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ười Lạ Trong Gương (거울 속의 낯선 người)

HỒI 1 – PHẦN 1

내 손에서는 항상 락스 냄새가 난다. 아무리 비싼 비누로 씻어내고, 향기 좋은 로션을 덧발라도 소용없다. 손톱 밑 깊숙이 박힌 그 독한 냄새는 마치 내 영혼에 새겨진 낙인 같다. 공중화장실의 차가운 타일 바닥을 문지르며, 나는 가끔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거칠고 갈라진 피부.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 이것은 죄인의 손이다. 16년 전, 그 눈보라가 치던 겨울밤, 세상에서 가장 작고 따뜻했던 생명을 차가운 길바닥에 내려놓았던 바로 그 손이다.

“아줌마! 여기 휴지 좀 채워줘요!”

신경질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잡아끌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걸레를 꽉 쥐었다.

“네, 금방 갑니다. 죄송합니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다. 마흔두 살 한정숙. 남편은 도박 빚만 산더미처럼 남겨두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빚쟁이들의 독촉 전화와, 곰팡이 핀 지하 단칸방, 그리고 매일 밤 나를 괴롭히는 죄책감뿐이었다. 나는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식당 설거지, 건물 청소, 병원 간병인… 하지만 빚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매달 이자를 갚고 나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변기 물을 내리고 돌아서는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인력사무소 김 소장’이었다. 나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대충 닦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정숙 씨. 지금 어디야? 일하고 있어?”

김 소장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들떠 있었다.

“네, 터미널 화장실 청소 중이에요. 무슨 일이세요?” “대박 자리가 하나 나왔어. 급해서 그래, 급해서. 평창동 저택인데, 입주 도우미를 구한다네. 조건이 아주 파격적이야.”

평창동. 그 이름만으로도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렸다.

“입주 도우미요? 저는 출퇴근이 편한데…” “아이고, 답답한 소리 말아. 월급이 지금 정숙 씨 버는 돈의 세 배야. 세 배! 게다가 빚쟁이들 찾아올 걱정 없이 그 큰 집에서 먹고 자고 다 해결해주는데 왜 마다해? 주인 여자가 까다롭긴 한데, 정숙 씨처럼 말수 적고 일 잘하는 사람을 딱 원한다고 하더라고.”

세 배. 그 단어가 내 귓가에서 윙윙거렸다. 그 돈이면 사채 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죽기 전에 빚을 다 청산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갈게요. 면접 언제 보면 되나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희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짐을 쌌다. 짐이라고 해봤자 낡은 가방 하나에 들어갈 옷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언덕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성벽처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2층 양옥집이었다. 대문 앞에는 CCTV가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묵직한 철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렸다.

정원을 지나 현관까지 걸어가는 길은 멀고도 조용했다. 잘 다듬어진 향나무들이 병정처럼 서 있었고, 바닥에는 낙엽 하나 없이 깨끗했다.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숨이 막히는 풍경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중년의 가정부가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없이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은 운동장처럼 넓었다.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이는 대리석이었다. 나는 내 낡은 운동화가 바닥을 더럽힐까 봐 조심조심 발을 내디뎠다. 소파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한정숙 씨인가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 집의 안주인, 최서영 씨였다. 나보다 서너 살 위쯤 되어 보였지만,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끄러웠고 입고 있는 실크 블라우스는 은은한 광택이 흘렀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파 보였다. 안색은 창백했고, 찻잔을 쥐고 있는 손가락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거만함보다는 깊은 슬픔이 고여 있는 눈.

“네, 사모님. 소개받고 온 한정숙입니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나를 앉으라고 권하지 않았다. 그저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내 피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손이… 많이 거치네요.”

그녀의 첫마디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등 뒤로 감췄다.

“죄송합니다. 험한 일을 많이 해서…” “아니요, 흉보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성실하게 살았다는 증거겠죠. 김 소장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빚이 좀 있다고.”

내 치부가 낯선 사람 입에서 나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네… 그래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좋아요. 우리 집은 넓지만 식구는 단출해요. 저와 제 남편, 그리고 고등학생 아들 하나. 남편은 사업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날이 많아서, 사실상 저와 아들, 둘뿐이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조건은 들었겠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드릴게요. 급여는 업계 최고 대우로 해드립니다. 대신 지켜야 할 규칙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첫째, 이 집에서 보고 들은 것은 절대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됩니다. 둘째, 제 아들… 민재에게 필요 이상으로 말을 걸지 마세요. 아이가 예민합니다. 그리고 셋째.”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에게서 씁쓸한 한약 냄새와 고급 향수 냄새가 섞여 났다.

“제 아들을, 불쌍하게 쳐다보지 마세요. 동정은 질색하는 아이니까.”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불쌍하게 보지 말라니. 부잣집 도련님을 내가 왜 불쌍하게 본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명심하겠습니다.” “합격이에요. 짐은 1층 도우미 방에 풀면 됩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세요.”

면접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요리 솜씨를 테스트하지도 않았고, 청소 실력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거친 손과 빚이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던 것처럼.

내가 배정받은 방은 부엌 옆에 붙어 있었다. ‘도우미 방’이라고 했지만, 내가 살던 지하 단칸방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침대도 있었고, 작은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짐을 풀고 창문을 여니 뒤뜰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어와 뺨을 때렸다.

‘이제 살았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긴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1년만, 딱 2년만 버티면 빚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안도감과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따뜻하고 좋은 곳에 오면 늘 그랬다. 맛있는 음식을 볼 때, 푹신한 이불을 덮을 때, 나는 어김없이 그 아이를 떠올렸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던 아이.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되어 내 손으로 버린 아이. 지금쯤 살아있다면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밥은 굶지 않는지, 따뜻한 옷은 입고 다니는지. 아니, 살아있기나 한 건지.

“정숙 씨!”

주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나는 상념을 떨쳐내고 벌떡 일어났다.

“네, 갑니다!”

주방으로 가니 최 여사가 식탁에 앉아 약을 먹고 있었다. 알약의 개수가 꽤 많았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 민재는 입맛이 까다로워요. 간이 센 건 싫어하고, 인스턴트는 입에도 안 대죠. 오늘은 버섯 전골을 맑게 끓여주세요. 레시피는 따로 없어요. 정숙 씨 감을 믿어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알레르기가 있는 재료가 있나요?” “땅콩이랑 복숭아. 그것만 조심하면 돼요.”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냉장고를 열었다. 식재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나 볼 법한 최상급 고기와 채소들. 나는 낯선 칼을 잡고 도마 위에 섰다. 무를 썰고, 버섯을 다듬는 소리가 넓은 주방을 채웠다. 사각, 사각. 규칙적인 칼질 소리에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저택은 더욱 고요해졌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습니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 소년의 목소리였다. 나는 가스 불을 줄이고 거실 쪽을 내다보았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현관에 서 있었다. 키는 컸지만 몹시 말라 보였다.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치고, 귀에는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민재야, 왔니?”

최 여사가 2층 계단에서 내려오며 아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신발을 벗었다.

“밥 생각 없어요. 부르지 마세요.” “그래도 한 숟가락이라도…” “피곤하다고요.”

아이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하고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가 버렸다. 쾅, 하고 방문 닫히는 소리가 집 전체를 울렸다. 최 여사는 계단 중간에 멈춰 서서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깨가 힘없이 축 처졌다.

“정숙 씨.” “네, 사모님.” “일단 쟁반에 따로 차려서 방 앞에 둬주세요.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죠.”

나는 갓 끓인 전골과 반찬들을 정갈하게 담아 쟁반을 들고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 내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이 집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돈은 넘쳐나지만 온기는 없는 집. 엄마는 아들의 눈치를 보고, 아들은 세상 모든 것에 화가 난 듯한 집.

2층 복도 끝, 아이의 방 앞에 섰다.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크를 하려다 멈칫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을 걸지 말라’던 사모님의 경고가 떠올랐다. 나는 조용히 쟁반을 문 앞에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구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아이가 문가에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날카로운 턱선. 아이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 세상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찬,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가 내 심장을 관통했다.

“아, 저… 새로 온 도우미입니다. 식사 드시라고…”

나는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는 쟁반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코를 찡긋거렸다.

“냄새나.” “네?” “아줌마한테서 싸구려 비누 냄새 난다고요. 역겨우니까 내 방 근처에 얼씬거리지 마요.”

아이는 발로 쟁반을 툭 밀어버리고 다시 문을 쾅 닫아버렸다. 국그릇이 흔들리며 뜨거운 국물이 바닥에 조금 쏟아졌다. 나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모욕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아이의 그 눈빛이, 그 날 선 말투가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봤더라. 저런 눈을. 굶주린 길고양이 같은 눈. 상처받지 않으려고 먼저 하악질을 해대는 저 눈빛.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흐른 국물을 닦아냈다. 이것이 이 집에서의 첫날밤이었다.

다음 날부터 나의 일과는 전쟁 같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넓은 집 안 곳곳을 청소했다. 최 여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나 침실에서 보냈고, 민재 도련님은 학교에 가거나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나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다.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최 여사가 병원 검진 때문에 아침 일찍 외출했다. 집에는 나와 민재, 둘만 남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 점심때가 지났지만, 아이는 방에서 나올 기미가 없었다.

“청소라도 해둬야 하나…”

나는 청소 도구를 챙겨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아이가 자고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대낮인데도 밤처럼 깜깜했다.

방 안에서는 눅눅한 공기 냄새가 났다. 침대 위에 아이가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는 모양이었다. 나는 숨소리조차 죽이며 방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줍기 시작했다. 벗어 던진 교복 셔츠, 양말, 그리고 악보 뭉치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피아노 건반 모형이 놓여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지만, 뚜껑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건가? 하지만 이 집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바닥을 닦으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아이가 몸을 뒤척였다.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려 아이의 등이 드러났다. 헐렁한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깡마른 등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밥 좀 잘 챙겨 먹지…’

안쓰러운 마음에 이불을 다시 덮어주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내 시선이 아이의 목덜미 아래에 머물렀다. 티셔츠 깃 사이로 보이는 하얀 피부. 그리고 그 위에 선명하게 찍힌 붉은 자국.

아니, 자국이 아니었다. 그것은 흉터였다. 반달 모양. 혹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오래된 화상 자국 같기도 하고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점 같기도 한 그것.

나는 숨을 멈췄다. 빗자루를 쥔 손에 힘이 빠져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

내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럴 리가 없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16년 전, 그 추운 겨울밤, 내가 젖을 물리며 수없이 쓰다듬었던 그 작은 뒷목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 특이한 반달 모양의 붉은 점을.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복이 많으려나 봐요, 달을 품고 나왔네”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던 바로 그 점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려왔다. 시야가 흔들렸다. 나는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확인해야 했다. 저게 정말 내가 아는 그 점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비슷한 상처인지. 내 떨리는 손가락이 아이의 목덜미를 향해 다가갔다. 피부에 닿기 직전이었다.

“뭐 하는 거야?”

낮고 싸늘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어느새 잠에서 깬 민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

“지금 내 몸에 손대려고 했어?”

아이가 벌레를 보듯 몸을 움츠리며 소리쳤다. 나는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 아니, 도련님… 이불이… 덮어드리려고…” “거짓말하지 마. 내가 봤어. 아줌마 손, 내 목으로 오고 있었잖아.”

아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공포와 당혹감으로 내 몸이 굳어버렸다. 아이는 나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가까이서 본 아이의 얼굴은 소름 끼칠 정도로 잘생겼지만, 동시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 집 가정부들은 왜 하나같이 이래? 훔쳐보고, 만지려고 하고. 역겨워.”

민재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의 시선이 내 손에 꽂혔다. 락스 냄새가 배어 있는, 거칠고 투박한 내 손. 아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아줌마, 그 손 치워. 냄새나니까.”

아이는 코를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눈빛은 경멸을 넘어선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마치 잊고 싶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사람처럼, 아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당장 나가. 내 방에서 나가라고!”

아이가 책상 위에 있던 악보 뭉치를 집어 내게 던졌다. 종이들이 허공에 흩날리며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복도로 나와 방문을 닫고 나서야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는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아이의 모진 말 때문도 아니었다.

확실했다. 가까이서 본 그 눈, 그 코, 그리고 결정적으로 목 뒤의 그 점. 저 아이는 민재가 아니었다. 저 아이는… 내 아들이다. 16년 전, 내가 버린 내 아들, 영수였다.

나는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입안에 퍼졌다. 운명은 잔인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가혹할 줄은 몰랐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이 집이, 내 아들이 자라온 집이라니. 내가 버린 아들이 나를 ‘냄새나는 아줌마’라고 부르며 경멸하고 있다니.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방금 본 아이의 흔들리는 눈빛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깡마른 몸, 퀭한 눈, 그리고 굳게 닫힌 마음. 내 아들이 병들어 있었다. 몸도, 마음도.

나는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억지로 힘을 주었다. 도망치지 않겠다. 벌을 받는다면 달게 받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저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 내가 망가뜨린 저 아이의 삶을, 그림자처럼 곁에서 지켜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때, 방문 너머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었다. 건반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듯한, 분노와 절규가 뒤섞인 불협화음이었다. 그 소리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나는 문에 귀를 대고, 그 슬픈 소음을 듣고 또 들었다.

[Word Count: 2,415] → Kết thúc Hồi 1 – Phần 1

HỒI 1 – PHẦN 2

그날 이후, 저택의 공기는 달라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일터였던 이곳이, 이제는 숨 막히는 형벌의 장소가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천장을 바라보며 되뇌었다. 들키지 말자. 흔들리지 말자. 나는 그저 가정부 한정숙일 뿐이다. 저 아이의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민재가 2층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만 들려도 설거지하던 손이 멈칫거렸다. 아이가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오면, 내 시선은 자석처럼 아이의 뒷모습을 쫓았다. 밥은 먹었는지, 밤새 잠은 잘 잤는지, 오늘은 어디가 아픈 곳이 없는지. 그 본능적인 걱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마른침만 삼켜야 했다.

민재는 나를 철저히 무시하거나, 투명 인간 취급했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어김없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차가운 시선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그래, 미워해라. 차라리 나를 경멸해라. 그래야 내가 너를 버린 죄값을 조금이라도 치를 수 있을 테니까.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최 여사가 며칠간 지방으로 요양을 떠나게 되었다. 집에는 나와 민재, 단둘이 남게 되었다. 최 여사는 떠나기 전 신신당부했다.

“민재가 예민해질 시기예요. 절대 건드리지 말고, 요구하는 게 있으면 군말 없이 들어주세요. 특히 식사 신경 쓰고요.”

나는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대문이 닫히고 넓은 집에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냉장고를 열고 한참을 고민했다. 최 여사가 적어준 식단표가 있었지만, 내 손은 자꾸만 다른 재료들로 향했다. 16년 전, 뱃속에 아이를 품었을 때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돈이 없어 시장 골목을 서성이며 냄새만 맡았던 그 음식. 바로 두툼한 계란말이였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먹여보고 싶다.’

나는 홀린 듯 달걀을 풀었다. 당근과 파를 잘게 다져 넣고, 소금으로 간을 했다. 뜨겁게 달궈진 팬에 노란 달걀물을 부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주방 가득 퍼졌다. 나는 정성스럽게 달걀을 말았다. 겹겹이 쌓인 달걀처럼, 내 그리움도 겹겹이 쌓여갔다.

식탁을 차려놓고 2층으로 올라가 노크를 했다.

“도련님, 저녁 식사 준비됐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번 노크하려는데 안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먹는다고 했잖아!” “사모님이 꼭 챙겨 드리라고 하셨어요. 내려오기 싫으시면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민재는 여전히 헤드폰을 목에 건 채 나를 노려보았다.

“진짜 귀찮게 하네. 알았어, 내려가.”

민재가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와 식탁 앞에 앉았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국을 펐다. 식탁 위에는 갓 구운 생선구이, 맑은 콩나물국, 그리고 노릇노릇한 계란말이가 놓여 있었다.

민재는 숟가락을 들고 식탁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계란말이에 멈췄다. 내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엄마가 해준 건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반찬이다. 한 입이라도 먹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민재는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툭 건드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뭐예요?” “아, 계란말이입니다. 채소를 다져 넣어서 영양가도 좋고…”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요? 우리 집 식단에 이런 싸구려 반찬은 안 올라오는데. 아줌마, 여기 기사 식당인 줄 알아요?”

민재의 말에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싸구려. 그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죄송합니다. 입맛이 없으실 것 같아서…” “치워요. 냄새나니까.”

민재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가더니 생수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전 그냥 물이나 마실게요. 밥맛 떨어져서 원.”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말이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접시를 집어 들었다. 따뜻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가웠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만든 정성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버려야 했다. 저 아이에게는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 ‘싸구려’일 뿐이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계란말이를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툭, 투둑. 떨어지는 소리가 내 심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새벽 2시쯤 되었을까.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 싶어 빗자루를 들고 살금살금 문을 열었다.

어둠 속, 부엌 식탁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민재였다.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그 불빛에 의지해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아이는 찬 밥을 물에 말아 먹고 있었다. 김치 하나 없이, 그저 맨밥을 물과 함께 삼키고 있었다. 낮에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던 도련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배가 고픈 짐승처럼, 숟가락질이 급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저 아이의 까탈스러움은 배부른 투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부였다. 누군가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음식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누군가에게 의지했다가 다시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상처받은 짐승의 방어기제였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여보지 못하고 버린 죄가, 16년이 지난 지금 저 아이를 저렇게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따뜻한 국이라도 데워주고 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나타나면 아이는 또다시 가시를 세울 것이다. 나는 그저 어둠 속에 숨어, 내 아들이 찬 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리 없이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사건이 터졌다. 내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민재가 세탁실로 뛰어 들어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야! 이 아줌마야!”

민재가 내 손에 들린 셔츠를 낚아채 바닥에 패대기쳤다.

“누가 내 교복 셔츠 세탁기에 돌리랬어? 어?” “네? 그건… 세탁 라벨에 물세탁 가능하다고…” “내가 피부가 예민해서 세제 찌꺼기 남으면 뒤집어진다고 엄마한테 못 들었어? 전임 아줌마들은 다 손빨래했다고!”

그건 금시초문이었다. 최 여사는 그런 주의사항을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민재는 막무가내였다.

“이거 다시 빨아. 당장. 손으로 빨아서 세제 냄새 하나도 안 나게 해오라고!”

민재는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발로 짓밟고는 나가버렸다. 하얀 셔츠에 검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나는 멍하니 그 자국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언제 이 집을 나갈 것인지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셔츠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세면대에 물을 받았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비누칠을 시작했다. 빨래판에 셔츠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벅, 벅, 벅.

거친 소리가 세탁실을 채웠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어깨가 뻐근해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장이 아니었다. 민재는 자신의 옷장 속에 있는 셔츠란 셔츠는 다 꺼내와서 바닥에 던져놓았다. 열 장이 넘는 셔츠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르트고, 손등의 피부가 갈라져 피가 배어 나왔다. 비눗물이 상처에 스며들어 쓰라렸지만, 나는 묵묵히 빨래만 했다.

‘이건 벌이다. 네가 겪었을 추위와 외로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셔츠를 비비고 또 비볐다. 내 피가 섞인 비눗물이 하수구로 흘러내려 갔다.

그때였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민재가 문가에 기대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묘한 표정으로. 고소해하는 표정도 아니었고, 미안해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마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

“아줌마, 바보예요?”

민재가 툭 던지듯 물었다.

“그냥 못하겠다고 하고 나가면 되잖아. 왜 미련하게 그러고 있어요?” “도련님 옷이니까요. 깨끗하게 입으셔야죠.”

나는 젖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민재가 콧방귀를 뀌었다.

“돈 때문에? 월급 많이 준다니까 꾹 참고 있는 거죠? 속으로는 욕하고 있으면서.”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민재가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아줌마 눈, 기분 나빠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뭔가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굴잖아. 말해 봐요. 여기 온 진짜 목적이 뭐예요? 우리 엄마 아프니까 뭐라도 훔쳐 가려고 왔어요?”

아이의 의심은 날카로웠다. 정곡을 찔린 나는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저 뭐요?”

민재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때, 내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황급히 젖은 손을 닦고 전화를 꺼냈다. 액정에 뜬 ‘집주인’이라는 글자. 밀린 월세를 독촉하는 전화였다. 나는 당황해서 전화를 끊으려다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여보세요! 한정숙 씨! 언제까지 기다려달라는 거야? 방 뺀다!”

수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세탁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민재가 그 소리를 들었다. 아이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거봐. 돈 때문이네.”

민재는 승리감을 느낀 듯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결국 다 똑같아. 돈 아니면 아무도 내 옆에 안 붙어 있지. 안 그래요?”

그 말속에 담긴 깊은 체념과 고독이 내 가슴을 쳤다. 나는 아니라고, 너를 사랑해서 여기 있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내 처지는 돈 때문에 굽실거리는 비굴한 가정부, 딱 그 모습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비겁하게 도망쳤다. 세탁실을 나와 뒷마당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빚쟁이에게 사정사정하며 며칠만 더 기다려달라고 빌었다. 전화를 끊고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색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다시 세탁실로 돌아갔을 때, 민재는 없었다. 하지만 세탁실 바닥에 놓여 있던, 내가 다 빨아서 개어놓은 셔츠들 위에 흙탕물이 뿌려져 있었다. 민재가 화단에 있는 흙을 가져와 뿌려버린 것이었다.

그 흙탕물은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러웠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몸부림이 느껴져서.

“그래… 다시 빨면 되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빨면 되지.”

나는 다시 물을 틀었다. 솨아아. 물소리에 내 흐느낌을 섞어 보냈다.

며칠 뒤, 주말이었다. 최 여사가 요양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집 안을 매의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내 손을 보았다. 갈라지고 터진 상처투성이의 손을.

“손이 왜 그래요?” “아, 빨래를 좀 하느라…” “세탁기 놔두고 왜 손빨래를 해요? 미련하게.”

최 여사는 혀를 찼지만, 그 눈빛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민재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말리지 않았다.

“정숙 씨, 잠깐 서재로 와봐요.”

나는 앞치마를 벗고 최 여사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는 책 냄새와 약 냄새가 섞여 있었다. 최 여사는 책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죠?” “보너스예요. 민재 비위 맞추느라 고생하는 거 알아요. 그 아이가 좀 유별나죠?”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아니요. 내 아들이지만 성격이 못된 구석이 있어요.”

최 여사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정숙 씨,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네, 말씀하세요.” “정숙 씨는… 결혼했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력서에는 ‘사별’이라고 적었지만, 자녀 유무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었다. ‘없음’이라고.

“네. 남편은 3년 전에 죽었습니다.” “아이는요? 아이는 없었어요?”

최 여사의 눈이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려는 듯.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서 진실을 말하면 쫓겨난다. 과거가 들통나면 민재 곁에 있을 수 없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의 상처를 파고들었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없습니다. 아이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습니다.”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거짓말을 내 입으로 뱉었다. 내 자궁이, 내 가슴이, 내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저기 2층 방에 내 핏줄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 나는 그 아이를 두 번 버리는 짓을 하고 있었다.

최 여사는 한참 동안 나를 응시하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아이가 있으면 모성애 때문에 남의 집 아이 돌보는 게 힘들 수도 있거든요. 오히려 잘됐어요.”

그녀의 말은 안도인지, 아니면 비웃음인지 알 수 없었다.

“나가 봐요. 민재 간식 좀 챙겨주고.”

나는 서재를 나와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이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습니다.’ 그 말이 주방 타일에 메아리쳐 내 귓가를 때렸다.

그때였다. 언제 내려왔는지, 민재가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내 말을 들었을까? 서재 문은 닫혀 있었지만, 방음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민재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무표정. 하지만 그 눈빛은 전보다 더 깊고 어두운 심연을 담고 있었다.

“간식.”

민재가 짧게 말했다.

“아, 네.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샌드위치 어떠세요?”

나는 허둥지둥 냉장고를 열었다. 민재는 식탁에 앉아 내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줌마.” “네, 도련님.” “아줌마는 진짜 편하게 살았나 봐요.”

칼질하던 손이 멈췄다.

“네?” “자식도 없고, 남편도 죽고. 책임질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남의 집에서 이렇게 굽실거려도 쪽팔린 줄 모르고 사는 거지.”

민재의 말은 독화살이었다. 아이는 정확히 어디를 찔러야 내가 아파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식 있는 부모들은 자식 때문에라도 이렇게 비굴하게 안 살거든. 우리 엄마처럼.”

민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끼이익 소리를 냈다.

“샌드위치 됐어요. 입맛 떨어졌어.”

민재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칼을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눈물이 뚝, 하고 도마 위로 떨어졌다. ‘책임질 게 하나도 없잖아.’ 아니야, 민재야. 나는 너를 책임지기 위해, 내 남은 인생을 다 갈아 넣기 위해 여기 있는 거야. 비굴해도 좋아. 네가 나를 벌레 보듯 해도 좋아.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는 눈물을 닦고 다시 칼질을 시작했다. 사각, 사각. 나를 찌르는 듯한 칼질 소리가 텅 빈 주방을 채웠다. 이것이 나의 속죄였다.

[Word Count: 3,420 (Hồi 1 누적)] → Kết thúc Hồi 1 – Phần 2

HỒI 1 – PHẦN 3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거세질수록 내 불안감도 커져만 갔다. 그날은 민재의 상태가 유독 좋지 않았다. 저녁 식사도 거른 채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2층에서는 간헐적으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곡조가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건반을 아무렇게나 짓누르는 듯한, 고통스러운 비명 같은 소리였다.

나는 주방에 서서 2층을 올려다보았다. 최 여사는 오늘 밤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온다고 했다. 또다시 이 넓은 집에 우리 둘뿐이었다.

‘올라가 볼까? 아니야, 싫어할 텐데.’

망설임 끝에 나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쟁반에 담았다. 욕을 먹더라도, 쫓겨나더라도 확인해야 했다. 아이가 아파 보였으니까.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방문 앞에 다다르자 피아노 소리가 뚝 끊겼다. 대신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헉… 헉…”

나는 노크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었다.

“도련님!”

방 안은 어두웠다. 번개가 번쩍, 하고 치자 방 안의 풍경이 드러났다. 민재가 피아노 의자 옆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고 있었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나는 쟁반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아이를 안아 일으켰다. 아이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옷을 적시고 있었다.

“야… 약… 약 좀…”

민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 서랍을 가리켰다. 나는 미친 듯이 서랍을 뒤져 약통을 찾았다. 신경안정제였다. 물도 없이 약을 입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헐떡이며 약을 삼켰다.

“괜찮으세요? 병원… 병원에 전화할까요?” “하아… 아니… 부르지 마…”

민재가 내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스르르 미끄러졌다. 나는 아이를 부축해 침대로 옮겼다. 젖은 수건을 가져와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 아이는 거부할 힘조차 없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아이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 16년 전, 그날 밤도 이렇게 천둥 번개가 쳤었다. 나는 죄책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내가 너를 버린 그날의 공포가, 여전히 너를 괴롭히고 있구나.

한참이 지나자 약효가 도는지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침대 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오똑한 코, 긴 속눈썹. 잠든 얼굴은 영락없는 천사였다. 깨어있을 때의 그 독기는 사라지고, 상처받은 소년만이 남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차가웠다. 나는 내 거친 두 손으로 아이의 손을 감싸 쥐고 입김을 불어주었다.

“미안해… 미안하다, 아가…”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그때, 민재가 웅얼거렸다.

“엄마…”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엄마… 가지 마… 춥단 말이야…”

아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악몽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시점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16년 전, 차가운 담벼락 아래 버려졌던 그 기억일까. 아니면 입양된 후에도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의 기억일까.

눈물이 툭, 하고 아이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나는 황급히 손으로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이 닿자, 민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적. 빗소리마저 멈춘 듯한 고요함이 흘렀다.

민재는 몽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초점이 흐릿했다.

“엄마?”

아이가 내 뺨에 손을 뻗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얼굴에 닿았다. 나는 숨도 쉬지 못하고 그 손길을 받아냈다. 이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잔인하게 깨졌다. 민재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 경악과 혐오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으악!”

민재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밀쳐냈다. 나는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뭐야! 당신 뭐야! 왜 여기 있어!”

민재는 침대 구석으로 몸을 피하며 소리쳤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도련님, 진정하세요. 쓰러지셔서 제가…” “누가 내 몸에 손대랬어! 더럽게! 나가! 당장 나가란 말이야!”

민재가 베개를 집어 던졌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열이 너무 심해서…” “거짓말하지 마. 내가 봤어. 당신, 나 보면서 울고 있었잖아. 왜 울어? 당신이 뭔데 날 보면서 울어?”

민재의 예리한 지적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건… 도련님이 너무 안쓰러워서…” “안쓰러워? 하, 웃기고 있네.”

민재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아줌마, 연기하지 마요. 나 그런 눈빛 아주 잘 알거든.”

그가 내 턱을 거칠게 잡아 들어 올렸다.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동정하는 척, 걱정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귀찮아 죽겠네’, ‘언제 죽나’ 생각하고 있지? 우리 엄마도 그랬고, 전에 있던 아줌마들도 다 그랬어. 다들 천사 같은 얼굴로 나를 보살피는 척하지만, 결국엔 다 도망갔다고!”

민재의 목소리에 물기가 섞여 있었다. 그것은 분노였지만, 동시에 처절한 외침이었다.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역설적인 호소였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도망가지 않아요.”

나도 모르게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다. 민재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도련님이 저를 쫓아내지 않는 한, 저는 제 발로 나가지 않습니다. 약속합니다.”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민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약속? 웃기지도 않아. 돈 몇 푼 더 주면 바로 짐 싸서 나갈 거면서.”

그때, 1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최 여사가 돌아온 것이다.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가까워졌다.

“민재야?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안 자고 있니?”

최 여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재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방금까지의 격정적인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다시 차갑고 무표정한 가면을 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민재가 나를 쳐다보며 낮게 속삭였다.

“엄마한테 말하지 마. 내가 아팠던 거. 말하면 그땐 진짜 잘리는 줄 알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는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방문이 열리고 최 여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나와, 흩어진 우유 컵 조각들을 번갈아 보았다.

“이게 무슨 난리예요?” “아…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들어오다가 발이 미끄러져서 컵을 깼습니다. 도련님은 주무시고 계셔서 깨실까 봐 조용히 치우던 중이었습니다.”

나는 재빨리 거짓말을 했다. 이불 속의 민재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최 여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조심 좀 하지. 얼른 치우고 나가요. 민재 깬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깨진 유리 조각들을 맨손으로 주워 담았다. 손가락이 베여 피가 났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민재가 나를 감싸주지 않았다는 섭섭함보다, 아이의 비밀을 지켜주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방을 나와 문을 닫기 직전, 나는 틈새로 민재를 보았다. 아이는 자고 있지 않았다. 이불 밖으로 나온 두 눈이 어둠 속에서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전과 달랐다. 경멸이나 무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혼란’이었다. 자신의 치부를 들켰음에도 비밀을 지켜준 낯선 여자. ‘도망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여자. 그 여자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아이의 눈동자를 흔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여느 때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민재가 교복을 입고 내려왔다. 어제 일이 없었던 것처럼 표정은 쌀쌀맞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최 여사에게 짧게 인사하고 현관으로 향하던 민재가, 부엌에 있는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멈춰 섰다.

“아줌마.”

내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도시락.” “네?” “급식 맛없어서 못 먹겠으니까, 내일부터 도시락 싸요. 계란말이 넣어서.”

내 귀를 의심했다. 계란말이? 그 싸구려라고 버렸던 계란말이?

“아… 네! 알겠습니다! 맛있게 싸드릴게요!”

내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민재는 대답 없이 신발을 구겨 신고 밖으로 나갔다. 등 뒤로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오늘따라 경쾌하게 들렸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기회다. 아이가 나에게 아주 작은 틈을 보여주었다. 비록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고, 여전히 하대하지만, 이것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이것이 폭풍 전의 고요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심어놓은 작은 씨앗이, 걷잡을 수 없는 덩굴이 되어 우리 모두를 옥죄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날 오후, 나는 민재의 방을 청소하다가 책상 구석에 놓인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평소에는 잠겨 있던 상자가 살짝 열려 있었다. 호기심에, 아니 운명에 이끌려 나는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악보들과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갓난아기인 민재가 싸구려 파란색 담요에 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담요 귀퉁이에는 서툰 바느질로 붉은색 실이 꿰매져 있었다. ‘사랑해’라는 글자 대신 새겨 넣었던, 하트 모양의 표식.

내가 한 것이었다. 내가 민재를 버리기 전날 밤, 울면서 꿰매주었던 그 표식이었다. 민재는 이것을 가지고 있었다. 16년 동안.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누가 남의 물건 함부로 손대랬지?”

심장이 멈췄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민재였다. 학교에 갔어야 할 민재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닫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민재가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야구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눈빛은 어젯밤의 혼란스러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봤어?”

민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저 안에 있는 거… 봤냐고.”

나는 입술이 말라붙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답해. 봤어, 안 봤어?”

민재가 한 발자국 다가왔다.

“봤… 습니다. 우연히…” “우연히?”

민재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나 섬뜩해서 나는 뒷걸음질 쳤다.

“거짓말쟁이.”

민재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줌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저 담요가 뭔지.”

아, 하늘이 무너진다. 아이가 알고 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당신이잖아.”

민재의 입에서 결정적인 한마디가 떨어졌다.

“나를 버린 여자.”

[Word Count: 5,680 (Hồi 1 합계)] → Kết thúc Hồi 1

HỒI 2 – PHẦN 1

“당신이잖아. 나를 버린 여자.”

그 말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내 귓가에 울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창밖의 빗소리도, 내 거친 숨소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직 민재의 서늘한 목소리만이 공간을 지배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심장이 발밑으로 뚝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기분이었다.

부정해야 했다. 아니라고, 착각이라고, 나는 그저 돈 벌러 온 가정부일 뿐이라고 소리쳐야 했다. 그래야 이 집에 붙어있을 수 있다. 그래야 내 아들 곁에 단 하루라도 더 머물러 속죄할 수 있다.

나는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떼었다.

“도… 도련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연기하지 마.”

민재가 내 말을 차갑게 잘랐다. 그는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바닥에 툭 내려놓았다. 둔탁한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아니라고? 그럼 내 눈을 봐요.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봐. 당신, 내 엄마 아니야?”

민재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에 내 공포에 질린 얼굴이 비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16년 전, 차가운 보육원 대문 앞에 놓여 있던 그 아이의 눈망울이 겹쳐 보였다.

“제… 제가 어떻게 감히…”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증거를 대라고 할 건가? 유전자 검사라도 해야 믿겠어?”

민재가 피식 웃었다. 비틀린 웃음이었다.

“필요 없어, 그딴 거. 나는 알거든. 당신 냄새. 당신 목소리.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그 역겨운 눈빛. 내 몸이 기억해. 16년 동안 단 하루도 잊은 적 없으니까.”

아이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쳤다.

“여기가… 여기가 기억한다고! 나를 쓰레기처럼 버리고 돌아서던 당신의 그 뒷모습을!”

민재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비명처럼 변했다.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고 싶었다. 맞다고, 내가 죽일 년이라고,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인정하는 순간, 나는 쫓겨난다. 그러면 다시는 이 아이를 볼 수 없다.

나는 바닥을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도련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아닙니다… 저는 그저 가난한 아줌마일 뿐입니다…”

비겁했다. 나는 끝까지 비겁한 어미였다. 나의 부인에 민재는 잠시 침묵했다. 정수리로 아이의 차가운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끝까지 아니라고?”

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좋아. 아니라고 치지.”

의외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민재는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묘하게 차분해져 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폐허처럼, 황량하고 섬뜩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네…?” “이 집에서 나가지 마. 내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절대 제 발로 나가지 마.”

민재가 한쪽 무릎을 굽혀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당신 입으로 그랬지?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 지켜. 만약 도망치면, 그땐 내가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이 아줌마가 나를 유혹하려 했다고. 도둑질을 했다고. 아니면… 내 친엄마라고.”

그것은 협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족쇄였다.

“그리고 오늘부터, 당신은 가정부가 아니야.”

민재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내 샌드백이야. 내가 화나면 화풀이하고, 심심하면 장난감으로 쓰는 샌드백. 사람 대접받을 생각 하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 없으니까.”

그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엄마.’

“알겠어? 대답해!”

민재가 고함을 쳤다.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좋아. 그럼 첫 번째 명령.”

민재가 책상 위에 있던 낡은 상자를 발로 툭 찼다. 상자가 뒤집히며 악보와 담요가 바닥에 쏟아졌다.

“이거 치워. 내 눈앞에 안 보이게 갖다 버려. 태워버리든 찢어버리든 상관없으니까, 내 방에서 당장 치워!”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담요는 아이가 16년 동안 간직해 온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것을 내 손으로 버리라니.

“도련님, 이건…” “안 들려? 버리라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민재가 책상을 내리쳤다. 나는 황급히 떨리는 손으로 담요를 집어 들었다. 낡고 헤진 파란색 담요. 내 손때와 아이의 눈물이 묻어 있는 천 조각. 그것을 품에 안고 나는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담요를 끌어안고 소리 죽여 울었다. 담요에서는 곰팡이 냄새와 민재의 체취가 섞여 났다. 버릴 수 없었다. 어떻게 이걸 버린단 말인가. 나는 장롱 깊숙한 곳, 내 옷가지들 사이에 담요를 숨겼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지옥을 견디겠다고. 네가 나를 찢어발기고 짓밟아도, 나는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그날부터 민재의 괴롭힘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유치한 장난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의 존엄을 갉아먹는 교묘하고 집요한 학대였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최 여사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밤새 한숨도 못 자 퉁퉁 부은 눈으로 국을 날랐다. 민재가 내려왔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최 여사에게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우리 아들. 얼굴이 좀 핼쑥하네. 밥 많이 먹어.”

민재는 식탁에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씩 웃었다.

“아줌마, 물 좀 주세요.”

나는 얼른 물병을 가져가 컵에 물을 따랐다.

“너무 차갑잖아. 미지근한 물로 줘요.”

나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 가져왔다.

“이건 너무 뜨겁잖아. 내 혀 데게 할 작정이야?”

민재는 컵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물이 식탁보에 튀었다. 최 여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

“민재야, 왜 그러니? 정숙 씨가 당황하잖아.” “아니에요, 엄마. 이 아줌마가 아직 일을 잘 못 해서 내가 가르쳐주는 거야. 다시 가져와요. 정확히 체온이랑 똑같은 온도로.”

나는 군말 없이 다시 물을 떠 왔다. 세 번째, 네 번째… 민재는 계속해서 트집을 잡았다. 컵에 지문이 묻었다, 물 비린내가 난다, 양이 너무 많다… 최 여사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지만, 민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열 번 넘게 물을 떠다 날랐다. 식사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식탁과 주방을 오가는 셔틀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됐어. 물배 찼어.”

민재는 숟가락을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현관으로 나가는 민재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최 여사가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정숙 씨, 미안해요. 쟤가 사춘기가 늦게 왔나 봐.” “아닙니다, 사모님. 제가 둔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민재는 내가 청소를 마친 방에 일부러 과자 부스러기를 쏟아놓고 다시 청소하게 했다. 화장실 타일 사이에 낀 물때가 보인다며 칫솔로 바닥을 닦게 시켰다. 내가 요리한 음식은 “개밥 같다”며 쓰레기통에 버리기 일쑤였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새벽의 호출이었다. 민재는 새벽 2시, 3시가 되면 인터폰으로 내 방을 호출했다.

“라면 끓여 와.” “목말라. 오렌지 주스 착즙해서 가져와.” “방이 너무 건조해. 젖은 수건 널어놔.”

나는 잠옷 바람으로 비틀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민재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 게임을 하며 나를 하녀 부리듯 했다. 잠을 자지 못한 내 눈은 퀭해졌고, 몸은 점점 말라갔다. 하지만 나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건 벌이다. 16년 치의 벌이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오후였다. 최 여사는 병원에 갔고, 집에는 또다시 우리 둘뿐이었다. 나는 거실 바닥을 닦고 있었다. 2층에서 민재가 불렀다.

“아줌마, 올라와 봐.”

나는 걸레를 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민재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굳게 닫혀 있던 그랜드 피아노 뚜껑이 열려 있었다.

“피아노… 치시게요?” “아니. 내가 치는 거 감상 좀 해달라고.”

민재가 턱으로 피아노 밑을 가리켰다.

“들어가.” “네?” “피아노 밑으로 기어 들어가라고. 거기 누워서 들어. 소리가 제일 잘 들리는 명당이니까.”

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민재의 서슬 퍼런 눈빛에 압도되어 피아노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차가운 마룻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머리 위로 거대한 피아노의 향판이 보였다. 검은 괴물의 뱃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잘 들어. 한 음도 놓치지 말고.”

쾅!

첫 음이 터져 나왔다.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소리는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진동이 내 가슴을, 내 뼈를 때렸다.

민재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었다. 라흐마니노프였던가, 베토벤이었던가. 웅장하고 격정적인 곡들을 민재는 파괴적으로 연주했다. 건반을 부술 듯이 내리쳤다. 불협화음과 굉음이 뒤섞여 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쾅, 쾅, 쾅!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소리의 압력이 내 숨통을 조여왔다. 나는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귀 막지 마! 다 들어! 내 고통을 다 들으란 말이야!”

민재가 소리치며 페달을 밟았다. 웅웅 거리는 잔향이 피아노 밑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울음이었다. 16년 동안 억눌려왔던 아이의 비명이었다.

‘엄마, 왜 나를 버렸어?’ ‘엄마, 나 너무 추웠어.’ ‘엄마, 보고 싶었어. 죽도록 미운데 보고 싶었어.’

건반 하나하나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리의 파도 속에서 나는 아이의 지옥을 체험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 소리들 속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연주는 한 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마침내 마지막 건반을 내리치고 긴 정적이 흘렀다.

“하아… 하아…”

민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피아노 밑에서 기어 나올 힘조차 없었다. 민재가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엎드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땀범벅이 된 그의 얼굴은 기이한 희열로 빛나고 있었다.

“어때? 감동적이지?”

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끝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이게 내가 만든 노래야. 제목은 ‘버려진 아이’. 어때, 아줌마랑 딱 어울리지?”

나는 대답 대신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민재를 바라보았다. 땀과 눈물로 얼룩진 내 아들의 얼굴. 나는 손을 뻗어 그 뺨을 닦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 더러운 손이 닿으면 아이가 또다시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도련님… 피아노를… 참 잘 치시네요.”

내 엉뚱한 대답에 민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황한 듯했다.

“뭐?” “슬프지만… 아주 힘이 넘치는 연주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민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를 내거나, 도망치거나, 그만하라고 빌었어야 했다. 그런데 칭찬이라니.

“미친 여자…”

민재가 중얼거렸다.

“진짜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그는 도망치듯 방을 나가버렸다. 쾅, 하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귀가 멍멍했다. 하지만 그 멍멍함 속에서도 아이의 연주 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들려왔다.

그날 밤, 나는 몸살이 났다. 열이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약을 먹고 다시 일어났다. 내일 아침, 민재의 도시락을 싸야 했다. 계란말이를 넣어서.

새벽 5시. 비틀거리는 몸으로 주방에 섰다. 달걀을 풀었다. 그런데 주방 식탁 위에 낯선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최 여사의 글씨체가 아니었다. 삐뚤빼뚤하고 날카로운 글씨체. 민재였다.

[오늘 도시락 메뉴: 시금치무침, 콩자반, 멸치볶음. 남기면 죽어.]

그것은 평범한 반찬들이 아니었다. 시금치, 콩, 멸치. 어린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반찬들. 그리고 내가… 영수를 임신했을 때 입덧 때문에 냄새조차 맡지 못했던 반찬들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우연일까? 아니면…

나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시금치를 다듬기 시작했다. 이것이 네가 원하는 거라면, 독약이라도 요리하마.

그때,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어둠 속에 최 여사가 서 있었다. 잠옷 차림의 그녀는 평소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그녀는 내가 쥐고 있는 시금치를, 그리고 식탁 위의 메모를 번갈아 보았다.

“정숙 씨.”

그녀의 목소리가 서늘했다.

“민재가 저런 걸 시켰어요?” “아, 네. 도련님이 건강식을 드시고 싶다고…” “거짓말하지 마요.”

최 여사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민재는 시금치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하는 애예요. 콩자반은 쳐다보지도 않고요. 그런데 도시락을 싸라고 했다고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변명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최 여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신들… 나 몰래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위기였다. 민재와의 비밀 계약이, 이 집의 진짜 주인에게 들키기 직전이었다. 그때, 2층 계단에서 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우리는 동시에 위를 쳐다보았다. 민재가 난간에 기대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시켰어. 아줌마 테스트하는 거야.” “테스트?” “응. 이 아줌마가 음식을 얼마나 맛없게 하는지, 아니면 맛있게 해서 내 편식을 고쳐줄 수 있는지. 내기했거든.”

민재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윙크했다. 장난스러운 윙크가 아니었다. *’입 다물고 있어’*라는 경고의 신호였다.

최 여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 재미있는 내기를 하네. 우리 아들이 도우미 아줌마랑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는데.”

‘친해졌다’는 말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지나, 민재의 얼굴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옮겨왔다.

“좋아요. 그럼 나도 그 내기에 걸어보죠. 오늘 도시락, 민재가 다 먹고 오는지 안 먹고 오는지.”

최 여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2층을 올려다보았을 때, 민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폭풍은 잠시 멈췄지만, 먹구름은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민재가 나를 지켜줬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그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를 더 오래, 더 처참하게 괴롭히기 위해서였다. 나는 시금치를 데치는 뜨거운 물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공범이 되었다. 이 슬프고 잔인한 연극의 공범이.

[Word Count: 7,950 (Hồi 2 누적)] → Kết thúc Hồi 2 – Phần 1

HỒI 2 – PHẦN 2

그날 이후, 나의 시간은 두 개의 세계로 나뉘었다. 최 여사가 보는 낮의 세계와, 민재가 지배하는 밤의 세계. 낮에는 성실하고 말 없는 가정부였지만, 최 여사가 잠들거나 외출하면 나는 민재의 장난감이 되었다.

민재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졌다. 그는 내가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빈 도시락통을 내밀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통을 보며 최 여사는 흐뭇해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쉰 냄새를 맡았다. 민재는 밥을 먹은 게 아니었다. 학교 쓰레기장에 밥과 반찬을 쏟아버리고, 수돗물로 대충 헹궈 온 것이었다.

“아줌마 요리 솜씨가 좋네요. 싹 다 비웠어요.”

민재는 최 여사 앞에서 나를 추어올렸다. 그리고 내 귀에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주 잘 먹더라.”

나는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해야 했다. 그것이 우리의 규칙이었으니까. 내 속은 썩어문드러졌지만, 겉으로는 완벽한 하인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민재는 내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내 방 청소 다시 해요. 책상 밑, 침대 밑, 장롱 위까지. 먼지 한 톨이라도 나오면 그 먼지 아줌마가 다 먹는 거야.”

나는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시작했다. 민재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만화책을 보며 나를 감시했다. 내가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먼지를 닦아내려 할 때였다.

“아, 거기 말고.”

민재가 발을 뻗어 내 머리를 툭 쳤다.

“내 발. 내 발이나 닦아요.”

나는 멈칫했다. 침대 밑에서 고개를 내밀고 민재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맨발을 내 코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왜요? 못하겠어? 아들 발 닦아주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 말에 담긴 비아냥거림이 심장을 찔렀다. 하지만 나는 걸레를 내려놓고 수건을 가져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발을 잡았다. 차갑고 마른 발이었다. 발가락 끝이 굳어 있었다. 아마도 피아노 페달을 너무 많이 밟아서 생긴 굳은살일 것이다.

나는 정성스럽게 아이의 발을 닦았다. 따뜻한 손길이 닿자 민재의 발이 움찔했다.

“간지러워. 똑바로 못 해?”

그는 툴툴거렸지만, 발을 빼지는 않았다. 나는 발바닥을 문지르며 속으로 기도했다. 이 발이 가는 길은 나처럼 험하지 않기를. 이 발로 걷는 세상은 춥지 않기를. 내 눈물 한 방울이 아이의 발등에 떨어졌다.

“아, 진짜!”

민재가 기겁하며 발을 뺐다.

“더러운 물 떨어뜨리지 마요! 기분 잡치게.”

민재는 나를 밀쳐내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물 틀어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눈물이 닿은 자리를 벅벅 씻어내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닫힌 화장실 문을 바라보았다. 내 눈물조차 그에게는 오물이었다.

계절은 어느덧 깊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16년 전, 내가 영수를 버렸던 그 계절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창밖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고, 정원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다.

민재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 여사는 아들의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싶어 했지만, 민재는 극구 반대했다.

“다 필요 없어요. 조용히 보내고 싶어요.”

그날, 최 여사는 사업상 중요한 미팅 때문에 늦게 들어온다고 했다. 민재의 생일 당일, 저택에는 또다시 우리 둘뿐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였다. 소고기를 듬뿍 넣고 푹 끓인 미역국. 16년 동안 한 번도 끓여주지 못했던 생일상이었다.

케이크도 준비했다. 화려한 제과점 케이크가 아니라, 내가 직접 찜통에 쪄낸 백설기였다. 옛날 어른들이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해주던 그 떡.

저녁 7시. 민재가 학원에서 돌아왔다. 나는 식탁에 따뜻한 밥상을 차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도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현관에 들어선 민재는 식탁을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과 하얀 백설기. 그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상차림이 오히려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누가 이딴 거 하랬어?”

민재가 가방을 식탁 위에 던졌다. 국그릇이 엎어질 뻔했다.

“그래도 생일인데… 따뜻한 밥 한 끼는 드셔야죠.” “생일? 누가 그래?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민재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줌마, 진짜 뻔뻔하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 내가 태어난 날? 아니지. 내가 버려진 날이잖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민재의 호적상 생일은 그가 보육원 앞에 버려져 발견된 날로 되어 있었다. 진짜 생일은 오늘보다 한 달 전이었지만, 나는 그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축하? 지금 나한테 축하한다고 했어? ‘버려진 거 축하한다’ 뭐 그런 뜻이야?”

민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분노가 아니라 깊은 슬픔이었다.

“치워. 당장 내 눈앞에서 치우라고!”

민재가 식탁보를 잡아당겼다. 와장창! 그릇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미역국이 사방으로 튀고, 하얀 백설기가 국물 속에 처박혀 뭉개졌다. 16년의 죄책감이 담긴 밥상이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닥에 흩어진 미역 줄기들이 마치 내 찢어진 내장처럼 보였다. 민재는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더니, 현관문을 가리켰다.

“나가.” “네… 치우고 나가겠습니다.” “아니. 이 집에서 나가라고. 밖으로.”

민재의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오늘 엄청 춥던데. 영하 10도라나? 아줌마도 한번 느껴봐. 그날 내가 얼마나 추웠는지.”

그것은 단순한 체벌이 아니었다. 복수였다. 16년 전, 그 눈보라 치던 밤의 고통을 나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려는 것이었다.

“도련님, 밖은 너무 춥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차라리 때리세요.” “싫어. 내가 왜 내 손을 더럽혀? 나가서 서 있어. 내가 문 열어줄 때까지 꼼짝 말고 서 있으라고!”

민재가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힘없이 현관 밖으로 밀려났다. 쾅! 등 뒤에서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까지.

나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얇은 실내복 하나만 걸친 채, 영하의 추위 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칼날 같은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도련님… 문 좀 열어주세요… 잘못했어요…”

나는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인터폰을 눌러보았지만 전원을 꺼놓았는지 먹통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정원.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무릎을 감싸 안고 입김을 불어보았지만, 손가락의 감각은 점점 사라져갔다.

10분, 20분, 1시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리카락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턱관절을 울렸다.

‘아… 춥다…’

정말 추웠다. 뼈마디가 얼어붙어 깨질 것 같았다. 그때 그 아이도 이렇게 추웠을까. 그 얇은 담요 하나에 의지해, 차가운 보육원 시멘트 바닥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이렇게 떨었을까.

눈물이 흘렀지만 뺨에 닿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는 죄인이다. 죽어 마땅한 죄인이다. 이 추위는 내가 받아야 할 당연한 형벌이다.

나는 문 두드리기를 멈췄다. 대신 현관문을 등지고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별은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수야…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자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차라리 이대로 잠들어서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다면, 너의 그 고통스러운 복수도 끝날 수 있을까.

2층 창문 커튼 뒤에서, 민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는 따뜻한 방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통쾌할 줄 알았다. 속이 시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민재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창문에 댄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도망가… 제발 도망가란 말이야.’

민재는 속으로 외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욕을 하고 도망쳤을 것이다.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저 여자는, 저 멍청한 여자는 왜 저기 웅크리고 있는 것인가. 마치 16년 전의 자신을 기다리듯이.

시간이 더 흘렀다. 이제 나는 몸을 똬리 튼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 위에 쌓인 눈처럼, 나는 정원의 풍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민재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 진짜 죽으면? 저 여자가 얼어 죽으면? 내가 살인자가 되는 건가? 아니, 그건 상관없다. 하지만… 엄마가 죽는 건가?

공포가 엄습했다. 민재는 커튼을 확 젖혔다. 저 여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16년 전, 자신을 버리고 갔던 그 뒷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다 얼어버린 모습으로 저기 있다.

“젠장!”

민재가 욕설을 내뱉으며 방을 뛰쳐나갔다. 계단을 구르듯 뛰어 내려왔다. 현관문 잠금장치를 거칠게 풀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따뜻한 공기가 훅 끼쳐 나왔다. 나는 문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 민재가 서 있었다.

“야! 일어나! 안 일어나?”

민재가 소리쳤다. 하지만 내 귀에는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렸다. 나는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도련님… 이제… 화 좀… 풀리셨어요…?”

내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민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맨발로 뛰쳐나와 나를 잡아 흔들었다.

“미쳤어? 왜 안 갔어! 그냥 가버리지 왜 여기 있어!” “약속… 했으니까요… 도망… 안 간다고…”

내 고개가 툭 떨어졌다. 의식의 끈이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순간, 나를 끌어안는 민재의 팔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눈을 떴을 때는 낯선 천장이 보였다. 하얀색 벽지, 링거 거치대, 그리고 소독약 냄새. 병원이 아니었다. 내 방이었다. 내 팔에 링거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일어나지 마요.”

방 구석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민재였다. 의자에 앉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련님…” “주치의 다녀갔어요. 저체온증에 탈진이래요. 하루만 더 늦었어도 죽었을 거라고…”

민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왜 그랬어?”

그가 물었다.

“왜 바보같이 거기 있었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도련님이…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어?”

민재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운 게 분명했다.

“네.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이라도 하겠습니다. 도련님 화가 풀린다면요.”

나의 덤덤한 대답에 민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멱살을 잡으려다 멈췄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당신 진짜 무서운 여자야. 이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죄책감 심어주려고 그러지? 내가 엄마를 죽일 뻔했다는, 그 끔찍한 기억 남겨주려고 이러는 거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그저 너의 고통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뒤틀린 우리의 관계는 진심조차 무기로 만들고 있었다.

“다신 그러지 마.”

민재가 툭 내뱉었다.

“내 허락 없이 죽지도 말고, 아프지도 마. 당신은 내 장난감이야. 주인이 망가뜨리기 전엔 스스로 망가지면 안 된다고. 알겠어?”

그것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이자 걱정이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죽 좀 먹어요. 엄마가 알면 난리 나니까.”

민재는 탁자 위에 놓인 죽 그릇을 턱으로 가리키고는 방을 나갔다. 나는 김이 식어가는 죽을 바라보았다. 그가 직접 가져다 놓은 죽이었다. 죽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짭조름한 눈물 맛이 났다. 살았다. 그리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 아이의 마음에 균열을 냈다.

다음 날 아침, 최 여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몸살감기가 심하게 걸렸다고 둘러댔다. 최 여사는 혀를 차며 약을 챙겨주었다.

“정숙 씨가 아프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닌데. 빨리 나아요.”

그녀의 걱정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민재는 다시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갔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의 일상은 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민재는 더 이상 내 요리를 버리지 않았다. 맛없다고 투덜대면서도 꾸역꾸역 다 먹었다. 그리고 밤마다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쾅쾅거리는 소음이 아니라, 슬프지만 선율이 있는 곡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폭풍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일주일 뒤, 최 여사가 나를 불렀다.

“정숙 씨, 내일 시간 좀 비워요.” “네? 무슨 일이신지…” “민재 학교 상담이 있어요. 학부모 상담.”

가슴이 철렁했다.

“제가… 거길 왜…”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남편은 외국에 있고. 그렇다고 민재만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요. 정숙 씨가 대신 다녀와 줘요. 이모라고 하면 되니까.”

말이 안 되는 부탁이었다. 가정부에게 학부모 상담을 대신 가라니. 하지만 최 여사의 표정은 단호했다. 아니, 어딘가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가서 담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민재 학교생활 어떤지 보고 와요. 우리 민재가 학교에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정숙 씨도 궁금하잖아요?”

그녀는 알고 있다. 분명히 뭔가 알고 있다. 나를 시험대에 올리려는 것이다.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내 아들의 ‘이모’ 자격으로 가서, 내 아들의 현실을 마주하게 하려는 것이다.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내 옷 중 가장 단정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도 낡고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립스틱을 바를까 말까. 16년 만에 처음으로 학부모로서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비록 가짜 이모 신분이지만.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이 막혔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운동장. 그 활기찬 풍경 속에 나는 이방인처럼 서 있었다. 복도를 지나 2학년 교무실을 찾았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여자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의자에 민재가 앉아 있었다. 민재는 나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여길 왜 왔어?”

그의 입모양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 민재 이모님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많이 들었다고? 최 여사가 벌써 손을 쓴 것인가.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았다.

“민재가…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의 표정이 약간 곤란한 듯 흐려졌다.

“음… 사실 민재가 성적은 전교 1등이에요. 나무랄 데가 없죠. 그런데…” “그런데요?” “교우 관계가 좀 걱정입니다.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그리고… 가끔 아이들이 민재를 괴롭히는 것 같은데, 민재는 전혀 반응을 안 해요. 그냥… 유령처럼 지낸다고 해야 할까요?”

왕따. 내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민재는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익숙하다는 듯.

“그리고 며칠 전에는 체육 시간에 옷이 찢겨져 왔더라고요. 누가 그랬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집에서는 그렇게 독하고 강해 보였던 아이가, 밖에서는 동네북처럼 당하고 있었다니. 부잣집 도련님이라 다들 떠받들어 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민재의 차가운 성격과 “입양아”라는 꼬리표가 아이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복도는 무거웠다. 민재는 나보다 앞서 걸었다.

“도련님.”

내가 불렀다. 민재는 멈추지 않았다.

“야! 박민재!”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민재를 불렀다. 덩치 큰 남학생 세 명이 껌을 씹으며 다가왔다.

“어이, 회장 아들. 오늘 엄마 온다더니, 이 아줌마야? 뭐야, 가정부 삘 나는데?”

그 녀석들이 민재의 어깨를 툭툭 쳤다. 민재는 힘없이 휘청거렸다.

“돈 좀 있냐? 매점 가게.” “없어.” “없어?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다?”

한 녀석이 민재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 했다. 민재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 무력한 모습이 내 이성을 끊어놓았다.

“그 손 떼!”

내 입에서 천둥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복도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 녀석들도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이 아줌마는?” “당장 그 손 떼라고 했어! 어디 남의 귀한 자식 몸에 손을 대!”

나는 핸드백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덩치 큰 녀석의 팔을 낚아채 뿌리쳤다.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이야? 부모님이 학교 보내놨더니 친구 돈이나 뺏고 있어? 학폭위 열어서 다 퇴학시켜 버릴까 보다!”

평소의 얌전한 한정숙은 없었다. 시장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악만 남은 아줌마의 본색이 드러났다. 내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 씨… 뭐야. 미친 아줌마네.”

아이들이 기가 질려 뒷걸음질 쳤다. 나는 그들을 노려보며 민재 앞을 가로막아 섰다. 내 등 뒤로 민재를 숨겼다. 작고 초라한 등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옹성처럼 단단했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사라지자, 복도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민재가 나를 보고 있었다. 경멸도, 분노도 아닌, 멍한 표정으로.

“쪽팔리게… 뭐 하는 짓이야.”

민재가 중얼거렸다.

“쪽팔려도 상관없어. 누가 너 건드리는 건 못 봐. 절대로.”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민재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16년 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버렸던 엄마가, 지금 온몸으로 자신을 지켜주었다. 그 모순된 상황이 아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최 여사였다.

“상담 잘 끝났어요? 아, 참. 내가 말을 안 했네. 오늘 저녁에 손님들이 와요.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서둘러 와서 음식 준비해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갑니다.”

전화를 끊고 민재를 보았다.

“가자. 늦겠다.”

우리는 나란히 교문을 걸어 나왔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우리 사이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처음으로, 우리는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어 걷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상상도 못한 지옥을 마주하게 되었다. 거실에는 낯선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그리고 소파 한가운데, 최 여사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서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왔니?”

최 여사가 우리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민재야, 인사해라. 네 진짜 아버지… 아니, 너를 낳아준 남자의 빚쟁이 아저씨들이란다.”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남편이 남긴 도박 빚. 그 빚쟁이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찾아왔단 말인가. 최 여사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정숙 씨. 설명 좀 해볼래요? 왜 이 사람들이 내 집 와서 당신을 찾는지. 그리고… 당신 남편 빚인데 왜 우리 민재 몸값을 달라고 하는지.”

모든 것이 드러났다. 내 과거, 내 빚, 그리고 민재와의 관계까지. 최 여사는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잔인한 무대를 직접 연출한 것이었다.

[Word Count: 11,380 (Hồi 2 누적)] → Kết thúc Hồi 2 – Phần 2

HỒI 2 – PHẦN 3

거실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우리를 보며 킬킬거렸다. 그들의 눈빛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같았다. 탁자 위에는 흙 묻은 구두가 올려져 있었고, 최 여사는 그 꼴을 보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고, 드디어 오셨네. 우리 정숙 씨.”

오른쪽 눈썹 위에 흉터가 있는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퀴퀴한 담배 냄새가 훅 끼쳐왔다.

“어디 갔나 했더니, 이런 대궐 같은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었어? 남편 빚은 나 몰라라 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민재 앞을 막아섰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요! 당장 나가요!” “나가? 돈을 받아야 나가지. 이자가 불어서 이제 5천이야. 5천만 원 내놓으면 깔끔하게 물러가 줄게.”

사내는 내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 나는 휘청거렸지만 버텼다. 뒤에 민재가 있었다.

“그 돈… 제가 갚아요. 일해서 갚을 테니까 제발 돌아가세요. 여기는 제 직장이에요.” “직장? 하이고, 웃기고 있네.”

사내가 시선을 돌려 내 등 뒤에 있는 민재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근데 이 놈… 어디서 많이 본 상판인데?”

심장이 덜컥 멈췄다. 사내가 민재에게 다가가려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팔을 벌려 막았다.

“건드리지 마! 손끝 하나라도 대면 가만 안 둬!” “비켜 봐, 이 아줌마야.”

사내가 나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내는 민재 코앞까지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너 박철수 알지? 도박하다 객사한 그 양반.”

민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박철수. 내 죽은 남편이자, 민재의 생부 이름이었다.

“눈매가 아주 쏙 빼다 박았네. 야, 너 혹시 걔 아들이냐?”

민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파르르 떨었다. 사내는 확신에 찬 듯 무릎을 탁 쳤다.

“맞네, 맞아! 16년 전에 고아원에 갖다 버렸다던 그 핏덩이가 이렇게 컸어? 야, 너네 아빠가 내 돈 떼먹고 죽은 건 알지? 자식 된 도리로 네가 갚아야지, 안 그러냐?”

“그만해!”

나는 바닥을 기어가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애한테 그러지 마요! 걔는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갚을게, 내 장기라도 팔아서 갚을 테니까 제발 그 입 닥쳐요!”

“이거 놓으라고!”

사내가 발길질을 했다. 내 옆구리에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억, 소리가 났지만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걷어차이고 밟히면서도 나는 악착같이 매달렸다. 민재가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더 듣게 할 수는 없었다.

“이 독한 년이 진짜!”

사내가 손을 들어 나를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그만.”

서늘한 목소리가 거실을 갈랐다. 최 여사였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내 집 거실에 피 튀기지 마세요. 카펫 비싼 겁니다.”

사내는 멈칫하며 손을 내렸다.

“사모님, 저희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 여자가 돈을 안 갚아서…” “얼마라고요?” “5천입니다.”

최 여사는 핸드백에서 수표책을 꺼냈다. 만년필로 무언가를 쓱쓱 적더니, 종이 한 장을 찢어 사내의 얼굴에 던졌다. 종이가 팔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가져가요. 그리고 다신 내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CCTV에 얼굴 다 찍혔으니까, 한 번만 더 나타나면 주거침입이랑 협박으로 바로 경찰 부릅니다.”

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수표를 주워 들었다. 금액을 확인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고, 사모님! 진작 이렇게 나오셨으면 저희가 결례를 안 범하죠. 갑니다, 가요!”

사내들은 낄낄거리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와 찢어진 옷차림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공포가 나를 짓눌렀다.

민재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경멸도, 분노도 아닌, 완벽한 허무.

“도박꾼…”

민재가 중얼거렸다.

“내 아버지가… 도박꾼이었어?”

나는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버렸구나. 도박 빚 때문에. 돈이 없어서.”

민재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쓰레기 같은 피가 흐르니까. 도박꾼 아비에, 자식 팔아먹은 어미에…”

“아니야, 민재야. 그런 게 아니야…”

나는 울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민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손을 피했다.

“만지지 마! 더러워!”

민재는 비명을 지르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내 심장에 못을 박았다.

거실에는 나와 최 여사만 남았다. 최 여사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차가운 손길이었다.

“아프죠?”

그녀가 물었다.

“몸이 아픈가요, 마음이 아픈가요?”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일어나요. 할 얘기가 있어요.”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최 여사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최 여사는 책상 서랍에서 낯익은 봉투를 꺼냈다. 내가 입사할 때 냈던 이력서가 아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지였다.

“내가 모를 줄 알았나요?”

최 여사가 봉투를 내 앞에 던졌다.

“한정숙 씨. 당신이 민재 친엄마라는 거.”

알고 있었다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확인사살을 당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처음부터 알고 뽑았어요. 당신이 어떤 여자인지, 왜 민재를 버렸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최 여사는 창가로 걸어가 등을 돌리고 섰다.

“나는 민재를 16년 동안 키웠어요. 내 배 아파 낳진 않았지만, 내 목숨보다 귀하게 키웠죠. 그런데 당신이 나타났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죄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그녀가 다시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화가 났어요. 저런 여자한테서 내 아들이 태어났다니. 당장 쫓아내고 싶었죠. 그런데… 두고 봤어요. 민재가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어디까지 견디는지.”

“사모님… 제발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 월급 안 받아도 좋습니다.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5천만 원은 제가 죽을 때까지 일해서 갚겠습니다.”

나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최 여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돈?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시간이에요.”

“네?”

“나한테 시간이 없어요.”

최 여사가 가발을 벗었다. 숱이 거의 없는 머리가 드러났다. 항암 치료의 흔적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췌장암 말기예요. 길어야 3개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그 당당하고 강인해 보이던 최 여사가 시한부라니.

“내가 죽으면 민재는 혼자가 돼요. 남편은 껍데기뿐인 아빠고, 친척들은 유산이나 노리는 하이에나들이죠. 민재 곁엔 아무도 없게 돼요.”

최 여사가 책상을 짚으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당신을 불렀어요.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당신이 민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돈 때문에 또다시 자식을 팔아먹을 위인인지.”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까 거실에서 봤어요. 깡패들에게 밟히면서도 민재 앞을 막아서더군요. 그거 하나는 합격이에요.”

최 여사는 책상 위 서류를 내밀었다. 계약서였다.

“조건이 있어요. 내가 죽을 때까지 민재 곁에 있어요. 단, 엄마라는 건 절대 밝히지 마요. 민재가 스스로 당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요. 그리고…”

그녀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내가 죽고 나면, 민재에게 이 편지를 전해줘요. 그때까진 비밀이에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받았다. 그것은 단순한 고용 계약서가 아니었다. 내 아들의 미래를 부탁받은 유언장이었다.

“알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서재를 나오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2층을 올려다보았다. 민재의 방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제 나는 단순한 가정부가 아니었다. 시한부 양어머니와 상처투성이 친어머니. 두 엄마의 비밀스러운 공조가 시작된 것이다.

그날 밤, 민재는 고열에 시달렸다.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이다. 나는 물수건을 들고 민재의 방에 들어갔다. 아이는 끙끙 앓으면서도 내 손길을 거부하지 못했다.

“엄마…”

아이가 잠꼬대했다. 그 ‘엄마’가 나를 부르는 것인지, 최 여사를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밤새 곁을 지켰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민재는 깨어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줌마.”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내 몸에… 그 사람 피가 흐르는 거지? 도박꾼 피.” “아니야. 넌 그 사람 안 닮았어. 넌… 좋은 것만 닮았어.” “거짓말.”

민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도 알아. 나한테서 썩은 냄새 나는 거. 그래서 사람들이 다 떠나는 거야.”

그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줌마도 빚 다 갚으면 떠날 거지? 5천만 원… 우리 엄마가 갚아줬으니까 이제 빚 없잖아.”

그는 내가 떠날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가시를 세우지만, 속으로는 버림받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안 떠나. 절대로.” “왜? 돈도 다 갚았는데 왜?”

민재가 따져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네 피아노 소리가 좋아서. 그거 다 들을 때까진 안 떠나.”

민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웃겨. 진짜… 이상한 아줌마야.”

민재는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더 이상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최 여사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고, 집에는 다시 나와 민재만 남았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최 여사의 빈자리가 주는 공포가 집 안을 감돌았다.

민재는 학교가 끝나면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는 도시락을 싸 들고 뒤따라갔다. 병실에서 최 여사는 산소호흡기를 낀 채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민재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엄마, 죽지 마. 나 두고 가지 마.”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저 아이에게 엄마는 최 여사뿐이다. 나는 그저 생물학적인 껍데기일 뿐이다. 질투심 따위는 없었다. 그저 최 여사가 조금만 더 살아주기를, 민재가 덜 아프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실 복도에서 의사가 나를 불렀다.

“보호자 되시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나는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병실로 들어갔다. 최 여사는 의식이 가물가물한 와중에도 나를 보며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신호였다.

민재는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최 여사가 산소마스크 너머로 힘겹게 입을 떼었다.

“정숙 씨…” “네, 사모님.” “부탁… 해요. 우리… 민재…”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앙상한 뼈만 남은 손.

“이제… 당신이… 진짜… 엄마야…”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심전도 모니터가 삐- 소리를 내며 일직선을 그렸다. 최 여사가 눈을 감았다. 잡고 있던 손이 툭 떨어졌다.

“사모님! 사모님!”

내 비명에 민재가 깨어났다. 상황을 파악한 민재는 미친 듯이 엄마를 흔들었다.

“엄마! 일어나! 눈 좀 떠봐! 엄마!!”

병실이 아이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나는 구석으로 밀려났다.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세상이 무너진 듯 우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방패는 사라졌다. 시한부라는 유예 기간도 끝났다. 남겨진 것은 상처투성이 아들과, 죄인인 엄마. 그리고 5천만 원이라는 빚으로 얽힌 잔인한 인연뿐이었다.

민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 눈빛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왜 우리 엄마가 죽고, 당신이 살아있는 거야?’라고 묻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죄인처럼. 이제 진짜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구원도, 그 지옥 끝에 있을 것이다.

[Word Count: 14,830 (Hồi 2 총 합계)] → Hồi 2 종료 (End of Act 2)

HỒI 3 – PHẦN 1

장례식장은 춥고 건조했다. 국화꽃 향기와 향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맵게 찔렀다. 나는 검은색 상복 대신 평소 입던 낡은 옷 위에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구석에 서 있었다. 조문객들의 밥상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영정 사진 속 최 여사는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고통 없는 세상으로 가서 편안해 보였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상주 완장을 찬 민재는 영정 사진 옆에 서 있었다. 사흘 내내, 아이는 밥 한 톨 넘기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켰다. 마치 뿌리가 잘린 나무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중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최 여사의 사업 파트너이거나, 유산에 관심이 있는 친척들이었다. 그들은 육개장을 먹으며 수군거렸다.

“저 애가 그 양자야?” “핏줄도 안 섞였는데 상주 노릇을 하네.” “유산은 어떻게 된대? 남편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그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공기를 갈랐다. 민재는 그 소리를 다 듣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밀랍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너무 큰 슬픔은 눈물을 말라버리게 한다는 것을, 나는 저 아이를 보며 알았다.

밤이 깊어지고 조문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새벽, 장례식장은 적막에 잠겼다. 민재는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이 꺼지지 않게 지키고 있었다. 나는 따뜻한 꿀물을 타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도련님, 이거라도 조금 드세요. 이러다 쓰러지십니다.”

민재는 대답이 없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머니 가시는 길, 도련님이 건강하게 배웅해 드려야죠.”

내가 컵을 손에 쥐여주려 하자, 민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줌마.”

목소리가 모래를 씹은 듯 거칠었다.

“사람들이 그래요. 가짜라고.” “……” “내가 가짜 아들이라서, 엄마가 죽었는데도 눈물이 안 나는 거래요. 독한 놈이라고.”

민재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충혈된 눈에 물기가 어렸다.

“나 진짜 나쁜 놈인가 봐요. 엄마가 죽었는데… 슬픈 게 아니라 무서워요. 이제 나 혼자라는 게, 나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그게 너무 무서워서 눈물도 안 나와요.”

아이의 고백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생존의 공포였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고아의 본능적인 두려움.

“아니에요. 도련님은 가짜가 아니에요. 사모님이 도련님을 얼마나 사랑하셨는데요. 그리고…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있잖아요.”

나는 용기를 내어 민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민재는 내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이 멈출 때까지, 말없이 곁을 지켰다.

발인 날은 비가 내렸다. 하늘도 우는 듯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화장터의 뜨거운 불길 속으로 관이 들어갈 때, 민재는 비로소 무너졌다.

“엄마! 가지 마! 엄마!!”

아이는 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그 처절한 울음소리가 화장터를 가득 메웠다. 친척들은 혀를 차거나 먼 산을 보았고, 나는 뒤에서 입을 틀어막고 함께 울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텅 빈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너무나 넓고 차가웠다. 주인을 잃은 집은 금세 생기를 잃고 흉가처럼 변해 있었다.

민재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죽을 끓여 방문 앞에 두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그릇은 그대로였다.

폭풍은 외부에서 찾아왔다. 최 여사의 49재가 채 끝나기도 전, 불청객들이 들이닥쳤다. 최 여사의 남동생, 즉 민재의 외삼촌이라 불리는 사람과 그 부인이었다. 그들은 검은 상복이 아닌 화려한 옷차림으로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이, 아줌마. 민재 불러와.”

외삼촌이 거만하게 명령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민재를 불렀다. 민재는 퀭한 눈으로 내려왔다.

“앉아라.”

외삼촌이 서류 봉투를 탁자 위에 던졌다.

“누님 유언장이다. 변호사 입회하에 공개하기 전에, 우리끼리 정리할 게 있어서 왔다.”

민재는 서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너도 알다시피, 이 집이랑 누님 재산이 꽤 된다. 그런데 너, 입양아잖아. 법적으로야 아들이지만, 우리 집안 핏줄은 아니지.”

외숙모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민재야. 우리가 널 가족으로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거든. 그리고 네 양아버지는 해외에서 도박하느라 정신없고, 실질적인 관리는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니?”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민재를 가족이 아닌, 유산을 가로채는 장애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요? 저더러 나가라는 건가요?”

민재가 덤덤하게 물었다.

“나가라니, 섭섭하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도 된다. 다만, 상속 포기 각서에 도장만 찍으면 돼. 그러면 우리가 네 학비랑 생활비는 섭섭지 않게 챙겨주마. 대학 졸업할 때까지.”

그들은 민재를 흥정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내가 불쑥 끼어들었다. 외삼촌 부부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봤다.

“이건 또 뭐야? 가정부 주제에 어디서 말대꾸야?” “도련님은 사모님이 가슴으로 낳은 아들입니다. 법적으로도 엄연한 상속자고요. 어떻게 장례 치른 지 며칠 됐다고 이러실 수 있습니까?”

“이 아줌마가 미쳤나. 야, 너 당장 짐 싸서 나가! 해고야!”

외삼촌이 소리를 질렀다. 그때, 민재가 입을 열었다.

“그만하세요.”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도장 찍을게요.”

“뭐?”

나와 외삼촌 부부 모두 놀라서 민재를 쳐다봤다.

“다 가지세요. 집도, 돈도, 주식도 다 필요 없어요. 대신…”

민재가 나를 가리켰다.

“이 아줌마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엄마 유품 중에서 피아노랑 작은 상자 하나만 제가 가져갈게요. 나머지는 다 가져가세요.”

“민재야! 안 돼! 왜 그걸 포기해!”

내가 소리쳤지만 민재는 나를 보지 않았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니었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외삼촌 부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들은 서류를 챙겨 들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잘 생각했다, 민재야. 그래, 욕심부리면 탈 나는 법이야. 나중에 연락하마.”

현관문이 닫히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사모님이 어떻게 지킨 재산인데, 저 아이가 어떻게 버텨온 시간인데, 저렇게 허무하게 뺏기다니.

“도련님… 왜 그랬어요… 바보같이 왜…” “시끄러워요.”

민재가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더러운 돈 필요 없어. 그 돈 때문에 우리 친아빠도 죽었고, 아줌마도 날 버렸잖아. 돈이라면 지긋지긋해.”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돈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원흉이었다.

그날 밤, 민재의 방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부스럭거리는 짐 싸는 소리만 들려왔다. 나는 직감했다. 아이가 떠나려 한다는 것을.

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간. 나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민재의 방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옷장도, 책상도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침대 위에 교복만이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도련님!”

나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밖으로 뛰어 나갔다. 정원 끝, 대문을 나서고 있는 민재의 뒷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낡은 피아노 악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민재야! 가지 마!”

나는 빗속을 뚫고 달려가 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민재가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본 그의 얼굴은 빗물에 젖어 있었다.

“놔요.” “어디로 가려고? 갈 데도 없잖아. 밤이 이렇게 깊었는데 어딜 가!” “상관없잖아요.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어! 내가… 내가 널 어떻게 보내!”

나는 울부짖으며 매달렸다. 민재는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았다.

“착각하지 마요. 아줌마는 내 엄마가 아니야. 최서영 씨가 부탁해서 억지로 붙어 있는 거잖아. 이제 엄마도 죽었으니까, 아줌마도 자유야. 빚 갚을 필요도 없고, 내 눈치 볼 필요도 없어. 가서 아줌마 인생 살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데? 죄책감 때문에? 16년 전에 버린 게 미안해서?”

민재가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지겨워. 그놈의 죄책감. 아줌마 얼굴 볼 때마다 내가 버려진 자식이라는 게 떠올라서 미치겠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

그 말은 내 가슴을 난도질했다. 내가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고문이었다. 나의 존재가 아이의 상처를 계속 덧나게 하고 있었다.

“가세요. 안 잡을게요.”

나는 힘없이 팔을 내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널 찾을 거야.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지켜볼 거야. 다시는…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민재는 코웃음을 쳤다.

“맘대로 해요.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던가.”

민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16년 전, 보육원 앞에 놓고 도망칠 때 보았던 그 작은 아기가, 이제는 커다란 등이 되어 내 곁을 떠나고 있었다.

나는 빗속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잡고 싶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를 보내주어야 했다. 그가 스스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짐을 쌌다. 내가 가져온 것은 처음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낡은 가방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 짐은 태산처럼 무거웠다.

집을 나오기 전, 나는 최 여사의 서재에 들렀다. 금고 속에 보관되어 있던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최 여사가 죽기 전 남긴, 민재에게 전해달라던 마지막 편지. 이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민재와 나를 다시 이어줄, 그리고 민재를 구원해 줄 마지막 열쇠.

나는 우산을 쓰고 저택을 나섰다.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민재가 갈 곳은 세상에 단 한 군데뿐이었으니까. 그가 태어났고, 버려졌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곳. 우리의 비극이 시작된 그곳.

‘천사 보육원’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긴 이별을 예고하듯이.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비가 그치면 반드시 무지개가 뜬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지개 너머에, 내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창밖 풍경은 잿빛이었다. 민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춥지는 않을까. 배고프지는 않을까.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 나는 가슴을 졸이며 기도했다. 제발 무사하기만을. 나쁜 마음 먹지 않기만을.

보육원이 있는 도시는 서울에서 버스로 세 시간 거리였다.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16년 전과 변한 것이 없는 낡은 간판이 보였다. ‘천사 보육원’. 이름은 천사였지만, 그곳은 버려진 아이들의 수용소였다.

나는 보육원 정문 앞에 섰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정문 옆 담벼락. 바로 그 자리였다. 내가 파란 담요에 싼 영수를 내려놓았던 곳. 그곳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쫄딱 맞으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남자아이. 민재였다. 그는 마치 16년 전의 갓난아기로 돌아간 것처럼,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웅크리고 있었다.

안도감과 고통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우산을 접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빗소리에 묻혀 내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민재의 앞까지 다가가 섰다. 민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창백했다.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마치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아니면 환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왔어요?”

그가 힘없이 물었다.

“응. 왔어.” “집요하네, 진짜.”

민재가 피식 웃었다.

“여긴 내 자리예요. 아줌마 자리는 저기… 도망가는 쪽이고.”

그는 손가락으로 반대편 길을 가리켰다.

“아니. 이번엔 안 도망가.”

나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그리고 떨고 있는 민재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이번엔… 같이 비 맞을 거야.”

나는 민재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아줌마.” “응.” “나… 갈 데가 없어요.”

민재의 목소리가 떨렸다.

“집도 없고, 엄마도 없고, 돈도 없어요. 세상 천지에 나 받아주는 데가 한 군데도 없어요. 그래서… 여기 왔는데… 여기도 문이 잠겨 있네요.”

보육원은 이미 폐원되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잡초만 무성한 폐허였다. 민재가 돌아갈 고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갈 데가 왜 없어.”

나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꺼냈다. 그리고 최 여사의 편지도 꺼냈다.

“엄마가 있잖아.”

나도 모르게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정정하지 않았다.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고… 다시 시작하자.”

민재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빗물과 섞였다.

“나… 미워요?” “아니.” “내가 아줌마 괴롭혔는데… 죽으라고 했는데… 안 미워요?” “하나도 안 미워. 내 아들이니까.”

침묵이 흘렀다. 민재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그럼…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요?”

그 말에 내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나는 팔을 벌려 민재를 와락 끌어안았다. 차갑고 젖은 몸. 앙상하게 마른 등. 내 품에 쏙 들어오던 핏덩이가 이렇게 커버렸다. 나는 아이의 등을 쓸어내리며 오열했다.

“미안해… 미안해 영수야… 엄마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엄마… 으흐흑… 엄마…”

민재가 내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16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는 빗속에서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그 빗물은 우리의 죄를 씻어내고, 상처를 씻어내는 세례와도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비가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비칠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떨림을 멈췄다.

“가자.”

내가 민재를 일으켜 세웠다.

“어디로요?” “어디든. 네가 있는 곳이 집이야.”

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다. 등 뒤로 폐허가 된 보육원이 멀어져 갔다. 이제 과거는 끝났다. 우리 앞에는 험하지만 함께 걸어갈 길이 놓여 있었다.

[Word Count: 2,850 (Hồi 3 – Part 1)] → Hồi 3 – Part 1 종료

HỒI 3 – PHẦN 2

우리가 정착한 곳은 서울 변두리의 낡은 옥탑방이었다. 보증금 500에 월세 30. 내가 가진 쌈짓돈을 탈탈 털어 마련한 보금자리였다. 평창동 저택의 화장실보다도 작은 방이었지만, 볕은 잘 들었다. 창문을 열면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들의 지붕이 보였고, 밤이면 멀리 남산 타워의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좁지? 미안해. 엄마가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서.”

이사 첫날, 나는 걸레질하며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재는 방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짐을 풀고 있었다.

“좁긴 하네요. 저택 내 방 옷장만 하네.”

민재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없었다.

“그래도… 춥지는 않네요. 거긴 넓어서 외풍이 심했는데.”

민재가 보일러 컨트롤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래. 난방은 빵빵하게 때자. 엄마가 가스비는 얼마든지 낼 테니까.”

우리의 새로운 생활은 소박하다 못해 궁상맞았다. 나는 다시 식당 설거지 일을 시작했고, 민재는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교복은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다. 학교로 돌아가면 또다시 괴롭힘을 당할 것이 뻔했고, 민재 스스로도 “잠시 쉬고 싶다”고 했다.

민재는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내가 퇴근할 때쯤이면 서툰 솜씨로 밥을 안쳐 놓았다. 밥은 질거나 되기 일쑤였고, 찌개는 맹탕 아니면 소금국이었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진수성찬처럼 먹었다.

“맛있어? 진짜?” “응. 꿀맛이야. 우리 아들 요리 천재네.” “거짓말. 아까 보니까 물 붓던데.”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웃음. 16년 만에 우리 사이에 ‘웃음’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 밤이면 민재는 악몽을 꿨다. 식은땀을 흘리며 “엄마, 가지 마”라고 헛소리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밤새 토닥였다. 최 여사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여전히 아이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민재가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은 허공에서 피아노 건반을 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피아노. 아이가 가장 사랑했던, 그러나 스스로 포기했던 그것.

나는 장롱 깊숙이 숨겨두었던 최 여사의 편지를 꺼낼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민재야.” “어, 왔어요?” “이리 와서 앉아봐. 줄 게 있어.”

나는 품속에서 꼬깃꼬깃해진 편지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돌아가신 사모님이… 네 엄마가 나한테 맡기신 거야. 너한테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

민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민재에게’. 낯익은 글씨체를 보자마자 민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읽어봐.”

민재는 천천히 봉투를 뜯었다. 하얀 편지지가 나왔다. 그는 한 줄 한 줄, 씹어 삼키듯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민재야.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 아마 이 세상에 없겠구나. 엄마는 늘 미안했어. 너를 가슴으로 낳았지만, 끝내 내 몸으로 낳아주지 못해서. 네가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할 때, 그저 돈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못난 엄마를 용서해다오.]

편지를 읽는 민재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네 친엄마, 정숙 씨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질투가 났어.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그녀에게는 내가 갖지 못한 생명력이 있었거든. 그래서 심술을 부렸단다. 그녀가 널 포기하고 도망가길 바랐어. 그래야 내가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최 여사의 고백이었다. 나조차 몰랐던 그녀의 속마음.

[하지만 결국 깨달았어. 엄마는 한 명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낳은 정도, 기른 정도 모두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걸. 민재야. 친척들이 유산 문제로 너를 괴롭힐 거라는 거 알고 있어. 네 성격에 분명 “다 필요 없다”며 박차고 나왔겠지? 바보 같은 녀석. 그럴 줄 알았다.]

민재가 픽, 하고 젖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준비했어. 이건 유산이 아니야. 엄마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김 변호사님 찾아가거라. 네 이름으로 신탁 예금을 들어놨어. 네가 성인이 되어서 꿈을 펼칠 때 쓸 수 있는 돈이야. 그리고… 네가 치던 그 피아노, 팔지 않았다. 김 변호사 사무실 창고에 있어. 그 피아노는 네 영혼이야. 절대 포기하지 마.]

편지 마지막 줄에 민재의 시선이 멈췄다.

[민재야. 부디 행복해라. 두 엄마의 사랑을 모두 받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내 아들. 사랑한다. 영원히.]

“으아앙!”

민재가 편지를 가슴에 품고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다.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였다.

“엄마… 엄마… 내가 잘못했어… 보고 싶어…”

나는 민재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좁은 옥탑방 바닥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었다. 해방이었다. 16년 동안 그를 옭아매고 있던 ‘버려진 아이’, ‘가짜 아들’이라는 굴레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변호사는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최 여사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변호사가 내민 서류에는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 여사는 친척들이 손댈 수 없는 개인 재산의 상당 부분을 민재의 교육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신탁해 두었다. 평생 놀고먹을 만큼의 큰돈은 아니었지만, 민재가 대학을 마치고 유학을 다녀올 때까지 걱정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변호사가 창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 민재의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광택이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민재는 천천히 피아노로 다가갔다. 건반 뚜껑을 열고 손을 올렸다.

“쳐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민재가 숨을 고르고 건반을 눌렀다. 띵… 맑고 영롱한 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민재의 손가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쇼팽의 녹턴. 밤의 노래. 하지만 예전의 그 파괴적이고 분노에 찬 연주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감미롭고, 그리고 애절한 선율이었다.

음악 속에 최 여사가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 그녀의 향기가 건반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곁에 내가 있었다. 묵묵히 지켜보는 그림자 같은 사랑. 민재는 두 엄마를 위해 연주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변호사는 박수를 쳤고, 나는 눈물을 훔쳤다. 민재가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 그 호칭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나, 다시 피아노 칠래. 대학 갈 거야. 음대 가서… 작곡 공부할 거야.” “그래. 우리 아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엄마가 힘껏 도울게.”

우리는 피아노를 옥탑방으로 옮길 수 없어, 변호사의 소개로 작은 연습실을 구했다. 민재는 매일 연습실로 출근했다. 나는 여전히 식당 일을 했지만, 몸은 고되어도 마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계절이 바뀌어 봄이 왔다. 옥탑방 앞 화단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다. 민재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

“엄마! 합격했어! 평균 95점!” “아이고, 장하다 내 새끼!”

나는 밀가루 묻은 손으로 민재의 볼을 감싸 쥐었다. 민재는 질색하지 않고 해맑게 웃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삼겹살 파티를 했다. 옥탑 평상에 신문지를 깔고 고기를 구웠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가 봄바람에 실려 퍼졌다.

“아줌마… 아니, 엄마.” “왜?”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민재가 상추쌈을 싸며 물었다.

“16년 전에… 나 왜 버렸어? 진짜로.”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젓가락을 멈췄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였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의 시간. 나는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입을 열었다.

“네 아빠 죽고, 빚쟁이들이 매일 밤 찾아왔어. 문을 부수고, 갓난아기인 너를 뺏어가겠다고 협박했지. 나는 도망쳤어. 여관방, 찜질방, 지하철역… 안 가본 데가 없었어.”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 춥고 배고팠던 날들이.

“그날 밤도 너무 추웠어. 너는 배고파서 자지러지게 우는데, 내 젖은 말라버려서 나오질 않았어. 분유 살 돈도 없었고. 내가 널 계속 데리고 있으면… 우린 둘 다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것 같았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결심했어. 나는 죽더라도 너는 살려야겠다고. 부잣집 담벼락 밑에 널 두면, 누군가 데려가서 따뜻한 밥이라도 먹여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보육원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정말이야.”

눈물이 뚝뚝 떨어져 삼겹살 위로 흘렀다.

“비겁한 변명이야. 알아. 그래도… 그땐 그게 널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미안해… 평생 용서 빌게.”

정적이 흘렀다.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민재가 젓가락으로 탄 고기를 골라내며 말했다.

“됐어.” “……” “살려줘서 고마워요.”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민재는 쌈을 내 입에 넣어주었다.

“안 버리고 같이 죽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잖아. 그리고… 최 여사님도 못 만났을 테고. 그러니까 됐어. 용서할게.”

입안 가득 상추쌈이 들어왔다. 씹을 수도 없을 만큼 목이 메었다. 민재는 쑥스러운지 딴청을 피웠다.

“아, 고기 탄다. 빨리 뒤집어.”

나는 울면서 고기를 씹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인생의 맛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민재의 숨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나는 아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꽉 잡아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봄은 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마지막 선물을 남겨두고 있었다. 아니, 마지막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정숙 씨 되십니까?” “네, 누구세요?” “여기 XX병원입니다. 박민재 군의 유전자 검사 결과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유전자 검사요? 그건 이미 예전에…”

“아니요. 최서영 여사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의뢰하신 추가 검사가 있습니다. 친모 확인 말고, 친부 확인 검사 말입니다.”

친부 확인? 죽은 남편 박철수와 민재의 유전자 검사? 이미 다 아는 사실을 왜?

“결과가 나왔는데요. 박민재 군과 박철수 씨는…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네? 그게 무슨…?”

나는 순간 멍해졌다. 민재가 내 아들이 맞는데, 남편의 아들이 아니라니? 그때, 잊고 있었던 기억의 파편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17년 전, 남편의 도박 빚 때문에 끌려갔던 술집. 그곳에서 정신을 잃었던 그날 밤.

“그럼… 민재 아빠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대조 결과, 일치하는 유전자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이고요. 이분이… 민재 군을 찾고 계셨더군요.”

운명의 장난은 어디까지일까. 민재에게 ‘도박꾼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민재를 찾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나는 전화를 끊고 옥탑방 난간에 섰다. 저 멀리서 민재가 악보 가방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엄마! 오늘 곡 하나 완성했어!”

해맑게 웃는 아들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어떤 진실이든, 이제는 두렵지 않다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어떤 폭풍이 와도 함께 맞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나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서 와! 우리 아들!”

바람이 불어와 내 앞치마를 날렸다. 그 바람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Word Count: 2,780 (Hồi 3 – Part 2)] → Hồi 3 – Part 2 종료

HỒI 3 – PHẦN 3 (FINAL)

그 전화 한 통은 우리 삶에 또 다른 파도를 몰고 왔다. 친부의 존재. 그것은 민재가 그토록 혐오했던 ‘도박꾼의 핏줄’이 아니라는 면죄부였지만, 동시에 우리가 쌓아 올린 작은 행복을 위협하는 새로운 불씨이기도 했다.

나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민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민재야. 네 아빠… 찾았어.”

피아노를 닦던 민재의 손이 멈췄다.

“죽은 박철수 씨가 아니야. 아주 유명한 음대 교수님이시래. 너의 그 음악적 재능, 그분한테서 물려받은 거야.”

민재는 아무 말 없이 건반 뚜껑만 매만졌다.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한번… 만나볼래?”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재는 한참의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얼굴은 보고 싶어. 도박꾼이 아니라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니까.”

약속 장소는 시내의 고급 호텔 커피숍이었다. 나는 16년 전 입었던 옷들 중 그나마 가장 깨끗한 옷을 꺼내 입었고, 민재에게도 빳빳하게 다림질한 셔츠를 입혔다. 우리는 마치 면접 보러 가는 사람들처럼 잔뜩 긴장한 채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그 남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중후한 멋이 풍기는 중년의 신사였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네가… 민재구나.”

남자는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 특히 피아노를 치기에 최적화된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네 존재를… 전혀 몰랐어.”

남자는 눈물을 훔쳤다. 그는 과거의 짧은 인연이었던 나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와 민재의 얼굴을 보며 본능적으로 핏줄임을 직감한 듯했다.

“몰랐던 게 죄는 아니죠.”

민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대화는 길게 이어졌다. 남자는 현재 유명한 지휘자이자 대학교수였다. 그는 민재가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 그리고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민재야. 나와 함께 가자. 독일로 유학을 보내주마. 네 재능이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수 있어.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좁은 옥탑방,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버티는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려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나는 찻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보내줘야 한다. 엄마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내 욕심으로 아이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도련님… 아니, 민재야. 가라. 교수님 따라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거기 가면 좋은 피아노도 실컷 치고, 훌륭한 선생님들한테 배울 수 있잖아. 네 꿈을 펼쳐야지. 옥탑방에서 썩기엔 네 재능이 너무 아깝잖아.”

남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민재를 바라보았다. 민재는 찻잔 속의 커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민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민재야! 너 무슨 소리야! 이런 기회가 또 올 것 같아?”

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민재는 단호했다.

“교수님. 저에게 재능을 물려주신 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확인해서 기뻐요. 하지만…”

민재가 내 손을 잡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나의 거친 손을,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꽉 잡았다.

“저는 이미 엄마가 있어요. 16년 만에 겨우 찾은 엄마라서,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민재야, 유학은 공부하러 가는 거야. 헤어지는 게 아니야.” “아뇨. 저한테는 지금 피아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따뜻한 밥, 찌개 끓는 냄새, 그리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 그게 없으면 제 음악도 없어요.”

민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는 내 손을 이끌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나는 멍하니 그에게 끌려가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나는 민재의 등을 때렸다.

“이 바보야! 멍청이! 거기가 어디라고 걷어차? 네가 제정신이야?” “아, 왜 때려!” “속상해서 그런다, 속상해서! 너 호강시켜 줄 수 있었는데!”

나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복잡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민재가 쭈그리고 앉아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나 호강 필요 없어. 그냥 엄마랑 삼겹살 구워 먹는 게 더 좋아. 그리고 나, 내 실력으로 성공할 거야. 낙하산 타고 올라가기 싫어.”

민재가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이 햇살보다 더 눈부셨다. 나는 콧물을 훌쩍이며 물었다.

“진짜… 후회 안 해?” “응. 절대.”

그렇게 우리는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좁고 가난했다. 하지만 민재의 피아노 소리는 달라졌다. 이제 그의 음악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누구의 아들도 아닌, 오롯이 ‘박민재’ 자신으로서의 당당함이.

가을이 깊어갈 무렵, 민재가 지원한 음대 입시 실기 시험 날이 다가왔다.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찹쌀떡을 빚고, 도시락을 쌌다. 시험장 앞에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북적였다. 다들 비싼 레슨을 받고 온 듯한 세련된 모습들이었다.

“떨지 말고. 알지?” “걱정 마. 나 강심장인 거.”

민재는 내 손을 한번 꽉 잡았다가 놓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닫힌 교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신이시여, 제게 줄 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몽땅 저 아이에게 주소서.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몇 시간 뒤, 시험이 끝나고 민재가 나왔다. 표정이 밝았다.

“잘 봤어?” “몰라. 근데… 후회 없이 쳤어.”

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다 놀라던데? 내 자작곡 연주했거든.” “제목이 뭔데?” “두 번째 엄마.”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그 길이 꽃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 날. 우리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합격] 화면에 뜬 두 글자를 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비명을 질렀다.

“엄마! 나 붙었어! 수석이야, 수석!” “아이고, 우리 아들! 장하다! 세상에, 수석이라니!”

우리는 옥탑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아래층 주인집 할머니가 빗자루를 들고 올라와서 “시끄러워 죽겠네!” 하고 소리치셨지만, 우리는 그저 좋아서 웃기만 했다.

그날 밤, 민재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밤하늘의 달빛이 건반 위로 쏟아져 내렸다.

“엄마. 들어봐. 이게 진짜 완성된 곡이야.”

민재가 건반을 눌렀다.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지난 1년, 아니 17년 동안 우리가 겪어온 모든 시간의 기록이었다. 차갑고 어두웠던 보육원 앞의 겨울바람. 화려했지만 고독했던 저택의 밤. 그리고 비 오는 날, 폐허가 된 보육원 앞에서 나누었던 뜨거운 포옹. 마지막으로, 좁은 옥탑방에서 끓이던 된장찌개의 보글거리는 소리까지.

슬픔으로 시작해서 환희로 끝나는 곡. 고통을 통과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치유의 멜로디였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었다. 내 손에서는 더 이상 락스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아이의 머리칼에서 나는 샴푸 향기가 났다.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음의 여운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침묵했다. 민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고마워요, 엄마.” “뭐가?” “나 포기 안 해줘서. 다시 찾아와 줘서.”

나는 다가가서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목덜미의 반달 모양 흉터가 보였다. 이제 그 흉터는 아픔의 상처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준 운명의 표식처럼 느껴졌다.

“나도 고마워. 내 아들이 되어줘서.”

우리는 창가에 서서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우리 집이었다. 작고 초라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불빛.

“배고프다. 라면 끓여 먹을까?” “또 라면이야? 아까 합격 기념으로 치킨 시켜준다며.” “아, 맞다. 깜빡했다. 두 마리 시킬까?” “당연하지. 1인 1닭 몰라?”

우리는 마주 보고 깔깔 웃었다. 평범한 일상.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는 그 평범함이, 우리에게는 기적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치킨집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네, 여기 옥탑방인데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아니요, 두 마리 주세요.”

전화를 끊고 민재를 보았다. 그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나는 이제 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틀렸다.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 상처를 핥아주고, 고통을 나누고, 끝까지 곁을 지키는 그 마음이 진짜 가족을 만든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치킨 무를 꺼내 그릇에 담으며 생각했다. 내일은 민재에게 새 운동화를 사줘야겠다고.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튼튼하고 예쁜 신발을.

달빛이 우리 옥탑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긴 겨울이 가고, 진짜 봄이 와 있었다.

[Tổng số từ toàn bộ kịch bản: ~29,500] → Kết thúc Hồi 3 (Final)

📋 DÀN Ý KỊCH BẢN CHI TIẾT (PLANNING)

Tên tạm đặt: Người Lạ Trong Gương (거울 속의 낯선 người) Thể loại: Melodrama, Tâm lý, Gia đình. Ngôi kể: Ngôi thứ nhất (xưng “Tôi” – nhân vật người mẹ). Lý do: Để đi sâu vào nội tâm dằn vặt, sự sợ hãi bị phát hiện và tình mẫu tử bị kìm nén.

1. THIẾT LẬP NHÂN VẬT (CHARACTER PROFILE)

  1. Han Jeong-sook (42 tuổi – Nhân vật “Tôi”):
    • Ngoại hình: Đôi bàn tay thô ráp vì lao động, đôi mắt luôn nhìn xuống để che giấu cảm xúc.
    • Hoàn cảnh: Nợ nần chồng chất sau khi chồng qua đời, làm đủ nghề để sống. 16 năm trước, vì quá nghèo đói và tuyệt vọng giữa mùa đông, cô đã bỏ lại đứa con đỏ hỏn trước cổng một cô nhi viện cao cấp.
    • Tính cách: Nhẫn nhịn, quan sát tinh tế, mang nặng mặc cảm tội lỗi.
    • Mục tiêu: Kiếm tiền trả nợ, nhưng sau đó chuyển thành: Bù đắp cho con trai trong thầm lặng.
  2. Park Min-jae (16 tuổi – Con trai):
    • Ngoại hình: Điển trai nhưng gầy gò, ánh mắt sắc lạnh, luôn đeo tai nghe.
    • Tính cách: Hỗn hào, khép kín, nổi loạn ngầm. Cậu mắc chứng “dị ứng tiếp xúc” (cự tuyệt sự động chạm của người khác) do chấn thương tâm lý bị bỏ rơi.
    • Điểm đặc biệt: Có một vết sẹo mờ hình trăng khuyết sau gáy (dấu hiệu nhận biết). Tài năng piano thiên bẩm nhưng ghét chơi đàn.
  3. Bà Choi Seo-young (45 tuổi – Mẹ nuôi/Chủ nhà):
    • Ngoại hình: Sang trọng, quý phái nhưng xanh xao.
    • Bí mật: Bà đang mắc bệnh nan y giai đoạn cuối. Bà biết Jeong-sook là ai ngay từ khi xem hồ sơ xin việc (thông qua thám tử tư). Bà tuyển Jeong-sook không phải để làm người ở, mà để “chuyển giao” đứa con.

2. CẤU TRÚC CỐT TRUYỆN (STORY ARCHITECT)

🟢 HỒI 1: VẾT SẸO CŨ VÀ CĂN BIỆT THỰ LẠNH (Khoảng 8.000 từ)

  • Warm Open: Cảnh Jeong-sook đang cọ rửa toilet ở một nhà vệ sinh công cộng, suy nghĩ về “đôi tay dơ bẩn” của mình. Cuộc gọi từ môi giới báo tin về công việc lương cao tại biệt thự gia đình họ Park.
  • Sự kiện khởi đầu: Jeong-sook bước vào căn biệt thự xa hoa nhưng lạnh lẽo. Cô gặp bà chủ Choi Seo-young. Quy tắc kỳ lạ: “Không được nhìn thẳng vào mắt thiếu gia Min-jae”, “Không được hỏi về quá khứ”.
  • Khoảnh khắc định mệnh: Lần đầu tiên dọn phòng cho Min-jae. Cậu bé đang ngủ. Jeong-sook vô tình nhìn thấy vết sẹo hình trăng khuyết sau gáy khi cậu trở mình. Cả thế giới sụp đổ. Cô nhận ra đây là đứa con mình đã bỏ lại trong cái chăn màu xanh 16 năm trước.
  • Xung đột nội tâm: Cô muốn bỏ chạy vì sợ hãi và xấu hổ, nhưng đôi chân không nghe lời. Cô quyết định ở lại, chấp nhận thân phận người hầu hạ thấp kém nhất chỉ để được nhìn thấy con ăn, ngủ mỗi ngày.
  • Kết Hồi 1 (Cliffhanger): Min-jae tỉnh dậy, bắt gặp ánh mắt của Jeong-sook. Cậu không hét lên, mà nhìn cô với ánh mắt khinh bỉ và nói một câu khiến cô lạnh sống lưng: “Bà có mùi giống như rác rưởi vậy. Đi ra đi.” (Câu nói kích hoạt nỗi đau quá khứ).

🔵 HỒI 2: THỬ THÁCH CỦA MÁU MỦ & SỰ SẮP ĐẶT CỦA SỐ PHẬN (Khoảng 12.000 – 13.000 từ)

  • Sự hành hạ: Min-jae liên tục làm khó Jeong-sook (đổ thức ăn, bắt giặt tay quần áo giữa đêm, vu oan ăn cắp). Cậu đang thử thách giới hạn của người phụ nữ này.
  • Sự nhẫn nại: Jeong-sook chấp nhận tất cả không một lời oán trách. Cô nấu những món ăn ngày xưa cô thèm muốn khi mang thai cậu. Cô khâu lại chiếc áo cậu xé rách bằng tình yêu thương tỉ mỉ.
  • Bước ngoặt (Midpoint Twist): Bà chủ Choi Seo-young gọi Jeong-sook vào phòng riêng. Bà không đuổi việc mà đưa cho cô xem tờ giấy xét nghiệm ADN.
    • Thoại chốt: “Tôi không còn nhiều thời gian nữa. Hãy cho tôi thấy cô xứng đáng làm mẹ nó, chứ không phải chỉ là người sinh ra nó.”
    • Sự thật: Bà Choi đã biết tất cả và đang quan sát cách Jeong-sook chịu đựng.
  • Bi kịch leo thang: Min-jae bị ốm nặng (sốt cao mê sảng). Trong cơn mê, cậu gọi “Mẹ ơi, đừng bỏ con”. Jeong-sook ôm con suốt đêm, hát bài hát ru ngày xưa.
  • Cao trào Hồi 2: Sáng hôm sau, Min-jae tỉnh dậy. Thay vì cảm động, cậu đẩy ngã Jeong-sook. Cậu tiết lộ bí mật động trời: Cậu đã nhớ mặt người phụ nữ bỏ rơi mình. Cậu không bị mất trí nhớ. Cậu nhận ra cô ngay từ ngày đầu tiên. Cậu hành hạ cô để xem cô có bỏ rơi cậu lần thứ hai không.
    • Min-jae gào lên: “Tại sao bà lại quay lại? Để bán tôi lần nữa à?”

🔴 HỒI 3: SỰ THA THỨ & BẢN GIAO HƯỞNG CUỐI CÙNG (Khoảng 8.000 từ)

  • Giải tỏa (Catharsis): Jeong-sook không biện minh. Cô quỳ xuống, thú nhận sự hèn nhát năm xưa. Cô kể về cái đêm mùa đông đó, không phải vì cô muốn bán cậu, mà vì cô sắp chết đói và muốn cậu được sống trong chăn ấm.
  • Biến cố: Bà Choi Seo-young qua đời đột ngột. Để lại di chúc và một lá thư cho Min-jae, nói rõ rằng bà đã tìm mẹ ruột về cho cậu như món quà cuối cùng.
  • Hành trình thay đổi: Min-jae rơi vào khủng hoảng. Cậu bỏ nhà đi, lang thang đến nơi mình từng bị bỏ rơi (cô nhi viện cũ). Jeong-sook tìm thấy cậu đang ngồi dưới mưa. Lần này, cô không dùng thân phận người hầu, mà dùng tư cách người mẹ để che mưa cho cậu.
  • Twist cuối cùng (Emotional Twist): Min-jae đưa cho Jeong-sook một chiếc hộp cũ. Bên trong là chiếc khăn len rẻ tiền mà cô đã quấn cho cậu 16 năm trước. Cậu chưa bao giờ vứt nó đi. Đó là vật duy nhất khiến cậu cảm thấy an toàn. Sự thù hận thực chất là nỗi nhớ mong tột cùng.
  • Kết thúc:
    • Không có cảnh “một bước lên tiên” thành bà chủ. Jeong-sook và Min-jae dọn ra khỏi biệt thự (hoặc sống giản dị hơn).
    • Min-jae ngồi vào đàn piano, chơi bản nhạc cậu sáng tác dành riêng cho hai người mẹ.
    • Jeong-sook mỉm cười, nước mắt chảy dài, nhưng lần này là nước mắt hạnh phúc. Cô vẫn làm việc, vẫn lao động, nhưng cô không còn đơn độc.
    • Thông điệp: Máu mủ không chỉ là sinh học, mà là sự hy sinh và dũng cảm quay lại đối mặt với sai lầm.

⚠️ XÁC NHẬN QUY TRÌNH

Tôi sẽ viết kịch bản này hoàn toàn bằng TIẾNG HÀN QUỐC (KOREAN), sử dụng ngôn ngữ tự nhiên, ngắt nghỉ phù hợp cho TTS, đảm bảo dòng chảy cảm xúc liên tục không bị ngắt quãng bởi các chỉ dẫn sân khấu (sluglines).

📺 YOUTUBE METADATA (TIẾNG HÀN QUỐC)

1. Tiêu đề (Tiêu đề thu hút, giật gân nhưng cảm động)

Bạn có thể chọn 1 trong 3 phương án sau tùy theo chiến lược kênh:

  • Phương án 1 (Tập trung vào Twist & Xung đột): “아줌마한테서 락스 냄새 나” 나를 벌레 취급하던 재벌집 도련님, 알고 보니 내가 16년 전 버린 친아들?! [소름반전] (Dịch: “Bà có mùi thuốc tẩy.” Thiếu gia nhà giàu coi tôi như sâu bọ, hóa ra là con ruột tôi bỏ rơi 16 năm trước?! [Rùng mình phút cuối])
  • Phương án 2 (Tập trung vào Cảm động & Tình mẫu tử): [감동실화] 췌장암 말기 사모님이 나를 가정부로 뽑은 이유… “내 아들의 진짜 엄마는 당신이잖아” ㅠㅠ (Dịch: [Cảm động] Lý do phu nhân ung thư giai đoạn cuối thuê tôi làm giúp việc… “Mẹ thật sự của con trai tôi là cô mà” ㅠㅠ)
  • Phương án 3 (Ngắn gọn & Gây tò mò): 상위 1% 대저택에 입주한 가정부의 충격 정체. 아들의 목덜미에 있는 ‘반달 흉터’를 본 순간 오열했다. (Dịch: Thân phận gây sốc của người giúp việc trong biệt thự top 1%. Khoảnh khắc nhìn thấy ‘vết sẹo bán nguyệt’ sau gáy con trai, cô ấy đã òa khóc.)

2. Mô tả Video (Description) & Keywords

Phần này được viết để tối ưu hóa SEO và giữ chân người xem đọc tiếp.

[Mô tả] 가난 때문에 갓 태어난 아들을 보육원 앞에 버려야 했던 한 여자, 한정숙. 16년 후, 빚을 갚기 위해 들어간 평창동 대저택에서 까칠하고 냉소적인 도련님 ‘민재’를 만나게 됩니다.

“아줌마 냄새 나니까 가까이 오지 마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도련님의 무시와 갑질. 하지만 우연히 도련님의 목덜미에 있는 반달 모양 흉터를 본 순간, 정숙은 숨이 멎고 맙니다. 그 아이는 바로 16년 전, 파란 담요에 싸서 버렸던 내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집주인 사모님의 충격적인 비밀과 유언장. 두 엄마와 한 아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역대급 감동 드라마.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Key Points]충격 반전: 16년 만의 재회, 그리고 뒤바뀐 운명 ✨ 폭풍 감동: 엇나간 모성애와 뒤늦은 참회 ✨ 사이다 결말: 물질보다 진한 가족애의 승리

[Hashtags] #감동실화 #드라마 #사연읽어주는여자 #가족 #눈물주의 #반전드라마 #재벌집 #오디오북 #썰 #감동스토리 #엄마


🎨 AI IMAGE GENERATION PROMPT (THUMBNAIL)

Sử dụng Prompt tiếng Anh này cho Midjourney, DALL-E 3, hoặc Leonardo.ai để tạo Thumbnail đậm chất điện ảnh K-Drama.

Prompt:

Hyper-realistic cinematic K-drama poster style. Split screen composition or intense close-up.

Left Side / Foreground: A middle-aged Korean woman (maid) with worn-out clothes and a beige apron. She is looking down with tears streaming down her face, expression full of guilt and sorrow. Her hands are rough and red.

Right Side / Background: A handsome but cold-looking teenage Korean boy (high school student) in a luxurious school uniform. He is looking at the woman with a mix of disdain and hidden sadness. He is holding a folded, old, blue blanket in one hand.

Atmosphere: Inside a luxurious, dimly lit mansion hallway. Cold lighting on the boy, warm but fading lighting on the woman. High contrast, emotional, 8k resolution, detailed texture.

Text space: Leave some empty space at the top or bottom for YouTube text overlay.

💡 Mẹo thiết kế Thumbnail:

  1. Sau khi tạo ảnh, hãy thêm text tiếng Hàn thật to và rõ (Màu Vàng hoặc Đỏ viền Trắng).
  2. Ví dụ text trên ảnh: “가정부가 내 엄마라고?” (Người giúp việc là mẹ tôi sao?) hoặc “반달 흉터의 비밀” (Bí mật vết sẹo bán nguyệt).
  3. Thêm icon 😭 hoặc 💔 để kích thích cảm xúc.

Dưới đây là 50 prompt hình ảnh liên tục, được thiết kế để tạo ra một bộ phim điện ảnh (cinematic photorealistic) về đề tài gia đình Hàn Quốc, đi từ rạn nứt đến chữa lành.

Copy toàn bộ các dòng dưới đây vào công cụ tạo ảnh AI (Midjourney, Stable Diffusion, DALL-E 3…):

  1. Photorealistic cinematic wide shot, a modern high-rise apartment in Seoul Gangnam district at dawn, cool blue ambient light, a handsome Korean husband in a suit sitting at the edge of the bed with his back turned, a beautiful Korean wife lying awake staring at his back, distance and silence, hyper-realistic skin texture, 8k resolution.
  2. Medium shot, cinematic framing, the Korean husband standing in front of the bathroom mirror adjusting his tie, expressionless and cold, the wife visible in the reflection standing in the doorway looking worried, soft morning light hitting dust particles, incredibly detailed reflection, photorealistic live-action movie style.
  3. Eye-level shot, a sterile modern kitchen island, the couple eating breakfast at opposite ends, focus on the husband checking his smartphone, the wife looking at him with longing and sadness, steam rising from hot soup, realistic food texture, silence and tension, depth of field, morning sunlight.
  4. Over-the-shoulder shot from the wife’s perspective, the husband putting on his shoes at the entryway, he opens the door without saying goodbye, the heavy metal door closing, realistic lighting from the hallway, feeling of abandonment, high contrast, cinematic drama.
  5. Close-up on the Korean wife’s face, standing alone in the large living room, a single tear welling up in her eye, sunlight hitting her face revealing pores and skin texture, complex emotion of suppressed grief, background is a blurred view of the Han River, photorealistic.
  6. Low angle shot, a cute 7-year-old Korean daughter sitting on the floor playing with toys but looking up at her mother with concern, the mother wiping tears in the background, soft focus, natural indoor lighting, detailed fabric of the child’s clothes, emotional storytelling.
  7. Wide cinematic shot, the husband at a busy office in Yeouido, surrounded by colleagues but looking isolated and stressed, staring out the window at the gray Seoul skyline, reflection of his tired face on the glass, realistic office atmosphere, cold color grading.
  8. Medium shot, night time at a Pojangmacha (street food tent), the husband drinking Soju alone, steam rising from the fish cake soup, red plastic tent walls creating a warm but lonely glow, rain droplets on the plastic, cinematic lighting, realistic wet street reflection.
  9. Eye-level shot, the wife sitting on the living room sofa waiting, the digital clock shows 2:00 AM, only the city lights from the window illuminating her silhouette, lonely atmosphere, high noise sensitivity style, realistic shadows.
  10. The front door opens, the husband enters drunk and disheveled, the wife stands up, the hallway sensor light turns on abruptly casting harsh shadows, tension in the air, photorealistic details of the husband’s flushed face and loosened tie.
  11. Two-shot, intense argument in the living room, the husband shouting with veins visible on his neck, the wife crying and shouting back, emotional explosion, dynamic lighting, motion blur on their hands, cinematic drama style.
  12. Low angle shot from the child’s perspective, peeking through the slightly open bedroom door, seeing parents fighting in the living room, fear in the child’s eyes, light slicing across the child’s face, dark shadows, heavy atmosphere.
  13. Close-up, the wife’s hand gripping the edge of the table, knuckles white, a wedding ring reflecting the dim light, trembling, symbol of a broken marriage, hyper-realistic texture.
  14. Medium shot, the next morning, the wife packing a suitcase in the bedroom, chaotic room, sunlight streaming through sheer curtains creating a hazy effect, dust motes dancing in the light, sad and determined expression, photorealistic.
  15. Wide shot, the husband sitting on the sofa with his head in his hands, watching the wife walk to the door with the suitcase and their daughter, silence, the space between them feels infinite, cinematic composition, natural lighting.
  16. Exterior shot, the wife and daughter walking out of the apartment complex building, gray overcast sky, wind blowing their hair, autumn leaves swirling on the ground, realistic Seoul street scene, melancholic mood.
  17. Wide shot, a traditional Hanok village alleyway in Bukchon, the wife and daughter walking up the hill with luggage, contrast between the modern apartment and the old stone walls, textures of stone and wood, soft overcast lighting.
  18. Medium shot, inside an old cozy Hanok house, the wife’s mother (grandmother) hugging the crying daughter, the wife standing by the wooden pillar looking exhausted, warm wood tones, sunlight filtering through paper windows, emotional reunion.
  19. Montage style split screen effect, left side: husband eating instant ramen alone in the empty luxury apartment at night, right side: wife eating a simple home-cooked meal with her mother and daughter in the Hanok, contrast in lighting and temperature, photorealistic.
  20. Close-up, the husband lying in the empty king-sized bed, staring at the ceiling, blue moonlight washing over the room, a sense of void and regret, sharp focus on his eyes, realistic skin details.
  21. Medium shot, the wife working at a small flower shop, arranging flowers but looking distracted, sunlight hitting the petals and water droplets, vibrant colors of flowers contrasting with her pale face, realistic work setting.
  22. Long shot, the husband sitting in his car parked by the Han River at night, watching the city lights reflected on the water, windshield wipers moving, rain starting to fall, bokeh effect of city lights, cinematic loneliness.
  23. Close-up, the husband’s phone screen showing a photo of his happy family from the past, a raindrop falls on the screen, his thumb hovering over the “Call” button, detailed macro shot, emotional hesitation.
  24. Eye-level shot, the daughter sitting on a swing at a playground, looking at other children playing with their fathers, empty swing beside her, falling autumn leaves, soft golden hour lighting, melancholic atmosphere.
  25. Wide shot, the husband standing across the street from the flower shop, watching his wife through the glass window working, he is hiding behind a pole, wearing a trench coat, realistic street crowd passing by, cinematic longing.
  26. Medium shot, the wife spots him across the street, their eyes meet through the traffic and pedestrians, time seems to stop, shallow depth of field, focus on their eye contact, raw emotion.
  27. Two-shot, they are sitting in a quiet cafe, steam rising from two coffee mugs, sitting across from each other, awkward tension, window wet with rain, muted colors, realistic cafe interior in Seoul.
  28. Close-up, the husband’s hand slowly moving across the wooden table to touch the wife’s hand, hesitation, focus on the texture of hands and the wood, soft lighting, emotional intimacy.
  29. Medium shot, the wife pulling her hand away gently, tears in her eyes, she shaking her head, pain and refusal, the husband’s face falling, cinematic lighting emphasizing the tear tracks.
  30. Wide shot, the husband walking away in the rain without an umbrella, back view, the wife watching him from the cafe window, blurred by rain and steam, sorrowful atmosphere, blue and gray color palette.
  31. Interior shot, the child gets sick, lying on the floor mattress in the Hanok, feverish, the wife putting a wet towel on her forehead, worried expression, warm lamp light, realistic night scene.
  32. Medium shot, the husband rushing into the Hanok courtyard, wet from rain, panic on his face, the grandmother opening the door, chaotic movement, cinematic urgency.
  33. Low angle, the husband kneeling beside the sick child, holding her small hand, the wife sitting on the other side, they look at each other with shared concern, the child is the bridge between them, warm light connecting them.
  34. Close-up, the child opens her eyes and sees both parents, a weak smile, the parents’ relief, tears of relief, realistic sweat and skin texture, emotional peak.
  35. Wide shot, dawn breaking over the Hanok courtyard, the husband sitting on the wooden porch (Maru), the wife coming out with a blanket to cover his shoulders, mist in the air, blue hour lighting transitioning to gold.
  36. Two-shot, sitting side by side on the porch, not looking at each other but looking at the sunrise, steam from their breath, quiet conversation, the wall between them is crumbling, serene atmosphere.
  37. Close-up profile shot, the husband crying silently, apologizing, the wife listening with a complex expression of forgiveness and pain, golden morning light hitting their profiles, cinematic beauty.
  38. Wide shot, a weekend trip to a reeds field (Silver Grass) in Haneul Park, the family walking together but slightly apart, wind blowing through the tall grass, golden sunset light, lens flare, cinematic nature scene.
  39. Medium shot, the father picking up the daughter and putting her on his shoulders, the daughter laughing, the mother smiling genuinely for the first time, sun behind them creating a silhouette effect, warm and hopeful.
  40. Close-up, the wife looking at the husband playing with the child, her gaze softens, love rekindling, wind blowing her hair across her face, photorealistic detail of hair and eyes.
  41. Eye-level shot, dining together at a traditional Korean restaurant, grilling meat (Samgyeopsal), smoke and steam, the husband wrapping a lettuce wrap and hesitating, then giving it to the wife, realistic dining atmosphere.
  42. Medium shot, walking along the Cheonggyecheon stream at night, colorful city lights reflecting on the water, the couple walking closer together, the child running ahead, peaceful urban night scene.
  43. Close-up, their hands brushing against each other as they walk, electric feeling, focus on the hands, blurred background of city lights, romantic tension.
  44. Wide shot, standing on a bridge overlooking the city, the husband hugging the wife from behind, she leans into him, the city bokeh in the background, cinematic embrace, deep emotional connection.
  45. Interior shot, back in the luxury apartment, the husband cleaning and redecorating the house to make it warmer, adding plants and warm lights, preparation, realistic domestic activity.
  46. Wide shot, the husband picking up the wife and daughter from the Hanok, loading the luggage back into the car, the grandmother waving goodbye with a smile, sunny bright day, clear crisp air.
  47. Driving shot from the backseat, seeing the parents in the front seats holding hands over the center console, the sun visor down, sunlight flickering through trees, happy atmosphere.
  48. Wide shot, entering the apartment together, it looks different now with warm sunlight filling the space, the child running in, the couple standing at the door looking at their home, new beginning.
  49. Close-up, the family photo frame on the wall, replacing the old stiff photo with a new candid photo taken at the reed field, sunlight hitting the glass frame, dust motes dancing, symbolic of healing.
  50. Final cinematic wide shot, the family sitting on the living room floor watching a movie together at night, only the glow of the TV screen illuminating their happy faces, huddled together under a blanket, cozy, intimate, hyper-realistic, peaceful res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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