỒI 2: ĐÊM DÀI CỦA LINH HỒN (Cao trào & Đổ vỡ)

  • Thử thách: Tình trạng bà Park xấu đi, cơ thể lở loét nếu không được lật trở thường xuyên. Các con ruột thuê người giúp việc giá rẻ rồi bỏ đi du lịch/đánh golf. Người giúp việc bỏ trốn vì không chịu nổi tính khí của bà. Soo-jin quay lại, túc trực 24/7.
  • Diễn biến tâm lý (Moment of doubt):
    • Trong những đêm thức trắng, Soo-jin kiệt sức. Cô tự hỏi tại sao mình phải hy sinh vì người đàn bà cay nghiệt này.
    • Một khoảnh khắc yếu lòng: Bà Park trong cơn đau đớn tột cùng đã nắm chặt tay Soo-jin, không phải để cào cấu, mà như người chết đuối vớ được cọc. Ánh mắt bà thoáng qua sự sợ hãi và hối lỗi, nhưng vụt tắt rất nhanh.
  • Biến cố (Twist giữa): Các con ruột quay lại với luật sư, ép bà Park (đang nửa tỉnh nửa mê) lăn tay vào di chúc chuyển nhượng toàn bộ tài sản. Họ định rút ống thở sớm để tiết kiệm viện phí.
  • Cao trào: Soo-jin liều mình ngăn cản. Cô bị anh chồng tát, bị chị chồng sỉ nhục là “kẻ ăn bám chờ chia phần”. Soo-jin tuyên bố: “Tôi không cần một xu nào cả, nhưng chừng nào tim bà còn đập, tôi sẽ không để ai làm hại bà.”
  • Kết Hồi 2: Bà Park chứng kiến tất cả. Một giọt nước mắt chảy ra từ khóe mắt nhăn nheo của bà. Bà dùng chút sức tàn ra hiệu đuổi các con ruột ra ngoài, chỉ giữ Soo-jin lại.

🔴 HỒI 3: BÍ MẬT TRONG CHIẾC HỘP CŨ (Giải tỏa & Hồi sinh)

  • Khoảnh khắc cuối cùng: Đêm đó, chỉ có hai người. Bà Park tháo mặt nạ oxy, hơi thở yếu ớt. Bà gọi Soo-jin lại gần. Không còn sự cay nghiệt, giọng bà run rẩy nhưng rõ ràng.
  • Lời trăn trối (Catharsis):
    • “Mẹ xin lỗi… Mẹ phải ác với con… thì con mới chịu bỏ đi… Con còn trẻ, sao lại ngốc nghếch chôn vùi đời mình với bà già này? Mẹ đuổi con đi là muốn con sống hạnh phúc… thay cho thằng chồng đoản mệnh của con…”
    • Hóa ra, sự cay nghiệt là lớp vỏ bọc của tình thương bất lực. Bà sợ Soo-jin vì đạo hiếu mà hy sinh tuổi xuân.
  • Twist cuối cùng: Bà qua đời. Đám tang diễn ra. Các con ruột hí hửng mở di chúc công khai.
    • Kết quả: Tài sản nhà đất và công ty đã bị gán nợ ngân hàng từ lâu do bà kinh doanh thua lỗ để bù đắp nợ nần cho chính đứa con trai cả (điều mà hắn không biết). Các con ruột thừa kế… một đống nợ.
    • Phần của Soo-jin: Luật sư riêng trao cho Soo-jin một chiếc hộp cũ. Bên trong là một sổ tiết kiệm tích lũy suốt 10 năm (từ tiền riêng sạch sẽ của bà) và một lá thư. Số tiền đủ để Soo-jin mở một tiệm hoa như mơ ước của cô và chồng ngày xưa.
  • Kết: Soo-jin đứng trước mộ bà, mỉm cười trong nước mắt. Cô không mất đi gia đình, mà cô vừa nhận ra mình đã được yêu thương theo cách đau lòng nhất. Cô quay lưng bước đi về phía ánh sáng, bắt đầu cuộc đời mới như di nguyện của mẹ.

1. 📺 TIÊU ĐỀ YOUTUBE (YOUTUBE TITLES)

Chọn 1 trong 3 phương án dưới đây tùy theo định hướng kênh của bạn:

Phương án 1: Tập trung vào Twist & Cú sốc (Hiệu quả nhất)

[충격 반전] “나가! 꼴도 보기 싫어!” 임종 직전 며느리 쫓아낸 시어머니… 베개 밑에서 발견된 ‘이것’에 오열했다 (Dịch: [Cú Twist Sốc] “Cút đi! Tao không muốn nhìn mặt mày!” Mẹ chồng đuổi con dâu ngay lúc lâm chung… Con dâu khóc nghẹn khi tìm thấy “thứ này” dưới gối)

Phương án 2: Tập trung vào Nhân quả & Báo ứng (Thỏa mãn người xem)

친자식들은 빚더미 20억, 구박받던 며느리는 3억? 장례식장을 뒤집어 놓은 시어머니의 진짜 유언장 (Dịch: Con ruột gánh nợ 2 tỷ, con dâu bị hắt hủi nhận 300 triệu? Bản di chúc thật sự của mẹ chồng khiến đám tang náo loạn)

Phương án 3: Tập trung vào Cảm động & Nước mắt (Thu hút người xem nữ giới)

5년간 모진 시집살이 견딘 며느리에게 남긴 시어머니의 마지막 편지… “미안하다, 내 딸아” (눈물주의) (Dịch: Bức thư cuối cùng mẹ chồng để lại cho cô con dâu chịu đựng 5 năm khổ cực… “Xin lỗi con, con gái của mẹ” (Cảnh báo: Rất cảm động))


2. 📝 MÔ TẢ VIDEO (DESCRIPTION)

Copy đoạn này vào phần mô tả. Đã tối ưu hóa SEO.

[Nội dung mô tả – Tiếng Hàn]

평생 며느리를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며 구박했던 시어머니. 친자식들조차 병원비가 아까워 외면할 때, 며느리 수진은 홀로 시어머니의 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임종 직전, 수진에게 물컵을 던지며 병실에서 쫓아냅니다. “제발 내 눈앞에서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쫓겨난 며느리가 울면서 짐을 싸던 그때… 시어머니가 몰래 쥐여준 쪽지 한 장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탐욕스러운 자식들에게는 ‘빚더미’를, 구박하던 며느리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 어머니의 위대한 거짓말.

장례식장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과 통쾌한 사이다 결말!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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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GỢI Ý HÌNH ẢNH THUMBNAIL (AI PROMPT)

Sử dụng Prompt tiếng Anh dưới đây cho Midjourney, DALL-E 3, hoặc Leonardo.ai để tạo ra hình ảnh thu hút, đậm chất điện ảnh (Cinematic).

Prompt 1: Cảnh trao bí mật (Gây tò mò)

Prompt: Cinematic close-up shot, hospital ward at night, dim blue lighting. An old wrinkled hand of a dying woman on a hospital bed is secretly handing a golden key and a crumpled letter to a young woman’s hand. The young woman is crying, wearing simple clothes. In the blurred background, greedy-looking relatives in suits are arguing, not noticing the secret exchange. High contrast, dramatic lighting, emotional atmosphere, 8k resolution, photorealistic, K-drama style. –ar 16:9

Prompt 2: Cảnh đối lập tại đám tang (Gây sốc/Thỏa mãn)

Prompt: Split screen composition. Left side: A young woman in a black funeral outfit standing in front of a subway locker, holding a red diary and crying with a smile of relief, golden light shining on her. Right side: A chaotic funeral home scene, a greedy man and woman in mourning clothes are screaming in despair holding debt papers, dark and gloomy atmosphere. Hyper-realistic, emotional storytelling, Youtube thumbnail style, vibrant colors. –ar 16:9

Prompt 3: Cận cảnh cảm xúc (Đơn giản & Mạnh mẽ)

Prompt: Extreme close-up of a young Korean woman’s face, tears streaming down her cheeks, holding an old diary against her chest. She has an expression of realization and deep sorrow. In the background, a ghost-like, transparent silhouette of an old mother looking at her with a warm, sad smile. Soft warm lighting, emotional, touching, 8k, detailed texture. –ar 16:9

Dưới đây là 50 prompt tạo ảnh AI (Midjourney/Stable Diffusion/DALL-E 3) được thiết kế để tạo ra một chuỗi hình ảnh điện ảnh liên tục (storyboard) cho một bộ phim tâm lý gia đình Hàn Quốc.

Các prompt được viết chi tiết để đảm bảo tính nhất quán về nhân vật, ánh sáng và không khí “Live-action movie”.

  1. Cinematic wide shot, a modern high-rise apartment living room in Seoul at dawn, a real Korean husband and wife sitting at opposite ends of a long dining table, cold blue morning light filtering through sheer curtains, dust motes dancing in the light, silence and emotional distance palpable, photorealistic, 8k, shot on Arri Alexa.
  2. Close-up shot, a beautiful but tired Korean woman in her 30s staring blankly at a cup of black coffee, steam rising in slow motion, subtle dark circles under her eyes, skin texture highly detailed, expressing suppressed sadness, soft natural lighting, depth of field, real photography.
  3. Over-the-shoulder shot, the husband, a sharp-looking Korean man in a business suit, checking his smartphone with a frown, ignoring his wife, reflection of the phone screen in his glasses, tension in his jawline, office attire texture visible, morning sunlight creating harsh shadows, photorealistic.
  4. Medium shot, the wife standing on the apartment balcony looking out at the Han River cityscape, wind blowing her hair messy, the city looks gray and vast, a feeling of isolation, glass reflection showing her silhouette, hyper-realistic, 8k resolution.
  5. Low angle shot, a strict-looking elderly Korean woman (mother-in-law) entering the apartment, wearing traditional Hanbok but with a modern coat, judging eyes scanning the room, tension rising, realistic facial wrinkles, cinematic lighting, real photo.
  6. Two-shot, the mother-in-law pointing a finger at the wife in the kitchen, scolding her, the wife looking down in submission, pots and pans steaming on the stove, domestic atmosphere but suffocating, warm but stifling kitchen lighting, detailed food textures, photorealistic.
  7. Close-up, the husband tying his tie in the hallway mirror, looking at his own reflection with guilt and exhaustion, the mirror is slightly dusty, sharp focus on his eyes, background blurred, cinematic drama style, real Korean actor face.
  8. Wide shot, a busy Gangnam street crossing during rush hour, the husband walking among the crowd but looking lonely, surrounded by blurred people, city neon signs reflecting on wet asphalt, cinematic color grading with teal and orange, hyper-realistic.
  9. Medium shot, the wife sitting alone at a small wooden table in a traditional tea house (Hanok village), holding a warm cup, looking at a withered flower in a vase, sunlight streaming through the paper windows (changhoji), dust particles in the air, melancholic atmosphere, real photo.
  10. Close-up, the wife’s hand trembling as she holds a divorce stamp document hidden inside a book, paper texture visible, sunlight hitting the red ink of the stamp, intense focus, macro photography, dramatic lighting.
  11. Medium shot, evening in the living room, the husband returns home drunk, loosening his tie, stumbling, the wife watching from the shadows of the bedroom door, dim amber lighting from a floor lamp, heavy atmosphere, photorealistic.
  12. High angle shot, the couple arguing in the living room, the husband throwing a jacket on the sofa, the wife shouting back with tears in her eyes, dynamic motion blur, emotional explosion, dramatic lighting contrasts, 8k resolution.
  13. Close-up, the wife’s face streaming with tears, mascara slightly smudged, screaming in frustration, veins visible on her neck, raw human emotion, sweat on her forehead, hyper-realistic portrait, cinematic lighting.
  14. Medium shot, the husband slamming the bedroom door shut, wood splintering slightly, dust falling from the doorframe, physical impact visible, dark shadows engulfing him, suspenseful atmosphere, real photo.
  15. Wide shot, the wife sitting on the floor leaning against the wall, hugging her knees, the room is dark with only moonlight coming from the window, casting long bars of shadow like a cage, deep solitude, cinematic composition.
  16. Medium shot, next day, the husband at his office desk, head in hands, surrounded by stacks of paper, city skyline visible through the window behind him, rain starting to fall on the glass, drops creating streaks, depressed mood, photorealistic.
  17. Close-up, the wife’s phone screen lighting up in a dark room, a text message from an unknown number, the light illuminating her fearful eyes, reflection of the screen on her iris, suspenseful thriller vibe, macro shot.
  18. Wide shot, a pojangmacha (street food tent) at night, steam rising from udon bowls, the husband drinking soju alone, red plastic tent casting a red hue on his face, rain pouring outside, neon lights blurring in the background, cinematic street photography.
  19. Two-shot, the mother-in-law grabbing the wife’s arm in a hospital hallway, angry expression, the wife looking pale and weak, hospital lights reflecting on the linoleum floor, cold sterile atmosphere, tension at its peak, real Korean actors.
  20. Close-up, the wife’s hand pulling away from the mother-in-law’s grip, skin indented from the pressure, focus on the hands, blurred background of nurses walking by, symbolic of breaking free, photorealistic.
  21. Medium shot, the wife running out of the hospital into the heavy rain, clothes getting soaked immediately, hair sticking to her face, desperate expression, rain droplets frozen in mid-air, high shutter speed, dramatic cinematic shot.
  22. Wide shot, the husband’s car stopping in the middle of a bridge over the Han River, hazard lights blinking, rain pouring, the husband stepping out of the car looking for his wife, wet asphalt reflecting the red lights, ominous atmosphere, 8k resolution.
  23. Medium shot, the husband finding the wife walking aimlessly on the bridge sidewalk, drenched in rain, cars passing by with bright headlights causing lens flares, emotional reunion but full of pain, cinematic lighting.
  24. Close-up, the husband grabbing the wife’s shoulders, shouting over the rain, water running down their faces, mixing with tears, intense eye contact, raw emotional acting, hyper-realistic texture.
  25. Two-shot, the couple sitting in the car, parked by the riverside, rain stopping, windows fogged up, silence, only the sound of breathing, heavy condensation on the glass, intimate but sad, soft street light filtering through.
  26. Close-up, the wife wiping a foggy window with her hand, looking out at the city lights, the swipe mark reveals the clear night view, symbolic of clarity, finger prints on glass, photorealistic details.
  27. Wide shot, morning in a rural area, the couple walking on a path lined with autumn ginkgo trees, yellow leaves falling, soft golden sunlight, keeping a distance from each other, peaceful but sad, cinematic landscape.
  28. Medium shot, the couple sitting on a bench in the park, the husband handing a document to the wife, hands touching slightly, focus on the document, autumn leaves on the ground, natural lighting, high resolution.
  29. Close-up, the husband’s face, a single tear falling, looking at the wife with regret and love, sunlight hitting his side profile, skin pores and stubble visible, emotional depth, portrait photography.
  30. Close-up, the wife’s face, a bittersweet smile, accepting the situation, wind blowing her hair, soft focus background of yellow leaves, eyes reflecting the sky, hopeful yet sad, real photo.
  31. Wide shot, the interior of the apartment, now half-empty, cardboard boxes stacked up, dust particles in the afternoon sun, the wife taping a box, sound of tape echoing visually, sense of finality, cinematic composition.
  32. Medium shot, the husband looking at a framed wedding photo on the wall, the glass is cracked, reflection of his face in the photo frame, symbolic of the broken marriage, detailed texture, photorealistic.
  33. Close-up, the husband taking the photo down, a square of clean wallpaper left behind where the frame was, dust outline visible, passage of time, realistic details.
  34. Two-shot, the couple standing in the empty living room, sunlight creating long shadows, looking at each other one last time, distance between them feels infinite, emotional weight, 8k resolution.
  35. Low angle shot, the moving truck driving away, the wife watching from the sidewalk, autumn leaves swirling around her feet, the truck becoming a blur, cinematic motion, real Korean street background.
  36. Medium shot, the husband sitting alone in the empty apartment, eating instant noodles (ramyeon), steam rising, looking small in the large space, loneliness, cold evening light, photorealistic.
  37. Wide shot, the wife walking into a new, smaller studio apartment, sunlight streaming in, holding a small plant pot, a sense of new beginning, bright and airy lighting, detailed interior.
  38. Close-up, the wife placing the plant on the windowsill, green leaves against the urban view, water droplets on the leaves, symbol of life, macro photography, natural light.
  39. Medium shot, winter, snow falling in Seoul, the husband walking past a shop window, seeing a scarf that reminds him of her, breath visible in the cold air, snowflakes on his coat, cinematic winter vibe.
  40. Medium shot, the wife working in a flower shop, arranging flowers, looking peaceful and independent, colorful flowers contrasting with the winter outside, warm indoor lighting, real photo.
  41. Wide shot, a cafe in Samcheong-dong, snow outside, the husband and wife meeting again after months, sitting at a window seat, steam on the window, awkward but polite atmosphere, cinematic framing.
  42. Close-up, two coffee cups on the table, steam rising and intertwining, symbolic of their connection, blurred background of them talking, warm cafe lighting, photorealistic.
  43. Medium shot, the husband smiling genuinely for the first time, wrinkles around his eyes, handing a small gift box to her, not a ring but a token of apology, soft focus, emotional warmth.
  44. Close-up, the wife opening the box, it’s a key chain or a small memento from their past, her eyes tearing up, mixed emotions, detailed texture of the object, macro shot.
  45. Two-shot, walking out of the cafe, snow has stopped, the sun is setting, casting a warm orange glow on the snowy street, they walk side by side but not holding hands, realistic relationship dynamic.
  46. Wide shot, standing at a bus stop, the husband waiting for the bus with the wife, neon signs of Seoul reflecting on the wet snowy ground, urban romance vibe, cinematic color grading.
  47. Close-up, the bus arriving, headlights flaring into the camera, the husband looking at the wife, mouthing “Goodbye” or “Take care”, emotional intensity, cinematic lens flare.
  48. Medium shot, the wife on the bus, looking out the window, the husband waving from the street, his figure getting smaller as the bus moves, motion blur of the city lights, melancholic beauty.
  49. Close-up, the wife leaning her head on the bus window, a small smile on her lips, watching the city pass by, reflection of the city lights on her face, peace at last, hyper-realistic.
  50. Cinematic wide shot, the wife walking up a hill towards her home at sunrise, the sun breaking through the clouds over Seoul tower, golden light flooding the scene, silhouette of the woman, hope and new beginning, end credits vibe, 8k resolution, photoreali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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